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꿀
- 꿀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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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2 21:56
노잼주의
-넌 말이야. 참 바다를 닮았어. 특히 네 눈동자… 깊은 바다가 수놓인것처럼 시리고 푸르른걸.
어릴때부터 엄마가 늘 토미를 붙잡고 하던 말이었다. 그는 그렇게 바다타령을 하곤 했다. 실제로 바다를 가본적이 있긴 할까? 바다라는게 뭘 뜻하는지는 알고 하는 이야긴가? 톰 카잔스키 주니어는 그보다 좀 더 어릴 무렵에는 엄마가 하는 말이 모두 진짜인줄 알았다. 그 모든 믿음이 깨어진건 아버지에게서였다.
-네 엄마가 조금 아픈 병이 있단다. 심한건 아니야. 다만… 엄마는 다른 사람에 비해서 많이 느리단다. 그러니 주니어 네가 슈슈를 챙겨주렴.
톰 카잔스키 주니어는 그때 너무 어렸기때문에 그가 느리다는게 어떤 뜻인지 알지 못했다. 그냥 행동이 느리다는건지 걸음이 느리다는건지… 슈슈는 늘 휠체어를 탄 채 창문 밖을 바라보는게 일과의 전부였다. 간간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주니어의 머리를 세 개의 그것으로 얽어 부드럽게 쓰다듬어준다던지, 다큐멘터리 TV 프로를 함께 볼때 제 손가락 하나하나를 매만지는게 일상에서 엄마가 옆에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전부였다.
-나한테도… 너처럼 예쁜 아이들이 있었어. 그런데... 하늘나라로 갔단다. 그 애들은 날개만 없었지 정말 천사같았는데… 내 예쁜 아기.
-무슨 소릴 하는거야 엄마. 카잔스키가문에 나말고 누가 있어? 엄마 이럴때면 정말 이상해. 엄마가 낳은건 토미 하나뿐이잖아.
-아니야… 내 아기 없어졌어. 하늘나라 갔어.
가끔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헛소리를 할때면 톰 카잔스키 주니어는 슈슈를 이해할수가 없었다. 제발 남들처럼 하면 안돼? 내 유치원 학예회때 와서 박수도 쳐주고 나 내 친구들한테 우리 엄마라고 자랑도 하고싶어. 엄마 빨리 나아서 나랑 놀이동산도 가자. 나 해보고싶은거 엄청 많단 말이야.
그는 주니어의 투정섞인 어리광을 가만히 듣다가 지그시 한쪽만 남은 눈을 감아버렸다. 그럴때면 토미는 어린 나이였음에도 마치 슈슈에게서 모든걸 부정당하는것같은 묘한 기시감이 들었더랬다. 한참을 칭얼대도 소용이 없자 주니어는 엄마가 밉다며 고사리같은 주먹으로 슈슈의 허벅지나 무릎께를 몇대 때렸다. 잠자코 거실 한 구석에 있던 수행원이 다가와 톰 카잔스키 주니어를 저지했다.
-도련님. 사모님께서 오늘은 좀 피곤하신듯 합니다. 약을 드실 시간이 되셨으니 제가 사모님을 방까지 모시겠습니다.
토미는 붉어진 눈가를 애써 숨기려고 커다란 동화책을 펼쳐 얼굴을 파묻어버렸다. 엄마는 바보야. 정말 미워… 아니야 사실은 엄마가 미운게 아니라… 나도 엄마한테 사랑받고싶어. 사랑받고싶어…
그 날 저녁을 먹을때도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가정부 아줌마에게 슈슈가 어디있냐고 물어보니 깊이 잠들어 계셔서 깨울수가 없다는 말 뿐이었다. 엄마는 아까 읽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같은 동화책에서처럼 한번 잠에 들면 좀처럼 깨어나지를 못했다. 몇 시간이 될때도 있었지만 며칠이 될때도 있었다. 주니어는 맥앤치즈를 한웅큼 우물거리다가 가정부에게 꼬깃한 쪽지를 건넸다.
-이게 뭔가요 도련님?
-엄마한테 대신 전해줄수있어? 나는 엄마 방에는 못들어가니까…
-주인님이 아시면 경을 치실텐데…
-부탁할게… 엄마한테 꼭 주고 싶어.
가정부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쪽지를 앞치마 주머니에 깊게 찔러넣었다. 걱정말라며 해주는 윙크는 덤이었다. 주니어는 왠지 기분이 좋아져 밥그릇을 싹싹 비워냈다. 주니어는 제 방으로 돌아가 일기를 쓰고 양치를 하고 잠자리에 누웠을때도 약간은 들떠있었다. 엄마가 좋아했으면 좋겠어...
주니어가 가정부에게 전해준 쪽지는 서재의 부친이 읽고있었지만.
시니어는 기분이 몹시 안좋은 상태였어. 수행원에게 주니어가 오늘따라 보채고 투정이긴 했지만 슈슈를 때리기까지 했지.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만 참고 또 참았어. 퇴근 후 집에 들어가니 집은 쥐 죽은듯 고요했지.
