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09588918
view 1406
2022.11.25 14:25
3층 객잔 위에서 시끄럽고 활기찬 거리를 내려다본 남자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함께 술을 마시던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음.


"참, 그 얘기 들었소?"

"무슨 얘기?"

"또 뭔데 그러나?"

"잠깐, 잠깐."


남자는 항상 남들보다 소식이 빨랐고 재미난 이야기도 많이 알고 있어서 다들 마시던 술잔을 내려놓고 남자를 바라봤음.


"그 알지? 다들 붉은실이 뭔지?"


남자는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사람들의 흥미를 돋았음.


"알지, 알지."

"아, 본론만 말하세, 본론만."

"빨리 말해 보시오."


남자는 저를 바라보는 세 사람의 얼굴을 스윽 보고는 싱긋 웃더니 흠흠 하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음.


"택무군한테 붉은실이 생겼다는 얘기오."


남자의 말에 두명은 경악어린 얼굴을 했고 한 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몸을 돌려 주변을 살폈음.


"아니... 택무군은 폐관 중이지 않소?"


주변을 살피던 이가 개방된 곳인지라 이리저리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레 앉으며 남자에게 물었음. 앉아 있던 남자들도 눈치는 보지만 무척이나 궁금하다는 얼굴을 했음.


"그렇지. 하지만 분명 본 이가 있다고 하오."


세 사람은 헉하며 숨을 들이 마셨음.


"그 붉은실이 어디로 연결됐는지 궁금하지 않소?"


남자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다들 눈빛을 빛냈음.  어느 가문의 어떤 낭자요?


"어딘지 말해보시오!"


남자의 말에 가장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음. 괜히 목이타 술잔을 들어 술을 마셨지. 수선계에서는 요즘도 고소 남씨 택무군이 폐관한 것과 그의 의형제들이 함께 봉관됐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 음철이 있다는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운 화제였는데. 그런 택무군에게 붉은실이 생겼다니 아주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였음.


남자가 재촉에 입을 열려다가 다시 닫았지.


"궁금하잖소!"


다른 이도 남자가 뜸을 들이자 살짝 탁자를 내리쳤음.


"그 관이 봉관된 곳이라고 들었소."


남자의 말에 세 사람은 동시에 굳어 남자를 바라보다 웃음을 터뜨렸음. 오늘은 무슨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줄까 했다가 농담도 이런 농담이 없었지.


"다들 금광요라고 했소. 쉬쉬하고 있을 뿐이오."

"어흐흠!!! 오늘 날씨가 참 좋소."

"그러게 말이요."

"술, 술이나 더 드십시다!"



남자의 진지한 표정에 다들 얼굴을 굳혔다가 저들끼리 어색하게 웃으며 술잔을 기울였음. 남자는 제 말을 자르고 다른 소리를 하는 세 사람의 반응에 조금 심드렁해진 표정을 지었음. 다들 고소 남씨가 무섭구나 하며.


"근데 다들 궁금하지 않소?"


죽은 사람인데 하며 남자가 다시 입을 열며 세 사람의 호기심을 발동하게 만들었음.


"이 이야기는 그만하시오."


가장 적극적이었던 남자가 고개를 조금 세차게 흔들더니 그만 이야기 하자며 손사래를 쳤음.


"그럼 그냥 붉은실 이야기는 어떻소?"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세 사람을 보며 곰살맞게 웃었음. 세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고개를 끄덕였음.


"붉은 실은 월하가 인연을 이어주는데. 붉은실로 이어진 두사람이 각자 제 손에 묶인 붉은실을 실제로 보게 되는 순간 그 붉은실이 세상에 드러나 며칠간 다른 사람들 눈에도 보이다 사라지지 않소. 두 사람의 인연을 방해하거나 괴롭히지 말라는 듯이. 그렇게 이어진 인연은 반드시 도려가 되오. 꼭 붉은실로 이어진 두사람 모두가 제 손에 묶인 붉은실을 실제로 보아야만 가능한 일이지만."


남자는 웃으며 세 사람을 보며 이야기 했음. 세 사람은 다시 남자의 말을 자르며 그만 일어나자며 술 잘 마셨다며 급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음. 여기는 채의진인데 고소 남씨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지 후환이 두려웠음. 정신차려야 했지.


"가시려는 건가? 이미 다들 아는 얘기네."


