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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9 02:02
어느날 꼬마 크리스네 옆집에 배리가 이사한 것부터 시작해서...




크리스 시헬리스(10세)는 멍 때리면 멍이 늘어나는 잔혹한 교실-그 나이대 애들이 그렇듯 과장된 표현이다-에서 살아남아 짱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건만, 다시 한 번 함락의 위기를 마주했다.
오동통한 볼, 부슬한 갈색 머리카락, 분홍빛이 살짝 번진 말간 얼굴, 마지막으로 유치원 뒤뜰에서 본 해바라기를 닮은 눈동자까지. 분홍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침입자는, 여우 같이 유순하고 나른한 눈매를 지녔지만 크리스가 그를 제압할 생각으로 뒤로 접근해도 눈치 채지 못할만큼 둔하기도 했다.




크리스는 한 발자국씩 내딛을 때마다 낯선 그를 관찰했다. 그는 크리스보다 나이가 많아보였지만 적당히 살이 붙은 모습은 -크리스가 자각 못한 감상대로라면 귀여운-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어 보이기도 했다. 손목이 얇구나, 붙잡는다면 저기가 좋겠어, 운동화 끈이 풀렸는데도 모르네, 등의 생각을 하며 크리스는 침입자와의 거리를 착실히 줄여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크리스가 그의 지척에 다가갔을 때,


"어-"


제압 당하는 것은



"안녕?"


크리스 자신이었다.


-



배리먼 씰, 14세.
새로운 동네에 이사를 온지 고작 일주일이 지났는데 벌써부터 옆집 아이에게 미움 받는 것 같다.


옆집 아이의 이름은 크리스 시헬리스로, 나보다 네 살 어리다고 한다.
그 아이를 처음 본 것은 옆집 그러니까 그 아이 집 앞이었는데, 나는 이사 선물-도넛-을 들고 있었고, 그 아이는 언젠가부터 내 뒤에 서있었다.


그 아이는 얼굴과 옷에 흙먼지를 가득 묻히고 있었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안 그래도 엉망이던 얼굴이 일그러지고 붉어져 더욱 엉망이 되었다.


'모르는 사람이 집 앞에 있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건가..'


인사를 건넨 뒤에도 나아지기는커녕 이제는 목까지 붉히는 아이를 보며 막연히 그렇게 여겼다.


"이거, 도넛인데 엄마가 옆 집에 드리라고 하셨거든."


내 얼굴을 뚫어져라-말 그대로 구멍이 뚫릴 것처럼- 바라보던 크리스는 그제서야 내가 들고 있던 상자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상자를 건네자 아이는 훽, 소리가 날 정도로 거칠게 상자를 건네받았다. 그 과정에서 작고 꼬질한 손이 내 손등에 잠깐 닿았던 것도 같은데, 잘 모르겠다. 하여튼 상자를 받아든 아이는 뭐가 그리 급한지, 불에 댄 듯 재빠르게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다급하게 잘 들어가라 인사를 건네자 돌아오는 것은


"감사하다고 전해드려-!!"


고함에 가까운 감사인사였다.
정석적인 작별은 아니었지만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한 어린아이다운 모습에 작게 웃음이 났다.
그리고 쾅,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내가 발걸음을 돌리자 등 뒤로 아까와 같은 목소리가 다시 날아들었다.


"...신발끈 풀렸어!!"


아, 정말이네.
곧바로 몸을 굽혀 풀린 매듭을 다시 지었다.


신발끈을 묶는 도중에 그리고 옆집을 벗어나는 동안 뒤통수가 가려운 느낌이 들었지만


기분 탓이겠지, 뭐.






이렇게 시작해서 옆집 형아 짝사랑하는 크리스로 크리스배리 보고싶음
배리는 크리스가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야 눈에 들어오는 걸로 그 전까지는 크리스의 애닳는 짝사랑이 계속되는 거지


4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뻘소리부터 건강 걱정 구구절절하고는 다 들었으면 이제 꺼져! 하는 잘못된 츤데레를 거쳐 손에 설탕만 묻히게 해줄게(🐹 : 그럼 손은 어떻게 씻어? / 🔫: 아 쫌!!)하는 프로포즈까지



하 그리고 배리 당연히 인기 많아서 살 쪄서 별로다, 쨍알대는 거 시끄럽다 등등 못된 말로 괴롭히며 호감을 잘못되게 표현하는 애들이 있었는데
그 말 듣고 울적해하는 배리를 크리스가 위로해주는 거
그러다가 넌 왜 나한테 맨날 반말해..? 하고 일렁이는 눈빛으로 묻는 배리한테 첫만남 때처럼 새빨개진 얼굴로 ..형 하는 크리스도 보고 싶음









아이스매브 크오 크리스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