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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0 03:59
유서깊은 사립 명문여고 다니는 강징 보고싶다 맨날 손에 단어장 들려있고 단정한 교복에 빨간 리본 달고 다니고 등하교할때 기사가 데리러 오는…예쁜 얼굴에 대기업 후계자고 모범의 귀감이라 모든 선생들이 예뻐하는 어쩌고인거
고고한 아가씨로 평생 순탄할 것 같았던 강징의 인생이 꼬인건 남자친구가 생기고 나서부터였음
강징은 있는대로 몸을 구기고 위무선의 품속으로 더 숨어들었지 흘긋 볼때마다 귀신같이 내려다보고 눈을 마주치고 웃는 위무선도 무서웠지만 위무선의 중심으로 모여앉은 그놈 친구들이 더 무서웠음 저들끼리 낄낄거리면서 강징은 관심도 없는 게임 얘기나 저들 여자친구 얘기 하는데 묘하게 건들건들하고 불량해서 토끼마냥 겁먹고 호달달 떨고 있는거 여기 왜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집에 가고 싶은데 어깨에 올라온 위무선 팔이 너무 단단해서 꼼짝도 못함
강징이 위무선을 처음 만난건 몇주전이었음 강징은 나름 고민이 많았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건 아니지만 예민한 성격과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로 늘 혼자 다녔거든 친해지고 싶은 친구들이 있어도 마음과 다르게 쌀쌀맞게 나가는 말에 속으로는 어쩔줄 몰라서 나중에 집에서 이불이나 뻥뻥찼지 그렇다고 집에서 편하냐면 그것도 아님 정략결혼한 부모님은 사이가 건조했고 집은 늘 삭막하고 조용했어 강징은 후계자였고 늘 엄격한 교육과 태도를 교육받았음 가끔 강징은 숨이 막히게 답답했어 유일하게 위로가 되는건 염리지만 학교에서 겉돈다거나 부모님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음 다정한 언니는 분명 너무 속상해할테니까 그래서 혼자 꾹 입 다물고 지내다가 성적 조금 떨어졌다고 아버지한테 혼난 날 답답한거 못 참고 혼자 가출한거
최악의 하루였음 아침에는 성적때문에 부모님한테 혼나고 점심에 학교에서는 같은 반 친구들이 뒷담화 한걸 들어버리고 언니는 대학생 영어캠프에 가있고
내가 몰 잘못했다고! 강꾸냥은 잉잉 혼자 눈물 방울방울 흘리다가 삐뚤어질거야 결심했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눈물 쓱쓱 닦고 집으로 가서 얌전히 방에 있다가 어두워지자 옷을 갈아입고 몰래 집을 나섰지 그냥 발길닿는대로 정처없이 걷는데 도저히 기분이 안풀림 그때 학교에서 소문으로 들었던 미자도 뚫리는 편의점을 기억해내버림 애들이 소곤소곤 하는거 들을때까지만해도 한심하다고 혀를 찼는데 자기도 모르게 그 편의점 들어가서 술을 계산하고 있는거야 미성년자인걸 들키면 어쩌지 단속하는 경찰한테 잡히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심장은 날아갈듯이 뛰는데 아무 일도 없었음 너무 쉽게 손에 넣은 술병을 들킬까봐 옷속에 숨기고 한적한 공원으로 숨어들었지 어두운 공원에는 아무도 없었고 강징은 외진 곳에 자리를 잡음 홀린듯이 술병 까는데 으잉 이게모야ㅠ 냄새가 너무 독했음 요령도 없이 술병 딱 하나만 계산해서 나와서 안주도 없었음 난 바보야 ㅠㅠ 하고 망설임 이쯤되니 이성도 슬슬 돌아오고 평생을 모범생으로 살아온 마음 속 천사가 지금이라도 버리고 집에 가자고 뜯어말리는데 다른 한 구석에서는 악마가 속삭이는거 오늘 애들이 하는 얘기 못들었어? 선생님 말씀에 네네만 할 줄 아는 재미도 재수도 없는 년이라잖아? 콧대 높은 꼴이 보기 싫다잖아? 평생 부모님 말씀대로 착하게 살았는데 누가 알아줬어? 거기까지 가자 순간 욱한 강징이 술병에 입을 갖다댔지 진짜 너무 맛없어서 뿜을뻔했는데 오기로 반병을 비워버렸음…빈속에 술이 들어가니 토할것 같아서 가라앉히려고 앉아있는데 슬슬 어지럽고 알딸딸한거 몸에 힘이 쭉 빠져서 혼자 바보같이 실실 웃고 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림
그거 술이야?