소식에 둔한 세 사람이 일어나자 재미가 싹 가신 남자가 아직 술과 고기가 많이 남았다며 아쉽다는 얼굴을 했음. 그러자 남자들이 흠 그런가 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음. 이미 다들 아는 얘기면 뭐라고 씨부리던 문제가 될 게 없었음.


"아니 아무리 그렇다해도 악귀랑 이어주는 건 무슨 심보요?"

"속이고 뒷통수까지 치지 않았오."

"악한 일은 또 얼마나 많이 했소. 꿈에라도 나올까 치가 떨릴 것 같구만."


남자들이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음.


"근데 붉은실로 이어지면 못 건드리지 않소?"

"그렇지. 월하가 정해준 인연이면 괴롭히면 안 돼. 본인이 아니면 후손이 대신 벌을 받을 거야."

"그럼그럼. 그 붉은실의 인연을 끊어놓았다가는 천벌받아."


남자들이 계속 말을 잇자 이야기를 꺼낸 남자가 웃고는 말함.


"보통 붉은실로 이어진 제 짝을 찾아 혼인하는 자가 반, 그렇지 않고 제가 찾은 짝과 혼인하는 자가 반인데. 요즘은 붉은실에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소. 하지만 세상에 드러난 붉은 실로 이어진 도려가 수명이 다해 죽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 손에 의해 죽었을 때 수선계가 아주 발칵 뒤집혔던 것도 잊기 힘들지 않소. 이번에는 어찌 될 것 같소? 죽은자가 살아돌아올 것 같소? 살아돌아오면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소?"


남자는 내기라도 하려는 듯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음. 다들 금광요가 죽고 붉은실이 생겼으니 금광요가 살아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음.


"무슨! 큰일 날 소리를!"


세 사람이 동시에 입을 벌리고 경악했음. 붉은실로 이어진 도려를 남의 손에 잃은 이들은 내면이 텅비어려서 사람 같지가 않았음. 악인이 되거나 악귀가 되는 경우도 있었음. 그렇기에 딱 한 번은, 붉은실로 이어진 도려가 죄를 지으면 그 도려에게 제 짝을 제대로 단도리 할수있도록 하여 조용히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음.


"다들 만약 금광요가 돌아오면 살 수 있을지 내기 하실라오?"


남자가 방긋 웃자 세 사람은 약간 소름이 돋았음. 차라리 화제를 돌렸지.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술이나 더 마시자며 다른 이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음.



한실.


"..."


문령을 하던 남희신은 손끝이 다시 터져 피가나자 잠시 손을 멈추었음. 그러다 폐관 이후 약지에 생긴 붉은실을 들여다봤음.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 안다해도 저대신 남망기가 가보겠다고 해서 봉관된 장소에 보냈었음. 남망기가 확인한 후에 붉은실이 보이지 않게 주술을 걸기는 했지만 며칠내내 한실에서 그곳까지 연결되어 있던 붉은실을 본 사람은 이미 꽤 있었음. 며칠이 지나고 그 붉은실은 다시 남희신 눈에만 보이게 됐음. 남희신은 다시 문령을 시작했음. 붉은실은 절대로 끊어지지 않으니 계속 금광요에게 말을 걸고 있었음.


아요, 붉은실은 언제 본 것이냐?

아요, 언제쯤 돌아오는 것이냐?

아요, 보고싶구나

아요....


남희신은 폐관한 이후에 보게된 붉은실에 화도 났지만 슬프면서도 기뻤음. 좀 더 일찍 제 손에 묶인 실을 봤다면 금광요와 모두를 지킬 수 있었을 테고 금성설랑포가 피로 물들어 금광요가 제 곁을 떠날 일도 없었을 테니. 문령을 하던 남희신은 제 약지에 붉은실이 생겼을 때 금광요가 돌아온다는 사실에 슬퍼하면서도 입가에 작게 호선을 그렸음. 그 애처로운 모습을 위무선과 함께 보던 남망기는 마음이 아파 어찌할지 몰랐음. 남망기는 불야천에서 위무선을 잃고서야 위무선과 이어진 붉은실을 발견했는데 그때 느꼈던 아픔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정도였음. 둔하게도 관음묘에서야 남망기와 이어진 붉은실을 발견한 위무선이 축처진 표정으로 애써 웃으며 남망기를 위로했음. 


