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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30 12:25
애기라 해봐야 고소수학 갈 나이고 춘궁도 콜렉터라 알건 다 알겠지만... 어려서부터 보던 남희신 눈에는 언제나 애기같겠지.
근데 어느날 갑자기 회상. 슬슬 형님에게 시집오거라. 하면 회상이 깜짝 놀랄거임
-꺅- 무슨 소리세요, 우리사이에!
-우리 사이니 하는 소리지.
어렸을 적에 내 무릎에다 쉬도 했으면서. 다른 사내의 무릎에서 또 그런다면 너무 난잡한 일이 아니냐.
회상이는 멍하니 있다가 남희신이 끔찍하게 야한 소릴 지껄인 걸 깨닫고는 으악 제 뺨 양 손에 움켜쥐고 부리나케 달아남
이후 회상이는 당연하게도 남희신 죽자고 피하겠지. 하지만 남희신은 아무 말도 안하고 태연자약했음.
어쩌다 실수로 마주쳐도 웃으며 회상, 하고 여상하게 인사하니까 회상이만 어맛 뜨거라 하고 펄쩍 뛰어 도망치겠지.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도망칠 수는 없었음.
첨에는 그냥 놀라서 열심히 피해다니기만 했지만 점점 불안해지는게 남희신은 명결과 마찬가지로 회상의 어린 기억속부터 존재하는 사람임. 명결과 친분도 있고 해서 부정세랑 고소의 거리가 상당한데도 꽤나 자주 방문하는 남희신이었는데 한참을 말도 못하고 못 보고 그러니까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지는걸 어쩔 수 없었지.
남희신이 왔다는 소리를 듣고 멀찍히 숨어서 보고 있자니, 저 품에 뛰어들어서 어리광부리던게 벌써 아련한 추억이 된 것 같아서 속상했음.
그래서 더이상 집 밖으로 도망치진 않고 이렇게 숨어서 훔쳐보기 시작하는 회상이 어느덧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함.
형님 진짜 나랑 혼인하려고...??? 한 번 얘기에 바로 도망쳐버린지라 반신반의 추측밖에 못하는 회상은 남희신을 꼼꼼하게 살펴보다가 두근거리기 시작했음.
공자방 1위의 미모에 큰 키, 무예며 글솜씨며 악기 다루는 솜씨며 뭐 하나 빠지는게 없는 훌륭한 사내지만 이때까지 의식해본 적은 없었음. 하지만 회상은 언제나 단정한 백의에 싸여 있는 그의 몸을 맘대로 끌어안고 주무르다시피 해와서 얼마나 두텁고 단단하고 선이 어떤지까지 다 알고 있었음.
그가 춘화도에서 본 어떤 사내들보다 몸이 좋다는 사실, 그리고 그걸 알 정도로 자신이 그의 몸매에 빠삭하다는 민망한 사실까지 깨달은 회상은 멍청하게 그럼 혹시... 그... 것도... 까지 생각했다가 허공에다 마구 발차기랑 주먹질을 해댔음.
-꺅! 아니야아니야 아니야!!!
회상이 제풀에 마구 난장을 치다가 헥헥거리다가 그리고 문득 앞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섭명결과 남희신이 서 있었음.
명결은 으악 소리를 지르면서 부리나케 도망치는 회상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음.
예의도 없이. 또 무슨 장난질인지, 하고 혀를 차는 명결의 말을 듣고 남희신은 웃기만 했지.
그는 회상이 저를 피하면서 한편으론 숨어서 훔쳐보는걸 다 알고 있음.
지난번 질겁을 하며 도망가던 얼굴과는 낯빛이 미묘하게 다른 것도 훤하게 꿰고 있는 남희신의 손 안에서 회상은 이미 독 안에 든 쥐나 같았어.
남희신은 차를 마시지 않고 향기만 음미하듯, 어쩔 줄 몰라하는 회상이 일정 거리 밖에서 우왕좌왕 하는 걸 즐기다가 불현듯 낚아채어버렸음.
오늘도 회상은 택무군이 방문하셨다는 말에 그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두리번거리고 있었겠지. 수련의 경지가 알량해서, 한참을 헤메다니는 동안 남희신이 바로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건 까맣게 몰랐음.
-아이 참, 남의 집에 와서 대체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는 거야?!
회상이 발을 구르며 불평을 할 때에야 남희신은 웃음을 참으며 그 허리를 확 감아버렸음.
회상이 으악 하고 귀신을 본 듯이 놀라 버둥거렸지만 그는 얄밉도록 수월하게 안고는 놓아주지 않았지.