고개를 돌려보니 낡아빠진 벤치에 누가 앉아 있었음 강징이 눈을 꿈뻑거리자 앞에 앉은 사람이 픽 웃는 소리가 들리는데…눈에 힘을 주고 초점을 맞추자 기가 막히게 잘생긴 얼굴이 보였지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도 용케 기억해냄 강징이 다니는 학교 옆의 남고 교복이었음 뒤도 안돌아보고 튀어야 할 상황이지만 강꾸냥 벌써 휘청거리고 있음 학생이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잘 안들려 얼굴에 뜨끈하게 열이 오른 강징이 안들린다고 웅얼거리자 대뜸 하얀 얼굴이 쑥 시야로 들어옴 먹먹한 귀를 뚫고 낮은 목소리가 귀 바로 옆에서 울림
학생이 술 마셔도 돼?
흥…강징이 입술을 삐죽이자 곱게 휜 눈을 더욱 접은 남자가 강징의 옆에 자리를 잡았음
그렇게 필름이 끊겼지 목이 갈라지는 것 같은 갈증과 깨질 것 같은 머리에 눈을 뜨니 낯선 곳인거야 게다가 자신은 속옷만 입고 있는채였음 발밑이 무너지고 마음이 참담하게 가라앉았음 이불 끌어다가 얼굴만 내놓게 감싼 강징 혼자 덜덜 떨고 있는데 방문 열리고 공원에서 봤던 그놈이 들어오는거야 반바지 하나만 입고! 강징은 진심으로 울고 싶었음 그래도 침대 옆에 떨어진 자기 옷 주울 타이민 보면서 최대한 침착하려고 애썼지 괜찮아 강징은 사복을 입고 있었고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들킬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음 이대로 도망가면 될거야….작은 머리를 바쁘게 굴리는 강징을 보고 남자가 날티나게 웃었음
강징? 괜찮아?
다행히 집에 들키지는 않았음 천운으로 그날 부모님이 두분 다 안들어오셨거든 그날 술냄새 날까봐 샤워를 얼마나 했는지 대신 감기 핑계대고 이틀을 앓았음 학교가기가 너무 무서운거야 강징학교 옆 남고는 질 안좋은 놈들이 모여있기로 소문난 곳이었음 삼삼오오 모여서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바닥에 침이나 뱉던 놈들 중 하나한테 술마신걸 들키고 순결까지 잃었다니! 가족들이 알면 어쩌지 들키면 퇴학 달할지도 몰라 혼자 울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학교 가는데 아무일도 없었음 평소랑 똑같았어 선생님들도 몸은 이제 괜찮냐고만 물어봤지 학교에 이르지는 않았나보다 안심하던 마음은 하교시간 정문에 서있는 그 남학생을 보고 무너졌음 수근수근하는 시선이나 기다리고 있을 차도 뒤로하고 손 질질 끄는데 예상과는 달리 순순히 따라오는거
너….누구야?
