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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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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가 들렸다.
먼 의식 속에서 누군가가 주자서를 불렀다. 무거운 눈을 힘겹게 떠 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봤다.
온객행이었다.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안심이 된다. 주자서는 미소를 지으며 온객행에 목에 두 팔을 걸었다. 자꾸만 졸렸다. 수마가 발을 잡고 암흑 속으로 끌어내린다. 괜찮다. 어디서 자든 그가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었다.
주자서가 다시 눈을 뜬 건 한밤 중이었다. 그가 눈을 뜨자마자 온객행이 물을 가져와 먹였다.
물을 다 마신 주자서가 배를 가리켰다. 배가 고프다는 뜻이었다. 온객행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뜨끈한 고기를 그릇에 담아왔다. 제 손으로 고깃살을 찢어 주자서의 입에 넣어줬다.
오물오물 씹던 주자서의 눈이 커졌다.
'맛있어.'
딱 그 표정이었다. 온객행은 미소를 지으며 쉬지 않고 고기를 주자서의 입에 넣어주었다.
한참을 얌전하게 받아먹던 주자서는 온객행이 다시 고깃살을 입가에 대주자 고개를 저었다. 배가 부른 것이었다. 그리고는 두 발을 내려 침상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곧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허리와 엉덩이에 통증이 심했던 것이었다. 온객행이 그릇을 내려놓고 얼른 주자서를 안아 일으켜세웠다.
"괜찮아?"
주자서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어디 다쳤어? 왜 그래?"
주자서가 바닥을 쳐다봤다. 온객행도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같이 쳐다봤다.
주자서의 다리 사이로 바닥에 뚝, 뚝, 유백색의 액체가 떨어지고 있었다.
바들바들 떨며 멍하니 서 있는 주자서를 안고 온객행은 호수를 향해 달렸다. 그가 기절해있는 동안 욕조에서 깨끗하게 씻겼건만 몸 깊숙한 곳에 남겨진 흔적들이 밖으로 나왔다. 온객행도 이러한 경험이 없어 몸 안의 정액을 긁어내야하는 걸 몰랐다.
호수에 도착하자마자 온객행은 주자서의 옷을 모두 벗기고 자신도 벗었다. 아름다운 몸에 어울리지 않는 잇자국들은 못 본 척 하며 그를 안고 호수 안으로 들어갔다. 한 낮의 열기를 품은 물은 따뜻했다.
주자서는 갓 태어난 아기처럼 몸을 동글게 말고 온객행에게 안겨있었다.
온객행은 손바닥으로 물을 떠 수면 위로 드러난 주자서의 어깨에 끼얹었다. 몇 번이고 계속 반복했다. 고른 숨소리에 잠이 들었나 확인하자 주자서의 까만 눈동자와 마주쳤다.
먼저 웃은 건 주자서였다.
온객행도 마음이 풀려 같이 웃었다. 소중한 것을 만지듯 주자서의 얼굴을 감싸고 천천히 입을 맞췄다.
그래... 그렇게 웃으면 돼. 그럼 나도 괜찮아.
"개구리 잡아줄까?"
주자서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이가 흔들릴정도로 고개를 흔들어댔다.
온객행은 손가락을 세워 쉿, 주자서를 조용히 시켰다. 개구리가 우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귀에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구리의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온객행은 빠르게 헤엄쳐 움직였고 곧 개구리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주자서는 두 손을 모아 조심스럽게 개구리를 받았다. 개구리는 도망갈 것처럼 몸을 한껏 낮추더니 뒷다리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동공이 얇게 변한 온객행의 뱀눈을 보고 사지를 바들바들 떨며 도망치기를 포기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자서만이 신이 나 개구리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갑자기 주자서의 손이 힘없이 물 속으로 떨어졌다. 개구리는 스스로 도망친 것이 아닌 주자서가 놓아준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의식을 잃은 주자서의 몸이 물 속으로 가라앉았고 온객행은 재빨리 그를 안았다. 그 사이 개구리는 자유를 얻어 멀리 멀리 도망을 갔다.
