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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2 01:09
장가/행 봤음 존잼 사도낭랑/사도랑랑 매력bb
강징ts? 오타 띄어쓰기 맞춤법 노잼 장가행ㅅㅍ ㅈㅇ
"방금 뭐라-"
"강징이 실종됐다고요!!!"
남희신은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 관음묘 사건 직후 폐관수련에 든 뒤 하루에 수십 번씩 온갖 목소리에 시달렸으니, 가능성은 충분했다. 하지만 위무선이 물음을 끊고 같은 말을 되뇌는 걸 보면 환청이 아닌 것 같았다. 남희신은 눈물로 엉망이 된 위무선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 방금 들은 말을 곱씹어보았다. 강징이 실종됐다고요. 마치 시간이 느려진듯, 늘어진 문장이 한 번 더 반복되었다. 강-징-이, 실-종-...
불가능한 일이다. 강징은 수진계에서 피도 눈물도 없다고 칭해지는 삼독성수가 아닌가. 그는 지난 16년간 수없이 위험한 일을 겪었지만, 언제나 돌아왔다. 심하게 다치는 한이 있어도 기어코 돌아와서는 종일 노심초사하던 남희신의 품에 안긴 채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저는 아환과 백년해로할 것입니다. 근데 실종이라니? 남희신은 농을 치지 마시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분노에 떠는 위무선과 그를 말리는 남망기가 이 상황이 진짜임을 깨닫게 했다.
남희신은 폐관수련에 들었던 때를 상기했다. 관음묘 사건으로 회의감을 느낀 남희신이 연인에게 언질도 없이 독단적으로 폐관수련을 결정했음에도 강징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짧은 서신 한 통을 보냈다.
[마음이 편해지면 제게 오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그 서신이 멀쩡히 남아있는데, 어찌. 남희신이 현기증을 느끼고서 비틀거렸다. 남망기가 급하게 그를 부축했다.
"무슨,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남희신의 떨리는 음성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위무선을 대신하여 남망기가 답했다.
"... 의뢰를 받고 야렵을 나갔다가 그리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다 택무군 때문입니다!! 강징이 어떻게 살았는지 아십니까? 당신 기다리는 시간을 빨리 보내겠다고 일에 미쳐 살았습니다. 위험한 의뢰도 안 가리고 몸이 부서져라 일했다고요!!"
위영! 남망기가 위무선을 제지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강징은 말도 안 하고 폐관수련 든 연인이 뭐가 좋다고 기다렸는지... 그 애가 만날 운 것도 모르시겠죠. 만약 강징을 못 찾는다면, 택무군은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남희신은 정실을 나가는 위무선의 등을 응시하다 안타까운 기색을 한 남망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남희신은 문득 남망기에게 두 사람이 연인 관계임을 알렸던 날을 떠올렸다. 성격이 성격인 만큼 티를 내진 않았지만, 남망기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한 명으로서 그가 이 관계를 불호한다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었다. 강징은 시무룩해진 남희신에게 시간을 좀 주자고 했다. 본인이 함광군의 마음에 들 수 있게 노력하겠다며 남희신을 달랬다. 그는 알았다. 제 동생만큼이나 강징도 남망기를 꺼린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징은 남희신을 위해서 애를 썼다. 그만큼 사랑스러운 이였다. 그런 사람을, 이렇게 잃을 수는 없다. 망기야. 남희신의 부름에 남망기가 답했다. 예, 형님.
"숙부님께 말을 좀 전해주겠니. 폐관수련은 끝났고, 아징을 찾으러 갈 거라고."
"그리하겠습니다."
"고맙다."
남망기에게 눈짓으로 인사한 남희신이 정실을 나섰다. 폐관수련에 든지 반 년 만에 맡은 바깥공기는 운심부지처 답지 않게 쾌쾌해서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쾅! 소리를 내며 요수가 쓰러졌다. 멀리서 덜덜 떨고 있던 약초꾼 몇이 급하게 달려왔다.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남희신은 그들의 난리법석에 괜찮다 답해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나무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오랜만에 강한 요수를 만난 탓에 방심했다. 접점 끝에 이기긴 했으나 등에 난 상처가 심상치 않았다. 끝없이 피가 흘러 남희신은 현기증을 느끼고 있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시내도 꼬박 하루는 걸릴 텐데. 어떡하지... 남희신이 고민에 빠진 사이, 약초꾼 하나가 박수를 쳐 주목을 끌었다.