교복도 안 입고 있어서 이름이 적힌 명찰도 없었음 그러자 눈썹을 들어올리더니 섭섭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지
기억 안나? 그날 밤에는 잘만 불러줬으면서…
강징은 근처에 가까운 강이나 바다가 있던가 심각하게 고민했음
암튼 그렇게 위무선한테 속절없이 끌려다니는거 그날 사귀자는 말에 눈물 삼키고 수락했지 첫 연애를 이런 양아치와….대학가서 알콩달콩 잘생긴 선배 만나서 도서관 데이트 하려던 꿈도 와장창됨 약점 잡힌거 위무선이 언제 불어버릴지 몰라서 하라는대로 하고 가자는대로 끌려다님 말이 사귀는거지 당구장 피씨방 코노 끌려다니고 위무선 친구들 있는 자리에도 불려나가는데 모범생 아가씨 강징 그때마다 차라리 기절하고 싶음 위무선 친구들한테서 나는 담배냄새에 위협적인 분위기에 시커먼 남자들에…무서워도 찍소리 못함 강징은 부모님이 자기한테 실망하고 남들 시선을 더 못견뎌하니까
그러다가 스트레스로 한계인 날 이제 다 상관없다고 위무선한테 엉엉 울면서 헤어지자고 하는거 보고싶다 내뱉고 맞을까봐 눈 꼭 감고 부들부들 떠는데 한참이 지나도 가만히 아무말 없지 실눈 슬그머니 떠보니까 위무선이 진지하게 너랑 안 헤어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어봐서 띠용됨
사실 위무선은 순정양아치였던거 보고싶다 ㅋㅋ 쏘다니다가 잠시 마실거나 먹고 가려고 앉은 공원에서 강징 발견한거 위무선은 강징 그 전부터 알고 있었음 강징은 위무선 학교에서도 유명인사였거든 늘 차가운 얼굴로 꼿꼿이 걸어다니던 강징이 공원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니? 의외이기도 하고 흥미도 좀 돋고…밤중에 여자애가 겁도 없이 취해서 헤롱헤롱 하는거 보고 어떡하나 혼자두면 안되겠다 싶어서 옆에 앉은거겠지 둘이 그때 통성명도 하고 강징은 혼자 술에 취해서 위무선한테 오만 얘기 다 털어놨음 언니 자랑부터 부모님이랑 학교 애들 때문에 속상했던 것까지 원래 이렇게 말이 많은가 싶었음 볼 빨갛게 물들이고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귀엽기도 하고 ㅋㅋ 오물오물하는 입술 보고 예쁘네…생각하는데 갑자기 강징이 위무선 볼을 양손으로 챱! 하고 잡은거 의외로 손이 매웠음 여자한테 얼굴 잡힌건 첨이라 얼떨떨하는데 강징이 야 너어…잘생겼따아? 하고는 실실 웃음 위무선 저항할 틈도 없이 파하하 웃는데 반쯤 감겨 있던 강징 눈이 완전히 감겨버렸고…아무리 깨워도 안일어나고…위무선은 강징 집 모르고…어쩔 수 없이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던거 옷은 강징이 덥다고 혼자 벗음 ㅋㅋ 깨어났길래 꿀물이라도 타주려고 했는데 없어져서 허 하고는 강징 학교 나올때까지 학교 앞에서 기다렸던거
위무선은 그냥 호감 가길래 고백한거였고 사실 강징한테 손 1cm도 올린 적 없는데다가 자기 친구들한테 강징 소개시켜주고 싶었을뿐… 강징이 낯가리는가보다 했지 겁먹고 있던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면 좋겠다
강징 멍해져있다가 좋으면 좋다고 말을 해야지! 하고는 눈물 팡 터뜨리면서 위무선 투닥투닥 때림 니 친구들 담배 냄새도 짜증나고 맨날 당구장이나 노래방만 가는 것도 짜증나고 잉잉 울면서 나랑 사귀고 싶으면 내가 하자는대로 해! 함 여자의 눈물에는 약한 순정양아치 위무선 화들짝 놀라서 알앗어;; 하고 그날 이후로 이젠 위무선이 강징 따라다니는거 팔자에도 없는 도서관 아기자기한 카페나 따라가고 로맨스 영화 보러 끌려다님 친구들 담배피면 뒷통수 때려서 친구들 강징 볼때마다 오셨슴까 형수님!! 하고 오두방점떰 강징은 흥 눈 흘기고 위무선 뒤로 쏙 들어가겠지 가끔 당구장도 가주는데 위무선이 포켓볼 가르쳐준다고 꽁냥꽁냥했음 좋겠다 잉잉 애교부리는 위무선 보고 위무선 친구들 당구공 쥐었다가 내려놓음 진도도 착실하게 빼서 코노가면 옷속으로 슬쩍 들어오는 손 강징이 찰싹 때려서 막음 그럼 시무룩하게 불쌍한척 해서 뽀뽀 받음
나랑 계속 만나려면 공부도 해야해! 대학 가!
