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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31 04:51


연반ㅈㅇ 알오ㅈㅇ




태자비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로 가만히 태자를 바라보다가 태자의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청룡이십니까?"
"그렇소."

태자비는 뺨을 쓰다듬던 손가락으로 태자의 입술을 가만히 문질렀다. 

"사람과 똑같은데."
"인간의 몸으로 현신해서 그렇소. 본체는 청룡이요."
"현신하신 것이면...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신 것입니까?"
"그러고 싶었지만."

태자는 어릴 때부터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받지 말아야 할 관심까지 받고 말았던 반려의 뺨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말했듯이 나는 류세이의 혼례에 참석했었고, 류세이의 숙조부가 주제도 모르고 그대를 욕심 낸다는 것도 알게 되었소. 아기의 몸으로 새로 태어나면 나는 그대보다 7살이나 어리게 될 테니. 내가 그대를 반려로 맞기 전에 그 노망난 늙은이가 그대를 해칠 것 같아서 새로 태어날 기회가 생길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소. 그대가 10살이 되었을 때 혼례를 치렀는데도 그 늙은이가 난리가 났었는데 내가 그대보다 7살이나 어린 나이로 태어났으면 그대가 풍국으로 가는 것을 막지 못했을 것 아니오."

태자비는 동의하는지 태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수윤제국 황자의 몸을 빌렸소."
"그러면 그 사람은..."
"이 몸 안에 있던 혼은 원래 부모의 다른 자식으로 태어나 더 큰 사랑을 받게 해 주었소."
"... 황제와 황후 폐하의 다른...?"
"그렇소. 내 동복아우지."

스즈키 노부유키가 현신한 몸은 청룡의 피가 흐르는 황자의 몸인 만큼 몸과 머리가 좋고 재주도 많은 몸이었으나 타고난 성격상 시서화를 좋아하고 몸을 단련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조용한 황자였다. 지나치게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란 점이 걸리긴 했지만 어린 마치다 케이타가 몹쓸 늙은이에게 끌려가기 전에 반려로 데려올 수 있는 적당한 나이대의 황자면서 정혼자가 없는 황자. 그 중에서도 품성에 문제가 없는 황자를 고르자니 그밖에 없었다. 그래서 스즈키 노부유키는 그 몸에 현신하며 몸에 원래 들어 있던 혼을 황제와 황후 사이에서 다시 태어나게 해 주었다. 황제와 황후는 이 몸의 원래 주인도 사랑했었지만 이 몸의 원래 주인이던 황자를 낳은 이후 황후가 16년이나 아이를 더 보지 못하다가 늦둥이를 낳자,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기르고 있었다. 덕분에 스즈키 노부유키의 동복동생은 큰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있었다. 

"아..."

태자비도 황실의 사랑둥이로 자라고 있는 어린 황자를 떠올렸는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태자의 뺨을 쓰다듬었다. 

"청룡이면... 신수인데 한낱 인간과 연을 맺을 수 있습니까?"
"한낱 인간이라니, 그대는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존재인데."

태자비는 내내 심각한 표정이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제야 조금 편해 보이는 얼굴에 태자비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주자, 태자비는 태자의 품 속에서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추며 물었다.

"제가 청룡의 비가... 될 수 있겠습니까?"
"내가 그대를 청룡의 반려로 맞는 것을 허락해 준다면 그대는 그대에게 주어진 수명을 끝까지 살아간 다음 그대의 수명이 다했을 때 윤회에 드는 대신 진짜 청룡의 반려가 되어 긴 시간을 나와 함께하게 될 것이오."

태자비는 눈동자를 도록도록 굴리며 태자가 전한 말의 무게를 생각하듯 조용히 있더니 다시 눈을 맞춰왔다. 