한참 문령을 하던 남희신의 손이 살짝 떨리며 멈췄음. 남희신은 제가 제 마음을 너무 늦게 깨달아 이리된 것만 같았어. 붉은실은 폐관하고도 꽤 시간이 지나 생겼음. 남희신은 금광요가 저보다 먼저 붉은실을 발견했을 테니. 금광요가 손에 묶여있는 붉은실을 언제 발견했던 것인지, 그 붉은실이 가리키는 사람이 누군지 알았을 때 그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만 해도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음. 붉은실은 단단히 연결되어 있고 남희신은 금광요가 제게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음. 남희신이 문령을 다시 시작했음. 위무선이 돌아올지 아닐지 제대로 말해주지 않던 남망기의 붉은실과는 달리 남희신의 붉은실은 남희신에게 금광요는 살아날 것이고 다시 돌아올 거라고 말해주고 있었음.


붉은실로 엮일 인연은 원래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고 붉은실은 주인의 눈에 보일 때까지 그 누구도 볼 수 없고 누구와 엮여있는지도 알 수 없음. 엮여있는 이와 반드시 만나게 되지만 호감이나 마음을 깨달아야 그 붉은실이 보이게 됌. 그렇게 양쪽 모두가 제 손에 묶인 붉은실을 발견하게 되고 제 상대를 알게 되면 세상에 그 붉은실이 드러나게 됐다가 며칠 후에는 다시 당사자들만 볼 수 있게 되어 있었음. 한쪽만 제 손에 묶인 붉은실을 보게 되고 제 상대가 누군지 깨닫게 되는 경우가 꽤 많았는데 붉은실로 묶인 상대방이 머리가 나빠 붉은실을 늦게 보게 되면 고생길이 훤했음. 붉은실로 묶인 인연에게 붉은실로 이어져 있다고 주장해봤자 제 손에 묶인 붉은실을 발견하지 못한 상대방에게는 얼굴만 찌푸릴 일이었음. 그건 예의도 아니었지. 적어도 한쪽이 제 손에 묶인 붉은실을 발견하게 되면 언젠가 분명 그 상대방도 사랑을 깨닫게 되는데 그 시점이 너무 차이가 나면 몇년이고 몇십년이고 기다려야 할 수도 있었음. 


금광요는 남희신을 살리기 위해 밀쳐내고 제 약지손에 묶여 있는 붉은실을 발견했음. 진소와 붉은실로 이어져 있지 않아도 혼인했음. 진소를 애정했지만 남희신을 향한 사랑과는 다른 것이었지. 그렇게 제 진짜 도려가 될 이가 누군이지 깨달았지만 금광요는 붉은실에 존재를 모르는 남희신을 바라보며 안심하며 웃었고 관속에 파묻혔음. 


"마음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알기는 아는구나. 하지만 그아이도 제 인연이 죽을까 두려워지고서야 제 마음을 깨달았으니 이미 늦었던 거였지. 그리 죽었고 말이야. 빨리 돌아오라고 계속 말을 걸어주는 게 좋겠구나. 악귀가 되면 붉은실이 뭔지 잘 모를텐데도 그걸 빼려고 그리 애를 쓰고 있으니 하늘에서 끊어버릴지도 모르겠구나. 좀 더 힘쓰렴."


한 노인이 고개를 짓더니 미소를 지으며 입가를 살짝 올리며 웃었음. 제가 이어준 붉은실이 끊어진적은 없지만 옥처럼 빚은 이는 계속해서 제 인연을 불러야 할 것 같았지. 노인은 문령을 하는 남희신과 발끝도 따라가지 못할 이에게 사정없이 혼나면서도 자꾸 약지에 있는 붉은실을 손에서 빼내려는 금광요를 바라보며 웃었음.


"자, 그럼 붉은실이 끊어지나 안 끊어지나 내기할까요?"


노인은 위를 쳐다보며 웃었음. 제가 진 적은 없지만 이번 판은 하늘에서도 관심이 많아보였거든. 과연 그아이는 돌아올 수 있을까? 





희신광요로 붉은실로 이어졌는데 그게 하필 딱 관음묘 이후면 좋겠다. 금광요는 남희신에게 고백하고 남희신 밀치고 혼자 죽기 직전에 붉은실 발견하고 남희신은 폐관하고 자기 마음 뒤늦게 깨닫고 붉은실 발견하는 거.





희신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