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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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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날은 테리가 일방적으로 케니와 저녁 식사 약속을 잡은 날이었으면 좋겠음 테리가 매번 이런저런 핑계 만들어서 케니 데려다 주겠다고 수작부리는데 늘 거절하다가 어느날 케니가 진짜 많이 힘들고 피곤하고 지쳐서 이번 한 번만 신세지겠다고 차에 탔는데 이 기회를 놓칠 테리가 아니조 집에 데려다 준다는 핑계로 집 주소까지 얻은 테리가 설마 고맙다는 말만 하고 쏠랑 내뺄 거 아니지, 예쁜아? 하면서 케니 성질 살살 긁는 바람에 덜컥 식사 약속을 잡은 거였음 ㅋㅋㅋㅋㅋㅋ

케니가 약속있는 날 아침부터 한숨만 푹푹 쉬다가 약속 시간 다 돼서 옷 갈아입으러 방으로 꾸물꾸물 들어가는 거 가만히 지켜보던 버드가 케니를 따라 계단으로 살금살금 걸어가겠지



근데 계단을 채 오르기도 전에 현관문에서 똑똑똑 하는 노크 소리가 들렸음 손님맞이는 늘 형아들이나 아빠가 하던 거지만 우리의 버드는 혼자서도 현관문을 열 줄 아는 어린이란 말임 부랫 아빠가 현관 한 켠에 놔준 삼단짜리 계단을 밟고 올라가서 체인을 채우고 난 뒤에 잠금장치를 풀어서 문을 열겠지


그러면 살짝 열린 문 틈 사이로 꽃 한 송이가 불쑥 들어옴 이게 모지? 형아들이 하던 것처럼 눈썹을 까딱이려다 실패한 버드가 손으로 답싹 꽃을 잡았음


"예쁜아, 오빠 왔다!"


예쁜이? 오빠? 버드가 입을 앙 다물었음 뭔지 모르겠지만 마음에 앙 드러. 매우 불캐해. 잡고있던 꽃을 슥 놓아준 버드가 문을 쿵! 닫으니까 밖에서 다급하게 쿵쿵쿵! 하고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림



그러면 뒤를 힐끔 돌아본 버드가 차분하게 체인을 풀고 문을 열었음 그리고 꽃 한 송이를 들고 서있는 테리랑 정면으로 마주치겠지


"예쁜아, 가 아니네?"


어색하게 서있는 테리를 천천히 위아래로 훑어보던 버드가 다시 뒤를 힐끔 돌아보겠지 그러더니


"누구 차자왓서요?"


하고 유순하게 물어보면 테리가 내 이름은 테리 먼로고, 케니 픽을 찾아왔다고 하겠지 그럼 테리 이름을 듣자마자 팔짱을 딱 낀 버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듯 ㅋㅋㅋㅋ


"잘 들어, 멍노. 우리 집 사람들은 케니 형아를 자네같은 작자한테 보내려고 고이 키운 게 안니야. 알아들어써? 알겠으면 오늘 저녁 식사를 마지막으로 선을 지켜조쓰면 좋겠군. 흥!"


하고 현관문 잡아당겨서 닫으려고 하겠지 ㅋㅋㅋㅋㅋㅋㅋ 테리는 손으로는 다급하게 현관문을 붙잡으면서도 아니 이게 무슨 장인어른같은 소리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싶어 변명이라도 해보려는 순간 삼단 계단에서 토도도 뛰어내려간 버드가 형아아! 손님 오셧서요! 하면서 외투를 팔에 걸치고 내려오는 케니 다리를 답싹 끌어안겠지



그리고서 벌써 왔냐는 케니 옆에 입술 앙 다물고 자기 노려보는 버드 보면서 헛웃음만 나오는 테리일 거야 ㅋㅋㅋㅋㅋㅋㅋ 뭐 케니랑 어째보겠다고 한 것도 없는데 벌써부터 버드한테 찍혀서 억울한 테리랑 한 손으로는 케니 형아 다리 꼬옥 끌어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자기 목에 손 긋는 시늉하는 버드 보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





몇 년 후에 케니랑 테리 둘이 정식으로 사귀다 결혼하겠다고 인사하러 갈 때 케니는 큰 형인 중위님이 마음에 안 들어할까 걱정하는데 테리는 버드가 제일 걱정이겠지 ㅋㅋㅋㅋ 버드 마음 사로잡아보겠다고 선물 바리바리 싸들고 가면 버드는 누가봐도 케니의 추천으로 산 것 같은 특대 사이즈 티라노 인형 품에 꼭 끌어안고 고개 꾸벅 숙이면서 감사합니다아. 하고 인사해놓고 케니가 잠깐 자리 비우면 품에 안고있던 티라노 인형 툭 내려놓겠지 그리고 주변을 슥 둘러보다가 입을 열 듯



"선물 고르는 눈은 좋은 거 인정하겠네. 그 좋은 안목으로 우리 케니 형아를 찍은 것 또한 인정하지. 그건 당연한 거니까. 하지만 우리 케니 형아는 안 되네, 다른 사람 찾아보게."



그새 컸다고 이제 제법 눈썹을 까딱일 줄 알게 된 버드가 그 말만 남기고 먼저 자리를 떠서 버드랑 꼭 닮았다는 중위님이랑은 아직 말도 안 나눠봤는데 눈 앞이 캄캄해지는 테리 보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







젠킬 테리케니 약브랫네잇 알슼스탘 슼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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