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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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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과 같았다.
새소리도 벌레들도 숨을 죽인 밤. 주자서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빛나던 밤처럼 모든 것이 조용했다.
산은 침묵을 했고 귀를 닫았다.
온객행은 살아 숨쉬어온 세월이 마치 이 순간을 위해 기다린 것 같았다.
숨을 죽이고 자신이 포획한 먹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달빛을 가린 온객행의 그림자가 주자서의 하얀 몸에 드리웠다. 깊고 물기 서린 눈빛에는 그의 오직 자신에 대한 애욕만이 담겨있었다.
그는 호수같이 깊고 따뜻했다. 온객행은 망설임없이 그 안에 몸을 담궜다. 속세의 그물에 떨어져 이제 그와 함께 묶여버렸으니, 다시는 벗어날 수 없다.
온객행은 주자서를 끌어안고 깊은 입맞춤을 나눴다.
세차게 흔들리는 폭풍 속에서 주자서는 온객행의 어깨를 붙잡고 떨어지지 않도록, 그대로 흘러가지 않도록 입술을 깨물고 매달렸다. 몸 속을 가득 채우며 부풀어 오르는 감각에 주자서는 고개를 뒤로 꺾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주자서 안에 몇 번이나 흘려보냈지만 지치지 않았고 매번 처음처럼 원기를 찾았다. 부드러운 속살은 그에 의해 짓이겨졌고 눌렸다. 주자서의 눈가엔 눈물이 마르지 않아 온객행은 간간이 그의 눈물을 핥으며 보듬었다. 주자서의 온 몸은 온객행이 남긴 흔적으로 눈 속에 핀 동백꽃처럼 붉게 물들었고, 아름다웠다.
두 사람은 쾌감에 젖었고 온 몸을 적신 여운에 몸을 떨었다. 결합한 곳에서는 온객행이 남긴 흔적이 뜨겁게 흘러내렸다.
온객행은 사정을 하고도 몸을 빼지 않았다. 그는 땀에 젖은 주자서의 머리카락을 넘기고 길게 입을 맞췄다. 더없이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감정으로 그를 내려다봤다.
주자서는 너무 졸렸다.
정말이지 몸에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고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온객행이 주자서의 등을 받치고 물을 먹일때도 제대로 눈을 뜨지 못했다. 물을 다 마신 주자서는 누워서 반쯤 뜬 눈으로 온객행을 쳐다봤다. 그 못지 않게 온객행도 땀을 흘리고 있었다. 흘러내린 그의 젖은 머리카락을 잡아당기자 온객행이 물그릇을 비운 후 주자서를 쳐다봤다.
"물 더 마실래?"
주자서는 고개를 저으며 손짓을 했다.
'졸려. 너무 졸려....'
"응, 자자. "
주자서는 흐릿한 눈으로 온객행을 쳐다봤다.
"왜?"
왜,라니. 그건 주자서가 묻고 싶었다. 손가락을 들어 밑을 가리켰다.
'나는 이제 못 해. 네가 나와야지.'
온객행이 몸을 숙이며 말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있게 해 줘. 미안해.
그가 몸을 내리누르며 다가오자 더이상 온객행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온객행은 주자서의 귓가에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남은 걸 더욱 깊게 밀어넣었다.
'아!'
주자서의 허리가 허공에 들리며 목이 뒤로 꺾였다.
그는 평소에 다정다감한데 어째서 침상에서는 이리 난폭해졌을까. 연목치가 말한 그 '발정'이란 것은 사람의 성정마저 변하게 하는걸까.
주자서는 그가 주는 쾌락에 신음하며 다시 그의 어깨에 매달렸다.
이대로라면 자신은 곧 쾌락에 죽거나 온객행에게 깔려 죽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온객행은 지쳐 곯아떨어진 주자서의 몸을 안고도 놓지를 못했다. 그의 안은 너무나 뜨거웠고, 마치 늪처럼 그를 빨아들였다. 몸이 저리고 술에 취한 것 같이, 모든 감각이 달아올랐다.
머리 속에는 오직 주자서, 그 밖에 없었다.
달빛은 끝이 없고, 두 사람을 삼켜버린 쾌감의 폭풍은 가라앉을 줄 몰랐다.
온객행은 주자서가 잠든 사이 죽을 만들고 침상의 이불을 바꿨다. 이불을 바꾸는 사이에 분명 주자서를 안고 움직였을텐데 주자서는 기억이 없었다.
