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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3 03:57
(뇌피셜허위날조캐붕ㅈㅇ)


이곳에도 살인마들이 주로 머무는 곳은 있다. 다들 편의상 기숙사라 부른다지만 사실 기숙사라 거창하게 이름 붙이긴 뭣하고 그냥 방이 잔뜩 있는 허름한 목조 건물이었다. 완벽하게 엔티티의 힘이 깃들어 있어서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아 새 살인마가 출현하면 어느샌가 방이 추가되어있는 식이었다. 물론 자신의 영토가 따로 있는 살인마들도 종종 쉬어 가곤 했다.

사실 살인마들에게 휴식이 필요한가는 항상 의문이었다. 그들은 음식을 먹지도, 나이를 먹지도, 죽지도 않는 존재들이니까. 하지만 그들 또한 외형이 존재하고, 사고도 하고 있으므로 생전과 같이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존재들의 일상 생활을 모방할 필요가 있었다, 죽은 시체나 다름없는 그들이라도 말이다.

실제로 초창기 살인마 중 하나인 트래퍼는 이 아이디어가 필요로 했던 산(?) 증거였다. 끝없는 고문과 세뇌로 그는 처음엔 엔티티의 바람대로 제물을 곧잘 바치곤 하였으나, 의식없는 꼭두각시 상태로 너무 오랜 세월을 지내고 나니 흉폭해질 대로 흉폭해졌던 의식이 쉽게 회복되지 않아, 급기야 매번 희생자들을 회복하기도 힘들 정도로 짓이겨놓기 시작했다. 뒤이어 들어온 힐빌리와 레이스 역시 시간이 지나자 비슷한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엔티티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랐던 너스는 정신이 붕괴되어 가던 그 와중에도 충직한 종의 역할을 시행했지만(여기엔 이미 망가져버린 그녀의 정신상태가 한몫했다고 보여진다).
결국 희생제 무대를 다시 꾸미는 데에 더 많은 힘을 소비하게 된 엔티티는 웃기는 이야기지만 복지에 어느 정도 힘을 쓰기로 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 고대 악마가 몇가지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고안한 것이 이 허름한 건물이었다. 그냥 대충 몸 누일 장소 하나쯤은 되는 식이었다. 하긴 인간도 아닌 초월적 존재가 제 노예들을 위해 대충 만들어낸 건물이 얼마나 섬세하겠냐마는. 그래도 잠 잘 침대가 있고, 형편없지만 음식이 있으며, 휴식을 취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도 노예들의 정신상태는 빠르게 좋아졌다. 더 이상 희생제가 끝나며 생기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고깃덩어리들을 다시 인간으로 만든다고 헛수고 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말이다.

그렇게 기숙생활에 익숙해지고, 대장격인 에반이 총 관리를 맡고 손재주가 있던 힐빌리는 건물의 보수를 맡고, 너스는 망가진 살인마들의 신체 보수를 맡는 등 각자 나름의 역할을 하며 희생제 밖의 삶도 이어가던 와중에도 노예들의 수는 계속 늘어났다. 기숙사가 비좁아보이는 게 마음에 안 들었던건지, 아니면 살인마들에 대한 변덕같은 배려였는지 엔티티는 독자 영역이 있는 살인마들에게도 각자의 공간을 따로 마련해 주었고(물론 몇몇 살인마들은 제 영역을 놔 두고 계속 이곳에서 생활을 하기도 했다), 급기야 생존자들에게까지 제대로 된 거주지를 만들어 주었다. 끝없이 희생되기만 하던 생존자들 또한 짧게나마 휴식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물론 쉴 공간을 마련해 준 후, 섭취하게 된 절망의 크기가 압도적으로 커진 것은 엔티티가 옳은 일을 했다는 증거가 되었다.

이렇게 말 그대로 선배들의 몸과 정신을 갈아 만들어진 일상인줄은 꿈에도 모르는 건방진 후배놈들은 현재 기숙사가 후지다고 떠나가라 투덜거리는 중이었다.

"침대 스프링이 허리를 찔렀다고요! 이게 말이나 돼요? 나 같은 스타가 이딴 취급을 받는게 말이나 돼냐고요!"

"침대 스프링이면 양반이지. 내 침대는 반으로 또각 부서졌다고. 트래퍼 형씨, 내 방부터 봐 줘. 오르몬드까지 돌아가기 귀찮단 말이야."

