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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8 23:46
[낯선 상대가 들어왔습니다.]

상대방: 아직
상대방: 계세요?
상대방: 전산실?

나: 아 네네
나: 저에요
나: 그러니까 그
나: 밴드 하시고 아까
나: 갑자기 나가신다고

상대방: 아 다행이다
상대방: 바로 다시 찾았네요
상대방: 한번에

나: 저는 한 세번 걸렸어요
나: ㅋㅋ

상대방: 죄송해요
상대방: 갑자기 나가버려서

나: 아니에요 괜찮아요

상대방: 그게 그
상대방: 아니에요...

나: 제가 죄송하죠
나: 어쨌든 미팅 같은 얘기 꺼내서
나: 불쾌하게 만들었으니까

상대방: 아니아니
상대방: 그거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 우리 그냥
상대방: 다른 얘기 해요

나: 네!
나: 무슨 얘기 할까요?

상대방: 그냥 뭐 그런
상대방: 그
상대방: 주말 잘 보내셨어요?

나: 그거 아까도 물어보셨는데...

상대방: 맞다
상대방: 그럭저럭 보냈다고
상대방: 하셨지
상대방: 왜 그럭저럭이에요?
상대방: 안좋은 일 있었어요?

나: 안좋은 일은 아니고
나: 그냥 주말을 그다지 안좋아해요

상대방: 엥
상대방: 보통은 좋아하지 않나
상대방: 학생이면 더욱

나: 다들 그런 편이죠 ㅎㅎ

상대방: 주말에도 알바해요?

나: 네 학교 안가니까
나: 평일보단 더 많이 해요

상대방: 너무 힘들거 같은데
상대방: 쉬는 날은 있어요?

나: 그냥 짬내서...

상대방: 아예 쉬는 날은?

나: 그럴 시간이 없어요

상대방: 그래도 쉬는 날 하루도 없이
상대방: 학교가고 일만 하면
상대방: 어떻게 살아요

나: 지금 이렇게 살아는 있는데...
나: ㅎㅎ;

상대방: 아니 말 그대로의 의미 말고
상대방: 숨통 트일 시간이요

나: 음
나: 그나마 이렇게 채팅할 때?

상대방: 아니 그건
상대방: 그건
상대방: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에요?

나: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나: 기분 좋으셨다면
나: 다행이에요 ㅎㅎ

상대방: 왜 아까부터 자꾸
상대방: 아니다 말을 말자
상대방: 아무튼
상대방: 하루라도 쉬는 날 만드는 건 어때요?

나: 그럴 시간이 없어요...

상대방: 학비 때문에?

나: 네
나: 학비도 그렇고 생활비도 그렇고
나: 독립 자금도...
나: 조금 빠듯해서...

상대방: 어
상대방: 난감하네
상대방: 그때 장학금도 못받는다고 그랬구

나: 기억하시네요?

상대방: 당연하죠
상대방: 음대라 학비가
상대방: 아무래도 많이 드나봐요...

나: 다른 과가 어떤진 자세히 모르지만
나: 아무래도 좀 그런 축인것 같아요

상대방: 학자금 대출 이런거도 힘든가...

나: 이미 받았는데
나: 제가 받을 수 있는 금액도 적고
나: 대출이라 어차피 갚아야 하기도 하고
나: 그러네요

상대방: 그렇긴 하겠구나
상대방: 어차피 빚이니까
상대방: 어휴 머리 아프다
상대방: 그래도 조금이라도 쉬었으면 좋겠는데

나: 대신 걱정해주시는 거에요?
나: 그럴 필욘 없는데
나: 그래도 고마워요

상대방: 그렇게 피곤해 보이는데
상대방: 어떻게 걱정을 안해요
상대방: 지금 방법을 생각해보는 중

나: 그럴 필요까진...

상대방: 휴학하면 안되나요?

나: 그럴 사정이 안돼요

상대방: 으으
상대방: 사정 물어보면 실례겠죠?
상대방: 뭔가 도와주고는 싶은데

나: 뭘 도와줘요ㅎㅎ
나: 안그러셔도 돼요

상대방: 그래도 뭔가 도움이 될만한게
상대방: 안 떠올라서 답답하네

나: 안그래도 된다니깐
나: 그래도 부모님께 손 벌리란 말은
나: 안하시네요?
나: 그 얘길 제일 많이 들었는데

상대방: 엇
상대방: 아
상대방: 생각 못해봤어요

나: 그래요?

