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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4 04:43


연반ㅈㅇ 알오ㅈㅇ



"정혼자?"

태자는 헛움음을 터뜨렸지만 총관태감은 목구멍을 틀어막는 듯한 짙은 살기에 숨을 쉬지 못하고 끅끅거리고만 있었다. 총관태감에게서 숨 넘어가는 소리가 나자 태자는 쯧 혀를 차고 살기를 거둬들였다. 

"그 늙은이의 첩이 열 손가락을 넘은 지가 오래인 걸로 아는데 정혼자? 풍국의 황제는 수치를 모르나?"

총관태감은 여전히 덜덜 떨리는 몸을 겨우 일으키며 고개를 숙였다. 

"그 왕야가 공식적으로는 황제의 숙부이나..."
"황제의 친부지."

풍국의 선황에게는 후궁이 많았으나 자식은 매우 적어서 아들 하나, 딸 둘만 남겼다. 아무도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사실 모두가 풍국의 선황이 생식 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 황제가 사실은 선황후가 황제의 친형제와 통정해서 아들을 가진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물론 있었다. 풍국의 황위 정통성에도 얽힌 문제라서 아무도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선황이 졸하고 난 후 황제가 즉위하며 숙부를 극진히 대접하는 것을 보며 그 의심은 더욱 커졌다. 

그렇다고 해도 말이지...

"그래서 풍국에서 원하는 게 뭐야?"
"공식적인 사과와..."
"사과와?"
"... 태자비 전하를..."

총괄태감은 이번에는 정말로 각오하고 있었다. 이 태자가 어린 태자비를 품에 안고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는 것은 이 황궁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그 태자비를 내놓으라니. 그것도 나이가 60이 넘은 노인네의 애동으로 삼게 내놓으라니, 태자가 용서할 리 없다는 걸 알아서 각오했는데도 조금 전보다 더 짙게 흘러나오는 살기 때문에 숨통이 조여서 바닥에 쓰러진 채 헐떡여야 했다. 이번에는 살기가 방문도 넘어 흘러넘쳤는지 방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궁인과 호위들까지 무릎을 꿇고 쓰러지는 소리와 숨 넘어가며 괴로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태자는 그제야 자신이 살기를 흘렸다는 걸 눈치챘는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살기를 거둬들였다. 





물론 태자는 태자비를 어디로든 보내줄 생각이 없지만 누군가 그의 태자비를 요구했다는 것만으로도 당장 그 뻔뻔한 자의 숨통을 끊어놓고 싶을 정도로 불쾌했기 때문에 태자비가 석반을 함께 먹기 위해서 기다리는 은방울꽃궁으로 가기 전에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전쟁은 안 된다. 태자는 전쟁이 정말 싫었다. 몇백 년 전 현무가 이성을 잃고 현무의 진노가 전 대륙을 휩쓸고 대륙을 지배하던 제국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후 대륙은 몇백 년간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많은 남녀가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었고 어린 아이들이 전쟁에 휘말려서 또 목숨을 잃었다. 많은 이의 일상이 파괴되고 생을 끔찍하게 마감해야 했다. 그때 그 광경을 지켜보았던 태자는 제 손으로 이 대륙에 전쟁의 피바람이 다시 불게 하기는 싫었다. 

그러나 태자는 자신이 긴긴 시간을 살아가면서 처음으로 마음에 들인 반려를 잃으면 그때와 현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누구도 자신의 반려를 해치거나 앗아가게 둘 수는 없었다. 그 노망난 늙은이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황제도 태자가 분노할 것을 알았기 때문에 풍국에서 다시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못하도록 확실히 대처할 테니 나서지 말라고 경고해 두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참을 수 없는 것도 있었다. 태자가 분노를 억누르며 이 겁없는 늙은이와 수치를 모르는 풍국의 황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방 밖에서 방문을 고하는 소리가 들렸다. 

"전하, 아마미야 공이 방문했습니다."
"들라 하라."

태자가 오후 내내 분기를 참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한 번 짙은 살기에 노출됐었던 궁인들이 여전히 허연 낯빛으로 모두 덜덜 떨고 있었지만 아마미야는 상쾌한 얼굴로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궁인이 차를 내 주고 나가자마자 휙 손을 휘둘러서 소리를 차단한 아마미야는 태자를 방문한 객 답지 않게 방만한 태도로 여유롭게 앉아서 찻잔을 들었다. 

