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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9 20:46
향밀안봤음 노잼 캐붕 오타 띄어쓰기 맞춤법 소설체 퇴고안함 급전개 모두 ㅈㅇ




소란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면 불씨나, 빗방울, 바람. 또는, 반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학생의 궁금증. 그래, 이건 수능을 끝낸 한 학생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소란이었다.

‘쌤. 쌤도 첫사랑이 있어요?’

시장통을 방불케 하는 고3의 교실에서 수업시간을 때우던 체육선생, 욱봉은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당연하지. 첫사랑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무해하기 그지없는 질문이 미끼였음을 알았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모른 척 했을 테지만, 이미 떡밥은 뿌려진 후요, 욱봉은 순식간에 집중한 학생들에게 무자비하게 물어 뜯겼다. 쌤 성격에 어떻게 첫사랑이 있어요? 쌤 첫사랑 누구예요? 예뻐요? 잘생겼어요? 언제였어요? 너덜너덜해진 욱봉은 분위기를 중재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연말의 고3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고삐 풀린 망아지쯤 되겠지. 제각기 무리를 만들어 수다를 떨던 망아지들은 단합했고, 분위기 조성은 재빨랐다. 망아지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박수를 쳤다. 맨 앞자리에 앉아 파란을 일으킨 공로자, 허니는 박자에 맞춰 말해줘!를 반복적으로 외쳤다. 누가 이 분위기를 빠져나갈 수 있을까. 적어도 욱봉은 아니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조용!”


젊은 선생에게서 항복을 받아낸 망아지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책상을 두드리고, 춤을 추는 등 조용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 수능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활력 있었다. 수업시간을 이렇게 보냈다면 학교 대항전 축구 대회에서도 우승했을 텐데. 아쉬움 가득했던 학기 초의 축구 시합이 뇌리를 스쳤지만 욱봉은 잔소리를 접어 넣었다. 어찌 됐든, 수능이 끝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욱봉은 책상을 탕! 내리쳤다. 날뛰던 망아지들이 한순간에 조용히 학생으로 돌아왔다. 욱봉은 입을 막고 눈을 빛내는 학생들을 둘러보다가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렸다. 무뚝뚝하진 않지만 웃는 모습은 쉽사리 보여주지 않던 체육선생의 미소에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흠, 괜히 목을 가다듬은 욱봉이 말머리를 텄다.

 
“내 첫사랑은-”


욱봉은 천천히 과거를 끄집어내었다. 현대를 살아가느라 묻어놓았던, 그 시절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담배와 호수, 그리고 시계. 욱봉의 눈이 추억에 젖었다.


“전학생이었어.”

 


책상에 엎어져 쪽잠을 청하던 욱봉은 찌뿌둥한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그를 억지로 깨운 담임이 다 들리도록 혀를 끌끌 찼지만 일상인지라 타격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욱봉은 잠에서 덜 깬 정신으로 탁상을 바라봤다. 뿌연 눈으로 통통한 인영과 길쭉한 인영이 스며들었다. 통통한 인영은 당연히 담임일 테고, 그 옆은 누구지. 욱봉이 눈을 껌벅거렸다. 시야의 색채가 진해지면서 선이 선명해졌을 때, 담임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작은 교실을 매웠다.


“오늘 전학 온 강징이다. 잘 지내라.”


무슨 전학생 소개를 저따위로 해. 역시 불량 선생. 다른 애들도 욱봉의 소감과 마찬가지인지 수근거림이 커졌지만 담임은 굴하지 않은 채 반을 훑었다. 어차피 빈자리는 몇 개 없었다. 아마 여기 앉겠지. 욱봉이 제 대각선 빈자리를 보았다. 담임의 통통한 손가락 역시 그 자리를 가리키고 있었다.

 
“강징, 너는 저기 앉아라.”
 

욱봉은 천천히 가까워지는 인영을 무감한 눈으로 훑었다. 길쭉하고 호리호리한 인영이 욱봉의 앞쪽 대각선 자리에 앉았다. 안녕. 짝에게 인사하는 전학생의 목소리가 낮았다. 안녕. 앞자리의 고상이 마주 인사했다. 초면에 미안한데, 담임은 원래 저래? 전학생이 별 시덥잖은 내용을 열렬히 토하는 담임을 가리키며 소곤거리자 고상이 작게 큭큭거렸다. 응, 항상 저래.

간지럽기 그지없는 대화 끝에 두 사람은 통성명을 했다. 나는 강징이야. 잘 부탁해. 나는 고상이야. 얘는 욱봉이고. 욱봉은 엄마 친구 딸이 갑작스레 자신을 끌어들인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책상에 퍼질러졌다. 쟤가 좀 싸가지가 없어, 라는 고상의 말이 들렸다. 지는. 욱봉은 속으로 대꾸하며 눈을 굳게 감았다. 눈꺼풀이 무거웠다.
 