에반은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애새끼들이 아침부터 목청 높여 떠들어대자 두통이 밀려왔다. 가뜩이나 오래된 꿈을 꾸어 기분도 별로인데 어린 놈들이 귀따갑게 재잘대자 에반의 기분은 더욱 저조해졌다.

"네놈들의 허리를 반으로 접어버리기 전에 좀 닥쳐. 머리 울린다."

에반의 낮고 음울한 목소리에 프랭크와 지운이 입을 딱 다물었다. 둘은 에반의 눈치를 슬슬 보며 서로의 옆구리를 찌르기 시작했다. 저 두 놈들 하는 꼬라지를 보아하니 뭔 짓을 했는지 안 봐도 불보듯 뻔하다.

"물건은 제발 용도에 맞게 써라 이 새끼들아. 이쪽으로 넘어온 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제 힘도 모르고 날뛰냐, 날뛰길?"

"아니 에반 난 억울한데요. 박살난 건 쟤 침대고. 내 침대는 그냥 쪼끔 망가진건데."

"아니 시발 박살난게 누구 때문인데? 애초에 니가- "

"시끄럽다고 했다."

"둘이 뭘 했길래 아침부터 침대를 박살내고 온거야~? 나도 끼워주라~"

또 다시 싸우기 시작한 둘에 언제 기어들어온건지 고스트페이스가 능청스레 말을 얹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어져 버렸고 결국 에반은 축객령을 내렸다.

"다 꺼져!"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에반은 힐빌리에게 침대를 수리를 부탁하러 온 참이었다. 다른 수리해야 하는 것들도 있고.

"모렐한테 받은 화병을 둬도 되냐고?"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힐빌리를 보며 에반이 인상을 찌푸렸다. 또 어디서 쓸데없는 거나 받아왔군. 사냥감한테 관심 주지 말라니까 이놈도 말 참 안 듣는다. 하지만 어쩌랴, 이렇게 사나 저놈처럼 바보같이 사나 결국은 같은 톱니바퀴 신세인데. 물론 피가 잔뜩 묻은 톱니바퀴겠지만.

"저번처럼 바닥에 두지 말고 저 어디 창가나 옷장 같은데 위에 올려둬. 아만다가 쓰레긴줄 알고 걷어찼던거 기억나지? 부탁한 것들은 수리 잘 해주고."

허무하게 박살났던 꽃병이 떠올랐는지 약간 울상이 되었던 힐빌리는 허락의 말에 헤헤 웃고 고개를 끄덕여보인 후 절뚝이며 저쪽으로 열심히 날듯이 뛰어갔다.

참 웃기는 일이었다. 인간이 아니게 되었는데 인간이었을때 보다 더 사람같이 살고 있다. 대화도 제대로 하고, 타인과 감정 교류도 한다. 반쯤 망가져버린 미친 놈들이 대다수인 이곳에서 말이다. 심지어 착실히 '일'도 하고 있다.

세월은 그를 적당히 타협하며 무뎌지게 만들었다.
아마 이곳에 살고 있는 살인마놈들이나 생존자 녀석들이나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위선이라 해도 할 말 없다. 하루의 반은 사람을 죽이고, 나머지 반은 멀쩡한 인간 행세라니. 하지만 그 사이에는 모두를 지탱하고 있는 아슬아슬한 균형의 선이 존재했다. 그게 있기에 모두가 이 정신나간 세계에서 지낼 수 있는 것이겠지.

각자 생각은 다르겠지만 다들 나름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쩌랴, 그것 말고는 정말 방법이 없는데.

기숙사를 훑고 자신의 영토인 맥밀란 사유지까지 확인한 에반은 고개를 들어 어느 덧 뉘엿뉘엿 저무는 해를 보았다. 새 신입이 자신의 사유지 한켠에 멋대로 흉물스러운 컨테이너 박스들을 갖다놓는 바람에 사유지에서 보낸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진 모양이다. 썩 기분은 좋지 않지만 땅도 넓으니 기부한 셈 치지 뭐. 언제는 제 뜻대로 되는 것이 있었던가. 천방지축 제멋대로 날뛰는 살인마 후배들을 제어하는 데도 힘이 부친다.

