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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웨이는 윈란을 일으켜 겉 옷과 신을 벗기고 침대에 눕혔다. 불도 켜지 않았으면서 눈이 마주칠까 두려워 어깨 위로는 시선을 두지 않았다. 션웨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윈란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가 하는대로 몸을 맡겼다.
현관문을 나서기 전 션웨이는 결국 뒤를 돌아보았고 눈이 마주쳤다.
아, 저 눈. 무언가 기대했던, 이제는 혼란스러워하고, 이 문이 닫히면 비탄에 잠길 저 눈.
션웨이는 스스로를 질책했다.
저 눈에 기대감을 심은 것이 내 죄다. 내 욕심 때문에 다가갔고, 그가 괴로워할 것을 알면서 친절하게 대했다. 션웨이는 황급하게 방을 빠져나갔고 윈란은 혼자 남겨졌다.
몸은 집에 돌아왔지만 윈란이 침대에서 일어나는걸 느낄 수 있었다. 가볍게 부딪히는 유리 소리는 가득찬 술병 중 하나를 꺼낸 것이리라. 션웨이는 눈을 감고 익숙한 거실 풍경을 떠올렸다. 술 잔을 기울이고 한 잔 두 잔. 안주를 꺼낸 것 같진 않은데. 너무 급하게 마시는 건 아닐까. 소리를 따라가며 윈란을 상상하던 션웨이는 쨍그랑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집 안으로 날아갔다.
쇼파에 몸을 반쯤 파묻은 윈란이 무어라 욕을 중얼거리며 깨진 술병에 손을 뻗고 있었다. 무게중심을 잡지 못한 상체가 앞으로 쏟아져 깨진 유리조각에 엎어질 뻔 했으나 참혼사의 손이 더 빨랐다.
“참혼..사 대인...?”
션웨이는 어리둥절해하는 윈란을 쇼파에 던져놓고 뒤집어 쓴 흑포를 꾹꾹 눌렀다. 깨진 유리조각을 골라내며 윈란에게 늘어 놓을 변명을 짜냈다.
“무슨 일로 오신건가요”
반쯤 감긴 눈에 목까지 붉어지고 자세도 흐트러졌지만 인사불성 수준으로 취한 것은 아니었다. 몇 십년간 윈란을 지켜보았기에 상태를 짐작 할 수 있었다. 판단력은 좀 흐려졌을지 몰라도 기억 할 것이고, 내일의 윈란은 의심할 것이다.
“전달 할 것이 있어 들렀소. 인간계의 시간에 익숙하지않아 령주에게 결례를 범했군.”
윈란은 참혼사가 내민 종이를 받아들고 첫 줄만 반복해서 읽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손가락으로 미간을 쿡쿡 찌르며 술기운을 밀어내려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결례라뇨. 이 쪽에서는.음..저쪽...그러니까. 저세상에서는 별로 늦은 시간도 아니지요. 저야 뭐 이 바닥에 오래 몸 담갔고..또...음..대인은 저 세상 분이니....어...제가 이 세상 사람이라고 말했던가요?”
“상태가 좋지 않은 듯 하니 내일 특조처로 다시 찾아가겠소.”
션웨이는 횡설수설하는 윈란의 손에 불안하게 들려있던 술잔을 뺐으며 대답했다. 윈란은 눈을 동그렇게 뜨며 빼앗긴 술잔을 쳐다보았다가 알았다는 듯이 웃으며 일어났다.
“그렇죠! 모처럼 참혼사 대인이 찾아오셨는데... 제가...대접을 해야지요.”
션웨이는 비척비척 걸어가는 다리 앞에 놓인 의자를 슬쩍 치워주고, 뒤적거리고 활짝 열어 둔 찬장 문에 머리를 부딪히기 전에 닫았다. 윈란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옆구리엔 술병을 끼고 새 술잔을 손에 들었다. 션웨이는 혹여나 깨질새라 술병과 술잔을 받아들고 식탁 위에 올려두었던 견과류 봉지를 쓱 밀었다. 윈란은 커다란 봉지를 품에 안고 뒤를 쫒아왔다.