-평생 나를 안 볼 셈이냐.
회상은 질겁을 하고 버둥거리다가, 남희신이 내뱉은 한 마디에 그만 힘이 빠져버렸음.
아직은 혼란스럽기만 하지만, 남희신이 저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만은 분명했어.
-형님... 장난치신 거죠?
회상은 전에없이 안긴 품이 그리우면서도 불편해 가지고, 머뭇머뭇하며 그를 쳐다보았음. 그리고 남희신은 혼란스러워하는 까맣고 예쁜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었음.
회상은 놀라서 푸득 몸을 떨었다가 이내 눈을 질끈 감았음.
남희신의 입맞춤은 달콤하고도 능란했음. 처음에는 아주 어렸을 적 회상의 기억에도 남아 있는 그런 입맞춤으로 쪽, 하고 가볍게 닿았겠지. 하지만 곧장 입술 전체를 누르며 진득한 열기가 전해져왔음. 머리를 기울이며 다양한 각도로 누르기도 하고, 밀어올리기도 하는 듯한 남희신의 입술 놀림에 회상은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어. 회상에게만은 아주 편하게 행동하는 남희신이 때로는 장난기도 내비치고, 심술궂게 놀리기도 했지만. 지그시 입술을 누르며 안으로 들이칠 듯 위협하는 열기는 이 때까지 본 적도 상상한 적도 없는 그의 일면이었지.
꼭꼭, 입술과 입가 여기저기를 도장찍듯 눌리며 회상은 점점 긴장이 풀어져서 어느새 저도 모르게 남희신의 가슴을 손으로 더듬고 있었음. 남희신은 멀쩡하게 눈을 뜬 채로 조그맣고 예쁜 입술을 만족스럽게 탐하면서 회상의 전신에서 일어나는 귀여운 반응을 낱낱이 지켜보고 있었음.
남희신은 완전히 풀어져버린 회상을 가볍게 흔들어주며 귓가에 속삭였음.
-내가 혼인하지도 않을 음인을 희롱하는 사내라고 생각하느냐?
회상은 눈을 가늘게 떴음. 끝나버렸나 싶자, 기나긴 한숨이 나오면서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음.
오랜만에 남희신의 가슴에 안겨서 익숙한 단향에 감싸이니,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 안심이 되는 동시에 생경한 경험으로 두근거렸음.
-그렇지만... 형님인데...
겨우 한자락 돌아온 이성을 붙들고 회상이 중얼거리자, 남희신이 바로 받아쳤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잖느냐.
-우웅...
그렇게 말하면. 회상은 할 말이 없었어.
이내 남희신이 웃으며 말했음.
-회상. 좋은 반려자의 조건이 무어라고 생각하느냐?
섭회상은 정말로 많이 어렸을 때처럼 남희신의 품에 담쏙 안겨 있었음. 그러면서 그가 여느 때처럼 온화하게 말을 걸자 조금 마음이 놓였음.
-우웅... 서로 좋아해야지요.
두 사람과 같은 대가의 자제들은 제멋대로 사는 듯 보여도 연애결혼과는 거리가 멀었음. 그럼에도 풋내나는 가치관에 빠져 있는 회상의 말에 남희신은 살풋 웃었음. 회상은 남희신이 웃으며 뺨을 간지럽히듯 입술을 갖다대어도 멍청하니 반응이 없었음. 고작 입맞춤의 여운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는 것도 어찌나 귀여운지. 한편으론 회상이 다른 양인과 손 한 번 잡아본 적이 없다는 확신이 들어 음습한 만족감을 느꼈음.
-그럼, 나를 좋아하지 않느냐?
-그건......
-평소에는 사랑한다는 소리를 식은죽 먹듯이 하더니, 나를 농락하는 것이었구나?
그 말에 회상이 몸을 일으키며 급박하게 대꾸했음.
-그거야, 어디...!
남희신이 왔다 하면 버선발로 뛰쳐나가서, 그 김에 명결의 호통도 피하며. 단 거나 예술품을 안겨주는 그에게 사랑한다, 형님뿐이다, 있는대로 재롱을 피워 왔지만 그게 어디 생각이나 하고 내뱉은 말들이었을까. 하지만 그러는 김에 언젠가, 형님이랑 혼인할래요! 같은 소리도 지껄였던 것 같아서 양심에 찔린 회상은 눈알만 되룩되룩 굴렸음.
-그것 뿐이냐? 그럼 나와 혼인할 수 있는 거지?
회상은 헉 하며 손을 내저었음. 남희신은 화를 내지도 흥분하지도 않는데 어쩐지 그게 더 무섭고 무거워서, 이대로는 당장 고소 남씨로 끌려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그것만 갖곤 안되죠!!! 힉!