바삭거리는 마른 이불의 감촉이 좋아 무의식중에 얼굴을 비볐다.
온객행은 주자서를 깨워 죽을 먹였고 씻는 것을 도왔다. 온 몸이 부서질 듯 아픈 주자서는 씻는 내내 미간의 주름이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허리 아래를 씻을 때는 절로 눈물이 나왔다.
주자서는 죽을 받아먹다가 온객행의 끝없는 입맞춤에 자신의 입술이 부었다는 걸 알게 됐다. 또 눈을 비비다가 밤새 시달림에 눈가가 짓물렀다는 것도 알게 됐다.
온 몸은 근육통에, 한마디로 성한 곳이 한군데도 없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놀라운 것은 온객행은 전혀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는 평상시처럼 집안일을 하고 주자서를 보살폈다. 다만 이불은 세탁을 해도 두 사람 때문에 금세 젖어버렸기에 말리기까지 애를 먹어 온객행은 이번에 마을에 가서 이불을 사와야하나 고민이었다.
평소 사냥이 잘 되는 날에는 남은 고기들을 포를 떠 소금물에 담근 후 말려둔다. 그렇게 만들어 두면 먹을 것이 부족할 때 도움이 되었다. 자신은 며칠을 굶어도 아무렇지 않았지만 주자서는 힘들어했다. 그래서 온객행은 틈만 나면 육포와 육과를 만들어 저장해두었다.
요 며칠 두 사람은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먹고 자는 것 외에는 계속 몸을 섞었다. 허기가 지면 죽이나 말린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
온객행은 손에 턱을 괴고 주자서를 보고 있었다. 그는 침의를 걸치고 긴 머리는 하나로 땋아내려 어깨에 늘어뜨렸다. 온객행은 벌어진 침의 사이로 보이는 그의 맨다리에 시선이 가지 않도록 애써야 했다.
'왜 그렇게 쳐다봐?'
주자서가 말린 고기를 떼먹는 모습이 예쁘고 신기했다.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먹으며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온객행을 쳐다봤다. 처음엔 온객행이 조금씩 잘라 그의 입에 넣어줬고, 주자서는 평소에 먹는 양보다는 훨씬 많은 양을 먹었다. 다 먹은 후에는 배가 차지 않았는지 더 먹고 싶다는 손짓을 해 온객행을 기쁘게 만들었다.
"더 먹을래? 좀 더 남아있어."
'이제 괜찮아. 많이 먹었어. 배불러.'
주자서는 배를 두들기며 말했다. 정말 그의 말대로 납작한 배는 살짝 나와있었다. 볼록해진 배가 귀여웠다. 그리고...무언가를 떠올리게 했다.
순간 온객행의 얼굴은 빨개졌고 자신도 모르게 손등으로 코와 입을 가리며 몸을 뒤로 물리다가 하마터면 의자와 함께 넘어질 뻔 했다. 주자서가 온객행의 팔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왜 그래?'
온객행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아무 것도 아니야!"
발정은 거의 가라앉았지만 이런 상상은 다시금 그를 자극했다. 끝을 모르는 정염이 뻔뻔하게 고개를 든다. 두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며 온객행은 등을 돌렸다. 아무리 얼굴을 비벼봐도 그것, 그가 주자서 안에 깊게 들어갔을 때 부풀었던 배모양을 머리 속에서 지우기는 어려웠다.
온객행은 밖으로 나와 나무에 뜨거워진 이마를 대고 식기를 기다리며, 아까와 같은 상상이 머리를 비집고 들어올 때마다 나무에 이마를 쎄게 찧어댔다.
-------
온객행은 화가나면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질 때가 있었다. 그것은 주자서가 실수를 할 때였고, 그 실수 때문에 다칠 때였다.
다치지만 않으면 괜찮았다. 온객행이 아끼는 책을 찢어도, 집에서 물건을 갖고 나가 숲 속 어딘가에 두고 왔을 때도 잠깐 인상을 쓸 뿐 화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도 옛날 일처럼 근래의 온객행은 주자서의 일이라면 계속 안절부절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밥을 적게 먹어도, 많이 먹어도.
잠을 안자도, 많이 자서 일어나지 않아도.
옷을 안 입어도, 꼭꼭 싸매서 입어도.
온객행은 정말 이상했다.