"너 때문에 궁인들 싹 뒈질 뻔했다면서?"
"... 왜 왔어?"
"류세이가 수치스러워 죽으려고 하길래 너는 어쩌고 있는지 구경왔지."

아마미야는 정말로 재미있는지 실실 웃고 있었다. 아마미야는 공식적으로는 태자가 10대 초반에 잠행을 나갔을 때 궁 밖에서 사귄 친구로 돼 있는데 가끔 아마미야가 태자를 방문할 때마다 궁인들의 뺨이 붉어졌다. 우아하고 아름답다나? 우아는 무슨. 사실은 저 놈 안에 백호가 아니라 구렁이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능글맞고 뻔뻔한 자였다. 류세이가 너무 경박하기 때문에 아마미야가 상대적으로 우아하게 느껴지긴 해도 사실 저 녀석도 우아와는 거리가 아주 먼 놈이었다. 수윤제국 궁인들이 풍국의 황자인 류세이를 실제로 볼 일은 없지만. 

"지 후손이 색에 미쳐가지고 다 늙어빠진 주제에 어린 음인 내놓으라고 경우에도 안 맞는 강짜를 부리고 있으니 당연히 쪽팔려 죽고 싶겠지."
"쪽팔리다니. 태자 전하, 입이 왜 그렇게 경박해졌어?"
"뒈질 뻔했다는 말을 한 놈이 무슨."

아마미야는 그제야 자기가 이 방에 들어오자마자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챘는지 쯧 혀를 찼다. 

"아... 류세이 만나고 왔더니 입이 방정맞아졌네."
"그래서 류세이는 뭐래?"
"사신단을 보낸 것도 몰랐다고 하던데. 혼례를 치른 지 4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지 반려가 좋아서 칠렐레팔레레하느라고 황실 돌아가는 꼴을 몰랐나보더라고. 황제와 그 늙은이를 확실히 밟아놓을 테니 한 번만 좀 봐 주래. 필요하다면 그 늙은이의 숨통을 아주 끊어 놓아서라도 절대로 네 반려 건드리지 못하게 할 거라고. 전쟁까지는 가지 말자고 부탁하더라."
"지가 언제부터 지 나라를 신경 썼다고."

풍국은 주작이 수호하는 나라, 수윤국은 청룡이 수호하는 나라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주작도 청룡도 한 나라를 수호하지 않는다. 그저 청룡과 주작이 각각 터를 잡고 있던 곳에 인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인간들과 연을 맺어 일가를 이루고 그 일가가 국가를 이루었기 때문에 황실에 대대로 각각 주작과 청룡의 피가 이어지고 있을 뿐, 수호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었다. 인간들이 이룬 국가의 흥망성쇠는 긴 세월을 살아가는 신수들에게는 관심사가 아니었으니까. 사실 현신해 있을 때가 아니면 나라가 어떻게 굴러가든 그다지 관심도 없었다. 주작인 류세이는 늘상 심심함에 몸부림치는 놈이라 수시로 후손들의 몸을 빌려 현신하곤 했지만 백호인 아마미야는 류세이와 노부가 현신한 걸 보고 편하게 만나러 오기 위해 현신했을 뿐 현신을 즐기지 않았고, 현무인 타케루는 몇백 년째 현신하지 않고 잠만 자는 중이었다. 

노부도 현신해서까지 인간의 삶을 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4년 전 그 아이가...

"걔도 지 반려 얻고 행복해 죽으려고 하잖아. 지 반려 걱정없이 살게 하겠다고 그러는 거지. 뭐."

그게 문제였다. 4년 전 스즈키 노부유키의 어린 비가 청룡의 제단 앞을 지나갔을 때 어린 비는 배다른 형의 혼인 축하 사절단에 동행하고 있었고, 그때 그 이복형의 결혼 상대가 바로 주작의 현신인 야오토메 류세이였다. 류세이는 인간사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권력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황위에서도 멀어질 수 있도록 움직여 왔고 덕분에 평화롭고 한량같은 삶을 얻게 됐다. 그런데 4년 전 자기 맘에 쏙 드는 이를 반려로 맞은 뒤에는 반려를 어화둥둥하며 인간으로서의 삶을 한껏 즐기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면 미리 지 작은 할아버지 단속을 했어야지. 사절단이 수윤국에 오지 않게 했어야 할 거 아냐."
"몰랐다잖아. 됐고. 아무튼 류세이한테 부탁받은 전언이 하나 더 있어."
"말해."
"지 반려가 네 반려한테 서찰을 하나 보냈다더라. 이번 사절단 편에 보냈대. 사절단에서 니 반려 찾아왔다고 놀라지 말라고 전해달래."
"전령이냐?"
"심심한 김에 덕을 펼치고 있지. 주작한테 빚도 달아놓고"
"그럼 덕 한 번 더 펼쳐라."
"뭔데?"
"한 번만 더 어떤 식으로든 풍국에서 내 반려한테 깔짝거리면 풍국이 불길에 휩싸이는 걸 볼 거라고 해."
"오... 알았어. 너도 빚 달아둔다."
"그러든가."

