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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30 23:04

션웨이는 응급실 앞을 오가며 밤새 그 앞을 지켰다. 뒤늦게 연락을 받고 달려 온 창청에게 그는 자기가 여기 있다는 것을 비밀로 해달라 말했고 창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든 윈란은 1인실로 옮겨졌고, 창청과 함께 왔던 다칭은 사람들 눈을 피해 병실 창문으로 몰래 들어왔다. 배 위에 묵직한 털뭉치를 느끼고 윈란도 잠에서 깨어났다. 다칭은 몸을 둥글게 말고 그의 배를 덥혀주며 옷 자락에 얼굴을 부볐다.

 

 

“뭐하는거야 돼지야. 내 배 터지겠다”

 

“이 몸은 영험한 신묘거든? 널 낫게해주는거라고 멍청아!”

 

 

창청이 웃으면서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그는 윈란이 궁굼해하는걸 알고 소녀의 영혼에 대해 말해주었다. 샤오린은 다칭과 그에게 연락 받고 온 린징이 무사히 제압했고 특조처에 구속되었다. 자신을 제외하고 다른 이를 해치지는 않았다는 말을 듣고 윈란은 졸였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샤오린은 여전히 재판을 원했고 특조처에서 참혼사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말을 마친 창청은 윈란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은 한층 가라앉았다. 다칭은 꼬리를 팔랑거리며 근처에 있는 유명한 카페를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윈란은 웃으면서 그를 치우고 상체를 일으켰다.

 

 

“병원에도 숨어들어왔으면서 카페를 어떻게 간다고 그래”

 

“거기 인터넷에서 진짜 유명하다고. 고양이 카페야! 고양이용 파이랑 아이스크림도 판댔어!”

 

“그럼 제가 사올게요. 급하게 오느라 아무것도 못 사왔는데”

 

“됐어. 어차피 위 아픈거라 아무거나 먹지도 못해.”

 

“그럼 의사선생님께 처장님이 먹을 수 있는게 있는지 물어보고 사올게요.”

 

 

 

 

사소한 일에도 의욕이 가득한 막내는 두 손 가득 종이가방을 들고 돌아왔다. 종이가방 하나를 열자 테이크아웃 컵 3개와 고양이용 아이스크림이 들어있었다. 션웨이 몫까지 샀으나 이들이 온 사이 참혼사 일을 처리하러 특조처로 갔기 때문에 전해주지 못한 것이었다. 3인분과 1묘분의 음식을 보고 윈란은 션웨이가 근처에 있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윈란은 티비를 보며 꾸벅꾸벅 조는 창청의 뒤통수를 툭툭 쳤다. 병실 안으로 빨간 노을이 쏟아졌다. 윈란은 초과근무 수당 같은거 안 줄꺼니까 얼른 퇴근하라며 그를 재촉했다. 창청은 윈란을 내버려두고 가도 되는건가 싶어 가방끈만 매만지며 떠나지못했다. 윈란은 오전에 사 온 파이를 우물대는 고양이를 가리키며 그를 안심시키고 문 쪽으로 밀어냈다.

 

창청은 징계를 받은 추슈지가 마음에 걸려 고개를 끄덕이고 병실을 떠났다. 윈란은 굳게 닫힌 병실 문을 한번 보고 다칭에게도 돌아가라고 말했다. 다칭은 매끈한 꼬리를 바닥에 탁탁 두드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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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만한거야?”

 

“응”

 

 

묻고싶은 말이 많았지만 꾹꾹 삼키고 몸을 일으켰다. 분홍색 혀가 윈란의 손가락을 핥았다.

 

 

“내일 오면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야돼”

 

“알았어”

 

 

다칭은 열린 창 사이로 통통한 몸을 내던져 굵은 나뭇가지 위로 착지했다. 고양이는 한번 더 윈란을 돌아보고 순식간에 나무를 내려갔다.

 

 

 

 

묵직한 쿵 소리와 깨지는 소리, 작은 물건이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울렸다. 복도에 남아있던 션웨이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병실안은 조용했다. 발소리나 궁시렁대며 치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때 윈란의 고통스런 신음소리가 들렸다.

션웨이가 문짝을 잡아 뜯을 기세로 열고 들어오자 문 앞에 서있던 윈란이 그의 품으로 떨어졌다. 션웨이는 제 가슴에 귀를 대는 윈란의 입꼬리가 올라가는걸 보고나서야 자신이 속았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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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기세로 뛰는 심장이 윈란의 가설에 한층 무게를 실어주었다. 그는 당황해하는 션웨이를 보고 웃으며 들어오라고 말했다. 션웨이는 그를 안아서 침대 위에 내려놓고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정리했다. 깨진 유리 조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참혼사 대인”

 

 

물건을 줍던 등이 멈췄다. 윈란은 삑삑 소리를 내는 전자렌지를 열어 창청이 사왔던 션웨이 몫의 음료를 건네주었다.

 

피할수도 받아들일수도 없었다. 션웨이는 자오윈란을 감당할 수 없었다. 마음은 당장이라도 저 문을 박차고 달아나고 싶었다. 정말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갈 곳 잃은 손에 따스한 커피잔이 들리고, 매일매일 간절하게 닿고싶었던 손이 그를 어루만졌다.

 

션웨이는 정말 오랜만에 울고싶은 기분이 들었다.

 

 

“나 봐요”

 

 

윈란은 고개를 떨군 션웨이의 턱을 가볍게 잡았다. 내리깐 속눈썹이 천천히 올라가고 까만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 안에 가득찬 슬픔과 걱정 그리고 욕정을 느낄 수 있었다. 윈란은 참지 못하고 그에게 입을 맞췄다.

 

입술은 바로 떨어졌고 윈란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둘은 이제 이마를 맞대고 있었고 닿을랑말랑 가까운 입술에서 서늘한 숨결이 흘러들어왔다.

 

 

“나 좋아하죠?”

 

 

이번엔 션웨이가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들고있던 컵이 떨어지고, 음료보다 뜨거운 입술과 혀가 얽혔다. 둘은 처음 물을 마시는 사람처럼 진득하게 서로를 탐했다.

 

윈란이 션웨이의 허리띠에 손을 얹고 션웨이가 그의 엉덩이를 받쳐들고 침대에 뉘일때에도 입술은 떨어지지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산소통인것 마냥 어둠에 잠겨 부둥켜안고 숨을 교환했다.



진혼 웨이란 룡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