지난 번 풍쟁을 쫓아갔던 날 발바닥이 온통 상처투성이가 되었을 때도 그랬다. 그는 화를 내지 않았고...... 울었다!
물어보고 싶다. 왜 울었냐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니 그와의 대화는 한계가 있었다. 손짓으로는 아주 간단한 대화 밖에 할 수 없으니 답답했다. 그래서 주자서는 글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주자서는 온객행이 모아둔 책들 중에 아무거나 하나를 뽑아 온객행에게 달려갔다.
'글을 알려 줘!'
주자서가 내민 책을 보더니 온객행이 말했다.
"이거 읽어 줘?"
'아니, 아니. 나 글을 배우고 싶어.'
주자서는 붓을 잡는 흉내를 내며 뭔가를 쓰는 것처럼 움직였다.
"그림 그리고 싶어?"
답답했다. 고개를 저으며 계속 손짓을 했다. 집중을 하는 온객행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주자서는 가져온 책을 피고는 글자 하나를 가리키더니 흙바닥에 똑같이 손가락으로 따라썼다.
"....글?"
'응!'
"글을 알려달라고?"
주자서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뜻이 통하니 이렇게 기쁠수가!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온객행도 웃으면서 주자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날부터 주자서는 글을 외웠다. 처음에 온객행은 두 사람의 이름을 알려줬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니 속도가 빨랐다. 이름, 음식, 옷, 집, 호수, 불 등, 그 뜻을 가진 물건 옆에서 계속 글을 썼다. 부드러운 흙바닥에 손가락으로 써대니 온객행이 나뭇가지를 꺾어 붓과 비슷하게 만들어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집 벽에는 '집'이란 글씨가 수백개 써졌고 호숫가에 진흙에는 '호수'란 글씨가 잔뜩 새겨졌다. 나무,나무,나무. 나뭇결에도 물론이고 잔뜩 뜯어진 초록 이파리에는 잎,이란 글자가 새겨졌다. 이파리는 종종 주자서의 옷 속에서도 나와 온객행은 그걸 주울 때마다 웃곤 했다.
주자서는 온객행도 놀랄만큼 빠르게 글을 배웠다. 그의 눈동자는 더 이상 흐릿하지 않고 선명했고, 정신은 뚜렷해졌다.
주자서는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객행자서
메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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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과 같았다.
새소리도 벌레들도 숨을 죽인 밤. 주자서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빛나던 밤처럼 모든 것이 조용했다.
산은 침묵을 했고 귀를 닫았다.
온객행은 살아 숨쉬어온 세월이 마치 이 순간을 위해 기다린 것 같았다.
숨을 죽이고 자신이 포획한 먹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달빛을 가린 온객행의 그림자가 주자서의 하얀 몸에 드리웠다. 깊고 물기 서린 눈빛에는 그의 오직 자신에 대한 애욕만이 담겨있었다.
그는 호수같이 깊고 따뜻했다. 온객행은 망설임없이 그 안에 몸을 담궜다. 속세의 그물에 떨어져 이제 그와 함께 묶여버렸으니, 다시는 벗어날 수 없다.
온객행은 주자서를 끌어안고 깊은 입맞춤을 나눴다.
세차게 흔들리는 폭풍 속에서 주자서는 온객행의 어깨를 붙잡고 떨어지지 않도록, 그대로 흘러가지 않도록 입술을 깨물고 매달렸다. 몸 속을 가득 채우며 부풀어 오르는 감각에 주자서는 고개를 뒤로 꺾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주자서 안에 몇 번이나 흘려보냈지만 지치지 않았고 매번 처음처럼 원기를 찾았다. 부드러운 속살은 그에 의해 짓이겨졌고 눌렸다. 주자서의 눈가엔 눈물이 마르지 않아 온객행은 간간이 그의 눈물을 핥으며 보듬었다. 주자서의 온 몸은 온객행이 남긴 흔적으로 눈 속에 핀 동백꽃처럼 붉게 물들었고, 아름다웠다.
두 사람은 쾌감에 젖었고 온 몸을 적신 여운에 몸을 떨었다. 결합한 곳에서는 온객행이 남긴 흔적이 뜨겁게 흘러내렸다.
온객행은 사정을 하고도 몸을 빼지 않았다. 그는 땀에 젖은 주자서의 머리카락을 넘기고 길게 입을 맞췄다. 더없이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감정으로 그를 내려다봤다.
주자서는 너무 졸렸다.