"아슈...눈을 떠...."
떨리는 목소리로 온객행이 말했다. 두려웠다.
자신이 사냥을 나간 사이 흙바닥에 더럽혀진 몸으로 기절해있던 주자서가 떠올랐다. 정신을 차리라고 다정하게 얼굴을 톡톡 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두려움에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눈을 꼬옥 감은 주자서의 얼굴에 투명한 비늘이 덮였다.
두번째 탈피였다.
온객행은 벌써 네번의 탈피를 했다. 탈피를 거듭할 수록 힘이 강해지고 성체에 가까워진다. 언제까지 탈피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조만간 그 끝이 올거라 느껴졌다. 하지만 주자서는 온객행과 같은 날에 태어났으면서도 느렸다. 첫번째 탈피 때는 스스로 벗지 못해 결국 온객행이 찢어줘야 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탈진해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번에도 잘 지켜봐야할 것이다.
달빛 탓인가.
어째서 금색으로 보이지.
온객행은 흑색비늘이었다. 태어나기는 노오란 뱀으로 나왔지만 탈피를 거듭할 수록 제 종족인 흑사에 가깝게 되었다. 매번 탈피를 했어도 흑색이었는데 주자서는 왜 태어난 색과 같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비늘이 점점 주자서의 몸을 덮어갔다.
온객행은 뱀으로 변해 주자서를 등에 태우고는 빠르게 산을 내려 집으로 돌아갔다.
탈피가 끝날때까지 주자서와는 잠시동안 이별이었다. 부디 아무일 없이 그가 무사히 깨어나길 바랄 뿐이었다.
---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졌다지만 한낮은 여름처럼 더웠다.
하지만 지금 집 안은 바깥보다 더 더웠다.
온객행은 땀을 닦으며 계속 불을 피우고 있었다. 뱀의 몸은 차갑다지만 탈피를 할 때는 따뜻한 온도가 도움이 된다.
자신이 탈피를 할 때는 그런 건 필요없었다. 하지만 그 상대가 주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침상 위에는 은은한 금색빛으로 둘러진 둥근 고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안에 주자서가 잠들어 있었다.
온객행은 불을 때는 것 외에는 눈을 가늘게 뜨고 불투명한 고치 안을 살핀다. 주자서를 보는 것이다.
언제쯤 깨어날까. 벌써 보름이 지났다.
애가 탔다.
탈피가 끝나면 배가 고플텐데.
틈을 봐 얼른 사냥을 해 와야했다. 저번에 혼자 두었다가 욕을 봤기 때문에 다시는 혼자두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어찌해야할지 고민을 하며 집 밖에 쌓아둔 나무를 가져오기 위해 문을 열었을 때 낯선 사람이 서 있었다. 공기 속에 신선한 피냄새가 퍼졌다. 며칠을 굶은 온객행은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남자의 등에 죽은 토끼들이 매달려있었다.
허름한 옷차림이 산 아래에서 보는 사냥꾼같았다.
허나 여기까지 올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사람들의 눈에 띄는 곳이 아니었고 오르기까지 지형이 험난했다. 아주 드물게 올라오는 사람은 있었지만 온객행에게 걸리면 살아나가지 못했다.
온객행이 문을 열고 나오자 남자는 적잖이 당황했다. 온객행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남자가 먼저 말했다.
"여기 공자님 한 분 계시지 않습니까?"
......공자?
온객행이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남자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
"그...얼굴이 하얗고 이쁘장한 남자말이오!"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말을 하면서 누군가를 찾는 듯 온객행이 나온 집 안 쪽을 엿봤다.
