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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8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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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카자와는 자꾸만 가빠지는 호흡을 가다듬으려 애를 썼다. 체온이 낮은것도 아닌데 자꾸만 턱이 덜덜 떨려오고 조여오는 허리띠에 몇번이고 허리를 숙여 헐떡였다.

'그 자가 칼이라도 빼어든다면 어떡하려고 해! 누구도 그자를 막지 않을테고 너는 찰나에 죽게될거야!'

오마루의 떨리는 목소리가 자꾸만 귓바퀴를 맴돌았다. 물론 그럴수도 있겠죠 오마루님.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 그분의 칼이 무섭지가 않아요. 현실감이 없는걸까요? 그분이 저를 베는것보다 제가 오마루님이 아니라는것을 알게된 그분의 반응이 저를 더 두렵게해요.

오마루 대신 이와모토를 만나러 간 자리에서 후카자와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가 다과집의 단골인 그 젊은무사라는 것을, 제가 모른척 당고를 챙겨주면 곤란해하는 표정 뒤로 들뜬아이의 눈을 했던 그라는 것을. 그렇구나. 이분이 오마루님께 혼담을 넣으신거구나. 그렇게만 생각했을뿐인데, 후카자와는 저도 모르는 마음한켠이 와르륵 무너지는듯 하여 잠시 방황하였다.

그제서야 오마루가 성을 내던 이와모토의 태도가 이해가갔다. 저와 마지막으로 만났을때 나누었던 이야기, 진실로 들을 수 있을거라 생각지 못했기에 용기내어 청했던 화과자에 대한 감상. 모두 당신이셨군요. 그 자상함에 주책맞게 설레다가도, 다시 현실이라는 진창을 밟고 마는것이다. 이렇게 오마루의 행세를 하고 그의 곁에 섰지만. 결국 저는 오마루가 아닌 평생 드러나서는 안될 오마루의 그림자. 절대 오마루가 될 수 없는 미천한 종놈, 후카자와 타츠야.

그럼에도 설레어버렸다. 감히 저가 바랄 수 없는 존재에게. 오마루님을 향한 그의 다정함이 마치 저를 향한것인양 착각해버렸다.

시종들에겐 최소한의 촛불만 밝히도록 부탁했다. 이미 벌건대낮에 몇번이고 얼굴을 마주한 이였지만 이 밤은 거리감부터가 다를것이다. 이 두꺼운 화장과 겹겹이 싸인 혼례복으로 꽁꽁 감춘 저의 초라한 알맹이를 이와모토가 보게된다면 그는 어떤 반응을 할까.

조롱당했다 생각하시겠지. 애초에 성별부터가 다르니. 속았다는 수치심과 저를 향한 경멸에 휩싸인 이와모토의 얼굴을 제멋대로 상상한 후카자와는 두 눈을 꾹 즈려감았다.
그래 어쩌면, 차라리 죽는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살아서 그런 수치를 당하느니, 단칼에 저를 베는것이 그의 자비일수도 있다. 수모가 저를 데리러 오기전 오마루가 다급히 타비 안쪽으로 밀어넣어준 단검의 무게가 무거웠다. 오마루님... 내가 죽게되면 오마루님은...

신방의 문이 밀리는 소리와 함께 후카자와는 급히 숨을 들이마시며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차마 그 소리의 주인을 바라볼수 없어 파르르 떨리는 시선이 정갈한 다다미바닥위로 곤두박질쳤다. 열려진 문 사이로 성큼 들어선 발소리가 가까워졌고, 후카자와는 애써 떨리는 몸을 다잡으려 이를 악물었다.

주안상을 사이에 두고 제 앞에서 선 이와모토를 향해 새신부답게 절을 올린 후카자와가 몸을 일으키려하자 이와모토는 손을 들어 그런 후카자와를 저지했다. 옷이 길어 불편할것 같으니 부디 그대로 계십시오. 저 다정함이 매순간 저를 무너뜨린다는 것을 그는 알까.

이와모토가 맞은편에 앉자 잠시 숨을 고르던 후카자와가 차분한척 술병을 들어 이와모토의 잔을 채우기위해 가져갔다. 그러자 그를 가만히 보고 있던 이와모토가 손을 들어 술병을 든 후카자와의 손을 감쌌다.