"만약에... 만약입니다... 만약에..."
"만약에 그대가 청룡의 반려, 그 삶의 무게를 견딜 수 없다면 그대는 그대의 수명을 누린 후에 윤회의 고리에 들어가게 될 것이오."
"...네."
"그대가 나의 반려가 되는 것을 거절한다면 내가 이 이야기를 했던 것은 모두 잊게 해 줄 것이오. 계속 지금까지처럼 태자비로 살면 되고, 나의 곁에서 미안함이나 부담감을 안고 살아갈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이 고운 아이가 청룡의 반려, 세상에 진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었던 존재의 반려가 되는 운명의 무게, 긴긴 시간을 살아가야 하는 부담을 견디지 못한다면 정말로 아무런 강요없이 윤회의 고리에 들게 해 줄 것이고, 평생 미안해하며 살지 않도록 기억도 지워줄 것이었다. 그리고 노부는 반려가 윤회를 거쳐 다시 태어날 때마다 찾아가서 다시 마음을 얻고 반려가 되기를 청해야겠지. 그리고 거절당한다면 또 그 삶이 끝나고 새로 태어나길 기다리고... 

그 이야기까지 하는 건 강요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마치다 케이타가 반려의 삶을 거절할 때 흘러갈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숨기고 부담없이 선택하라 말하자, 마치다 케이타는 노부의 입술에 가만히 입술을 맞춰왔다. 정염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지만 10살일 때의 그 아기새같던 입맞춤도 아니었다. 여전히 조금 미숙하지만 이제 아이는 아닌 이의 입술은 부드럽고 상냥하게 노부의 입술에 닿아왔다. 

"행복해지셨습니까?"

예상 못한 질문 그리고 뜻을 알 수 없는 질문에 노부가 멍하게 태자비를 바라보자, 태자비는 웃으며 노부의 눈가를 쓰다듬었다. 

"청룡님, 행복해지셨습니까?"

노부는 10년 전 '행복하세요 청룡님.' 이라고 속삭이던 귀여운 목소리를 떠올리며 이제는 아름답게 자란 그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봤다. 

"'틀림없이 행복해지게' 할 나의 은방울꽃이 내 품 안에 있으니 행복하지 않을 리가 있겠소."

태자비는 사르르 웃으며 속삭였다. 

"제가 청룡의 품 안에 있어야 청룡님이 행복해지신다니, 거절할 도리가 없겠습니다."
"진심이오?"
"제가 청룡의 반려가 되는 영광을 거절하고 윤회의 고리에 다시 들어가게 되면, 제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청룡님이 얼마나 긴 세월을 기다려야 할지, 다시 저를 만나서 다시 제게 반려 제의를 하고, 만약에 거절당하면 또 제 수명이 다하길 기다리다 제가 윤회의 고리를 거쳐 다시 돌아오길 또 기다리고 제가 자라길 기다리고 또 반려 제의를 하고... 제가 은애하는 분을 어떻게 그 외롭고 괴로운 여정을 걷게 하겠습니까."

영리한 반려는 자신이 거절하면 청룡이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할지 말해주지 않아도 내다본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 영리함에 감탄하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들떠 버렸다. 

"나를 은애하시오, 나의 비?"
"제가 생전 처음으로 꿈을 가지게 해 주고, 생전 처음으로 매일 아침 제가 보낼 하루를 기대하며 눈을 뜨게 해 주신 분인데, 어찌 은애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은애합니다. 전하. 제 온마음을 다해 은애합니다."

너무 기뻐서 참지 못하고 품 안의 어여쁜 반려를 꽉 끌어안았다. 혹여나 너무 힘을 줘서 반려를 다치게 할까 봐 너무 힘을 주지 않도록 애쓰느라 힘들 지경이었는데 반려는 청룡이 현신했다는 몸이 튼튼할 거라 믿는지 사정을 봐 주지 않고 태자를 꽉 끌어안았다. 매일 검을 수련하고 활을 수련하며 키운 신체는 절대로 약하지 않아서 강하게 끌어안긴 몸이 아플 정도였지만 그마저도 기뻤다. 

"은애하오, 나의 비, 나의 반려. 긴긴 세월을 존재해 오며 나의 무료한 시간에 빛을 드리워줄 이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그대가 내 무료한 삶에 웃음을 주고 기쁨을 주었소. 은애하오, 나의 반려."
"은애합니다. 나의 청룡님."





