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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0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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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리쿠가 이상해. 반 친구 중 한 명이 내뱉은 말이었음. 그도 그럴 게, 평소의 리쿠와는 다르게 요즘의 리쿠는 어딘가 정신이 빠진 듯 다녔기 때문이겠지. 다른 말로는 홀렸다고 하나, 모든 정신이 유세이에게로 쏠려 있는 상태였음.

하지만 그런 친구들과는 다르게 리쿠는 자신이 평소대로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유일하게 다른 건 은근슬쩍 유세이를 쳐다보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러나 그마저도 단순한 리쿠라서, 은근슬쩍이라기엔 너무 빤히 유세이를 쳐다보고 있을 것 같음.

이대로는 안 되겠어. 우리가 다시 리쿠를 돌려놓자.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반 친구 한 명의 말에, 모두들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음. 응, 우리가 다시 리쿠를 돌려놓자. 물론 리쿠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전학생이라 창문 바로 앞 자리를 배정받아 엎드려있는 유세이를 빤히 쳐다보기에 바쁘겠지.

사실 리쿠도 리쿠 나름의 고민이 있었을 거임. 그래, 예쁜 ‘사람’ 이라고 했지 ‘여자’라고는 하지 않았다지만 자신이 남자에게 홀릴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임. 그것도 같은 반에, 사람인지 신인지도 모를 유세이에게.

유세이는 하루가 다르게 학교에 적응을 해 나갔고, 가끔 리쿠가 하는 농구 경기를 구경하러 오기도 했음. 이상하게 유세이가 오는 날엔 더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리쿠겠지. 자꾸만 시선이 유세이에게로 가서, 십여년 전 아무것도 모를 때의 자신이 빈 소원 하나 때문에, 그걸 이루어 주러 왔다는 말 때문에 리쿠는 더더욱 유세이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음.

그사이 차차 친구들은 계획을 세워나갔겠지. ‘리쿠 되돌리기 프로젝트’ 라는 이름도 있었지만 너무 거창해질 것 같아서 그건 거의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 방법은 간단했음. 리쿠가 유세이를 보고 있을 때 그 앞으로 가 시선을 차단한다거나, 유세이가 리쿠를 볼 때엔 일부러 헛기침을 해서 시선을 다른 쪽으로 유도시킨다거나, 하는 게 다겠지. 사실, 유세이는 그 정도는 금방 간파하고 하지 못하게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음. 단지 어디까지 하나 지켜 볼 뿐이었겠지.

하지만 친구들의 뜻과는 반대로 리쿠와 유세이, 둘만 남는 시간은 점점 늘어났음. 아무리 방해를 한다고 해도 졸업반인 친구들이 뭘 할 수 있겠어. 다들 공부나 부활동을 한다고 뿔뿔이 흩어질 때, 리쿠는 친구들을 따라가지 않고 자리에 앉아있었음. 그건 유세이도 마찬가지였겠지.

리쿠.
응.
왜 요즘은 농구 안 해?

다들 떠난 후 , 둘만 남았을 때 쯤 유세이가 살살 리쿠에게 말을 걸었음. 몸을 리쿠 쪽으로 돌리고 완전히 리쿠를 바라본 채였겠지. 하지만 리쿠는 대답할 수 없었음. 자신이 왜 요즘 농구부 활동을 하지 않는지, 왜 농구보다 유세이와 남아있는 시간이 더 좋은 건지 자기 자신도 잘 몰라서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모르겠어.
모르겠어? 뭘?
내가 왜 농구부에 가지 않고 너랑 있는 건지.
그거야 당연하지. 너랑 나는 결혼할 사이니까.
… 그건 그렇지만!

합. 자신이 뱉은 말에 자신이 놀란 리쿠는 눈을 동그랗게 떴음. 내가 이런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던가? 생각하던 찰나에 어떤 생각이 스쳐지나갔겠지.

… 유세이, 너, 나한테 마법이라던가 그런 거 건 건 아니지?

이제는 유세이 쪽이 입을 다물 차례였음. 물론 마법이라던가 그런 건 건 적이 없지만, 어쩐지 반박할 수 없는 말에 괜히 어깨만 으쓱이겠지. 그런 건 안 해, 난 그저 네 소원을 들어주러 온 것 뿐이야. 하는 말도 덧붙이자 리쿠는 작게 한숨을 쉬었음.

…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야.

곧 시무룩한 강아지가 된 리쿠를 바라보던 유세이는 아까 전의 리쿠를 따라하듯 작게 한숨을 폭 내쉬고 리쿠의 책상 앞으로 가 구부려앉았음. 책상 위에 팔을 올려놓고, 그 위에 고개를 올린 채로 리쿠를 올려다 보겠지. 한참의 정적이 이어지다 유세이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좋아, 하고 입을 뗐음.

네가 나랑 결혼하기 싫다면 마지막 소원은 무를게. 대신, 다른 소원 하나를 들어주는 조건으로. 나랑 결혼하기 싫다면 무르면 돼. 남는 소원이 있다면 무엇이든 빌 수 있어. 프로 농구선수가 될 수도 있고, 예쁜 사람이 아닌 예쁜 여자를 만날 수도 있겠지.

리쿠의 머릿속을 꿰뚫어 본 듯 제가 한 말과 비슷한 말을 하는 유세이에 리쿠가 살짝 움찔했음. 그리고 유세이를 바라보았지. 유세이의 표정은, 뭐라고 해야 할까,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민 게 꼭 아기 오리 같았음. 그래도 선택을 해야만 했겠지.

응, 생각해 볼게. 지금 당장 무른다는 건 아니야. 나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줘.

리쿠의 말에 유세이의 표정이 잠깐 밝아졌지만, 이건 아마 리쿠는 평생 모를 비밀이었음. 리쿠에게도 약간의 비밀이 생겼음. 무슨 일을 하더라도 계속 유세이가 생각나는 것, 처음 그 일이 있던 이후에도 계속. 그럼에도 이 감정을 사랑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은 끊이질 않았겠지. 결국 답은 자신만이 알 수 있을 테니까.

리쿠는 제 말에 웃는 유세이를 바라봤음. 어딘가 속상해 보이는 표정인데, 웃는 척 연기라도 하는 건지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음. 그런 유세이를 따라 리쿠도 웃었음. 이상하게, 유세이의 앞에만 서면 걱정 같은 게 없어진단 말이야, 정말로 나에게 마법 같은 걸 건 게 아닐까 생각하며, 학생들이 하나 둘 집으로 가고 창밖에는 예쁘게 노을이 지는 시간에 리쿠와 유세이는 서로를 마주보며 그저 웃고 있겠지. 이 날, 감정에 확신이 설 때까지 우리 둘 다 기다리자. 하는 기약 없는 약속도 했음.

맇쿠유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