"류운관이 여기서 가깝지 않소?"
"맞소! 얼마 안 걸리오!"
"공자님, 제게 기대십시오. 아직 해가 떠있으니 상처를 봐주실겝니다."
남녀노소, 신분도 가리지 않고 누구든 치료해준다는 의원, 류운관이 이 깊은 산속에 있었나보다. 남희신은 약초꾼의 부축을 받아 힘겹게 걸음을 옮겼고, 도착한 류운관은 명성만큼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문 앞에서 환자를 살피던 의관 한 명이 남희신의 상태에 기겁했다.
"어쩌다 이리 되셨습니까! 이쪽으로 드시지요!"
남희신은 지시에 따라 침상 위로 엎드렸다.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시야가 뿌예지고, 귀가 먹먹해졌다. 이러다가는 정신도 잃을 것 같아, 남희신은 강징을 추억했다. 선물을 건네자 아닌 척하면서도 수줍어했던 강징, 연화호의 풍경을 구경하며 조심스럽게 손을 맞잡아왔던 강징, 접문을 할 때마다 발갛게 귀가 달아올랐던 강징... 강징이 실종된지 두 해가 흘렀다. 사대세가가 발벗고 찾아나섰음에도 실종과 관련된 그 어떤 흔적을 찾지 못했다. 여전히 수색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들은 점점 지쳐갔다. 하다 못한 금릉이 이젠 보내주는 게 맞지 않겠냐는 말을 꺼낼 정도였다. 하지만 남희신은 포기하지 못했다. 강징이 없는 세상은 살아갈 자신이 없으므로 그는 남계인의 만류에도 여전히 단서를 찾아다녔다. 그래서 남희신은 이를 악물었다. 강징을 찾기 전에는 죽을 수 없으니 정신을 유지해야 했다.
멍한 귓가로 문이 벌컥,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의관으로 추정되는 이가 조용히 움직였다. 그가 가까워질수록, 남희신은 무언의 익숙함을 느꼈다. 뭘까. 무엇이길래 정신이 온통 저 사람에게 집중될까. 남희신은 그가 침상 옆에 선 후에야 비로소 익숙함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강징에게서 풍기던 향이 그한테서 났다.
남희신은 즉시 일어나려 했지만, 뒷목에 찔린 주사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흐려지는 정신으로 남희신은 손을 뻗어 그의 손목을 잡았다. 얇은 손목 옆으로 톡 튀어나온, 너무나도 익숙한 뼈 모양이 판단에 힘을 실었다. 남희신은 생각했다.
'마침내.'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정신이 드십니까?"
남희신은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점차 시야가 선명해지고, 의관이 보였을 때, 남희신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의식을 잃기 전 만났던 이가 기억났다. 의관이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말리고, 등이 다시 찢어질 듯 아팠지만 남희신은 굴하지 않고 병실을 나섰다. 당장 그를 찾지 않는다면 또 다시 사라질 것 같았다. 남희신은 다시금 강징을 놓칠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었다.
류운관이 의관 한 명 한 명을 붙잡고 살피는 남희신에 의해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이러시면 안 된다, 침상에 누워라는 반응이 돌아오는데도 남희신은 멈추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환자들마저 고개를 빼들어 그의 동태를 살폈다. 원래 있던 방으로부터 거의 반바퀴를 돌았을 즈음, 남희신은 익숙한 향을 맡았다. 물기를 머금은 은은한 연꽃향.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남희신이 형편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앞을 스쳐지나간 이를 불렀다.
"... 아징."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혹시 거리가 멀어 들리지 않는 것일까봐, 남희신이 긴 다리로 그를 쫓았다. 그가 난데없이 본인의 앞을 가로막은 이를 올려다보았다. 두 해 만에 보는 익숙하고도 아주 그리웠던 얼굴. 남희신은 울컥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서 아랫입술을 꾹 씹었다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징..."
"... 저를 부르신 겁니까?"
