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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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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6일, 셜록은 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려 사망했어.

아무런 트릭도 마술도 없었어. 피에 젖은 셜록의 손목을 존이 붙잡았을 때 맥박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실제로 맥박이 없었기 때문이었어. 셜록이 더 이상 숨쉬지 않고, 눈동자가 공허하게 풀려 있었던 것은, 그것이 정말 시신이었기 때문이었어.

세계에서 단 하나뿐이었던 사설 자문탐정은 그렇게 영원히 사라졌어.



존은 완전히 무너졌어. 셜록을 땅에 묻고 돌아온 뒤, 존은 휴가를 내고 사흘 동안 베이커가의 하숙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지. 내가 지켜주었어야 했는데. 그 놈이 자살하지 않게 내가 힘이 되어주었어야 했는데. 끝없이 후회하면서, 멍하니 앉아서 셜록이 남긴 의자와 셜록이 남긴 바이올린과 셜록이 남긴 해골바가지만 바라보았어. 주변 사람들의 애타는 닦달을 이기지 못해서, 결국 존은 억지로 밥도 먹고 샤워도 하고 바깥출입도 하게 되었지만, 그 모든 것에서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가 없었어.

존이 하루하루 말라죽어가는 모습을 보다못한 마이크로프트는, 결국 존을 불러서 셜록이 죽은 "진짜" 이유를 알려주었어. 사실 셜록은 사기꾼 누명 때문에 자살한 게 아니었다는 걸. 모리어티가 셜록이 아끼는 세 사람에게, 바로 존과 허드슨부인과 레레에게 한 명씩 저격수를 붙여둔 뒤, 셜록이 당장 죽지 않으면 그 세 사람을 죽이겠다고 협박했었다는 걸. 그러니까 셜록은 자살한 게 아니라 협박에 의해 살해당했던 거지.

마이크로프트가 존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 것은, 셜록이 기꺼이 스스로를 희생할 정도로 존의 목숨을 소중하게 여겼으니, 셜록이 살려준 그 목숨을 가지고 존이라도 잘 살아야만 한다는 의도였어. 하지만 이미 우울증에 시달리던 존에게는 역효과만을 가져오고 말았어. 존은 셜록처럼 위대한 천재가, 자기처럼 평범하고 쓸모없는 친구를 위해 죽어야만 했다고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더더욱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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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존은 이상한 망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어. 셜록이 실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셜록이 죽음을 위장한 뒤 어디론가 떠나서 모리어티의 조직을 쳐부수고 있다며 꽤나 구체적인 열변을 토하기도 했어. 자기가 셜록 무덤가를 방문하는데 저 멀리서 셜록이 자길 지켜보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는 거야. 주변 사람들은 존이 너무 외로워서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며 애인을 소개시켜 주었는데, 존은 메리와 데이트를 하면서도 그 레스토랑의 웨이터가 셜록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망상을 그치지 않았어.

많은 사람들이 존을 동정했어. 그런데 또 다른 사람들은 존이 헛것을 본 게 아니라 진짜라고 주장하기도 했어. 왜냐하면 셜록의 유령을 봤다는 목격담이 속출하기 시작했거든. 특히 그 유령이 가장 자주 출몰하는 곳은 바로 런던 경시청과 언론사들이었어. 사건현장을 수사하는데 어디선가 까만 코트자락이 펄럭이는 것을 분명히 봤다고 필사적으로 주장하는 경찰이 있는가 하면, 최근의 범죄사건에 대해 기사를 쓰는데 여백에 "Wrong!" 이라는 단어가 스르륵 나타났다 사라졌다고 공포에 질린 기자도 있었지. 셜록이 죽은 뒤 존이 슬퍼하는 모습을 스토킹하던 기레기는 자기가 공들여 찍은 사진들이 죄다 오류가 나서 날아가버렸다고 주장했고.

런던 경찰들에게 셜록은 그래도 지난 몇 년간 함께 일해온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이 갑자기 사기꾼이라고 온갖 비난을 당하며 자살해버린 것에 대해 상처를 받거나 괴로워하는 경찰들도 적지 않았어. 그런데 이렇게 유령 사태까지 터지게 되니, 셜록이 억울하게 죽은 것이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어. 셜록의 무덤가에 개인적으로 찾아와서 미안했다며 사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 특히 앤더슨은 무고한 사람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으로 미치광이가 되어서, 아예 폐인 생활에 접어들었어.

경찰 중에서 유일하게 셜록의 유령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레레뿐이었어. 한 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레레는 담담하게 말했지.

 - 그게 진짜 셜록이라면, 저를 해칠 리가 없으니까요.

자기가 그나마 셜록과 가장 친했었기 때문인가? 라는 반문이 돌아오자, 레레는 대단히 불쾌해했어.

 - 셜록은 누구도 해치지 않습니다. 그 녀석은 평생 사람을 구하는 일만 하다가 갔어요. 죽어서 귀신이 되더라도 절대 사람을 해치는 일은 없을 거란 말입니다.

그래서 레레는 이 유령 사태에 대해 무서워하기보다는 도리어 반가워하는 것처럼 보였어. 유난히 수사가 안 풀리는 날이면,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아오, 셜록, 네가 있었더라면..." 이라던가 "셜록, 이거 어때? 들리면 대답 좀 해줘." 라는 식으로 조용히 말을 걸기도 했지. 그런다고 갑자기 허공에서 불쑥 대답이 들려온다던가 하는 드라마틱한 사태는 터지지 않았지만, 그렇게 누군가 듣고 있을 거라 생각하며 혼잣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레레에게는 위안이 되는 것 같았어.