"...!"

"...떨고 계시군요."

후카자와는 저도 모르게 이와모토와 눈을 마주하였다, 황급히 돌리며 잡힌 손을 거두려하였으나 이번에는 이와모토가 다른 손으로 후카자와의 덜덜 떨리는 턱을 감싸쥐었다. 더이상 이와모토의 눈을 피할 수 없게된 후카자와가 두려움으로 가득한 눈을 여지없이 이와모토의 앞에 내비치었다.

"...두려우십니까?"

순간 후카자와는 이와모토의 얼굴을 스친 슬픔을 읽었다. 항상 무딘표정을 철갑처럼 두르고 있던 이와모토였다. 아주 찰나로 스쳐간 감정이었으나 후카자와는 그것을 읽어버리고 말았다. 마치 그가 단것을 좋아하는것을 처음 알아버렸던 날처럼. 그래서 후카자와는 머뭇거리며 슬쩍 고개를 틀어 제 턱을 감싼 이와모토의 손에서 벗어났으나 잡혀있는 손은 얌전히 내주었다. 이와모토는 그런 후카자와를 말없이 보다 흰 손등을 쓸며 말했다.

"너무 두려워하지마세요."

"..."

"이 선을 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내 제 손을 감싼 손을 물린 이와모토를 조금은 안도한, 그러나 무언가가 남은듯한 눈으로 바라보던 후카자와가 다시 정신을 다잡으며 술병을 기울여 이와모토의 잔을 채웠다. 이와모토가 물끄러미 그 잔을 바라보다 입으로 가져갈때였다.

"...두려운 것은... 나으리가 아닙니다."

"..."

"저는..."

나으리를 모실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 말을 속안으로 중얼거리며 후카자와는 애꿎은 소매자락만 잔뜩 구겨쥐었다. 그러자 조용히 술잔을 다시 내려놓은 이와모토가 술병을 가져가 후카자와 앞에 놓인 잔을 채웠다.

"기다릴것입니다."

후카자와가 놀라 동그래진 눈으로 저를 올려다 보아도 이와모토는 잠자코 그가 저를따라 제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올릴때까지 기다렸다.

"그대가 저를 반려로 받아들여주실때까지."

흔들리는 후카자와의 눈빛을 뒤로하고 이와모토는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후카자와는 마음이 떨리면서도 시려와 고개를 떨군채 손에 쥔 술잔을 들여다보다 살금 입술만을 적셨다.
오마루님... 오마루님이 여기 앉아계셨다면...
후카자와는 이 중요한 순간을 오마루가 놓쳤다는 생각에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안도하는듯한 자신에 소름이 돋아 저 자신에게 벌을 주듯 소맷자락 밑으로 숨긴 제 손등을 우악스럽게 꼬집었다. 지금의 자신은 오마루이다. 후카자와의 감정은 버리고, 오롯이 오마루에 이입해야만 한다. ...이와모토는 오마루를 아껴줄것이고, 존중할것이다. 그리고 좋은 반려자가 될것이다. 어쩌면 둘은... 어울리는 한쌍이 될것이다. 두 눈을 즈레 감은채 스스로에게 몇번이고 주입시킨 후카자와가 다시 눈을 뜨자 이와모토가 기다렸다는듯 입을 열었다.

"제가 이기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

"네...?"

"...어찌되었든 저는 전장의 선두에 서야하는 사람이니까요. 정을 나누어봤자, 남겨진 사람만 괴로울 뿐이겠죠."

후카자와는 지긋이 제 입술 안쪽을 사려물었다. 아니라며 그를 두둔하고 싶은 자신과 오마루를 지켜야하는 자신이 후카자와의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당신이 제게 무운을 빌어주신 그날, 더이상 마냥 그대의 답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만남을 청했습니다."

"...나으리..."

"좀 더 저에대해 알아주셨으면 하여서, 좀 더 당신과 가까이..."

"그만, 그만요..."

이와모토의 절절한 고백에 후카자와는 결국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저 고백을 들어야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다. 그는 지금 잘못된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이것 또한 자신의 업보가 되겠지. 후카자와는 자꾸만 차오르는 눈물을 떨치기 위해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감히 눈을 마주칠수도, 고개를 들 수 조차 없었다.
이와모토는 그런 후카자와를 슬픈얼굴로 바라볼 뿐이었다.