웅….대학 가면 나랑 계속 만나줄꺼야?
그래!
그럼 나랑 결혼도 해줄거야?
얼굴 새빨개진 강징 또 위무선 투닥투닥 때림 바보야 우리 아직 학생이거든!
기합 빡 들어간 위천재 입시 대성공하고 강징 현타와 함께 미래의 남편 얻은 해피엔딩 그런거 보고싶다….
고고한 아가씨로 평생 순탄할 것 같았던 강징의 인생이 꼬인건 남자친구가 생기고 나서부터였음
강징은 있는대로 몸을 구기고 위무선의 품속으로 더 숨어들었지 흘긋 볼때마다 귀신같이 내려다보고 눈을 마주치고 웃는 위무선도 무서웠지만 위무선의 중심으로 모여앉은 그놈 친구들이 더 무서웠음 저들끼리 낄낄거리면서 강징은 관심도 없는 게임 얘기나 저들 여자친구 얘기 하는데 묘하게 건들건들하고 불량해서 토끼마냥 겁먹고 호달달 떨고 있는거 여기 왜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집에 가고 싶은데 어깨에 올라온 위무선 팔이 너무 단단해서 꼼짝도 못함
강징이 위무선을 처음 만난건 몇주전이었음 강징은 나름 고민이 많았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건 아니지만 예민한 성격과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로 늘 혼자 다녔거든 친해지고 싶은 친구들이 있어도 마음과 다르게 쌀쌀맞게 나가는 말에 속으로는 어쩔줄 몰라서 나중에 집에서 이불이나 뻥뻥찼지 그렇다고 집에서 편하냐면 그것도 아님 정략결혼한 부모님은 사이가 건조했고 집은 늘 삭막하고 조용했어 강징은 후계자였고 늘 엄격한 교육과 태도를 교육받았음 가끔 강징은 숨이 막히게 답답했어 유일하게 위로가 되는건 염리지만 학교에서 겉돈다거나 부모님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음 다정한 언니는 분명 너무 속상해할테니까 그래서 혼자 꾹 입 다물고 지내다가 성적 조금 떨어졌다고 아버지한테 혼난 날 답답한거 못 참고 혼자 가출한거
최악의 하루였음 아침에는 성적때문에 부모님한테 혼나고 점심에 학교에서는 같은 반 친구들이 뒷담화 한걸 들어버리고 언니는 대학생 영어캠프에 가있고
내가 몰 잘못했다고! 강꾸냥은 잉잉 혼자 눈물 방울방울 흘리다가 삐뚤어질거야 결심했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눈물 쓱쓱 닦고 집으로 가서 얌전히 방에 있다가 어두워지자 옷을 갈아입고 몰래 집을 나섰지 그냥 발길닿는대로 정처없이 걷는데 도저히 기분이 안풀림 그때 학교에서 소문으로 들었던 미자도 뚫리는 편의점을 기억해내버림 애들이 소곤소곤 하는거 들을때까지만해도 한심하다고 혀를 찼는데 자기도 모르게 그 편의점 들어가서 술을 계산하고 있는거야 미성년자인걸 들키면 어쩌지 단속하는 경찰한테 잡히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심장은 날아갈듯이 뛰는데 아무 일도 없었음 너무 쉽게 손에 넣은 술병을 들킬까봐 옷속에 숨기고 한적한 공원으로 숨어들었지 어두운 공원에는 아무도 없었고 강징은 외진 곳에 자리를 잡음 홀린듯이 술병 까는데 으잉 이게모야ㅠ 냄새가 너무 독했음 요령도 없이 술병 딱 하나만 계산해서 나와서 안주도 없었음 난 바보야 ㅠㅠ 하고 망설임 이쯤되니 이성도 슬슬 돌아오고 평생을 모범생으로 살아온 마음 속 천사가 지금이라도 버리고 집에 가자고 뜯어말리는데 다른 한 구석에서는 악마가 속삭이는거 오늘 애들이 하는 얘기 못들었어? 선생님 말씀에 네네만 할 줄 아는 재미도 재수도 없는 년이라잖아? 콧대 높은 꼴이 보기 싫다잖아? 평생 부모님 말씀대로 착하게 살았는데 누가 알아줬어? 거기까지 가자 순간 욱한 강징이 술병에 입을 갖다댔지 진짜 너무 맛없어서 뿜을뻔했는데 오기로 반병을 비워버렸음…빈속에 술이 들어가니 토할것 같아서 가라앉히려고 앉아있는데 슬슬 어지럽고 알딸딸한거 몸에 힘이 쭉 빠져서 혼자 바보같이 실실 웃고 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림
그거 술이야?