피냄새에 가려지긴 했지만 아주 옅으면서도 익숙한 향이 남자에게서 났다. 온객행은 눈을 감고 온 신경을 집중해 그 향의 출처를 찾으려고 했다. 그 사이 남자는 사냥솜씨를 발휘해 발소리를 죽이며 조용히 온객행에게 다가갔다.
씹.
지난 번 좆질한 놈을 찾으러 왔더니 다른 놈이 있잖아. 이 놈도 혹시 공자랑 좆질하러 온건가? 아니, 이미 했나?
이왕 하는거 위에 올라타 요망하게 허리 좀 흔들어보라고 뇌물로 토끼까지 가져왔는데 이게 뭐야.
남자는 짜증이 치솟았다.
남자는 하산을 하고도 주자서를 잊을 수 없었다.
박으면서 울리기만 했기에 주자서가 제 스스로 다리를 벌리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남자에게 박은 건 처음이었지만 한번 맛본 맛은 천상의 맛이었다.
그 후 싸구려 기루에서 비슷해보이는 남창을 사서 박아봤지만 만족을 못했다. 좆을 삼키는 구멍도 피부결도 무엇보다 서시처럼 아름다운 외모가 남창과는 달랐다. 주자서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성기가 벌떡 섰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 만나면 먹고 자는 것 외에는 좆질만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산에 올랐다. 몸정을 진하게 쌓은 다음 산 아래로 데리고 내려와 집에 두고 질릴 때까지 따 먹다가 정말 질리면 남창으로 팔면 그만이었다. 말도 못하는 벙어리가 무얼 할 수 있으랴. 혹시 글을 쓸 줄 알아 어디 관아에 억울함을 호소한다면 손목을 잘라버리면 되는 것을.
손목이 없더라도 주자서가 다리만 벌리면 손님이 끊이질 않을 것이었다.
그랬는데 딴 놈이 벌써 채가고 만 것이었다.
자세한 사정도 모르면서 남자의 머리 속은 스스로 만든 상상의 이야기가 짜집기를 하고 있었다.
눈 앞의 공자도 눈이 돌아갈만큼 서늘한 미남이었지만 박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이 미남과 주자서가 흘레붙어 좆질을 한다는 상상이 짜증이 났다. 밴댕이 속만큼 작은 눈에 툭 튀어나온 입을 가진 자신과 다르게 저 놈은 잘생겼다. 그나마 사냥꾼들과 있을 때는 처지지 않는 외모였지만 저 놈과 있을 때는 다르다.
분명 주자서는 저 놈 밑에서는 간드러지게 웃으면서 다리를 벌릴 것이다.
그 딴 외모가 다 무에라고!
화가 난 남자가 잡은 칼이 눈을 감고 있는 온객행의 목을 향해 날라갔다. 하지만 그 칼이 온객행의 목에 닿는 일은 없었다.
뚝- 뚝-
남자는 심장이 뚫린채 허공에 떠 있었다. 뜨끈한 피가 온객행의 손을 타고 흘러 소매를 적셨다. 바닥에는 피로 만들어진 작은 웅덩이가 생겼다.
남자가 말을 하려는지 입을 벌렸지만 한웅큼의 피가 쏟아질 뿐이었다.
"어...윽....엌....."
남자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심장을 뚫고 올려다보는 온객행의 눈이....동공이....뱀의 눈이었다. 흐어어어억!
"감히...너 따위가 아슈에게 더러운 손을 대다니."
분노를 담은 음산한 목소리가 천지사방에서 울리듯 들려왔다. 곧 죽게 될텐데도 남자는 오금이 저려 오줌을 지릴 정도였다.
얼마 안 있어 남자의 숨이 끊어졌다. 온객행이 심장에서 손을 빼내자 피가 분수같이 튀며 그를 덮쳤다.
쯧.
바닥에 쿵-하고 남자의 시체가 땅에 떨어졌다. 온객행은 방해가 되는 시체를 발로 차버리고는 땔감나무들을 한아름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객행자서
메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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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가 들렸다.
