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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1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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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오인씹과 황실물을 더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미치에다는 혼란스러웠다. 중학교때 주변 친구들 다 발현된 형질이 혼자서 미정 판정이 났을때도, 그래서 베타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가 뒤늦게 스무살이 되어서야 우성도 아닌, 이도저도 못한 열성 오메가로 발현했을때도, 미치에다가 차곡차곡 대학교 등록금으로 모아놨던 돈을 아빠가 사업자금으로 몰래 썼다가 사기당해서 전부 날렸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도 미치에다는 차라리 그때가 지금 이 순간보다는 덜 혼란스러웠다.

학교 선배가 숨겨진 황실 후계자였다. 그것도 왕위계승1위의 황태자. 그리고 그 사람한테 청혼을 받았다. 그것도 팔려가기 하루전날.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 되지않는것들 투성이였다.

"부부인, 슌스케님의 짐을 준비하려면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까요?"

비서실장의 물음에 어머니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부...부부인이요..?저요..?

"메구로 렌 황태자전하께서는 미치에다 슌스케님께서 준비되는대로 빠르게 빈궁전으로 모셔오라 하셨습니다."

"아..! 화...황명! 죄,죄송해요! 얼른 챙겨서...뭐,뭐부터 챙겨야하지?"

미치에다는 허둥지둥 움직이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청혼을 거절하면요?"

슌!!! 너...너 그게 무슨 소리야!!! 귀신이라도 본것처럼 질겁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에 미치에다는 피식 웃었다.

"왜 그러세요? 저 곧 결혼하는 몸이잖아요. 거절하는게 맞는거 아닌가?"

"결혼이요?"

"선배...아니 태자전하께 못 들으셨어요? 저 H그룹 회장님 첩으로 시집 가거든요. 내일부터는 학교도 그만두고요."

그....그런....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황실 비서실장에 미치에다는 더없이 무심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어차피 엄마아빠가 어디로 저를 보내든 돈때문인거잖아요. 그럴거면 그냥 뒷방 늙은이 비위나 대충 맞춰주다가 그 양반 죽을때까지 기다렸다가 재산 분할받는 편이 낫지. 안그래요?"

슌스케!!! 비명을 내지르는 어머니는 금방이라도 쓰러져도 이상하지않을 지경이였다. 날이 잔뜩 서있는 미치에다에 황궁 비서실장은 안경을 치켜올리고는 미치에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늦은 시각에 갑작스럽게 찾아와 혼란스러울줄 압니다. 나중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황실 관계자들이 사라지고나서 얼굴이 울그락푸르락해진 아버지가 미치에다에게 다가와 손을 들어올렸다. 너 진짜 미쳤어?!!!!!!이게 어떤 기회인줄이나 알아?!!!!!

"때리시게요? 이미 황실 측은 쫑난 와중에 최상품에 조금이라도 흠집나면 H그룹에도 버림받을텐데."

"너..!"

분노에 차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아버지를 향해 비웃음을 숨기지않은 미치에다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궈버렸다. 쾅쾅쾅 문을 부술듯이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는 소음들은 늘 그랬듯이 이어폰 음량을 높이면 그만이니까.

가족들의 얼굴이 보고싶지않아서 이른 아침부터 집에서 나온 미치에다는 미리 챙겨온 캡모자를 눈이 다 가려지도록 꾹 눌러썼다. 그닥 좋지 않은 시력 탓에 남들은 다 꺼리는 늘 맨앞자리를 차지하던 미치에다였으나 오늘은 달랐다. 강의실 구석 맨뒷자리, 오늘만큼은 그곳이 미치에다의 자리여야했기에 학교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강의실로 바쁜 걸음을 옮긴 미치에다는

"안녕, 미치에다."

햇살마냥 싱그럽게 웃는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그대로 다시 강의실 문을 닫아버렸다. 한치의 망설임없이 닫아버린 강의실문을 몸소 열고 나오는 메구로의 모습에 발걸음을 점점 빨리 하던 미치에다는 이내 달음박질을 시작했으나 저보다 긴다리로 성큼성큼 쫓아달려온 이에게 손목을 붙잡히고 말았다.

"왜 도망가."

"놔주세요 태자전하."

"그렇게 못하겠다면?"

"제 뜻은 이미 비서실장님을 통해 전달했다고 생각했는데요, 전하께선 듣지 못하신건가요?"

"굳이 그렇게 부를 필요없어. 하던대로 해."

저를 똑바로 노려보는 미치에다의 손목을 잡은 손에 살짝 힘을 주어 당겨온 메구로가 미치에다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일단 자리를 옮겨서 얘기할까."

자, 딸기요거트스무디. 메구로는 짜증날 정도로 제 취향을 너무 잘 알고있었다. 1교시가 시작하기 한참 전의 교내카페는 고요했다. 세상에 미치에다와 메구로 단둘만 남겨진듯이 말이다. 메구로는 애꿎은 스무디만 빨대로 휘저어대는 미치에다를 쳐다보다가 테이블 위에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이거, 기억나? 네건데."

"죄송하지만 저는 악세사리같은거 한적 없는데요."

"네거 맞아. 이거, 선황제 그러니까 우리 할아버지와 미치에다 코타로, 네 할아버지가 우정의 증표로 나눠가지셨던 약혼지환이거든."

내건 여기있고. 메구로는 반지가 끼인 손을 흔들어보였다. 하지만 미치에다의 눈에는 반지보다는, 고생 한번 해보지않고 큰 왕자님인걸 증명하듯 길고 고운 손이 더 들어왔을 뿐이였다.

"그런게 저희 집에 있다는 사실은 20년동안 들어본적도 없는데요."

"네 아버지가 빚 대신 보증품으로 이 반지를 팔아넘긴 모양이야. 반지가 경매장에 등장했거든. 내가 샀고."
"그래서요."
"결혼하자."
"그러니까 싫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아니면 정말로 회장인지 뭔지하는 사람의 첩으로 들어가서 사후 재산분할을 기다릴 생각이야?"

젠장 역시 다 알고있던거 맞잖아.

"근데 너 그 결혼 못해."
"오늘이 결혼식인데요?"
"네가 결혼식 30분 앞두고있다고했어도 막을수있어 나는."
"...이제 아예 숨기려고하시지도않네요?"
"도망치려면 나한테로 쳐."

미치에다는 저를 똑바로 바라보는 검고 반짝이는 눈동자를 마주보다 시선을 피했다. 저 한없이 다정하고 올곧은 눈동자가 원래는 제 몫이 아니였던걸 기억한다. 제가 마지막으로 생생하게 기억하는 메구로의 눈은 조금 더 아니 어쩌면 좀 많이 차가웠으니까. 그 시선이 미치에다에게 주어진 몫이였으니까.

"선배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

그래, 정말 저와는 조금도 상관없는 사람이였었다. 메구로 렌은.

"상관있어질거야 앞으로는."


메메밋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