쪽지에는 엄마 미안해요. 토미가 착한 아들 될게요. 사랑해요 라고 삐뚤빼뚤 적혀있었지
시니어슈슈
-넌 말이야. 참 바다를 닮았어. 특히 네 눈동자… 깊은 바다가 수놓인것처럼 시리고 푸르른걸.
어릴때부터 엄마가 늘 토미를 붙잡고 하던 말이었다. 그는 그렇게 바다타령을 하곤 했다. 실제로 바다를 가본적이 있긴 할까? 바다라는게 뭘 뜻하는지는 알고 하는 이야긴가? 톰 카잔스키 주니어는 그보다 좀 더 어릴 무렵에는 엄마가 하는 말이 모두 진짜인줄 알았다. 그 모든 믿음이 깨어진건 아버지에게서였다.
-네 엄마가 조금 아픈 병이 있단다. 심한건 아니야. 다만… 엄마는 다른 사람에 비해서 많이 느리단다. 그러니 주니어 네가 슈슈를 챙겨주렴.
톰 카잔스키 주니어는 그때 너무 어렸기때문에 그가 느리다는게 어떤 뜻인지 알지 못했다. 그냥 행동이 느리다는건지 걸음이 느리다는건지… 슈슈는 늘 휠체어를 탄 채 창문 밖을 바라보는게 일과의 전부였다. 간간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주니어의 머리를 세 개의 그것으로 얽어 부드럽게 쓰다듬어준다던지, 다큐멘터리 TV 프로를 함께 볼때 제 손가락 하나하나를 매만지는게 일상에서 엄마가 옆에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전부였다.
-나한테도… 너처럼 예쁜 아이들이 있었어. 그런데... 하늘나라로 갔단다. 그 애들은 날개만 없었지 정말 천사같았는데… 내 예쁜 아기.
-무슨 소릴 하는거야 엄마. 카잔스키가문에 나말고 누가 있어? 엄마 이럴때면 정말 이상해. 엄마가 낳은건 토미 하나뿐이잖아.
-아니야… 내 아기 없어졌어. 하늘나라 갔어.
가끔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헛소리를 할때면 톰 카잔스키 주니어는 슈슈를 이해할수가 없었다. 제발 남들처럼 하면 안돼? 내 유치원 학예회때 와서 박수도 쳐주고 나 내 친구들한테 우리 엄마라고 자랑도 하고싶어. 엄마 빨리 나아서 나랑 놀이동산도 가자. 나 해보고싶은거 엄청 많단 말이야.
그는 주니어의 투정섞인 어리광을 가만히 듣다가 지그시 한쪽만 남은 눈을 감아버렸다. 그럴때면 토미는 어린 나이였음에도 마치 슈슈에게서 모든걸 부정당하는것같은 묘한 기시감이 들었더랬다. 한참을 칭얼대도 소용이 없자 주니어는 엄마가 밉다며 고사리같은 주먹으로 슈슈의 허벅지나 무릎께를 몇대 때렸다. 잠자코 거실 한 구석에 있던 수행원이 다가와 톰 카잔스키 주니어를 저지했다.
-도련님. 사모님께서 오늘은 좀 피곤하신듯 합니다. 약을 드실 시간이 되셨으니 제가 사모님을 방까지 모시겠습니다.
토미는 붉어진 눈가를 애써 숨기려고 커다란 동화책을 펼쳐 얼굴을 파묻어버렸다. 엄마는 바보야. 정말 미워… 아니야 사실은 엄마가 미운게 아니라… 나도 엄마한테 사랑받고싶어. 사랑받고싶어…
그 날 저녁을 먹을때도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가정부 아줌마에게 슈슈가 어디있냐고 물어보니 깊이 잠들어 계셔서 깨울수가 없다는 말 뿐이었다. 엄마는 아까 읽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같은 동화책에서처럼 한번 잠에 들면 좀처럼 깨어나지를 못했다. 몇 시간이 될때도 있었지만 며칠이 될때도 있었다. 주니어는 맥앤치즈를 한웅큼 우물거리다가 가정부에게 꼬깃한 쪽지를 건넸다.
-이게 뭔가요 도련님?
-엄마한테 대신 전해줄수있어? 나는 엄마 방에는 못들어가니까…
-주인님이 아시면 경을 치실텐데…
-부탁할게… 엄마한테 꼭 주고 싶어.
가정부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쪽지를 앞치마 주머니에 깊게 찔러넣었다. 걱정말라며 해주는 윙크는 덤이었다. 주니어는 왠지 기분이 좋아져 밥그릇을 싹싹 비워냈다. 주니어는 제 방으로 돌아가 일기를 쓰고 양치를 하고 잠자리에 누웠을때도 약간은 들떠있었다. 엄마가 좋아했으면 좋겠어...
주니어가 가정부에게 전해준 쪽지는 서재의 부친이 읽고있었지만.
시니어는 기분이 몹시 안좋은 상태였어. 수행원에게 주니어가 오늘따라 보채고 투정이긴 했지만 슈슈를 때리기까지 했지.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만 참고 또 참았어. 퇴근 후 집에 들어가니 집은 쥐 죽은듯 고요했지.
쪽지에는 엄마 미안해요. 토미가 착한 아들 될게요. 사랑해요 라고 삐뚤빼뚤 적혀있었지
시니어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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