그는 낯선 이를 만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제 이름은 징이 아니라, 청입니다. 아청."
"아징, 왜 이러십니까. 혹 제가 너무 늦게 와 벌을 주시는 겁니까? 아님, 말도 없이 폐관에 들어 화가 나셨습니까? 다른 벌을 충분히 달게 받을 테니 부디 이러지 마세요..."
남희신은 서러웠다. 이름을 부정하는 것도, 단호한 말투도, 애정이 깃들지 않은 눈빛도 서러워 참을 수가 없었다. 남희신이 답지 않게, 허락도 없이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가 기겁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왜 이러십니까!"
"아징, 저 무섭습니다. 제발... 제발 예전처럼 저를 안아주세요... 이 희신을 버리지 마세요..."
그는 손을 빼기 위해, 남희신은 계속 붙잡기 위해 아웅다웅 하던, 그때였다. 기척 없이 다가온 낯선 사내가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어 손을 놓게 만들었다.
"그만 하시죠. 아청이 싫다지 않습니까."
"사부!"
그가 남희신을 대할 때와 반대로 사내를 반갑게 불렀다. 사부라고 호칭된 사내가 그에게 눈짓한 후 남희신을 향해 일침했다.
"류운관은 환자를 돌보는 신성한 곳입니다. 사내가 난동 피울 데가 아니란 말입니다. 아무리 환자라도 이리 행패를 부린다면 쫓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십니까. 아징을 아십니까?"
사내가 코웃음을 쳤다.
"아징은 모르겠고. 아청의 스승인 사도낭랑입니다. 답이 됐습니까?"
남희신은 사도낭랑의 뒤에 숨은 그를 충격받은 표정으로 바라보다, 기세등등하게 자신을 훑어내리는 사내와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튀었다.
기억 잃고 죽을 위기에 있던 강징 주워서 제자로 삼은 사도낭랑 보고 싶다 희신은 강징 기억을 되살리려 하고, 강징은 그런 희신이 조금 무서워서 사도낭랑에게 더욱 의지하고, 사도낭랑은 제 제자를 뺏어가려는 희신을 견제하는 삼각관계가 보고 싶다!!!
희신강징 사도낭랑강징
강징ts? 오타 띄어쓰기 맞춤법 노잼 장가행ㅅㅍ ㅈㅇ
"방금 뭐라-"
"강징이 실종됐다고요!!!"
남희신은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 관음묘 사건 직후 폐관수련에 든 뒤 하루에 수십 번씩 온갖 목소리에 시달렸으니, 가능성은 충분했다. 하지만 위무선이 물음을 끊고 같은 말을 되뇌는 걸 보면 환청이 아닌 것 같았다. 남희신은 눈물로 엉망이 된 위무선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 방금 들은 말을 곱씹어보았다. 강징이 실종됐다고요. 마치 시간이 느려진듯, 늘어진 문장이 한 번 더 반복되었다. 강-징-이, 실-종-...
불가능한 일이다. 강징은 수진계에서 피도 눈물도 없다고 칭해지는 삼독성수가 아닌가. 그는 지난 16년간 수없이 위험한 일을 겪었지만, 언제나 돌아왔다. 심하게 다치는 한이 있어도 기어코 돌아와서는 종일 노심초사하던 남희신의 품에 안긴 채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저는 아환과 백년해로할 것입니다. 근데 실종이라니? 남희신은 농을 치지 마시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분노에 떠는 위무선과 그를 말리는 남망기가 이 상황이 진짜임을 깨닫게 했다.
남희신은 폐관수련에 들었던 때를 상기했다. 관음묘 사건으로 회의감을 느낀 남희신이 연인에게 언질도 없이 독단적으로 폐관수련을 결정했음에도 강징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짧은 서신 한 통을 보냈다.
[마음이 편해지면 제게 오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그 서신이 멀쩡히 남아있는데, 어찌. 남희신이 현기증을 느끼고서 비틀거렸다. 남망기가 급하게 그를 부축했다.
"무슨,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남희신의 떨리는 음성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위무선을 대신하여 남망기가 답했다.