정말이지 몸에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고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온객행이 주자서의 등을 받치고 물을 먹일때도 제대로 눈을 뜨지 못했다. 물을 다 마신 주자서는 누워서 반쯤 뜬 눈으로 온객행을 쳐다봤다. 그 못지 않게 온객행도 땀을 흘리고 있었다. 흘러내린 그의 젖은 머리카락을 잡아당기자 온객행이 물그릇을 비운 후 주자서를 쳐다봤다.
"물 더 마실래?"
주자서는 고개를 저으며 손짓을 했다.
'졸려. 너무 졸려....'
"응, 자자. "
주자서는 흐릿한 눈으로 온객행을 쳐다봤다.
"왜?"
왜,라니. 그건 주자서가 묻고 싶었다. 손가락을 들어 밑을 가리켰다.
'나는 이제 못 해. 네가 나와야지.'
온객행이 몸을 숙이며 말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있게 해 줘. 미안해.
그가 몸을 내리누르며 다가오자 더이상 온객행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온객행은 주자서의 귓가에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남은 걸 더욱 깊게 밀어넣었다.
'아!'
주자서의 허리가 허공에 들리며 목이 뒤로 꺾였다.
그는 평소에 다정다감한데 어째서 침상에서는 이리 난폭해졌을까. 연목치가 말한 그 '발정'이란 것은 사람의 성정마저 변하게 하는걸까.
주자서는 그가 주는 쾌락에 신음하며 다시 그의 어깨에 매달렸다.
이대로라면 자신은 곧 쾌락에 죽거나 온객행에게 깔려 죽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온객행은 지쳐 곯아떨어진 주자서의 몸을 안고도 놓지를 못했다. 그의 안은 너무나 뜨거웠고, 마치 늪처럼 그를 빨아들였다. 몸이 저리고 술에 취한 것 같이, 모든 감각이 달아올랐다.
머리 속에는 오직 주자서, 그 밖에 없었다.
달빛은 끝이 없고, 두 사람을 삼켜버린 쾌감의 폭풍은 가라앉을 줄 몰랐다.
온객행은 주자서가 잠든 사이 죽을 만들고 침상의 이불을 바꿨다. 이불을 바꾸는 사이에 분명 주자서를 안고 움직였을텐데 주자서는 기억이 없었다.
바삭거리는 마른 이불의 감촉이 좋아 무의식중에 얼굴을 비볐다.
온객행은 주자서를 깨워 죽을 먹였고 씻는 것을 도왔다. 온 몸이 부서질 듯 아픈 주자서는 씻는 내내 미간의 주름이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허리 아래를 씻을 때는 절로 눈물이 나왔다.
주자서는 죽을 받아먹다가 온객행의 끝없는 입맞춤에 자신의 입술이 부었다는 걸 알게 됐다. 또 눈을 비비다가 밤새 시달림에 눈가가 짓물렀다는 것도 알게 됐다.
온 몸은 근육통에, 한마디로 성한 곳이 한군데도 없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놀라운 것은 온객행은 전혀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는 평상시처럼 집안일을 하고 주자서를 보살폈다. 다만 이불은 세탁을 해도 두 사람 때문에 금세 젖어버렸기에 말리기까지 애를 먹어 온객행은 이번에 마을에 가서 이불을 사와야하나 고민이었다.
평소 사냥이 잘 되는 날에는 남은 고기들을 포를 떠 소금물에 담근 후 말려둔다. 그렇게 만들어 두면 먹을 것이 부족할 때 도움이 되었다. 자신은 며칠을 굶어도 아무렇지 않았지만 주자서는 힘들어했다. 그래서 온객행은 틈만 나면 육포와 육과를 만들어 저장해두었다.
요 며칠 두 사람은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먹고 자는 것 외에는 계속 몸을 섞었다. 허기가 지면 죽이나 말린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
온객행은 손에 턱을 괴고 주자서를 보고 있었다. 그는 침의를 걸치고 긴 머리는 하나로 땋아내려 어깨에 늘어뜨렸다. 온객행은 벌어진 침의 사이로 보이는 그의 맨다리에 시선이 가지 않도록 애써야 했다.
'왜 그렇게 쳐다봐?'
주자서가 말린 고기를 떼먹는 모습이 예쁘고 신기했다.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먹으며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온객행을 쳐다봤다. 처음엔 온객행이 조금씩 잘라 그의 입에 넣어줬고, 주자서는 평소에 먹는 양보다는 훨씬 많은 양을 먹었다. 다 먹은 후에는 배가 차지 않았는지 더 먹고 싶다는 손짓을 해 온객행을 기쁘게 만들었다.