상대방: 네...
상대방: 근데 그런 손쉬운 방법이 있었으면
상대방: 이런 고민도 안하셨겠죠?

나: 아 그건 맞아요
나: 들켰네요

상대방: 저도
상대방: 딱히 도움 요청할
상대방: 집안 어른이 없어서
상대방: 그런 건 아예
상대방: 선택지로도 생각 못했네요

나: 그쪽도 그래요?
나: 아
나: 가정사니까
나: 굳이 말 안하셔도 돼요

상대방: 아니 뭐
상대방: 대단한 비밀도 아니고
상대방: 그냥 저는
상대방: 어머니가 안계셔요

나: 아

상대방: 그렇다고 막 안타까운 사연은 아니구
상대방: 저 어릴 때 돌아가신거라
상대방: 기억도 없어요

나: 그래도
나: 어머니 일은 유감이네요

상대방: 아니 뭐 그렇게까진...

나: 아버지는...?

상대방: 아버지랑은 연락한지 오래라 또...

나: 사이가 별로 안 좋으신가요?

상대방: 좋고 나쁘고 할 것도 없어요
상대방: 나쁜 건 아닌데 좋다기도 조금...?
상대방: 해외에 계시거든요

나: 아...

상대방: 저 어릴 때부터 나가 계셔서
상대방: 친척들은 제가 외동 아들이니까
상대방: 연락도 자주하고 그러라는데
상대방: 그러기엔 조금 어색하고
상대방: 막상 전화해도 할 말도 없고
상대방: 내가 너무 모진건가?

나: 에이 아니죠
나: 관계 개선 의무가 그쪽에게만 있는건
나: 아니잖아요

상대방: 그렇긴한데...
상대방: 그렇다고 아버지가 싫은건 아니지만
상대방: 막 다른 애들이 부모님 떠오르고 느끼는걸
상대방: 제가 잘 몰라가지구

나: 그럴만하네요
나: 그래도 아버지가 싫은 건 아니라니
나: 충분히 어른스러운데요?

상대방: 사실 저도 어릴 땐 조금은
상대방: 부끄럽지만
상대방: 원망 같은 걸 좀 하긴 했는데...

나: 충분히 그럴만 하죠
나: 외로웠을거 아니에요

상대방: 조금은...?
상대방: 그래도 저도 좀 컸다고 이제는
상대방: 아버지를 이해해보려고 노력은 해서
상대방: 아직 완전히 이해 하진 못하지만요

나: 아무리 아버지여도 타인인데
나: 어떻게 모든 걸 이해하겠어요

상대방: 그러는 그 쪽은
상대방: 저를 엄청 잘 이해하시는데요
상대방: ㅋㅋ

나: 그런가요 ㅋㅋ
나: 남 얘기 같지 않아서 그런가

상대방: 그쪽도 부모님께 손벌릴수 없는
상대방: 가정사 있으신것 같네요

나: 음
나: 네 근데
나: 조금 복잡해서

상대방: 말해달라고 보채는 거
상대방: 아니에요
상대방: 당연히 말하기 싫지 그런건

나: 그런데 그쪽은 다 말했잖아요

상대방: 저는 뭐 말해도 상관없어요
상대방: 그리고 일단 그런 가정사로 인해
상대방: 좋은 점은 하나 있으니까

나: 어떤?

상대방: 제 부모님이 평범하신 분이었으면
상대방: 제가 밴드 하겠다고 집나간거
상대방: 가만 보겠어요?

나: 어
나: 그건 그러네요

상대방: 그래도 뭐 그때 경험으로
상대방: 곡도 쓰고
상대방: 양분 삼았다 생각하는거죠

나: 와...
나: 전부터 생각했지만
나: 진짜 멋지신 분 같아요

상대방: 제가요?
상대방: 왜 자꾸 이상한 데에서
상대방: 띄워주려고 해요

나: 멋지니까요
나: 멋진 점 하나씩 읊어줄까요?