남희신은 홱홱 휘둘러대는 회상의 손을 잡더니, 되레 그 손바닥에 입술을 갖다대었음. 놀란 회상이 손을 거두려고 했지만 남희신의 힘이 워낙 세어 천천히 부드럽게 당기는데도 벗어날 수가 없었음. 정말로 연인이 된 듯 다정하게 손을 잡고 애무하는 남희신을 보다가 다급해진 회상이 힘껏 짜내어 외쳤음.
-어, 어른들이 허락해야 하고!
-큰형님께서 너를 주시지 않으실 것 같으냐?
안 주긴 커녕, 이미 두 사람 사이에서 이야기가 다 되어 있는 거나 아닐까 의심스러워진 회상이 발을 동당거렸음.
-저, 저! 씀씀이가 엄청 헤프잖아요! 좋은 부인은 못 될 거에요!!!
-고소 남씨의 안주인이 큰 돈을 쓰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 갖고 싶은 건 뭐든지 사줄게.
회상은 그 말에 잠시 혹해버리고 만 자신을 깨닫곤 스스로의 머리를 쥐어박고 싶었음.
남희신은 더 이상 반대할만한 생각이 나지 않아서 안절부절하는 회상을 여유롭게 구경하며 웃고 있었음. 그러다가 짐짓 생각난 듯 고개를 숙여 귓가에 속삭였음.
-제일 중요한 걸 모르고 있구나, 회상.
-네...?
-양인과 음인의 관계에서는, 속궁합이 가장 중요한 거란다.
-...........
몇 초가 흐른 뒤, 너무 심한 충격을 받아 평소보다 큰 힘이 돌아온 회상이 남희신의 가슴을 퍽퍽 때리며 무슨 소릴 하시는거냐고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음.
남희신은 큰 소리로 웃다가 앙탈을 하는 회상의 머리를 꼭 붙잡아 안고는, 이마에 꼬옥 입을 맞췄음.
그 순간 그가 저를 귀애해주던 예전의 형님으로 돌아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든 회상은 신기하게도 고양이 새끼처럼 얌전해지며 그의 옷깃을 쥐었어.
시작부터 끝까지, 흥분하고 펄쩍 뛰고 거부하는 내내 남희신의 품 속에 잡혀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서.
희신회상 희신탑 회상텀
근데 어느날 갑자기 회상. 슬슬 형님에게 시집오거라. 하면 회상이 깜짝 놀랄거임
-꺅- 무슨 소리세요, 우리사이에!
-우리 사이니 하는 소리지.
어렸을 적에 내 무릎에다 쉬도 했으면서. 다른 사내의 무릎에서 또 그런다면 너무 난잡한 일이 아니냐.
회상이는 멍하니 있다가 남희신이 끔찍하게 야한 소릴 지껄인 걸 깨닫고는 으악 제 뺨 양 손에 움켜쥐고 부리나케 달아남
이후 회상이는 당연하게도 남희신 죽자고 피하겠지. 하지만 남희신은 아무 말도 안하고 태연자약했음.
어쩌다 실수로 마주쳐도 웃으며 회상, 하고 여상하게 인사하니까 회상이만 어맛 뜨거라 하고 펄쩍 뛰어 도망치겠지.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도망칠 수는 없었음.
첨에는 그냥 놀라서 열심히 피해다니기만 했지만 점점 불안해지는게 남희신은 명결과 마찬가지로 회상의 어린 기억속부터 존재하는 사람임. 명결과 친분도 있고 해서 부정세랑 고소의 거리가 상당한데도 꽤나 자주 방문하는 남희신이었는데 한참을 말도 못하고 못 보고 그러니까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지는걸 어쩔 수 없었지.
남희신이 왔다는 소리를 듣고 멀찍히 숨어서 보고 있자니, 저 품에 뛰어들어서 어리광부리던게 벌써 아련한 추억이 된 것 같아서 속상했음.
그래서 더이상 집 밖으로 도망치진 않고 이렇게 숨어서 훔쳐보기 시작하는 회상이 어느덧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함.
형님 진짜 나랑 혼인하려고...??? 한 번 얘기에 바로 도망쳐버린지라 반신반의 추측밖에 못하는 회상은 남희신을 꼼꼼하게 살펴보다가 두근거리기 시작했음.