"...우리에게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저를 온전히 받아주실 수 있었을까요."

"나으리...제발..."

"..."

어떻게든 지금 이 상황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하는 후카자와를 애절하게 바라보던 이와모토가 짧은 한숨과 함께 몸을 일으켜 돌아섰다. 혹여 그가 신방을 박차고 나서기라도 할까 놀란 후카자와가 그런 이와모토의 등을 눈으로 쫓았다.
다행히 이와모토는 문을 박차고 나간다거나, 무언가를 부순다거나 하지않고 가만히 창가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 넓고 단단한 등이 굽은채로 가늘게 떨리는것을 어두운 조명탓에 후카자와는 보지못했다.

한참을 창가에 기대 숨을 고르던 이와모토는 머지않아 초연해진 얼굴로 다시 후카자와의 곁에 돌아와 앉았다. 좀전의 가부좌가 아닌 무릎을 꿇은채였다. 후카자와는 좀전과는 달라진 이와모토의 표정에 그와 시선을 맞추지않기로 한것도 잊은채로 그런 이와모토를 올려다보았다.

"...그대의 인생에 함부로 끼어들어 미안합니다."

"...?"

"차라리 잘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미련없이 날이 밝는대로 출정할 수 있습니다."

"나으리...?"

"...그대가 자유를 원했다는걸 압니다."

이와모토가 고개를 들어 결연에 찬 눈빛을 보였다. 후카자와는 마치 그가 제 숨줄을 틀어쥔것처럼 호흡을 멈추었다.

"안살림을 맡는 이의 이름은 카즈코입니다. 날이 밝으면 수모와 함께 그대를 모시러 올것입니다. 곳간을 살피고, 쓸만한것은 전부 내다 파세요. 아시다시피 제 모친이 홀로 남아계시지만, 모친의 노후대비는 되어있으니 모친앞으로 집만 남겨주시면 됩니다."

"ㅇ,예...?"

"금고를 포함한 장부의 위치는 시종장인 키타하라만 알고있습니다. 믿을만한 자이니 재산에 관련하여 물을것이 있거든 언제든 물으십시오. 저와 모친의 장례며, 제 사후보상 또한 그가 알아서 처리할것입니다. 보상중 전답이나 재물로 들어오는것은 그대와 모친에게 반씩 돌아가게 일러두었으니 그대로..."

"나으리. 지금 무슨..."

이제 후카자와는 이와모토쪽으로 완전히 몸을 돌린채였다. 흔들리는 동공으로 저를 바라보는 후카자와에 이와모토가 슬며시 웃으며 큰 손을 들어 조심스레 후카자와의 올린머리를 쓰다듬었다.

"떠나도 좋습니다, 내가 전사한 이후에."

"..."

"준비는 전부 되어있습니다. 그대는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부디 자유롭게...
이와모토의 마지막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붉게 물든 후카자와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방울져 낙하했다. 이와모토는 후카자와의 눈물을 조심스레 몇번이고 닦아주며 마른 등을 도닥였다. 그런 이와모토를 원망스레 쳐다보던 후카자와가 이내 숨이 가빠오는듯 허리를 숙여 울음을 토해내었다. 부인, 부인. 부탁이니 눈물을 거두세요. 울지마세요. 이와모토가 자세를 낮춰 달래듯 이르자 후카자와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부인, 제발 울지마세요. 어차피 그 누구도 살아올 수 없는 전장입니다."

"왜...!"

"..."

"왜 그런말을 하세요...?"

왜 그렇게 말하세요, 왜 죽을사람처럼구세요 대체 왜!!!
가쁜숨을 몰아쉬며 토해내듯 내뱉은 후카자와가 목놓아 울었다. 결국 져버리고 말았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울지말라고요...? 그럼 제가 어떻게 할까요. 웃을까요? 감사하다고 절이라도 할까요? 나으리 목숨값으로 저는 자유롭게 멀리멀리 떠나렵니다 춤이라도 출까요?!"

"부인. 누가 듣겠습니다."

"들으라고 하세요!"

"..."

"멍청하게 사랑에 눈이 멀어 제 목까지 바치려드는 바보천치가 여기있다고..."