상대방: 아니 그

나: 저랑은 다르게
나: 안좋았던 일을 양분 삼아
나: 뭔가를 창조해낸다는게
나: 정말 멋지고 어른스럽구요

상대방: 잠깐

나: 그리고 그렇게 몰두하는 목표가
나: 확고하다는 것도
나: 정말 멋져요

상대방: 그만

나: 그리고

상대방: 그만!

나: 넵

상대방: 전부터 너무
상대방: 과하게 칭찬해요
상대방: 나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닌데

나: 대단하신 분 맞아요
나: 저랑 비교돼서 더더욱 그런데...
나: 저는 지금 제가 하는 것도
나: 이게 맞나 싶을 때가 많아요

상대방: 왜 그렇게 스스로를 깎아내려요
상대방: 지금 하는 거라면
상대방: 학교?

나: 학교
나: 네

상대방: 아까 말한 것 처럼
상대방: 학비 때문에 힘들어서?
상대방: 아니면
상대방: 과 선택 때문에 후회 오는거에요?

나: 복합적이에요

상대방: 제가 들어줄 수 있긴한데
상대방: 물론 말하고 싶은 맘이 드셔야겠지만
상대방: 강요는 아니구

나: 음
나: 말 할 수 있는 선에서만 말해드릴게요
나: ㅎㅎ

상대방: 정말요?
상대방: 저 준비 됐어요

나: ㅎㅎ 그러니까 어
나: 제가 과 선택한 거는 사실
나: 제 의지보다는
나: 어머니 의지가 좀 컸던 것 같아요

상대방: 것 같다?

나: 그게
나: 어머니께서 제가 음대 가길
나: 강하게 원하셨거든요

상대방: 아
상대방: 알 것 같아요

나: 그렇게 소원이셨으니 온건데
나: 내가 여기서 잘 하고 있는건지
나: 잘 모르겠고
나: 학비는 부담되고
나: 졸업 후엔 뭘 해야할지도
나: 막막하기만 하네요

상대방: 이런
상대방: 이건 진짜 큰 고민이다

나: 결국 저도 고민 하나 털어놨네요 ㅎㅎ

상대방: 그건 너무 좋은데
상대방: 제가 명쾌한 해답을 모르겠어요

나: 그런걸 바라고 한 말이 아니에요

상대방: 그래도 그때 그쪽은
상대방: 열심히 북돋아 줬잖아요

나: 그건 그냥 그쪽이 너무
나: 주눅들어있어서 맞는 말을 해준거고
나: 제 고민까지 그쪽이
나: 짊어질 필요는 없어요

상대방: 그래도...
상대방: 아
상대방: 있잖아요

나: 네네

상대방: 졸업 후에 막막하다고 했잖아요

나: 아 넵

상대방: 제가 비인기 밴드지만
상대방: 그래도 조금 인맥 있어서
상대방: 인디에서 공연 올리는건
상대방: 도와줄 수 있긴한데...

나: 제가요?
나: 인디 공연을요?
나: 밴드 같은거?

상대방: 아니
상대방: 굳이 밴드 아니어도
상대방: 요즘 버스킹으로 시작하고

나: 어...

상대방: 지금 당장 하자는게 아니라
상대방: 그런 선택지도 있다구 그런 말을
상대방: 해주고 싶어서
상대방: 제가 뭐라도
상대방: 도와주고 싶어서...

나: 아 알겠어요
나: 괜찮아요

상대방: 너무 쓸데없죠?
상대방: 하긴 그쪽이 학교에서 무슨 음악
상대방: 전공하는 지도 모르는데
상대방: 클래식 성악 이런거면 너무
상대방: 쓸데없는 조언이었다 그쵸

나: 아니에요ㅋㅋ
나: 충분히 도움 됐어요!
나: 그런 쪽은 전혀 생각 못해봤는데
나: 그쪽이 도와주신다니
나: 든든하네요 ㅎㅎ

상대방: 정말요?
상대방: 빈 말 아니고
상대방: 만약 휴학하셔도
상대방: 제가 공연 도와드릴게요

나: 그쪽만 믿을게요ㅎㅎ
나: 저 성악 안해요 그리고
나: 실용음악 보컬이에요

상대방: 헉 그렇구나
상대방: 저는 그쪽일줄

나: 제가 성악 할 줄 알았어요?
나: 왜요?
나: 그런 느낌인가?