“인간계의 술은 몸에 맞지 않으니 향만 즐기겠소”
윈란은 고개를 끄덕이고 제를 올리듯이 술잔을 빙글빙글 돌린 뒤 참혼사 앞에 내려놓았다. 부스럭대며 꺼내 든 땅콩 몇 알을 입에 털어넣고 우물거리다 물었다.
“대인. 제가 못생겼나요?”
뜬금없는 질문에 참혼사는 윈란을 바라보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인간계의 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내가 판단 할 수 없소. 다만 령주는... 좋은 얼굴을 가졌다고 생각하오. 많은 덕을 쌓았고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인상을 갖고있소.”
다소 난해한 대답에 윈란은 미간을 찡그리며 참혼사의 말을 곱씹었다. 그리곤 제 앞에 놓안 술잔을 비우고 크으 소리를 내며 쇼파에 몸을 파묻었다.
“그럼...성격인가. 제가 좀 개차반이긴하죠.”
“령주가 행한 크고 작은 일들이 이승과 저승을 이롭게했소. 많은 영혼을 달래고 인도했으니 령주의 공덕이 적지않소. ”
그럼 뭐 때문일까요. 오늘 차인 이유는...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벌리기 너무 귀찮았고 몸이 자꾸 가라앉았다. 이 놈의 쇼파는 주인을 어디까지 삼킬 생각인건지. 윈란은 뻑뻑한 눈알 위로 눈꺼풀을 덮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윈란은 제 몸을 들어올리는 팔에 정신이 들었다. 축 늘어진 팔다리는 누가 잘라내기라도 한 것 처럼 감각이 없었다. 새까만 흑포 너머로 참혼사의 냉기가 새어나왔다. 린징은 저승의 냄새가 흘러나오는 것 같다 평했고, 왕정은 그가 참한 혼들의 비명이 몸에 스민 것 같다고 했다.
윈란은 그에게서 지독한 외로움을 느꼈다. 끝없는 고독함. 그래서 참혼사가 싫지않았다. 두렵지 않았다. 윈란의 가장 오래된 기억의 시작도 외로움이었으니까. 어쩌면 평생 느껴 온 감정일지도. 그런 생각을 하며 윈란은 다시 잠들었다.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를 무시하고 몸을 꿈틀대자 까만 솜방망이가 윈란의 얼굴을 후려쳤다.
“일어나 이 멍청한 놈아”
“이 돼지가 밥 주는 사람도 몰라보고”
“요즘은 너보다 리아저씨랑 궈창청이 챙겨주는 밥을 더 많이 먹었으니 몰라볼만도 하지. 션교수 뒤꽁무니만 쫒아다니느라 간식 얼마 안 남은 것도 모르잖아!”
윈란은 다른 쪽 뺨을 후려치는 발에 얌전히 한 대 맞아주고 다칭을 집어들었다. 캬악 소리를 내며 버둥거리는 고양이를 이불 위에 내려놓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눈을 흘기며 얌전히 굴었다.
“뭐야. 차이기라도했어?”
“시끄러워”
거칠게 정수리 털을 헤집자 다칭이 진저리를 치며 빠져나왔다. 앞 발에 침을 묻혀 털을 고르는 고양이를 구경하던 시선이 커피 테이블로 향했다. 어젯밤 술자리의 흔적은 말끔히 치워졌고, 쓰레기통엔 깨진 유리조각을 감싼 신문지가 보였다. 참혼사 대인은 못하는게 없으시구만. 윈란은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션웨이가 곧잘 해주던 시원한 국물이 생각나 입이 썼다.
진혼 웨이란 룡백 얘넨 진짜 원작 서사가 미쳤음ㅠ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