 

학년당 반이 두 개 뿐인 시골 학교에서 전학생이란 큰 가십거리다. 그것도 고3이라는 특수한 시기에 전학 온 외지인이라면 관심은 배가 되기 마련이다. 덕분에 전학생의 자리는 하루 종일 붐볐다. 같은 반 학생은 물론, 다른 학년 학생까지 그의 자리에 모여 온갖 질문을 던졌다. 어디서 왔냐,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시냐, 취미는 뭐냐, 좋아하는 건 뭐냐. 무례를 넘나드는 질문에도 전학생은 눈썹 한 번 찡그리지 않고 친절하게 답했다. 수도에서 왔다, 부모님은 회사 다니신다, 취미는 강아지 보는 거다,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한다.

장터와 비견될 정도로 교실이 시끄러워졌음에도 욱봉은 잘만 잤다. 고상이 이런 상황에도 너는 잠이 오냐며 비아냥댔지만, 욱봉은 그저 응이라고 했다. 고상은 다시 쪽잠을 청하려던 욱봉에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너는 왜 전학생한테 관심이 없어? 욱봉은 전학생을 힐끗 봤다. 전학생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옆 반을 가는 중이었다. 여러 손길에도 전학생은 여전히 눈썹 한 번 찡그리지 않았다. 욱봉은 마저 엎드리며 웅얼거렸다. 피곤해.

무표정과 웃음, 자발적 외톨이와 관심의 대상, 토박이와 외지인. 물과 기름처럼 쉽게 섞이지 않는 것들의 집합이었다. 그렇다고 그와 함께하고 싶었다는 뜻은 아니다. 욱봉은 사람과 엮이는 것은 질색이었다. 특히나 이 좁은 시골 땅에서는 더욱. 때문에, 학교를 마칠 때까지만 해도 전학생에 대한 욱봉의 감상은 ‘피곤하고 재미없는 애’였다.

그 감상이 뒤바뀐 건 저녁이었다.

욱봉은 슈퍼에서 정신없이 트레이를 날랐다. 오늘은 술이 들어오는 날이었고, 술병 트레이는 더럽게 무거워서 땀이 비처럼 흘렀다. 욱봉은 마지막 트레이를 옮겨놓고서 이마를 닦았다. 2주에 한 번 술이 들어오는 날마다 때려치울까 고민이 됐지만 등록금을 생각하면 싹 가셨다. 등록금을 모으지 못하면 대학을 가지 못하고, 대학을 가지 못하면 이 시골을 벗어날 수 없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조금은 일할 맛이 났다. 그래도 이 슈퍼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최저를 쳐주는 데니까. 나름의 자기 위안을 하며 욱봉은 슈퍼 앞 정자에 뻗었다.

그나마 시골의 장점을 꼽아보자면, 밤하늘이 잘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욱봉이 일하는 슈퍼 앞에는 큰 호수가 있어서 별이 반사되는 장면이 절경이었다. 만약 이마저 없었다면 진작 학교고 뭐고 토꼈을 거라고, 욱봉은 몇 번이나 생각했다. 그만큼 아름다운 밤하늘이었다. 그리고 그 밤하늘을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가 가로지르고 있었다.

욱봉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몇 년 전, 학생 몇 명이 슈퍼 옆에서 몰래 담배를 피다가 화재를 낸 적이 있다. 불씨는 작았지만 늦게 발견한 탓에 피해가 적지 않았다. 그 후로 슈퍼 아저씨는 담배 피는 학생이라면 길길이 날뛰었다. 욱봉이 일하기 시작한 후로는 틈이 날 때마다 잔소리도 했다. 욱봉아, 너는 담배 같은 거 하지 마라. 하다가 걸리면... 알지? 그러니 욱봉에게는 담배를 누가 피우는지 알 권리가 있었다.

욱봉은 연기를 쫓아 슈퍼 담벼락의 옆으로 갔다. 호수와 가까워지는 동시에 담배냄새가 훅 끼쳤다. 욱봉은 자신도 모르게 기침했다. 넌 담배 한 갑을 다 피게 생겨놓고서 의외로 담배냄새를 못 맡더라, 하고 고상이 몇 번이고 놀렸을 만큼 욱봉은 담배냄새에 취약했다. 심지어 이 담배는 욱봉이 여태껏 맡아봤던 것 중 가장 독했다. 콜록, 멈추지 않는 기침을 뱉으며, 욱봉은 혹시나 소리에 도망갈까 싶어 얼른 범인을 살폈다. 생리적 눈물이 고인 욱봉의 눈이 답지 않게 동그래졌다. 욱봉이 의문스러운 투로 그를 불렀다.
 

“... 전학생?”




욱봉강징 이제 나만 파냐 ㅜ 욱봉강징 청게가 넘 보고 싶어서 쓴다!!! + 고상은 산/하/령에 나오는 캐 이름을 씀 내가 아상 넘 좋아해서 ㅎ



욱봉강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