그러던 어느 날, 뒷골목에서 범인과 일대일로 대치하던 레레는, 범인이 총을 꺼내서 들이대는 바람에 '이젠 죽었구나!' 하고 입술을 깨물었어. 그런데 총을 쏘려던 범인이 갑자기 귀신이라도 본 듯이 헉!!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뒷걸음질을 치는 거야. 레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 범인의 손에서 총을 빼앗았고, 무사히 검거에 성공했어. 레레는 범인이 대체 무엇을 보고 그토록 놀란 건지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지. 범인이 수갑을 차고 경찰차에 실리는 동안, 레레는 텅 빈 어두운 골목을 향해 조용히 속삭였어.

 - 고맙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레레는 쓰디쓴 한숨을 내쉰 뒤 덧붙였어.

 - 나도, 너를 구해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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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유령이 단 한 번도 출몰하지 않았던 상대는, 그와 피를 나눈 가족이었어. 마이크로프트는 런던 전체에 떠도는 셜록 유령에 대한 괴담을 알고 있었지만, 그건 진짜 귀신이 아니라 그냥 멀쩡한 사람 하나 몰아서 자살시켰다는 대중들의 죄책감이 빚어낸 망상이라고 생각했지. 왜냐하면 그 자신은 단 한 번도 동생의 유령을 본 적이 없었고, 애초에 과학적으로 유령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쓸쓸한 밤이면, 마이크로프트도 그 괴담을 믿고 싶어지는 날이 있었어. 그래서 완전히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도 없는 컴컴한 사무실에 앉아 혼자 속삭여보기도 했어.

 - 셜록?

역시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어. 마이크로프트는 이런 자신이 바보같다고 생각했지만, 멈출 수가 없었어.

 - 내가 모리어티한테 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 아무래도 셜록을 약올리려면 다른 것이 필요할까.

 - 네가 아홉 살 때, 감춰둔 그 케이크를 먹은 것도 사실 나였단다.

역시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는 조용한 사무실을 바라보며, 마이크로프트는 스스로가 한심해져서 허탈하게 웃었어. 그리고 생각했지. 만약 그 유령이란 게 정말 셜록이라면, 아마 죽어서도 전혀 변하지 않은 모양이라고. 셜록은 살아있을 때에도 그저 존이나 레레만을 찾았을 뿐, 절대 자기 형을 찾아오는 일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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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의 망상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어. 사귀던 메리와 어찌어찌 결혼까지 가긴 했지만, 그 뒤에도 자기 아내가 사실은 신분을 감춘 암살자라고 주장하거나, 심지어 아내가 셜록을 총으로 쏘았다고 주장하는 등, 갈수록 점입가경이었지. 메리는 참다참다 못해 결국 이혼 서류를 내밀고 존의 곁을 떠난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어. 그러자 존의 망상은 아내가 셜록을 구하려 자기 몸을 내던졌다는 기괴한 방향으로 전개되었고.

한편 런던 경시청과 언론사들에서는, 결국 오랜 내부조사와 회의를 거쳐 공식 성명을 발표했어. 셜록 홈즈는 사기꾼이 아니라 진실한 천재였고, 이제까지 수많은 사건들을 해결하며 범죄자들을 검거하는 데에 크나큰 공을 세웠으며, 런던 전체가 그에게 대단한 빚을 지고 있다느니, 뭐 그런 내용이었지. 그리고 셜록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성당에서 사제의 집전 하에 요란한 추모행사까지 개최했어.

마이크로프트는 고인의 유족으로서, 레레는 경찰로서, 셜록의 추모행사에 참석했어. 하지만 원래 그 행사에서 셜록의 영정사진을 들기로 되어 있었던 존은 끝내 참석할 수 없게 되고 말았지. 존은 바로 그 전날에 어느 깊은 우물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으니까.

추모행사를 마치고, 존의 장례식에도 참석한 뒤, 마이크로프트와 레레는 검은 상복 차림으로 나란히 밤길을 걷고 있었어. 두 사람 모두 피곤했고 가슴 깊이 지쳐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레레가 우뚝 멈춰서며 탄성을 질렀어.

 - 아...!

그 순간 마이크로프트의 눈에도 보였어. 어두운 밤길. 저 키가 크고 늘씬한 코트 차림의 실루엣. 꿈에서라도 잊지 못할 동생의 모습이었어.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옆에 소중하게 붙어 있는, 좀더 키가 작고 다부진 체격의 동그마한 실루엣이었지.

마이크로프트는 기분이 아주 즐거워졌어. 그 두 유령이 너무도 따스한 행복에 잠겨 있다는 것이 느껴졌거든. 정확히 표정이 보이거나 말이 들리는 것도 아닌데도, 그들이 진심으로 빛나는 환희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었어.

레레는 눈물로 범벅이 된 채, 두 유령을 향해 힘차게 삿대질을 하며 손을 흔들었어.

 - 이 자식들아! 이제 행복하냐!

마이크로프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손을 흔들며 짧게 말했어.

 - 잘 가렴. 이제 걱정 마라.

두 유령은 그들을 살짝 돌아보는 것 같더니, 곧 아무런 미련도 없이 손을 잡고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어. 너무도 자유로운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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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다시는 셜록 유령을 목격했다는 사람이 없었어. 런던 경시청과 언론사에서는 그 사과 성명과 추모행사가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간신히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레레는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 셜록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명성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는 걸. 셜록이 죽어서도 계속 떠나지 못했던 이유는, 단지 남은 사람들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던 거지.



엳 베니셜록 자유인 존셜 셜텀 레스트레이드 마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