언제나 어여쁘고 아름다운 이였지만 항상 몇 겹이나 되는 비단으로 꽁꽁 싸매고 있던 몸이었다. 아무리 혼례를 치렀다고 하나 아직 나이가 차지 않은 어린 음인의 몸을 보는 것은 반려라고 해도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에 태자는 어린 태자비를 키우며 늘 품에 안고 어르고 손을 잡고 함께 산책하고 입을 맞춰주기도 했지만 옷 속에 감춰진 몸을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보는 태자비의 맨몸은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나 더 아름답고 유혹적이었다. 

매일 연무장에서 검과 활을 수련하지만 수련할 때도 온몸을 꽁꽁 싸매고 있는 건 마찬가지라서, 침의를 벗기고 드러난 몸은 빛을 보지 못해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태자도 검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기 때문에 굳은 살이 박인 손으로 만지는 게 미안할 정도로 부드러운 피부를 쓸어내리자 어느새 발갛게 달아오른 태자비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아프거나 무서우면 말하시오. 그대를 괴롭게 하기 위함이 아니오."

베개 위로 긴 머리를 흐트린 태자비는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프지 않습니다. 무섭지도 않습니다."

날씬한 근육이 예쁘게 자리잡아서 탄탄한 가슴을 쓸어내리다가 가슴팍의 작은 돌기를 장난스럽게 건드리자 목소리가 낮은 편인 청룡의 반려는 오싹할 정도로 아찔한 탄성을 터뜨렸다. 그 아찔한 신음소리를 들으며 아름답고 어여쁜 태자비와 함께 나누는 밤은 천 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온 청룡조차도 처음 겪는 환상적인 밤이었다. 탄탄한 근육이 아름답게 자리를 잡은 다리를 벌리자, 옷을 벗기고 온몸에 입을 맞추는 동안 이미 촉촉하게 젖어 있던 좁은 틈이 드러났다. 태자비는 6년 동안 열심히 먹고 열심히 운동하며 쑥쑥 자라서 이제는 태자와 키 차이가 그리 크지도 않은데 드러난 틈은 손가락을 넣어 보는 것조차 괜찮을지 걱정될 정도로 좁았다. 그러나 좁아 보인다고 정말로 좁은 건 당연히 아니라서 태자가 그 좁은 틈이 푹 젖을 정도로 풀어준 후에 삽입하자 태자비는 날카로운 신음을 터뜨리며 늘씬하고 긴 다리로 태자를 휘감았다. 

나의 은방울꽃이라고 부르지만 정말로 은방울꽃일 리 없는데 태자비가 흥분하면서 조금씩 흘러나온 음인 향은 어째서인지 은방울꽃의 달콤한 향을 닮아 있어서 은방울꽃의 향을 닮은 달콤한 향이 가득한 방 안에서 은방울꽃처럼 하얗고 아름다운 반려를 꽉 끌어안고 허리를 움직이자 태자비는 목소리가 낮은 편이라서 더욱 아찔하게 들리는 신음을 끝없이 토해 내면서 태자를 꽉 끌어안고 태자의 어깨에 머리를 비벼댔다. 뭘 어쩌고 싶어서라기보다 생전 처음 겪어 보는 쾌감이 홍수 뒤 쏟아져 내리는 계곡물처럼 거칠게 덮쳐오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인 듯했다. 태자비는 태자의 등을 끌어안고 마구 긁어내리다가 태자가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로 온몸을 꽉 끌어안은 채 팔과 다리를 조이기도 했고 자꾸 쏟아지는 신음이 곤란한지 태자의 어깨를 마구 깨물기도 했다. 