노부는 개운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아마미야를 보다가 덤덤하게 물었다. 

"타케루는 아직도 자?"
"어...."
"걔는 언제까지 잘 거래?"
"... 지 반려가 다시 태어날 때까지?"

노부와 아마미야의 시선이 무겁게 마주쳤다. 현무인 타케루는 수백 년 전 반려를 잃었다. 그때까지 대륙 전체를 지배하고 있던 성현제국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성현제국에서 타케루의 반려를 해쳤기 때문이었다. 반려가 죽자 현무의 분노는 전 대륙을 휩쓸었고 대륙을 호령하던 성현제국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수많은 나라들로 쪼개졌다. 반려의 살해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던 이들은 본인 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도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 후 타케루는 반려가 다시 태어나길 기다리며 수백 년째 잠들어 있다. 

노부는 자신을 볼 때마다 눈을 반짝거리며 안겨오는 작은 태자비를 떠올렸다. 그 사랑스럽고 고운 아이에게 누가 해를 끼친다고 생각하자 생각만으로도 본신까지 모두 불태울 것 같은 분노가 치솟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살기가 문 밖을 넘기전에 아마미야가 손을 흔들어 살기가 새어나가는 걸 막아주었다. 

"진정해. 아무도 네 반려 해치지 않았으니까."
"대륙이 다시 전화에 휩싸이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류세이한테 똑바로 하라고 해."

타케루가 분노에 휩싸여서 대륙을 불사지르고 있을 때 다른 신수들은 손을 놓고 있었다. 아마미야는 아직 어떤 인간과도 연을 맺은 적이 없어서 정말로 손을 놓고 있었고 노부와 류세이는 수윤제국과 풍제국이 타케루 반려의 살해에 전혀 끼어들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며 그저 물러나 있었다. 반려를 잃은 신수의 분노를 감당하는 것은 다른 신수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때 대륙의 참상을 아직 기억하는 아마미야는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 류세이도 그 꼴을 다시 보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걱정 마."





아마미야를 쫓아내듯 보내고 나서 은방울꽃궁에 찾아가서 석반 상을 기다리며 오늘 검 수련은 재미있었는지 묻고 있을 때였다. 무릎 위에 앉혀 놓은 작은 태자비가 오늘 아몬에게 뭘 배웠고 어떤 칭찬을 들었는지 재잘재잘 말하는 걸 들으며 그랬냐고 아몬이 괴롭히지는 않았냐고 묻고 있었을 때.

"전하. 풍국 사절단이 방문하셨습니다."

태감이 태자의 눈치를 보며 전한 말을 들은 어린 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태자를 바라봤다. 

"풍제국에서 사절단이 왔습니까?"
"그렇소."
"그런데 사절단이 왜 저한테 왔습니까?"

풍국의 그 망할 노인네를 생각한 건지 아몬에게 칭찬받았다고 자랑하며 내내 해맑게 웃고 있던 어린 비가 낯빛이 창백해져서 덜덜 떠는 걸 보고 태자는 어린 비를 품에 꼭 끌어안고 토닥토닥 다정하게 달랬다. 

"이 세상에서 아무도 나의 비를 건드릴 수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
"풍국의 노망난 늙은이가 아니라 풍국 황제가 나서도 그대에게 해를 끼칠 수는 없소."
"... 감사합니다. 그래도..."

조금 전보다는 떨림이 덜해졌지만 여전히 조금씩 떨리는 조그만 등을 쓸어주며 달래던 태자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풍국 사절단은 그대를 해하려고 온 것이 아니오. 풍국에 그대의 형제가 있지 않소?"
"아... 소라 형님?"
"그대의 형이 그대에게 서찰을 보냈다고 들었소."
"아!"

새하얗게 변했던 낯에 혈색이 돌아온 태자비가 가슴을 쓸어내리더니 눈을 반짝거리며 태자를 올려다봤다. 

"들어오라고 해도 됩니까?"
"그러시오, 나의 비."