고개를 돌려보니 낡아빠진 벤치에 누가 앉아 있었음 강징이 눈을 꿈뻑거리자 앞에 앉은 사람이 픽 웃는 소리가 들리는데…눈에 힘을 주고 초점을 맞추자 기가 막히게 잘생긴 얼굴이 보였지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도 용케 기억해냄 강징이 다니는 학교 옆의 남고 교복이었음 뒤도 안돌아보고 튀어야 할 상황이지만 강꾸냥 벌써 휘청거리고 있음 학생이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잘 안들려 얼굴에 뜨끈하게 열이 오른 강징이 안들린다고 웅얼거리자 대뜸 하얀 얼굴이 쑥 시야로 들어옴 먹먹한 귀를 뚫고 낮은 목소리가 귀 바로 옆에서 울림
학생이 술 마셔도 돼?
흥…강징이 입술을 삐죽이자 곱게 휜 눈을 더욱 접은 남자가 강징의 옆에 자리를 잡았음
그렇게 필름이 끊겼지 목이 갈라지는 것 같은 갈증과 깨질 것 같은 머리에 눈을 뜨니 낯선 곳인거야 게다가 자신은 속옷만 입고 있는채였음 발밑이 무너지고 마음이 참담하게 가라앉았음 이불 끌어다가 얼굴만 내놓게 감싼 강징 혼자 덜덜 떨고 있는데 방문 열리고 공원에서 봤던 그놈이 들어오는거야 반바지 하나만 입고! 강징은 진심으로 울고 싶었음 그래도 침대 옆에 떨어진 자기 옷 주울 타이민 보면서 최대한 침착하려고 애썼지 괜찮아 강징은 사복을 입고 있었고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들킬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음 이대로 도망가면 될거야….작은 머리를 바쁘게 굴리는 강징을 보고 남자가 날티나게 웃었음
강징? 괜찮아?
다행히 집에 들키지는 않았음 천운으로 그날 부모님이 두분 다 안들어오셨거든 그날 술냄새 날까봐 샤워를 얼마나 했는지 대신 감기 핑계대고 이틀을 앓았음 학교가기가 너무 무서운거야 강징학교 옆 남고는 질 안좋은 놈들이 모여있기로 소문난 곳이었음 삼삼오오 모여서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바닥에 침이나 뱉던 놈들 중 하나한테 술마신걸 들키고 순결까지 잃었다니! 가족들이 알면 어쩌지 들키면 퇴학 달할지도 몰라 혼자 울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학교 가는데 아무일도 없었음 평소랑 똑같았어 선생님들도 몸은 이제 괜찮냐고만 물어봤지 학교에 이르지는 않았나보다 안심하던 마음은 하교시간 정문에 서있는 그 남학생을 보고 무너졌음 수근수근하는 시선이나 기다리고 있을 차도 뒤로하고 손 질질 끄는데 예상과는 달리 순순히 따라오는거
너….누구야?
