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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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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와서 ㅁㅇ하조 멧치지우개들아 죽지마....

밀어내야하는데. 이성적인 머리와는 달리 미치에다는 저도 모르게 눈을 천천히 감아버렸다. 미치에다가 저를 받아줄줄은 몰랐는지, 입술을 살짝 떼어내 미치에다를 내려다보던 메구로는 슌.... 속삭이듯 미치에다의 이름을 부르다가 이내 사르륵 눈을 접어 웃었다. 드물게 무방비한 미소에 되려 당황한것은 미치에다였다. 뭐,뭐야...왜 그렇게 웃어? 사람 심장 떨리게시리....

"사랑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고는 다시 입맞추는 메구로에 미치에다는 다시 눈을 감....으응..?잠...잠깐....지금 손이 어디로 가있는거야. 단추는 왜 풀어내는데?!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눈동자를 굴리며 저를 밀어내는 미치에다에도 꿈쩍하지않는 메구로는 베시시 웃었다. 저기요!그렇게 웃는다고 다 되는게 아니거든요?!

"폐,폐하 자...잠깐만요...!"

"말했잖아. 더 넘어가줄 생각 없다고."

쇄골을 지분거리는 입술의 감각이 느껴지자 미치에다는 온몸이 오싹해지기 시작했다. 아...안돼...!!

퍼억-

정신이 팔린 틈에 순결을 빼앗길(?)위기에 처한 미치에다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메구로의 뒷목을 세게 내리쳤고,

"윽...."

술에 취한 탓에 모든걸 방심하고 있다가 아내에게 명치를 공격당한 메구로는 그대로 기절해 미치에다의 품으로 쓰러져내렸다. 어릴때부터 합기도 배운걸 남편한테 써먹게 될줄이야...

"이게 다 무슨 일이야..."

미치에다는 제 품에 쓰러진 메구로를 안은 채 넋을 놓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랑해'

메구로의 목소리가, 알코올향이 남아 쌉쌀하지만 달콤했던 키스가, 머리속에서 반복재생됐다. 안돼, 정신차려야해. 미치에다는 그 어느날의 쿄헤이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쿄헤이. 만약에요, 메구로 슌스케 황후를 죽인 진짜 범인이 밝혀져서 메구로 슌스케 황후의 억울함이 풀리면, 나도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갈수 있는건가요?'

'그럴지도 모르죠. 황후마마의, 그러니까 진짜 메구로 황후마마의 모래시계의 모래는 일단 존재하고 있는 상태니까요.'

언젠가는 메구로 슌스케 황후의 원래 영혼으로 돌아오고, 나도 원래 살던 21세기로 돌아가는 날이 올거야. 메구로 렌 황제는 어쨌든 메구로 슌스케 황후를 사랑하는거잖아. 내가 아니라... 진짜...메구로 슌스케를. 그러니까 정신차려야해.

"슌...."

제게 맞아 기절한 와중에도 제 이름, 아니 메구로 슌스케 황후의 이름을 부르는 메구로 렌 황제에 미치에다는 조금 울고싶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미치에다 슌스케야."

미치에다 슌스케라고, 메구로 슌스케가 아니라. 메구로의 등을 껴안은 채로, 미치에다는 그 말을 몇번이고 반복했다.

"폐하 어디 불편하십니까?"

"오늘따라 이상하게 뒷목이 아프네...담이라도 온것같아."

피곤한 얼굴로 뒷목을 연신 꾹꾹 누르는 메구로에 제발이 저린 미치에다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슌."

"네,네?! 왜 그러세요?!설마 제가 폐하 뒷목이라도 후려쳤을거라고 의심하시는건 아니겠죠?!!!제가 감히?!!!"

"....?오늘 저녁식사는 궁 밖으로 나가서 먹기로 한 약속...잊지 않았냐고 물으려한건데."

"아...그...그거요! 그,그럼요..!하..하핫..."

"슌, 혹시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아까부터 이상한데."

"무슨?!!! 제가 뭐가요?!!"

수상할 정도로 펄쩍 뛰는 미치에다를 가만히 바라보던 메구로가 미치에다에게 다가갔을 때였다.

똑똑-

"황후마마, 국혼 기념식때 입으실 의복이 완성돼ㅆ...."

"뭐?! 제 의복이 완성돼요?! 아이고 그럼 또 제가 당장 가서 입어봐야죠!!햐!!! 신난다!! 기대된다!!! 으하하핳!!"

방에서 허겁지겁 뛰쳐나가는 미치에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메구로 황제가 입을 열었다.

"서기관."

일제히 메구로 렌 눈치보기 운동 중이던 황제궁의 궁인들은 서기관을 부르는 낮은 목소리에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였다. 그것은, 메구로 렌 황제를 오랫동안 모신 서기관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그는 다소 긴장어린 눈동자로 제 주군을 바라보았다.

"네 폐하."