먼 의식 속에서 누군가가 주자서를 불렀다. 무거운 눈을 힘겹게 떠 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봤다.
온객행이었다.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안심이 된다. 주자서는 미소를 지으며 온객행에 목에 두 팔을 걸었다. 자꾸만 졸렸다. 수마가 발을 잡고 암흑 속으로 끌어내린다. 괜찮다. 어디서 자든 그가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었다.
주자서가 다시 눈을 뜬 건 한밤 중이었다. 그가 눈을 뜨자마자 온객행이 물을 가져와 먹였다.
물을 다 마신 주자서가 배를 가리켰다. 배가 고프다는 뜻이었다. 온객행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뜨끈한 고기를 그릇에 담아왔다. 제 손으로 고깃살을 찢어 주자서의 입에 넣어줬다.
오물오물 씹던 주자서의 눈이 커졌다.
'맛있어.'
딱 그 표정이었다. 온객행은 미소를 지으며 쉬지 않고 고기를 주자서의 입에 넣어주었다.
한참을 얌전하게 받아먹던 주자서는 온객행이 다시 고깃살을 입가에 대주자 고개를 저었다. 배가 부른 것이었다. 그리고는 두 발을 내려 침상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곧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허리와 엉덩이에 통증이 심했던 것이었다. 온객행이 그릇을 내려놓고 얼른 주자서를 안아 일으켜세웠다.
"괜찮아?"
주자서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어디 다쳤어? 왜 그래?"
주자서가 바닥을 쳐다봤다. 온객행도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같이 쳐다봤다.
주자서의 다리 사이로 바닥에 뚝, 뚝, 유백색의 액체가 떨어지고 있었다.
바들바들 떨며 멍하니 서 있는 주자서를 안고 온객행은 호수를 향해 달렸다. 그가 기절해있는 동안 욕조에서 깨끗하게 씻겼건만 몸 깊숙한 곳에 남겨진 흔적들이 밖으로 나왔다. 온객행도 이러한 경험이 없어 몸 안의 정액을 긁어내야하는 걸 몰랐다.
호수에 도착하자마자 온객행은 주자서의 옷을 모두 벗기고 자신도 벗었다. 아름다운 몸에 어울리지 않는 잇자국들은 못 본 척 하며 그를 안고 호수 안으로 들어갔다. 한 낮의 열기를 품은 물은 따뜻했다.
주자서는 갓 태어난 아기처럼 몸을 동글게 말고 온객행에게 안겨있었다.
온객행은 손바닥으로 물을 떠 수면 위로 드러난 주자서의 어깨에 끼얹었다. 몇 번이고 계속 반복했다. 고른 숨소리에 잠이 들었나 확인하자 주자서의 까만 눈동자와 마주쳤다.
먼저 웃은 건 주자서였다.
온객행도 마음이 풀려 같이 웃었다. 소중한 것을 만지듯 주자서의 얼굴을 감싸고 천천히 입을 맞췄다.
그래... 그렇게 웃으면 돼. 그럼 나도 괜찮아.
"개구리 잡아줄까?"
주자서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이가 흔들릴정도로 고개를 흔들어댔다.
온객행은 손가락을 세워 쉿, 주자서를 조용히 시켰다. 개구리가 우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귀에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구리의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온객행은 빠르게 헤엄쳐 움직였고 곧 개구리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주자서는 두 손을 모아 조심스럽게 개구리를 받았다. 개구리는 도망갈 것처럼 몸을 한껏 낮추더니 뒷다리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동공이 얇게 변한 온객행의 뱀눈을 보고 사지를 바들바들 떨며 도망치기를 포기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자서만이 신이 나 개구리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갑자기 주자서의 손이 힘없이 물 속으로 떨어졌다. 개구리는 스스로 도망친 것이 아닌 주자서가 놓아준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의식을 잃은 주자서의 몸이 물 속으로 가라앉았고 온객행은 재빨리 그를 안았다. 그 사이 개구리는 자유를 얻어 멀리 멀리 도망을 갔다.