상대방: 조금...? 음대 하면
상대방: 그런 느낌 떠오르기도 하고
상대방: 그리고 그쪽이 성악하는거
상대방: 뭔가 상상이 잘되길래

나: 상상했었어요?
나: 제 얼굴 모르실텐데...

상대방: 아니 상상이라는게
상대방: 꼭 얼굴을 알아야만
상대방: 하는건

나: 성악 해볼까

상대방: 아니아니
상대방: 왜 해요
상대방: 갑자기

나: 성악 하는 사람
나: 좋아하시나 하고

상대방: 그
상대방: 좋아하는
상대방: 좋아하면 해본다는게 꼭

나: ㅋㅋㅋㅋ

상대방: 나 나갈래

나: 에구
나: 미안해요
나: 장난 그만 칠게요

상대방: 어차피 나갈 때 됐는데요

나: 삐졌죠?

상대방: 아니거든요

나: 미안해요...
나: 저 근데
나: 성악 조금은 할 줄 알아요

상대방: 진짜요?

나: 네
나: 어차피 보컬 수업 중에 발성법
나: 배우는 것도 있고
나: 고등학생 때 수행평가 같은 걸로
나: 다들 한번 씩 해보잖아요

상대방: 그걸 진짜 성악 발성으로
상대방: 하는 고등학생이 어딨어요
상대방: 진짜 할 줄 알아요?

나: 조금만...
나: 다음에 만나게 되면 보여줄게요

상대방: 엇 그럼 그걸로 벌칙하기

나: 오
나: 네 그렇게 해요 ㅎㅎ

상대방: 얼른 만나야겠다
상대방: 아니 진짜 만나자는게 아니라

나: 언젠가 만나게 되면?

상대방: 네...
상대방: 자꾸 저 읽지 마요

나: 읽히는데 어떻게 해

상대방: 하지 말라니깐...
상대방: 아무튼 저 진짜 나가야해요

나: ㅠㅠ

상대방: 울지 말고
상대방: 짬내서 쉬지말고 하루만이라도
상대방: 푹 쉬었음 좋겠다
상대방: 그러다 쓰러져요

나: 이렇게 채팅할때가 쉬는거에요

상대방: 이게 뭐가 쉬는거야

나: 진짠데
나: 저 그쪽이랑 하는 채팅만 기다려요
나: 피곤하다가도
나: 이렇게 그쪽이랑 말하고 있으면
나: 하나도 안 피곤하고 기분 좋아지는데

상대방: 왜 자꾸
상대방: 말을 그렇게 해요

나: 말을?

상대방: 헷갈리잖아

나: 뭐가요?

상대방: 됐어요
상대방: 저 진짜 나가요?

나: 아 넵!
나: 먼저 나가세요!

상대방: 오늘도 알바 화이팅!

나: 네!! ㅎㅎ

상대방: 흐흐 안녕

[낯선 상대가 대화를 종료 했습니다]


