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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0 17:10
기산온씨가 패악 부리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에서...근데 그걸 못믿는거

관음묘 이후에 강징은 정말 빠르게 시들었음 그게 복수인지 그리움인지 나중엔 자기도 구분하기 힘든 정도였지만 어쨌든 강징을 붙들고 있던 원동력은 위무선이 돌아온다는거였는데 정작 돌아온 위무선은 스스로 강징을 떠났단 말이야 위무선을 원망하다가 그럴 자격이 있느냐며 자조하다가 한없이 우울했다가 또 어느날은 초연했다가...강징은 그 모든 일이 가문에 은혜를 갚기 위해서였다는 말이 생각날때마다 차라리 미쳐버리고 싶었음

그렇다고 이런걸 원한건 아니었는데

여느때와 같이 미친듯이 일에 몰두하던 강징은 코피를 쏟았음 보통 코피와는 다르게 그 양이 엄청났어 막는 것보다 피가 쏟아지는게 더 빨랐고 강징은 자기 피에 질식할 지경이었음 코를 막아도 순식간에 온몸이 피에 젖은 종주를 보고 비명을 지르는 부사를 본걸 마지막으로 강징은 정신을 놓았음

눈을 뜨고 보인건 익숙한 천장이었음 어린 시절에 쓰던 방 천장이라 잠깐 어리둥절했는데 기절 직전에 피에 난리가 났던 자기 방을 생각하고는 치우느라 그랬나보다 대충 생각함 명줄이 질긴지 어떻게 또 살아났어 늘 피로에 젖어있던 것과는 다르게 몸이 가볍고 멀쩡한게 의원이 득도라도 했나 싶음 일어나야 하는데....몸은 멀쩡한데 정신이 너무 피로했음 잠시만 쉬려고 누워서 팔로 눈을 가리는데 문이 텅 열리고 여기에 없어야 할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거

강징 아직 자냐?! 웬일이야 소종주님!

눈을 번쩍 뜬 강징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고 넋이 나가버림 위무선이었음 허락도 없이 남의 방문을 열어제끼는 태도하며 능글능글한 그 웃음하며 사람들이 부르는 것과는 달리 예의나 존경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호칭.....잠깐, 위무선이 방금 저를 뭐라고 불렀지?

아침부터 왜 이렇게 넋이 나가있어? 우리 징징이 무서운 꿈 꿨어?

다가오는 위무선을 보다가 주변도 눈에 들어오는데 이런 빌어먹을 강징의 방은 한번 불에 탔었지 있을리가 없는 물건들에, 격없이 치대는 위무선과 묘하게 가벼운 몸상태에...강징은 돌연 입고 있는 옷의 가슴팍을 뜯듯이 열었음 순간 놀라 제자리에서 멈춘 위무선도 무시하고 손을 들어 가슴을 만진 강징이 헛웃음을 지었음 그곳에 흉터따위는 없었어

강징? 왜그래?

심상치 않은 제 사제의 기색에 순식간에 심각해진 위무선이 강징에게 걸어가려다 막혔음

가까이 오지마

한번도 느껴본적 없는 적의를 두 눈에 드러내는 강징때문에

암튼 글케 회귀?했는데 못믿는거 보고싶다 사실 누가 바로 아 내가 갑자기 평화로운 세상에 떨어졌구나 깨닫겠음 오만 술법과 저주가 판치는 세상에서 누가 농간을 부렸구나 생각하는게 더 빠르지...특히 강징같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의심많고 기만당하는거 절대 용서못하는 성격이라 아무것도 모르고 행복만하던 시기로 장난질하는 놈 걸리면 죽인다고 이 아득바득하는 무는거임

위무선 사칭하던 놈들 잡아 족치던 경력으로 강징은 사도에 관해서 적지 않은 지식을 갖고 있었고 이런 종류의 술법도 아주 잘 알고 있었음 꿈에서 깨야지 별수있어? 강징은 망설임 없이 삼독을 들어 목에 겨눔

급히 달려와 맨손으로 칼날을 잡은 위무선때문에 미수로 그친 이후에도 끊임없이 극단적으로 깨려고 하고 이 세상을 가짜로 치부하는거 아무리 무기를 빼앗아도 기어코 자신을 찌르려하고 혀를 깨물고 연화오 한가운데서 검 휘두르고 다니니 하루 아침에 미쳐서 매일같이 자살소동 벌이는 소종주때문에 발칵 뒤집어졌을거임 말로 말리려고 해도 그럴틈이 없음

손발이 다 묶이고 입에는 재갈이 채워진채 24시간 내내 감시당하다보니 강징도 지치는거임 이쯤되면 진짜 누군가의 술법이 아니라 내가 죽고 내세라도 들었거나 아니면 정말로 미쳤거나 싶음 왜냐면 고통도 진짜고 아무리 날이 흘러도 깨지를 않아서 이젠 죽는 방법 찾는 것도 힘듦 그러고 마지막으로 연화호에 뛰어들었다가 눈떠보니 오열하고 있는 염리랑 개빡친 위무선 보고 그냥 체념하는거 보고싶다 누가 날 여기로 데려다놨는지 몰라도 끝은 있겠지 싶기도하고

모두가 심지어 우자연까지 한발 물러나서 강징을 조심스럽게 대하는 와중에 부모는 착잡하고 염리는 그저 애틋한데 위무선만은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모르는 강징 어차피 위무선은 떠날 사람이고...두사람은 예전에 남들 눈을 피해 입도 마음도 맞추던 사이였지만 그건 다 옛말이었지 결말을 알고 있으니 모든게 다 부질없이 느껴지는거야 위무선이 관음묘에서 한 말은 그런거였음 그동안 강징과 나누었던 모든것을 부정하고 뒤흔드는 것

복잡한 강징은 위무선과 거리를 두고 심지어 눈도 잘 안마주치려고 하겠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별 문제 없어보이지만 위무선 눈에는 절대 아님 또 죽으려들지 몰라서 다그치지도 못하겠는데 무슨 말을 해도 어.응.그래. 하고 단답으로 나오고 이유도 없이 자기 피하는 강징 보면서 돌아버리기 직전인 위무선 ㅂㄱㅅ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