"기념식이 끝나면, 황후궁에 제국 내 유명한 제단사들을 전부 부르도록 해. 슌이 원하는 옷들은 전부 만들수 있도록."

??지금 누가봐도 황후마마께서 피하신거같은데..? 일제히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던 황제궁의 궁인들은 황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서도 미소를 거둘줄 모르는 황제의 모습에 모르는척하기로 했다. 사회생활에 있어서, 진실보다는 거짓이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였다.

한편 도망치듯 응접실로 온 미치에다는 왜인지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술취해서 필름 끊긴거야?? 그럼 나한테 키스한건 뭐야?! 기억도 못할거면서 사랑한다는 말은 왜 해!!!! 당신은 이 세계에서 태어난걸 다행으로 여겨야해! 21세기였어봐!!!

"사형감이야....사형감...."

어젯밤의 메구로를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중얼거린 미치에다는 또 술 취한 황제놈이랑 같은 방에서 자면 사람이 아니라 개다 개....분한 마음을 삭이느라 애써야했으며, 황후마마의 몸시중을 들다 고운 입과 그렇지 못한 살벌한 내용을 들어버린 황후의 어린 몸시종은 황후마마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위해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더랬다.

화려한 황실 의복은 입어도 입어도 적응이 안된다고 생각하며 지친 몸을 이끌고 황후궁으로 돌아가던 미치에다는

"스미다 공작가의 장남 스미다 호타루가 황후마마를 뵙습니다."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렸다. 어쩐지...메구로와 미묘하게 닮은 느낌의 얼굴을 하고 있는 사내를, 미치에다는 저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지?심장이...두근거려....나 사실은 이런 얼굴에 약했던건가? 내가 금사빠였던거냐고! 미치에다는 혼란에 빠진 얼굴로 사내를 바라보았고, 사내는 그런 미치에다를 향해 싱긋 웃었다.

아...되게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웃는 모습 보니까 전혀 아닌것같아. 렌이 웃는게 좀더 눈이 예쁜 반달모양으로 접히ㄴ....뭐야,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미쳤나봐. 고개를 세차게 저어 메구로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는 미치에다에

"황후마마?"

스미다 공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미치에다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어색하게 미소지어보였다. 스미다공자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황후마마는 여전하십니다. 여전하다니, 메구로 황후와도 잘 알고지낸 사이였나보네.

"실은 유학을 떠나기 전, 황후마마께 국혼 기념일을 축하드린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서 이리 찾아뵈었습니다."

"아...감사합니다."

"국혼기념식 연회에도 참석하고싶었는데 아쉽네요."

황후마마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싶었는데요.하며 싱긋 웃는 스미다 공자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자마자 미치에다는 또다시 폭풍을 마주한 파도처럼 요동치기 시작하는 심장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후마마..?"

'어떻게 된거야!!! 제대로 전달된거 맞아?!!!!'

'분명 연회 테이블에 제대로 들어간것을 확인했습니다..!'

'근데 왜 ....가 멀쩡한거냐고!!!'

미치에다는 머리속을 어지럽히는 목소리들에 윽...작은 신음을 내버리고 말았다.

"황후마마, 괜찮으십니까..?"

"공자....미안한데...제가...지금 머리가 좀 어지러워서....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나누어도될까요?"

"저런....제가 아픈 분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나봅니다."

스미다는 미치에다의 손을 끌어당겨와 손등에 입을 맞췄고, 미치에다는 유난히 뜨겁게 느껴지는 감각에 움찔하며 손을 빼내었다.

"제가 제국에 다시 돌아올때는, 건강하셔야합니다. 아픈곳없이. ...여전히 아름답게."

스미다공자를 뒤로한 미치에다가 지끈거려오는 이마를 짚고 힘겨운 발걸음을 옮길때였다. 돌연 달콤하고 향긋한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포도향 향수도 있었나...향기에 홀린듯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 미치에다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호타루, 한참을 찾았잖니."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자태가 마치 여름에 만개한 장미를 연상케하는 고혹적인 매력을 풍기는 여인은, 미치에다에게 절대 초면이 아니였다.

"죄송해요 어머니. 황후마마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있었거든요."

어머니...? 공자의 어머니라면....스미다 공작부인..?그치만 저 사람은 분명 그때 하세가와 백작과 정원에서 입맞추던 여인이잖아. 이게 뭐야, 두 사람이 내연관계라는거야? 혼란스러운 기색으로 공자와 공작부인을 번갈아보던 미치에다를 향해 스미다 공자는 싱긋 웃었다. 황후마마

"제게 잘 다녀오라고 인사해주실수 있나요?마지막으로 인사를 받는다면 그건 황후마마였으면 좋겠는데."

"네?"

호타루! 스미다 공작부인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그를 말렸지만

"서국에서 돌아오게 되면 그땐, ...에 있을테니까."

뭐라고 하는거지? 스미다 공작부인은 왜 갑자기 공자를 꾸짖는거지.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포도향이 너무 짙어서 그런가 머리가 어지러워.