"... 의뢰를 받고 야렵을 나갔다가 그리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다 택무군 때문입니다!! 강징이 어떻게 살았는지 아십니까? 당신 기다리는 시간을 빨리 보내겠다고 일에 미쳐 살았습니다. 위험한 의뢰도 안 가리고 몸이 부서져라 일했다고요!!"
위영! 남망기가 위무선을 제지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강징은 말도 안 하고 폐관수련 든 연인이 뭐가 좋다고 기다렸는지... 그 애가 만날 운 것도 모르시겠죠. 만약 강징을 못 찾는다면, 택무군은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남희신은 정실을 나가는 위무선의 등을 응시하다 안타까운 기색을 한 남망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남희신은 문득 남망기에게 두 사람이 연인 관계임을 알렸던 날을 떠올렸다. 성격이 성격인 만큼 티를 내진 않았지만, 남망기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한 명으로서 그가 이 관계를 불호한다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었다. 강징은 시무룩해진 남희신에게 시간을 좀 주자고 했다. 본인이 함광군의 마음에 들 수 있게 노력하겠다며 남희신을 달랬다. 그는 알았다. 제 동생만큼이나 강징도 남망기를 꺼린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징은 남희신을 위해서 애를 썼다. 그만큼 사랑스러운 이였다. 그런 사람을, 이렇게 잃을 수는 없다. 망기야. 남희신의 부름에 남망기가 답했다. 예, 형님.
"숙부님께 말을 좀 전해주겠니. 폐관수련은 끝났고, 아징을 찾으러 갈 거라고."
"그리하겠습니다."
"고맙다."
남망기에게 눈짓으로 인사한 남희신이 정실을 나섰다. 폐관수련에 든지 반 년 만에 맡은 바깥공기는 운심부지처 답지 않게 쾌쾌해서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쾅! 소리를 내며 요수가 쓰러졌다. 멀리서 덜덜 떨고 있던 약초꾼 몇이 급하게 달려왔다.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남희신은 그들의 난리법석에 괜찮다 답해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나무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오랜만에 강한 요수를 만난 탓에 방심했다. 접점 끝에 이기긴 했으나 등에 난 상처가 심상치 않았다. 끝없이 피가 흘러 남희신은 현기증을 느끼고 있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시내도 꼬박 하루는 걸릴 텐데. 어떡하지... 남희신이 고민에 빠진 사이, 약초꾼 하나가 박수를 쳐 주목을 끌었다.
"류운관이 여기서 가깝지 않소?"
"맞소! 얼마 안 걸리오!"
"공자님, 제게 기대십시오. 아직 해가 떠있으니 상처를 봐주실겝니다."
남녀노소, 신분도 가리지 않고 누구든 치료해준다는 의원, 류운관이 이 깊은 산속에 있었나보다. 남희신은 약초꾼의 부축을 받아 힘겹게 걸음을 옮겼고, 도착한 류운관은 명성만큼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문 앞에서 환자를 살피던 의관 한 명이 남희신의 상태에 기겁했다.
"어쩌다 이리 되셨습니까! 이쪽으로 드시지요!"
남희신은 지시에 따라 침상 위로 엎드렸다.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시야가 뿌예지고, 귀가 먹먹해졌다. 이러다가는 정신도 잃을 것 같아, 남희신은 강징을 추억했다. 선물을 건네자 아닌 척하면서도 수줍어했던 강징, 연화호의 풍경을 구경하며 조심스럽게 손을 맞잡아왔던 강징, 접문을 할 때마다 발갛게 귀가 달아올랐던 강징... 강징이 실종된지 두 해가 흘렀다. 사대세가가 발벗고 찾아나섰음에도 실종과 관련된 그 어떤 흔적을 찾지 못했다. 여전히 수색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들은 점점 지쳐갔다. 하다 못한 금릉이 이젠 보내주는 게 맞지 않겠냐는 말을 꺼낼 정도였다. 하지만 남희신은 포기하지 못했다. 강징이 없는 세상은 살아갈 자신이 없으므로 그는 남계인의 만류에도 여전히 단서를 찾아다녔다. 그래서 남희신은 이를 악물었다. 강징을 찾기 전에는 죽을 수 없으니 정신을 유지해야 했다.