그때 무운을 빌어드리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 미소를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당고를 챙겨주지 말았어야했는데. 애초에 당신과 마주치지 말았어야했는데.
제 가슴을 치며 우는 후카자와를 말리다 못한 이와모토가 후카자와의 양팔을 휘어잡아 저지하더니, 이내 그를 단단한 품에 안았다. 후카자와는 그런 이와모토의 등을 맥없이 내려치다 그의 옷자락을 부여잡으며 흐느껴울었다.

"죽지마세요... 죽으려하지 마세요. 그러지마세요..."

"...하..."

"숨만 붙어있어도 좋으니 제발..."

살아주세요. 내게로 돌아오세요. 마지막말은 차마 전하지 못한채 눈물과 함께 흘려보내었다.

"연모합니다. 그대를..."

어느새 촉촉해진 눈으로 저와 시선을 맞춰오며 애틋하게 속삭여오는 이와모토에 후카자와는 젖은 한숨을 토해내며 두 눈을 감았다. 곧 이와모토의 체온이 후카자와의 입술위로 내려앉았다.


-


"응... 나으리... 하아... 나읍..."

"...하... 이름을 불러주세요..."

"흣..."

"감히 남편의 호칭을 강요하진 않겠습니다. 이름이라도 불러주세요."

몇번이고 입을 맞추었을까, 얼마나 혀를 섞었을까.
어느새 이부자리 위로 눕혀진 후카자와가 벅찬 숨을 몰아쉬며 이와모토의 볼을 감싼손을 꼼질거렸다.

"못해요... 저는... 응..."

"제발... 부인..."

절레절레 고개를 젓다가도 달아오른 귓바퀴를 물어오며 속삭이는 낮은 목소리에 굴복해버린 후카자와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히...카루...님... 히카루님. 히읍..."

결국 따라붙고야마는 존칭이 원망스럽다는듯 이와모토가 후카자와의 입술을 덮쳐눌렀다. 그 데일듯한 체온에 놀라 입술을 벌리면 더 뜨거운 살이 입안을 헤집고 들어온다.
위험해. 너무도... 이대로 가면 들켜버리고 말아... 머릿속을 한시도 비우지 않는 경고는 곧 이와모토의 체온이 닿는순간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진다. 마지막일테니까. 이 밤이, 처음이자 마지막...

후카자와의 숨이 차오르자 이와모토의 입술이 다급하게 발긋한 귓바퀴로 옯겨간다. 그렇게 귓볼, 그리고 귀밑, 흰 목덜미까지.
어쩔줄 몰라 허공을 멤돌던 후카자와의 손을 발견한 이와모토가 잠시 몸을 일으켜 조급한 손길로 제 허리띠를 풀어 웃통을 벗어젖혔다. 그렇게 드러난 근육질의 가슴위로 후카자와의 흰 손을 끌어다 놓는다. 아.. 저릿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신음을 뱉은 후카자와의 입술이 다시 삼켜졌다.
눅진한 열기에 둘러싸여 후카자와는 제 예복을 벗기기 시작한 이와모토의 손조차 알아차리지 못한채 그의 입술에 매달렸다. 이윽고 이와모토가 제 목덜미 위로 이를 세우며 흰속곳의 옷깃을 끌어내렸을때야 겨우 정신을 차린 후카자와가 헛숨을 들이키며 그런 이와모토의 손을 잡아세웠다.

"..."

"..."

제 아래에 누워 희고 마른 어깨를 반쯤 드러낸채 저를 올려다보는 후카자와의 눈 속 정염과 그에 섞여드는 두려움을 읽어낸 이와모토가 슬프게 웃었다.

"무엇이 그대를 두렵게하오...?"

"하아..."

"...역시 나인가..."

후카자와는 조심스레 제 옷깃을 여미는 이와모토의 손과 상처받은듯한 그의 얼굴을 번갈아보다 손을 물리며 몸을 일으키려는 이와모토의 팔뚝을 잡아 멈추었다.

"두려워요... 두렵지만..."

"..."

"...제게서 떨어지지 않으셨으면 해요... 이대로 함께 있어주시길 바래요..."