교복도 안 입고 있어서 이름이 적힌 명찰도 없었음 그러자 눈썹을 들어올리더니 섭섭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지
기억 안나? 그날 밤에는 잘만 불러줬으면서…
강징은 근처에 가까운 강이나 바다가 있던가 심각하게 고민했음
암튼 그렇게 위무선한테 속절없이 끌려다니는거 그날 사귀자는 말에 눈물 삼키고 수락했지 첫 연애를 이런 양아치와….대학가서 알콩달콩 잘생긴 선배 만나서 도서관 데이트 하려던 꿈도 와장창됨 약점 잡힌거 위무선이 언제 불어버릴지 몰라서 하라는대로 하고 가자는대로 끌려다님 말이 사귀는거지 당구장 피씨방 코노 끌려다니고 위무선 친구들 있는 자리에도 불려나가는데 모범생 아가씨 강징 그때마다 차라리 기절하고 싶음 위무선 친구들한테서 나는 담배냄새에 위협적인 분위기에 시커먼 남자들에…무서워도 찍소리 못함 강징은 부모님이 자기한테 실망하고 남들 시선을 더 못견뎌하니까
그러다가 스트레스로 한계인 날 이제 다 상관없다고 위무선한테 엉엉 울면서 헤어지자고 하는거 보고싶다 내뱉고 맞을까봐 눈 꼭 감고 부들부들 떠는데 한참이 지나도 가만히 아무말 없지 실눈 슬그머니 떠보니까 위무선이 진지하게 너랑 안 헤어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어봐서 띠용됨
사실 위무선은 순정양아치였던거 보고싶다 ㅋㅋ 쏘다니다가 잠시 마실거나 먹고 가려고 앉은 공원에서 강징 발견한거 위무선은 강징 그 전부터 알고 있었음 강징은 위무선 학교에서도 유명인사였거든 늘 차가운 얼굴로 꼿꼿이 걸어다니던 강징이 공원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니? 의외이기도 하고 흥미도 좀 돋고…밤중에 여자애가 겁도 없이 취해서 헤롱헤롱 하는거 보고 어떡하나 혼자두면 안되겠다 싶어서 옆에 앉은거겠지 둘이 그때 통성명도 하고 강징은 혼자 술에 취해서 위무선한테 오만 얘기 다 털어놨음 언니 자랑부터 부모님이랑 학교 애들 때문에 속상했던 것까지 원래 이렇게 말이 많은가 싶었음 볼 빨갛게 물들이고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귀엽기도 하고 ㅋㅋ 오물오물하는 입술 보고 예쁘네…생각하는데 갑자기 강징이 위무선 볼을 양손으로 챱! 하고 잡은거 의외로 손이 매웠음 여자한테 얼굴 잡힌건 첨이라 얼떨떨하는데 강징이 야 너어…잘생겼따아? 하고는 실실 웃음 위무선 저항할 틈도 없이 파하하 웃는데 반쯤 감겨 있던 강징 눈이 완전히 감겨버렸고…아무리 깨워도 안일어나고…위무선은 강징 집 모르고…어쩔 수 없이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던거 옷은 강징이 덥다고 혼자 벗음 ㅋㅋ 깨어났길래 꿀물이라도 타주려고 했는데 없어져서 허 하고는 강징 학교 나올때까지 학교 앞에서 기다렸던거
위무선은 그냥 호감 가길래 고백한거였고 사실 강징한테 손 1cm도 올린 적 없는데다가 자기 친구들한테 강징 소개시켜주고 싶었을뿐… 강징이 낯가리는가보다 했지 겁먹고 있던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면 좋겠다
강징 멍해져있다가 좋으면 좋다고 말을 해야지! 하고는 눈물 팡 터뜨리면서 위무선 투닥투닥 때림 니 친구들 담배 냄새도 짜증나고 맨날 당구장이나 노래방만 가는 것도 짜증나고 잉잉 울면서 나랑 사귀고 싶으면 내가 하자는대로 해! 함 여자의 눈물에는 약한 순정양아치 위무선 화들짝 놀라서 알앗어;; 하고 그날 이후로 이젠 위무선이 강징 따라다니는거 팔자에도 없는 도서관 아기자기한 카페나 따라가고 로맨스 영화 보러 끌려다님 친구들 담배피면 뒷통수 때려서 친구들 강징 볼때마다 오셨슴까 형수님!! 하고 오두방점떰 강징은 흥 눈 흘기고 위무선 뒤로 쏙 들어가겠지 가끔 당구장도 가주는데 위무선이 포켓볼 가르쳐준다고 꽁냥꽁냥했음 좋겠다 잉잉 애교부리는 위무선 보고 위무선 친구들 당구공 쥐었다가 내려놓음 진도도 착실하게 빼서 코노가면 옷속으로 슬쩍 들어오는 손 강징이 찰싹 때려서 막음 그럼 시무룩하게 불쌍한척 해서 뽀뽀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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