그리고 들어온 사절단의 일원을 본 태자비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자그맣고 앙증맞은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아는 사람인 모양이다. 들어온 사신도 태자비를 익히 아는지 상냥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숙였다.

"태자비 전하를 뵙습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반갑네. 형님은 잘 지내고 계신가?"
"황자비 전하도 강녕하십니다. 태자비 전하를 많이 그리워하십니다."
"나도 형님이 그립네."

둘이 배다른 형제긴 하지만 지금 류세이의 반려가 된 태자비의 둘째 형 소라가 연국 시절 나이차가 많이 나는 마치다 케이타를 아껴줬다는 것은 태자도 알고 있었다. 어린 마치다 케이타에게 혹독하기만 했던 그 궁에서 어머니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상냥하고 다정했던 사람이라고. 2왕자는 그 어린 동생이 자신의 혼인 축하 사절단으로 함께 온다는 걸 알고 기뻐했다가 자신의 시숙조부가 어린 동생을 탐낸다는 걸 알고 난리가 나기도 했던 모양이고. 그 자가 어린 동생에게 보낸 서찰을 같이 읽어보자 '나이를 뒷구멍으로 처먹은 그 노망난 늙은이가 너에게 손을 댈 일은 절대로 없게 할 테니까 안심해라.'라는 내용이 매우 우아하고 세련된 문장으로 적혀 있었다. 

주작답게 불같은 성정을 지닌 자기 반려를 매우 닮은 듯한 황자비의 서신을 읽은 태자는 피식 웃으며 무릎 위에 앉아 있는 어린 비를 토닥였다. 

"풍국과의 관계가 서로 왕래하기 좋은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중에 우리가 즉위식을 하면 그대의 형이 사절단으로 방문하기를 청할 수 있을 것이오."
"그러면 우리가.... 어, 아닙니다."

우리가 빨리 즉위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뻔했었는지 어린 비는 얼굴에 비해서는 꽤 큰 편이지만 그래도 아이라서 아직 조막만한 손으로 제 입을 턱 틀어막고 눈을 도르륵 굴렸다. 황제가 멀쩡히 살아 있는데 빨리 우리가 즉위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 큰일은 큰일이라. 태자는 웃으며 태자비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이 어린 태자비가 무슨 말을 하든 수윤제국에서 감히 태자가 목숨처럼 아끼는 태자비에게 함부로 할 이는 없지만 그래도 살벌한 곳이 궁이라 입조심은 필수긴 하기 때문에 조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제 입을 가린 작은 손등에 입을 촉촉 맞추자, 어린 태자비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빨개진 얼굴에 큰 눈만 도록도록 굴리고 있는 게 너무 귀여워서 얼굴만큼 빨개진 손등에 입을 쪽쪽 맞추고 있을 때였다. 눈을 도르륵 굴리고 있던 어린 태자비가 태자가 다시 손등에 입을 맞추려던 순간에 손을 샥 치워서 조그맣고 귀여운 입술에 태자의 입술이 촉 닿았다. 

손등에만 가볍게 입을 맞추려는 상대와 강제로 접문을 해 놓고 두근두근하는 설렘이 그대로 드러나는 까만 눈동자로 바라보는 작은 비가 너무 예뻐서 웃자, 혼내지 않을 거라고 안심한 건지 작은 몸이 태자의 품으로 쏙 들어와 안겼다. 

"제가 강제로 접문을 해서 화나셨습니까?"

접문이라니. 그냥 입술만 닿은 수준에 불과하건만 혼인을 한 지 몇 달이나 지났어도 여전히 10살인 어린 태자비는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고 태자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설렘이 가득한 눈을 바라보던 태자는 동그랗게 예쁜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대가 원하는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니, 무엇이든 그대 뜻대로 해도 되오, 나의 비."
"그럼..."

작은 비는 앉아 있던 태자의 다리에서 엉덩이를 조금 들어서 다시 촉 작은 입술을 부딪쳐 오며 환하게 웃었다. 태자는 제 입술에 비해 너무 작은 입술이 귀엽게 와 닿는 걸 느끼며 웃어줬지만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아무리 부부라 해도 아직 2차 발현도 안 한 어린 음인에게는 할 수 없는,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 속이 타는 태자의 마음도 모르고 촉촉 입을 맞춰오는 어린 태자비를 안아주는 태자의 마음이 서글펐다. 

언제 다 자랄 것이오, 나의 비...





#노부마치수수께끼의황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