태자비가 쾌감의 홍수에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고 있는 걸 보면서도 태자는 스스로를 자제할 수가 없었다. 평소엔 금을 연습하다가 손가락에 굳은 살이 박이는 것만 봐도 가슴이 아릴 정도로 아끼며 돌봐 온 이인데, 그런 사람이 반쯤 울면서 고개를 마구 내젓는 걸 뻔히 보면서도, 아니 그런 모습을 보고 있어서 더더욱 허리짓은 빨라지기만 했다. 쾌감에 푹 빠져서 날아가버렸던 정신이 겨우 돌아온 건 태자비가 절정에 달한 듯 입을 벌린 채 신음소리도 제대로 못 내고 헐떡이는 걸 보며 강한 힘으로 조여오는 태자비의 안에 파정했을 때였다. 반짝이는 땀방울을 달고 있는 촉촉한 얼굴에 입을 맞춰주며 따끈하고 촉촉해진 몸을 쓰다듬고 있자, 헐떡거리며 태자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숨을 고르고 있던 태자비가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왜 그러시오, 나의 비?"
"전하의 몸에 상처를 내면 안 된다 했었는데..."

태자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이 꽉 깨물었던 태자의 어깨를 만지작거리는 걸 본 태자는 걱정스럽게 내민 입술에 입을 맞추며 웃었다. 

"마음껏 상처를 내도 괜찮소. 깨물어도 되고 할퀴어도 괜찮으니 신경쓰지 마시오."
"궁인들이 조심하라고 했습니다."
"조심하긴 뭘. 내가 그대의 반려고, 그대가 나의 반려인데 그대가 나에게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소. 그런 말에 귀기울이지 마시오."
"하긴 전하도 많이 깨무셨으니까."

태자도 흥분해서 태자비의 뽀얗고 부드러운 피부에 순흔과 치흔을 잔뜩 남겨 놓은 건 사실이라서 태자가 웃으며 사과하자 태자비는 태자의 입술을 살짝 깨물고 나서 너그럽게 용서해 주었다. 태자와 태자비는 정말로 폭풍같은 쾌감을 안겨주고 지나간 첫 정사 후에 잠시 서로를 끌어안고 노닥였지만, 태자가 장난처럼 태자비의 허리를 쓰다듬자 태자비의 허리가 비틀리며 또 다시 낮은 저음의 신음이 터져 나왔고 분위기는 금세 다시 달아올랐다.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길고 황홀했던 밤은 여름날의 이른 해가 떠오르며 창 밖이 뿌옇게 밝아올 때에야 끝났다. 그래도 태자는 여전히 태자비를 놓아주고 싶지 않아서 태자비를 품에 안고 말랑한 뺨을 쓰다듬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입을 열었다. 

"훗날 그대의 수명이 다했을 때, 그대는 나와 긴 시간을 살아가게 되겠지만 그래도 외롭진 않을 것이오."
"물론입니다. 아무리 긴 시간이어도 청룡님이 함께하실 것 아닙니까?"
"그건 당연하고... 그대가 좋아하고 따르는 둘째 형도 함께할 테니까."
"둘째 형님 말씀이십니까? 왜입니까?"
"류세이가 주작이니까?"
"류세이 황자가 주작이라고 하셨습니까? 참입니까?"
"그렇소. 류세이가 주작의 현신이오. 류세이는 태중에서부터 현신했던 터라 처음부터 그 몸으로 태어났지."
"... 괜찮은 겁니까?"
"괜찮냐니, 뭐가 말이오?"
"류세이 황자가 주작이라도.... 신수라도... 정말 괜찮은 겁니까?"

아마도 아예 관계없는 남도 아니고, 좋아하는 형의 반려가 철없는 모습만 보여준 터라 더더욱 맘에 안 드는 것이겠지만, 청룡의 반려는 주작이 정말 맘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런 자가 신수여도 정말로 괜찮은 건지 진지하게 걱정되는 모양이고. 류세이가 떄때로 철없이 굴긴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주작인데, 명색이 신수인데. 같은 신수로서 류세이를 옹호해줘야 할 것 같았지만. 긴 세월 그 철없는 주작과 같은 시간을 살아왔던 자신도 주작을 만들어낼 때 하늘이 뭔가 실수를 한 것이 아닐까 의심했던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 

"아마도... 괜찮으니 류세이가 주작으로 선택된 것이 아니겠소?"

그런 말밖에 해 줄 수가 없었다. 




이제야 밝혀지는 10살 차이
#노부마치수수께끼의황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