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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3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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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강징이 아이가 되었다면?


망기가 서류를 보는 사이에 강징은 혼자 비단공을 굴리며 놀고 있었음. 한참을 가지고 놀다가 망기의 발치로 공이 굴러가서 멈추는데 망기가 서류를 보느라 반응이 없으니 강징이 바닥에 주저앉음. 그리고는 공과 망기를 번갈아보면서 엄지 손가락을 쭙쭙 빨기 시작함. 망기가 서류를 보다가 조용한게 이상해서 강징이 있는 쪽을 보는데 강징이 가만히 앉아있는걸 확인하고는 서류를 옆으로 치움. 망기가 의아해서 만음? 하고 이름을 부르며 옆으로 오니까 강징이 안아달라고 팔을 뻗음. 망기가 왜 그러냐고 묻는데 입을 꾹 다물고 아무 소리도 안냄.



망기가 놀이에 싫증이 났나 싶어서 공을 다른곳으로 치우려는데 강징이 우는 소리를 내면서 공을 가져오려고 함. 그런 강징의 행동이 의아해서 공을 바닥에 내려놓으니 뭐가 또 마음에 안드는지 손가락을 잡아당김. 망기가 공을 바닥에 내려놓으니까 공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하더니 공을 망기쪽으로 굴림. 망기가 별다른 반응을 하질 않으니까 또 우는 소릴 내는데 망기는 강징이 왜 그러는지 모르니 그저 답답하기만 함. 강징이 공을 가져와서 망기한테 주고 망기가 공을 받아서 다시 굴리니까 좋아라하며 공을 주으려고 움직임. 망기는 그제야 공놀이를 하자는건줄 알고 공을 다시 받아서 굴리겠지. 강징은 망기와의 놀이가 신이 나는지 엄청 좋아하며 환하게 웃는데 망기는 그런 강징의 모습이 낯설고 어색하기만 함.




한참후에 망기가 곁방에 재워놓은 사윤이를 살펴보고 왔더니 강징이 피곤했는지 바닥에 웅크리고 잠들어있음. 사윤이 쓰던 작은 이불을 덮어주니깐 잠깐 뒤척이더니 다시 편한 자세로 잠을 잠. 망기는 그 곁에서 한참을 강징을 내려보다가 강징의 옆에 누워서 한숨을 쉼. 첫째 아이가 무사히 태어났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 이렇게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을까. 망기는 강징이 잠든 모습을 보고 겨우 억눌러왔던 죄책감이 다시 살아나 마음이 괴롭기만 했음. 강징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심란해져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강징이 잠결에 몸을 뒤척임. 사윤이를 볼때 느꼈던 감정과는 다른 애틋함이 들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잘자라는 인사를 건넨뒤에 자리에서 일어남. 그리고는 서책을 보는데 책을 읽으면서도 틈틈이 강징이 잘자고 있는지 살핌.




그 다음날 망기는 그 사이에 부쩍 자란 강징이 입을만한 의복과 신발등을 사기 위해서 운몽과 조금 떨어진 지역으로 향했음. 시전에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신발을 파는 곳으로 향했는데 좌판에 늘어놓은 아이 신발이 어찌나 앙증맞은지 탄성이 저절로 나올 정도였음. 어떤것으로 해야 할지 고민을 하는데 좌판의 주인이 자제분의 신발을 사러 오셨냐고 물어봄. 망기가 자제라는 말에 멈칫했다가 서너살 남짓한 사내아이에게 신길만한 신을 죄다 꺼내보여달라고 함. 주인이 이것저것 보여주는데 그중에서 연꽃 무늬가 수놓아져있는 신이 제일 예뻐보여서 그것으로 고름. 그리고 사윤에게 신길만한 신이 있나 보다가 눈에 들어오는게 있어서 그것들까지 모두 샀음. 강징이 좋아할만한 간식과 의복까지 모두 구입하고 나니 늦은 오후 시간대였음.