"아슈...눈을 떠...."
떨리는 목소리로 온객행이 말했다. 두려웠다.
자신이 사냥을 나간 사이 흙바닥에 더럽혀진 몸으로 기절해있던 주자서가 떠올랐다. 정신을 차리라고 다정하게 얼굴을 톡톡 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두려움에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눈을 꼬옥 감은 주자서의 얼굴에 투명한 비늘이 덮였다.
두번째 탈피였다.
온객행은 벌써 네번의 탈피를 했다. 탈피를 거듭할 수록 힘이 강해지고 성체에 가까워진다. 언제까지 탈피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조만간 그 끝이 올거라 느껴졌다. 하지만 주자서는 온객행과 같은 날에 태어났으면서도 느렸다. 첫번째 탈피 때는 스스로 벗지 못해 결국 온객행이 찢어줘야 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탈진해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번에도 잘 지켜봐야할 것이다.
달빛 탓인가.
어째서 금색으로 보이지.
온객행은 흑색비늘이었다. 태어나기는 노오란 뱀으로 나왔지만 탈피를 거듭할 수록 제 종족인 흑사에 가깝게 되었다. 매번 탈피를 했어도 흑색이었는데 주자서는 왜 태어난 색과 같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비늘이 점점 주자서의 몸을 덮어갔다.
온객행은 뱀으로 변해 주자서를 등에 태우고는 빠르게 산을 내려 집으로 돌아갔다.
탈피가 끝날때까지 주자서와는 잠시동안 이별이었다. 부디 아무일 없이 그가 무사히 깨어나길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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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졌다지만 한낮은 여름처럼 더웠다.
하지만 지금 집 안은 바깥보다 더 더웠다.
온객행은 땀을 닦으며 계속 불을 피우고 있었다. 뱀의 몸은 차갑다지만 탈피를 할 때는 따뜻한 온도가 도움이 된다.
자신이 탈피를 할 때는 그런 건 필요없었다. 하지만 그 상대가 주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침상 위에는 은은한 금색빛으로 둘러진 둥근 고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안에 주자서가 잠들어 있었다.
온객행은 불을 때는 것 외에는 눈을 가늘게 뜨고 불투명한 고치 안을 살핀다. 주자서를 보는 것이다.
언제쯤 깨어날까. 벌써 보름이 지났다.
애가 탔다.
탈피가 끝나면 배가 고플텐데.
틈을 봐 얼른 사냥을 해 와야했다. 저번에 혼자 두었다가 욕을 봤기 때문에 다시는 혼자두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어찌해야할지 고민을 하며 집 밖에 쌓아둔 나무를 가져오기 위해 문을 열었을 때 낯선 사람이 서 있었다. 공기 속에 신선한 피냄새가 퍼졌다. 며칠을 굶은 온객행은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남자의 등에 죽은 토끼들이 매달려있었다.
허름한 옷차림이 산 아래에서 보는 사냥꾼같았다.
허나 여기까지 올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사람들의 눈에 띄는 곳이 아니었고 오르기까지 지형이 험난했다. 아주 드물게 올라오는 사람은 있었지만 온객행에게 걸리면 살아나가지 못했다.
온객행이 문을 열고 나오자 남자는 적잖이 당황했다. 온객행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남자가 먼저 말했다.
"여기 공자님 한 분 계시지 않습니까?"
......공자?
온객행이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남자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
"그...얼굴이 하얗고 이쁘장한 남자말이오!"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말을 하면서 누군가를 찾는 듯 온객행이 나온 집 안 쪽을 엿봤다.