공자방 1위의 미모에 큰 키, 무예며 글솜씨며 악기 다루는 솜씨며 뭐 하나 빠지는게 없는 훌륭한 사내지만 이때까지 의식해본 적은 없었음. 하지만 회상은 언제나 단정한 백의에 싸여 있는 그의 몸을 맘대로 끌어안고 주무르다시피 해와서 얼마나 두텁고 단단하고 선이 어떤지까지 다 알고 있었음.
그가 춘화도에서 본 어떤 사내들보다 몸이 좋다는 사실, 그리고 그걸 알 정도로 자신이 그의 몸매에 빠삭하다는 민망한 사실까지 깨달은 회상은 멍청하게 그럼 혹시... 그... 것도... 까지 생각했다가 허공에다 마구 발차기랑 주먹질을 해댔음.
-꺅! 아니야아니야 아니야!!!
회상이 제풀에 마구 난장을 치다가 헥헥거리다가 그리고 문득 앞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섭명결과 남희신이 서 있었음.
명결은 으악 소리를 지르면서 부리나케 도망치는 회상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음.
예의도 없이. 또 무슨 장난질인지, 하고 혀를 차는 명결의 말을 듣고 남희신은 웃기만 했지.
그는 회상이 저를 피하면서 한편으론 숨어서 훔쳐보는걸 다 알고 있음.
지난번 질겁을 하며 도망가던 얼굴과는 낯빛이 미묘하게 다른 것도 훤하게 꿰고 있는 남희신의 손 안에서 회상은 이미 독 안에 든 쥐나 같았어.
남희신은 차를 마시지 않고 향기만 음미하듯, 어쩔 줄 몰라하는 회상이 일정 거리 밖에서 우왕좌왕 하는 걸 즐기다가 불현듯 낚아채어버렸음.
오늘도 회상은 택무군이 방문하셨다는 말에 그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두리번거리고 있었겠지. 수련의 경지가 알량해서, 한참을 헤메다니는 동안 남희신이 바로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건 까맣게 몰랐음.
-아이 참, 남의 집에 와서 대체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는 거야?!
회상이 발을 구르며 불평을 할 때에야 남희신은 웃음을 참으며 그 허리를 확 감아버렸음.
회상이 으악 하고 귀신을 본 듯이 놀라 버둥거렸지만 그는 얄밉도록 수월하게 안고는 놓아주지 않았지.
-평생 나를 안 볼 셈이냐.
회상은 질겁을 하고 버둥거리다가, 남희신이 내뱉은 한 마디에 그만 힘이 빠져버렸음.
아직은 혼란스럽기만 하지만, 남희신이 저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만은 분명했어.
-형님... 장난치신 거죠?
회상은 전에없이 안긴 품이 그리우면서도 불편해 가지고, 머뭇머뭇하며 그를 쳐다보았음. 그리고 남희신은 혼란스러워하는 까맣고 예쁜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었음.
회상은 놀라서 푸득 몸을 떨었다가 이내 눈을 질끈 감았음.
남희신의 입맞춤은 달콤하고도 능란했음. 처음에는 아주 어렸을 적 회상의 기억에도 남아 있는 그런 입맞춤으로 쪽, 하고 가볍게 닿았겠지. 하지만 곧장 입술 전체를 누르며 진득한 열기가 전해져왔음. 머리를 기울이며 다양한 각도로 누르기도 하고, 밀어올리기도 하는 듯한 남희신의 입술 놀림에 회상은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어. 회상에게만은 아주 편하게 행동하는 남희신이 때로는 장난기도 내비치고, 심술궂게 놀리기도 했지만. 지그시 입술을 누르며 안으로 들이칠 듯 위협하는 열기는 이 때까지 본 적도 상상한 적도 없는 그의 일면이었지.
꼭꼭, 입술과 입가 여기저기를 도장찍듯 눌리며 회상은 점점 긴장이 풀어져서 어느새 저도 모르게 남희신의 가슴을 손으로 더듬고 있었음. 남희신은 멀쩡하게 눈을 뜬 채로 조그맣고 예쁜 입술을 만족스럽게 탐하면서 회상의 전신에서 일어나는 귀여운 반응을 낱낱이 지켜보고 있었음.
남희신은 완전히 풀어져버린 회상을 가볍게 흔들어주며 귓가에 속삭였음.
-내가 혼인하지도 않을 음인을 희롱하는 사내라고 생각하느냐?
회상은 눈을 가늘게 떴음. 끝나버렸나 싶자, 기나긴 한숨이 나오면서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음.
오랜만에 남희신의 가슴에 안겨서 익숙한 단향에 감싸이니,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 안심이 되는 동시에 생경한 경험으로 두근거렸음.
-그렇지만... 형님인데...