멍한 귓가로 문이 벌컥,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의관으로 추정되는 이가 조용히 움직였다. 그가 가까워질수록, 남희신은 무언의 익숙함을 느꼈다. 뭘까. 무엇이길래 정신이 온통 저 사람에게 집중될까. 남희신은 그가 침상 옆에 선 후에야 비로소 익숙함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강징에게서 풍기던 향이 그한테서 났다.
남희신은 즉시 일어나려 했지만, 뒷목에 찔린 주사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흐려지는 정신으로 남희신은 손을 뻗어 그의 손목을 잡았다. 얇은 손목 옆으로 톡 튀어나온, 너무나도 익숙한 뼈 모양이 판단에 힘을 실었다. 남희신은 생각했다.
'마침내.'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정신이 드십니까?"
남희신은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점차 시야가 선명해지고, 의관이 보였을 때, 남희신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의식을 잃기 전 만났던 이가 기억났다. 의관이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말리고, 등이 다시 찢어질 듯 아팠지만 남희신은 굴하지 않고 병실을 나섰다. 당장 그를 찾지 않는다면 또 다시 사라질 것 같았다. 남희신은 다시금 강징을 놓칠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었다.
류운관이 의관 한 명 한 명을 붙잡고 살피는 남희신에 의해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이러시면 안 된다, 침상에 누워라는 반응이 돌아오는데도 남희신은 멈추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환자들마저 고개를 빼들어 그의 동태를 살폈다. 원래 있던 방으로부터 거의 반바퀴를 돌았을 즈음, 남희신은 익숙한 향을 맡았다. 물기를 머금은 은은한 연꽃향.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남희신이 형편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앞을 스쳐지나간 이를 불렀다.
"... 아징."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혹시 거리가 멀어 들리지 않는 것일까봐, 남희신이 긴 다리로 그를 쫓았다. 그가 난데없이 본인의 앞을 가로막은 이를 올려다보았다. 두 해 만에 보는 익숙하고도 아주 그리웠던 얼굴. 남희신은 울컥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서 아랫입술을 꾹 씹었다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징..."
"... 저를 부르신 겁니까?"
그는 낯선 이를 만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제 이름은 징이 아니라, 청입니다. 아청."
"아징, 왜 이러십니까. 혹 제가 너무 늦게 와 벌을 주시는 겁니까? 아님, 말도 없이 폐관에 들어 화가 나셨습니까? 다른 벌을 충분히 달게 받을 테니 부디 이러지 마세요..."
남희신은 서러웠다. 이름을 부정하는 것도, 단호한 말투도, 애정이 깃들지 않은 눈빛도 서러워 참을 수가 없었다. 남희신이 답지 않게, 허락도 없이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가 기겁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왜 이러십니까!"
"아징, 저 무섭습니다. 제발... 제발 예전처럼 저를 안아주세요... 이 희신을 버리지 마세요..."
그는 손을 빼기 위해, 남희신은 계속 붙잡기 위해 아웅다웅 하던, 그때였다. 기척 없이 다가온 낯선 사내가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어 손을 놓게 만들었다.
"그만 하시죠. 아청이 싫다지 않습니까."
"사부!"
그가 남희신을 대할 때와 반대로 사내를 반갑게 불렀다. 사부라고 호칭된 사내가 그에게 눈짓한 후 남희신을 향해 일침했다.
"류운관은 환자를 돌보는 신성한 곳입니다. 사내가 난동 피울 데가 아니란 말입니다. 아무리 환자라도 이리 행패를 부린다면 쫓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십니까. 아징을 아십니까?"
사내가 코웃음을 쳤다.
"아징은 모르겠고. 아청의 스승인 사도낭랑입니다. 답이 됐습니까?"
남희신은 사도낭랑의 뒤에 숨은 그를 충격받은 표정으로 바라보다, 기세등등하게 자신을 훑어내리는 사내와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튀었다.
기억 잃고 죽을 위기에 있던 강징 주워서 제자로 삼은 사도낭랑 보고 싶다 희신은 강징 기억을 되살리려 하고, 강징은 그런 희신이 조금 무서워서 사도낭랑에게 더욱 의지하고, 사도낭랑은 제 제자를 뺏어가려는 희신을 견제하는 삼각관계가 보고 싶다!!!
희신강징 사도낭랑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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