피냄새에 가려지긴 했지만 아주 옅으면서도 익숙한 향이 남자에게서 났다. 온객행은 눈을 감고 온 신경을 집중해 그 향의 출처를 찾으려고 했다. 그 사이 남자는 사냥솜씨를 발휘해 발소리를 죽이며 조용히 온객행에게 다가갔다.
씹.
지난 번 좆질한 놈을 찾으러 왔더니 다른 놈이 있잖아. 이 놈도 혹시 공자랑 좆질하러 온건가? 아니, 이미 했나?
이왕 하는거 위에 올라타 요망하게 허리 좀 흔들어보라고 뇌물로 토끼까지 가져왔는데 이게 뭐야.
남자는 짜증이 치솟았다.
남자는 하산을 하고도 주자서를 잊을 수 없었다.
박으면서 울리기만 했기에 주자서가 제 스스로 다리를 벌리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남자에게 박은 건 처음이었지만 한번 맛본 맛은 천상의 맛이었다.
그 후 싸구려 기루에서 비슷해보이는 남창을 사서 박아봤지만 만족을 못했다. 좆을 삼키는 구멍도 피부결도 무엇보다 서시처럼 아름다운 외모가 남창과는 달랐다. 주자서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성기가 벌떡 섰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 만나면 먹고 자는 것 외에는 좆질만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산에 올랐다. 몸정을 진하게 쌓은 다음 산 아래로 데리고 내려와 집에 두고 질릴 때까지 따 먹다가 정말 질리면 남창으로 팔면 그만이었다. 말도 못하는 벙어리가 무얼 할 수 있으랴. 혹시 글을 쓸 줄 알아 어디 관아에 억울함을 호소한다면 손목을 잘라버리면 되는 것을.
손목이 없더라도 주자서가 다리만 벌리면 손님이 끊이질 않을 것이었다.
그랬는데 딴 놈이 벌써 채가고 만 것이었다.
자세한 사정도 모르면서 남자의 머리 속은 스스로 만든 상상의 이야기가 짜집기를 하고 있었다.
눈 앞의 공자도 눈이 돌아갈만큼 서늘한 미남이었지만 박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이 미남과 주자서가 흘레붙어 좆질을 한다는 상상이 짜증이 났다. 밴댕이 속만큼 작은 눈에 툭 튀어나온 입을 가진 자신과 다르게 저 놈은 잘생겼다. 그나마 사냥꾼들과 있을 때는 처지지 않는 외모였지만 저 놈과 있을 때는 다르다.
분명 주자서는 저 놈 밑에서는 간드러지게 웃으면서 다리를 벌릴 것이다.
그 딴 외모가 다 무에라고!
화가 난 남자가 잡은 칼이 눈을 감고 있는 온객행의 목을 향해 날라갔다. 하지만 그 칼이 온객행의 목에 닿는 일은 없었다.
뚝- 뚝-
남자는 심장이 뚫린채 허공에 떠 있었다. 뜨끈한 피가 온객행의 손을 타고 흘러 소매를 적셨다. 바닥에는 피로 만들어진 작은 웅덩이가 생겼다.
남자가 말을 하려는지 입을 벌렸지만 한웅큼의 피가 쏟아질 뿐이었다.
"어...윽....엌....."
남자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심장을 뚫고 올려다보는 온객행의 눈이....동공이....뱀의 눈이었다. 흐어어어억!
"감히...너 따위가 아슈에게 더러운 손을 대다니."
분노를 담은 음산한 목소리가 천지사방에서 울리듯 들려왔다. 곧 죽게 될텐데도 남자는 오금이 저려 오줌을 지릴 정도였다.
얼마 안 있어 남자의 숨이 끊어졌다. 온객행이 심장에서 손을 빼내자 피가 분수같이 튀며 그를 덮쳤다.
쯧.
바닥에 쿵-하고 남자의 시체가 땅에 떨어졌다. 온객행은 방해가 되는 시체를 발로 차버리고는 땔감나무들을 한아름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객행자서
메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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