슌...!멀리서 제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는 다급한 메구로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폐하, 아무래도 오늘...저녁 약속은 지키지 못할것같아요. 죄송해요, 약속 못 지켜ㅅ....

'렌, 미안해요. 약속 못지켜서...'

어쩌면 저는,아니 미치에다 슌스케는 메구로 렌과의 약속을 어긴게 처음이 아니였나보다.

미치에다는 알수 있었다. 여긴 꿈 속이라는 사실을. 그렇지않고서야, 아까까지만해도 치렁치렁하고 귀찮기 짝이 없던 황후의복을 입고 눈이 아플정도로 번쩍거리는 황금칠이 되어있는 황제궁이 아닌, 제가 제일 아끼는 야마다 료스케 콘서트 굿즈 후드티를 입고 숲 한가운데 서있을 리가 없으니까.

여기가 어디야 대체. 한참을 숲을 두리번거리던 미치에다의 눈은 익숙한 인영을 발견하고는 크게 뜨였다. 너는...

이곳의 나...그러니까 메구로....슌스케? 그러나 왜인지 미치에다는 목소리가 나오지않았다.

네가 자살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죽은거 알고있었어?! 널 죽인 사람이 누구야?!!! 왜 내가 네 세상에 떨어져버린건데?!우리는 어떻게 해야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수있는데?! 묻고싶은 말도, 하고싶은 말도 너무 많은데 미치에다는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미치에다를 가만히 바라보던 메구로 슌스케가 입을 열었다. 미치에다 슌스케.

"마음대로 널 이곳에 데려와서 미안해."

날 이 곳에 데려온게 너라는 소리야? 어째서?

"...그를 위해서는...어쩔수없었어."

뭐?

"그를 구해줘."

이게 무슨 소리야. 나더러 누굴 살리라는거야?난 지금 너대신 이 정글같은 황궁에서 하루하루 생존 서바이벌로 살아가고있는데!

"너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하려고 찾아왔어."

그러니까 누구를!!!

"너 역시 그를 사랑하게 될거야. ...내가 그랬던것처럼."

....설마 황제를 말하는건가??내가 걔를 왜 사랑해?!미쳤어?! 물론 요새 쪼오끔 멋있어보이긴하지만...쬐애끔 두근거리긴했지만! 그래도 사랑이라니!사랑이라니! 아무리 꿈이라도 그렇지 선 세게 넘네?!

"....그를 부탁할게."

그러니까...그렇게 말해ㄷ...어어?어디가! 야!!! 가지마봐!! 갈거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게 하고 가라고!!!

"으아악!!!"

번쩍 눈을 뜨며 비명을 지르는 미치에다에 진찰에 여념이 없던 태의 역시 소스라친 비명을 내질렀다.

"화,황후마마...괜찮으십니까?"

뭐야, 꿈이야? 아니야, 이렇게 생생한데? 어디로 사라진거야 메구로 슌스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미치에다를 향해 안쓰러운 눈빛을 보냈다.

"황후마마... 너무 상심하지마세요. 비록 지금 이 곳에 계시지 않지만 폐하께서는 황후마마를 많이 걱정하셨습니다."

어딘가 거대한 오해를 하고있는 태의의 위로가 미치에다에게 닿을 리가 없었다.
이게 진짜..지 할말만 하고 사라지기 있냐?!!! 홈그라운드라 이거지?! 2023년에서 만나면 두고보자...

똑똑-

속으로 메구로 슌스케에게 험한말들을 쏟아내던 미치에다의 분노는

"타카하시입니다."

쿄헤이의 등장으로 잠시 사그라들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그보다, 무슨 일 있나요?"

주변을 모두 물려달라는 쿄헤이의 부탁으로 조용해진 방 안에서도 쿄헤이는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쿄헤이, 무슨일이라도 있는거에요?"

미치에다의 재촉에 쿄헤이는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게....실은...황후마마의 모래시계가....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엑? 가뜩이나 모래도 없는데?!그거 모래 전부 사라지면 죽는다면서요! 나 죽는거에요?!"

"'진정하세요. 제가 말씀드린건 당신이 아니라 진짜' 메구로 슌스케 황후마마의 모래시계를 말한겁니다."

아 그렇지, 내 얘기일리가 없잖아. 애초에 나는 가짜고, 대역일뿐인데. 쓴웃음을 짓던 미치에다는 이내 아무렇지않은 표정을 꾸며내었다.

"메구로 슌스케의 영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거에요?"

"아니요...움직이는게 아닙니다. 말그대로...줄어들고 있어요."

그리고...자못 심각해진 표정의 쿄헤이가 두개의 모래시계를 꺼내들었다. 느리게,하지만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메구로 슌스케의 모래시계, 그리고...

"....메구로 슌스케 황후의 모래가 줄어들수록...제 모래시계가 채워지고있군요."

"이유는...모르겠습니다. 확실한것은..."

두분의 운명이...서로 바뀌었다는겁니다. 완전히요.



메메밋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