지금 자신이 내놓을 수 있는 최대한의 답을 내놓은 후카자와를 홀린듯이 내려다보던 이와모토가 한숨을 쉬었다.

"그대는 몰라... 지금 그대가 얼마나 잔인한지..."

불안한 얼굴로 저를 간절히 바라보는 후카자와의 흰 이마위로 입맞춘 이와모토가 그의 가는 허리를 끌어안으며 부어오른 입술을 물고빨아들였다.


-


새벽의 빛이 창문턱을 넘었다. 곤히 잠든 이와모토의 곁에 웅크려앉아 끌어안은 제 무릎위로 얼굴을 기댄채 이와모토의 머리칼을 쓰다듬던 후카자와가 소리없이 흐른 눈물줄기를 대충 문질러 닦았다.
간밤 제 귀에 대고 끝없이 속삭였던 이와모토의 사랑에 저는 답하지 못했다. 이와모토는 그래도 괜찮다는듯 저를 품안에서 놓지 않았다. 육체보다 정신의 쾌락만으로 충족되었던 밤이었다.

이제 곧 첫닭이 울 시간이었다. 한숨도 자지않고 이와모토의 얼굴을 머릿속에 새기듯 바라본 후카자와가 제 입술에 남은 이와모토의 체온을 찾듯 아직 부어있는 입술을 꾹 눌렀다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이제 돌아가야지. 오마루님 또한 지난 밤새 한순간도 잠에 들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시간 웅크려있던 다리가 저려왔다. 이와모토의 정을 받아낸 허벅지 안쪽 또한 후끈거렸다. 저를 벌거벗기듯 핥던 이와모토의 눈빛이 다시금 떠올라 소름이돋은 후카자와가 잠시 걸음을 멈췄다.
돌아본곳에는 간밤의 사내는 온데간데 없이 말간얼굴로 잠든 이와모토가 있다.

"...은애합니다..."

그러니 살아만있어주세요. 이제 두번다시 같은 땅을 밟지 못한다고 하여도, 그것으로 족하니까.
안녕히. 하룻밤의 낭군님.









[5년 후]










"물럿거라! 백전백승의 대장군! 이와모토 히카루쇼군이시다!!!"

천황으로부터 공을 치하받고 기세등등히 귀향한 군단이 온 마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우월한 체격에 금장으로 장식한 철갑을 두른 채 꼿꼿한자세로 말에 탄 대장군의 기세가 모든 화제의 중심이었다. 천황이 하사한 성으로 가기전 반드시 사가에 들려야겠다는 대장군의 명으로 고요했던 에도의 거리가 그 어느때보다 벅적시글했다.

말에 탄채로 대문을 들어선 대장군을 맞이한것은 혼인을 치루자마자 남편을 전장으로 보낸뒤 지난 5년간 홀로 묵묵히 사가를 지키고 내외조를 막라하며, 현명한 살림으로 이전보다 배의 재산을 꾸려놓은 조강지처였다.
5년만의 재회임에도 사뭇 초연한 얼굴을 한 부인이 말에서 내린 대장군에게 예를 갖춰 허리를 숙이려하자 손짓으로 이를 저지한 대장군이 앞장서 안채로 걸어들어갔다.

"안채를 비워라."

둘만 있고 싶구나.
시종들이 육중한 철갑을 벗겨 정리하기가 무섭게 대장군이 명을 내리자 한쪽에 가만히 서있던 부인을 남겨둔 모든 이들이 물러났다.
무려 5년만에, 죽음의 전장에서 남편이 살아돌아왔음에도 흔한 눈물이나 인삿말 한마디 없이 다소곳하게 두 눈을 내려뜬채로 고고하게 서있던 부인의 앞으로 성큼 다가선 대장군이 대뜸 물었다.

"부인은 어디있습니까."

"..."

이와모토의 물음에 그제서야 시선을 들어 그와 마주한 오마루가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건지요, 대장군."

이와모토는 그런 오마루에게 무심한 얼굴, 아니 서슬퍼럴 정도로 차가운 얼굴을 감추지 않으며 재차 물었다.

"제 아내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습니다. 오마루님."





오마루로스에 시달리는 중.. 오마루쨩 보90다... 나의 오마루쨩... 가끔이라도 좋으니 제발 콘서트에서라도 해줘...



이와후카 이와훗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