겨우 한자락 돌아온 이성을 붙들고 회상이 중얼거리자, 남희신이 바로 받아쳤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잖느냐.
-우웅...
그렇게 말하면. 회상은 할 말이 없었어.
이내 남희신이 웃으며 말했음.
-회상. 좋은 반려자의 조건이 무어라고 생각하느냐?
섭회상은 정말로 많이 어렸을 때처럼 남희신의 품에 담쏙 안겨 있었음. 그러면서 그가 여느 때처럼 온화하게 말을 걸자 조금 마음이 놓였음.
-우웅... 서로 좋아해야지요.
두 사람과 같은 대가의 자제들은 제멋대로 사는 듯 보여도 연애결혼과는 거리가 멀었음. 그럼에도 풋내나는 가치관에 빠져 있는 회상의 말에 남희신은 살풋 웃었음. 회상은 남희신이 웃으며 뺨을 간지럽히듯 입술을 갖다대어도 멍청하니 반응이 없었음. 고작 입맞춤의 여운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는 것도 어찌나 귀여운지. 한편으론 회상이 다른 양인과 손 한 번 잡아본 적이 없다는 확신이 들어 음습한 만족감을 느꼈음.
-그럼, 나를 좋아하지 않느냐?
-그건......
-평소에는 사랑한다는 소리를 식은죽 먹듯이 하더니, 나를 농락하는 것이었구나?
그 말에 회상이 몸을 일으키며 급박하게 대꾸했음.
-그거야, 어디...!
남희신이 왔다 하면 버선발로 뛰쳐나가서, 그 김에 명결의 호통도 피하며. 단 거나 예술품을 안겨주는 그에게 사랑한다, 형님뿐이다, 있는대로 재롱을 피워 왔지만 그게 어디 생각이나 하고 내뱉은 말들이었을까. 하지만 그러는 김에 언젠가, 형님이랑 혼인할래요! 같은 소리도 지껄였던 것 같아서 양심에 찔린 회상은 눈알만 되룩되룩 굴렸음.
-그것 뿐이냐? 그럼 나와 혼인할 수 있는 거지?
회상은 헉 하며 손을 내저었음. 남희신은 화를 내지도 흥분하지도 않는데 어쩐지 그게 더 무섭고 무거워서, 이대로는 당장 고소 남씨로 끌려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그것만 갖곤 안되죠!!! 힉!
남희신은 홱홱 휘둘러대는 회상의 손을 잡더니, 되레 그 손바닥에 입술을 갖다대었음. 놀란 회상이 손을 거두려고 했지만 남희신의 힘이 워낙 세어 천천히 부드럽게 당기는데도 벗어날 수가 없었음. 정말로 연인이 된 듯 다정하게 손을 잡고 애무하는 남희신을 보다가 다급해진 회상이 힘껏 짜내어 외쳤음.
-어, 어른들이 허락해야 하고!
-큰형님께서 너를 주시지 않으실 것 같으냐?
안 주긴 커녕, 이미 두 사람 사이에서 이야기가 다 되어 있는 거나 아닐까 의심스러워진 회상이 발을 동당거렸음.
-저, 저! 씀씀이가 엄청 헤프잖아요! 좋은 부인은 못 될 거에요!!!
-고소 남씨의 안주인이 큰 돈을 쓰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 갖고 싶은 건 뭐든지 사줄게.
회상은 그 말에 잠시 혹해버리고 만 자신을 깨닫곤 스스로의 머리를 쥐어박고 싶었음.
남희신은 더 이상 반대할만한 생각이 나지 않아서 안절부절하는 회상을 여유롭게 구경하며 웃고 있었음. 그러다가 짐짓 생각난 듯 고개를 숙여 귓가에 속삭였음.
-제일 중요한 걸 모르고 있구나, 회상.
-네...?
-양인과 음인의 관계에서는, 속궁합이 가장 중요한 거란다.
-...........
몇 초가 흐른 뒤, 너무 심한 충격을 받아 평소보다 큰 힘이 돌아온 회상이 남희신의 가슴을 퍽퍽 때리며 무슨 소릴 하시는거냐고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음.
남희신은 큰 소리로 웃다가 앙탈을 하는 회상의 머리를 꼭 붙잡아 안고는, 이마에 꼬옥 입을 맞췄음.
그 순간 그가 저를 귀애해주던 예전의 형님으로 돌아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든 회상은 신기하게도 고양이 새끼처럼 얌전해지며 그의 옷깃을 쥐었어.
시작부터 끝까지, 흥분하고 펄쩍 뛰고 거부하는 내내 남희신의 품 속에 잡혀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서.
희신회상 희신탑 회상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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