에반은 다시 기숙동으로 돌아가기 전 붉은 숲의 헌트리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망가진 살인마들을 보수하느라 바쁜 너스를 대신해 약초를 조금 뜯었다. 항상 과묵한 안나는 에반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샐리 핑계를 대면 좀 누그러지는 편이었다. 물론 제 영역의 풀을 뜯어다가 판자 맞아서 멍든 클라운의 배에 바른다 하면 당장 머리통에 도끼가 날아들 테지만... 굳이 말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헤르만이 샐리를 좀 돕는다면 혼자 저렇게 바쁘진 않을텐데. 가뜩이나 희생제 참여 횟수도 많은 샐리는 눈 붙일 시간 없이 쉴새없이 일했다. 아무리 잘 필요가 없다지만 너무 바쁘지 않은가.
하지만 헤르만은 어딘지 모르게 거북해서 말 걸기가 꺼려졌다. 부탁 하나 하려다가 실험대에 누워 모르모트 꼬라지로 인체 실험을 당하던 녀석들을 수도 없이 봐 왔던 터라 솔직히 헤르만과는 말도 섞기 싫었다. 실제로 놈이 건네준 술을 한 모금 하고 거진 반나절을 사경을 헤맨 전적이 있던터라 더욱 싫었다. 젠장.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러고보니 곧 희생제의 시간이다. 트래퍼는 지금쯤 화병을 어딘가에 올려두고 있을 힐빌리를 떠올리며 느릿하게 피묻은 걸음을 옮겼다.




뭔가 우당탕탕 기숙생활 같은거 보고싶었는데 개노잼 설정만 한바가지..


약 전덫 프랭크지운 힐빌클로 토구너스
2023.03.23 04:10
ㅇㅇ
모바일
와 잘 읽음 썰만봐도 좋다...
[Code: 3ab4]
2023.03.23 08:27
ㅇㅇ
모바일
아니 ㅅㅂ 잠깐만 좀만이따가 존나설렌다
[Code: f54c]
2023.03.23 09:21
ㅇㅇ
살들 기숙사 모여서 복닥복닥 사는거 존나 상상됨 ㅋㅋㅋㅋㅋ개좋아.... 클로뎃이 준 꽃병 깨졌다고 울먹울먹했을 톱구 왜케 귀엽냐 진짜 존나 사랑스럽네 ㅋㅋㅋㅋㅋ 자기 영토 들어오면 사람 작살내놓을 안나 존나 좋은데 막상 너스이야기하면 좀 너그러지는거 개설렌다 ㅎㅎㅎㅎ진짜 둘이 간질간질 썸타는거 상상됨
[Code: 5b65]
2023.03.23 09:25
ㅇㅇ
그리고 프랭크야 지운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짓을했길래 침대를 박살냈어 ㅎ...말하는 꼴 보니까 학지운이 먼저 도발했구만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렇게 불같이 붙어먹고 침대 박살날 정도로 뒹굴어 놓은 다음에 저러고 투닥거리는거 진짜 프랭크지운답고 귀엽다 ㅋㅋㅋㅋㅋ아씨 행복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5b65]
2023.03.23 09:44
ㅇㅇ
아니 전덫 썸타냐 ㅋㅋㅋㅋㅋ 다시읽으면서 ㅎㅎ 덫구 아버지 밑에있을때보다 행복해보이네...이러고있었는데 ㅋㅋㅋㅋㅋㅋ 헤르만카터 대체 뭘먹인건데 ㅎㅎㅎㅎㅎㅎ 아 개좋네
[Code: 5b65]
2023.03.23 11:55
ㅇㅇ
모바일
이거 완전 미슐랭 쓰리스타 맛집이잖아ㅠㅠㅠ
[Code: 4c8e]
2023.03.23 17:13
ㅇㅇ
와 토구너스 얼마만이야 너무 맛있다ㅠㅠㅠㅠㅠㅠㅠ
[Code: 364f]
2023.03.23 20:04
ㅇㅇ
모바일
아 너무재밌다ㅠㅠㅠㅠ 대존잼으로 읽다가 토구너스하고 전덫보고 함박웃음지었네ㅠㅠㅠㅠㅠㅠㅠ프랭크하고 지운이 침대부셔먹고 투닥거리는거 졸귀ㅋㅋㅋㅋㅋㅋ
[Code: 36fe]
2023.03.23 20:09
ㅇㅇ
모바일
에반 술먹고 뻗었다가 전구 특유의 이↗️히히힠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서 눈떠보니까 실험대위에 누워있고 헤르만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손비비고 있었을거같아ㅋㅋㅋ 왠지 내장모양까지 아름답다며 사랑해줄듯한 전구..
[Code: 36fe]
2023.03.23 22:59
ㅇㅇ
모바일
개좋아 미친 약간 도른듯하고 건조하지만 또 나름 재미도 흥미도 있네 분위기 쩐다
[Code: dd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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