망기가 연화오로 돌아왔을때 강징은 나무 아래에서 부사와 함께 놀고 있었음. 만음하고 이름을 부르자마자 강징이 가지고 놀던 인형도 던져버리고는 망기에게 달려와서 다리에 매달림. 어설픈 발음으로 함광군하고 포옥 안기는 강징의 머리를 다정한 손길로 쓰다듬어줌. 말문이 트였을때 망기가 자신의 아비인줄 알고 부친이라고 부르려는 것을 부사가 함광군은 아버님이 아니라고 그리 부르셔선 안된다고 막았거든. 강징은 한동안 시무룩해하더니 말귀를 알아들은 눈치인지 남들이 부르는 것을 듣고선 함광군이라고 부르기 시작함. 망기는 강징을 번쩍 안아들고 거처로 돌아가서 하인을 불러 침전안으로 소셋물을 들이라고 이름. 그리고 물의 온도를 맞춰 강징의 손을 깨끗이 씻기고 자신의 손도 씻힌 다음에 사온 옷들을 꺼내서 강징에게 이것저것 입혀보는데 연자색 옷이 가장 마음에 드는건지 그 옷을 입고 엄청 좋아라함. 그런 강징이 귀여워서 충동적으로 통통한 볼을 세게 꾹 찔러봤다가 갑작스러운 행동에 짜증이 났는지 칭얼거리는 강징을 달래느라 고생을 함.



망기는 강징에게 새로 사온 신까지 신겨서 연화호가 훤히 보이는 정자로 데리고 나갔음. 운몽 사람들이 어려진 강징을 알아보기라도 할까 걱정되는 마음에 밖에 데리고 나가진 못하고 연화오내에서 바람을 쐬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정자로 데리고 나간거였지. 강징을 무릎에 앉혀놓고 강징이 좋아하는 간식까지 챙겨먹이고 나니 금방 해가 떨어졌음. 망기는 부엌어멈에게 맡겨놓은 사윤일 데리고 와서 미음을 먼저 먹이고 이제 밥을 먹기 시작하는 강징을 위해 밥 위에 생선살을 올려서 입에 넣어줌. 밥투정도 하지 않고 꿀꺽 삼키는게 기특하고 대견하여 웃어주곤 간이 아예 안된 나물 반찬을 먹이는데 그건 싫은지 퉤하고 뱉음. 그걸 보니 고소식 반찬이라면 질색을 하던 강징을 모습이 떠올라 마음 한구석이 시림. 망기가 미동이 없으니 강징이 고사리같이 작은 손으로 나물을 한움큼 집어서 망기의 입에 가져다댐. 연화오에 와서도 고소식 밥상을 받는다고 짜증을 낼땐 언제고 망기가 좋아하는 나물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걸 집어서 준거겠지. 망기가 아하고 입을 벌려서 씹어서 삼키니깐 엄청 좋아라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고 웃다가 엉망이 된 강징의 손을 영견으로 꼼꼼히 닦아줌.




망기는 그날 밤에 제 품에 안겨 잠든 강징과 요람에 재운 사윤을 번갈아 보면서 강징의 기억이 영영 돌아오지 않길 바람. 불우한 어린시절과 참변으로 인해 부모와 누이를 모두 잃은것 그리고 원치 않은 혼인까지 해야 했던 그가 너무 가엾고 안타까워서 지금이라도 그의 삶이 평온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지. 망기는 강징이 행복해질수만 있다면 저와의 부부의 연이 끊긴다고 해도 괜찮을것만 같았음. 어차피 무늬만 부부였지 진심으로 은애해서 혼인한 사이도 아니었으니까. 망기는 침상에 강징을 눕히곤 가슴팍을 토닥이다가 뺨에 입을 맞추며 속삭임. 만음. 좋은 꿈꿔.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룬것때문에 난생 처음 늦잠을 잔 망기는 누군가 제 몸을 짓누르는 것을 느끼고 눈을 뜸. 눈을 떴을때 보인건 낯선 소년이었음. 이제 막 예닐곱살은 됐을까? 어제보다 부쩍 자란 강징이 망기를 보고 함광군!!! 나랑 같이 놀아요하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함. 망기는 하룻밤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자란 강징을 보고 놀라서 굳어버림. 강징은 그런 망기를 보고 씨익 웃더니 팔을 잡아당기기 시작함. 얼이 빠진 망기가 계속 가만히 있자 재미가 없어졌는지 침의 바람으로 바깥으로 나가버림. 열린 문으로 부사와 가복이 들어와서 종주님이 자꾸 밖으로 나가려고 하신다고 할거야. 망기가 급히 옷을 걸치고 따라나가니 강징이 왜 밖에 못나가게 하냐고 징징거리고 있었음. 강징을 소종주시절부터 봐온 가복이 아주 단호하게 밖은 위험하다고 말리는데 강징이 울먹이면서 망기에게 달려듬. 밖에 나갈래. 나가게 해줘. 징이는 나가고 싶어요. 응? 하고 또 한참을 떼를 쓰며 징징거림. 망기가 대답이 없으니까 강징이 바닥에 드러누워서 발버둥을 치는데 갑자기 올라간 육아 난이도에 혼이 빠지는 느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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