"더 먹을래? 좀 더 남아있어."
'이제 괜찮아. 많이 먹었어. 배불러.'
주자서는 배를 두들기며 말했다. 정말 그의 말대로 납작한 배는 살짝 나와있었다. 볼록해진 배가 귀여웠다. 그리고...무언가를 떠올리게 했다.
순간 온객행의 얼굴은 빨개졌고 자신도 모르게 손등으로 코와 입을 가리며 몸을 뒤로 물리다가 하마터면 의자와 함께 넘어질 뻔 했다. 주자서가 온객행의 팔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왜 그래?'
온객행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아무 것도 아니야!"
발정은 거의 가라앉았지만 이런 상상은 다시금 그를 자극했다. 끝을 모르는 정염이 뻔뻔하게 고개를 든다. 두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며 온객행은 등을 돌렸다. 아무리 얼굴을 비벼봐도 그것, 그가 주자서 안에 깊게 들어갔을 때 부풀었던 배모양을 머리 속에서 지우기는 어려웠다.
온객행은 밖으로 나와 나무에 뜨거워진 이마를 대고 식기를 기다리며, 아까와 같은 상상이 머리를 비집고 들어올 때마다 나무에 이마를 쎄게 찧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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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객행은 화가나면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질 때가 있었다. 그것은 주자서가 실수를 할 때였고, 그 실수 때문에 다칠 때였다.
다치지만 않으면 괜찮았다. 온객행이 아끼는 책을 찢어도, 집에서 물건을 갖고 나가 숲 속 어딘가에 두고 왔을 때도 잠깐 인상을 쓸 뿐 화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도 옛날 일처럼 근래의 온객행은 주자서의 일이라면 계속 안절부절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밥을 적게 먹어도, 많이 먹어도.
잠을 안자도, 많이 자서 일어나지 않아도.
옷을 안 입어도, 꼭꼭 싸매서 입어도.
온객행은 정말 이상했다.
지난 번 풍쟁을 쫓아갔던 날 발바닥이 온통 상처투성이가 되었을 때도 그랬다. 그는 화를 내지 않았고...... 울었다!
물어보고 싶다. 왜 울었냐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니 그와의 대화는 한계가 있었다. 손짓으로는 아주 간단한 대화 밖에 할 수 없으니 답답했다. 그래서 주자서는 글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주자서는 온객행이 모아둔 책들 중에 아무거나 하나를 뽑아 온객행에게 달려갔다.
'글을 알려 줘!'
주자서가 내민 책을 보더니 온객행이 말했다.
"이거 읽어 줘?"
'아니, 아니. 나 글을 배우고 싶어.'
주자서는 붓을 잡는 흉내를 내며 뭔가를 쓰는 것처럼 움직였다.
"그림 그리고 싶어?"
답답했다. 고개를 저으며 계속 손짓을 했다. 집중을 하는 온객행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주자서는 가져온 책을 피고는 글자 하나를 가리키더니 흙바닥에 똑같이 손가락으로 따라썼다.
"....글?"
'응!'
"글을 알려달라고?"
주자서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뜻이 통하니 이렇게 기쁠수가!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온객행도 웃으면서 주자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날부터 주자서는 글을 외웠다. 처음에 온객행은 두 사람의 이름을 알려줬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니 속도가 빨랐다. 이름, 음식, 옷, 집, 호수, 불 등, 그 뜻을 가진 물건 옆에서 계속 글을 썼다. 부드러운 흙바닥에 손가락으로 써대니 온객행이 나뭇가지를 꺾어 붓과 비슷하게 만들어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집 벽에는 '집'이란 글씨가 수백개 써졌고 호숫가에 진흙에는 '호수'란 글씨가 잔뜩 새겨졌다. 나무,나무,나무. 나뭇결에도 물론이고 잔뜩 뜯어진 초록 이파리에는 잎,이란 글자가 새겨졌다. 이파리는 종종 주자서의 옷 속에서도 나와 온객행은 그걸 주울 때마다 웃곤 했다.
주자서는 온객행도 놀랄만큼 빠르게 글을 배웠다. 그의 눈동자는 더 이상 흐릿하지 않고 선명했고, 정신은 뚜렷해졌다.
주자서는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객행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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