규혁이 뭔가 아련한 미소 걸고 그 채팅 기록 보고 또 보고 하고 있겠지. 차마 채팅 상대에겐 말 못할 삭막한 주말을 보내고나서 고된 몸을 이끌고 학교에 온거지만 이 채팅 만으로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었음. 의도치 않게 상대방의 가정사를 듣고 말았지만 듣는 내내 남일 같지 않아 자기가 다 착잡하고 안타까웠을거임. 물론 규혁이 남을 동정할 처지가 아니란게 우스운 일이었지만. 그리고 어쩐지 이 사람과 저가 비슷한 처지라는 점에서 더욱 동질감이 들고, 그래서 내가 이 사람을 더 잘 이해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을거야. 그러다보니 절대 제 고민 얘기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도 어느새 자기가 이 학과를 선택하게 된 이유를 술술 불어버리고 말았을거임. 그래도 제 복잡하고 더러운 가정사 얘기는 슬그머니 빗겨나가서 다행이었지. 그것까지 말할 일은 부디 없길 바랄 뿐이었음. 말했다간 저를 어떻게 볼지도 두려웠고.
그래도 대화가 마냥 어두운 얘기 뿐인 건 아닌게 마음이 놓였음. 갑자기 그 상대방이 대화를 종료 하고 나가버려서 당황하긴 했지만, 정말 5분 뒤에 다시 들어가보니 금방 만날 수 있었을거야. 왜 그런진 아직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뭔가 개인 사정이 있었겠거니 생각했을듯. 그리고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제안을 한 것도 뭔가 규혁에게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긴 충분했을거임. 채팅 상대는 쓸모없는 조언이라 시무룩해 보였지만 규혁에게는 전혀 쓸모없지 않았음. 자기가 버스킹을 하고, 공연 준비를 해서 스스로 자립해서 음악을 할 수 있을거라곤 한번도 생각 못했으니까. 그럴 능력도 안되는, 아버지의 빛에 가려진 쓰레기같은 자식일 뿐이라는 생각에 혼자서 뭔가 할 수 있다는 가정조차 해보질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도와준다니 저도 그 채팅 상대를 본받아 뭔가 작곡이라도 해볼까 하는 의욕도 생겼겠지. 어머니의 염원을 따라 들어온 학교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처음으로 자신이 음악을 하고 있다는게 다행이고, 즐겁다고 까지 생각됐을거임. 그리고 조금이나마 성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그 생각을 하니 규혁이 작게 입을 가리고는 쿡쿡 웃었을거야. 제 얼굴도 모르면서 자기가 성악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을 상대가 웃겼겠지. 그렇게 원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발성법은 알지만 주 종목이 아니기에 조금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나중에 만나게 될 때를 위해 연습해둘 필요가 있겠다 생각중인 규혁이겠지. 그런 규혁에게 누가 말 걸기 전까지는.
한참 머릿 속으로 스케쥴을 정리하고 있는 규혁에게 선배, 하고 말걸어오는 사람에 규혁이 잠시 생각을 거두고 시선을 내렸을거야. 같은 과 후배와 일전의 미팅 주선한 동기가 규혁에게 인사를 건넸겠지. 규혁이 저도 모르게 입가에 걸려있던 미소를 지우고는 여느때와 같은 무표정한 눈으로 인사를 받았을거임. 하지만 이미 그 미소를 본 후배이기에 조금 상기된 얼굴로 규혁을 올려다보고 있었을듯. 그런 규혁에게 동기가 미심쩍은 눈으로 말을 걸었겠지.

"혹시 너... 요즘 연애해...?"

그런 사적인 질문할 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기에 농담인 척 장난기를 적당히 섞어 조심스레 건넨 질문에 규혁이 눈을 크게 떴을거야. 대놓고 불쾌한 티를 낼줄 알았던 규혁의 반응이 고작 놀라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니 덩달아 동기가 놀란 눈치겠지.

"아, 진짜야? 야, 말을 하지... 난 그것도 모르고 미팅가자고... 거절할때 말하지, 미안하다. 진짜..."
"어...? 규혁 선배 애인 있었어요...?"

후배가 애써 태연한 웃음 지으며 둘 사이에서 눈을 굴리며 눈치를 보고 있자니 규혁이 드디어 당황해 굳은 몸의 긴장을 풀고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겠지.

"아, 아니야. 그런 거..."
"그럼 썸?"

아무 일도 없었다기엔 너무 뻣뻣한 그 반응에 동기의 입에서 합리적인 추론이 나오는건 당연한 일이었음. 내내 이유없이 실실 웃고 다니고, 바쁘다는 핑계 대며 미팅도 거절하면 뭐 연애 아니면 최소 썸 상대 있단 거겠지.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규혁이 한번도 본 적 없는, 빨개져서 당황한 얼굴로 대답없이 그 둘을 지나쳐 강의실에 들어가 앉는 걸 보며 동기는 속으로 썸이구만, 하고 확답을 내렸을거임. 옆에 허망하게 서있는 후배도 같은 대답을 내린 것 같았지. 죄 철벽만 치는 그 이규혁을 그래도 좋다하는 인간들이 한 둘이 아닌데 아마 썸 상대 있다는 건 꽤나 큰 충격일거라 예상하며 동기는 굳은 후배를 데리고 규혁이한테서 좀 떨어진 자리에 앉겠지. 하지만 정작 이규혁도 만만찮게 충격받았을듯. 썸? 썸이라고? 아무리 연애와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라해도 그 개념을 모르는 건 아니었을거야. 자기랑 평생 관련 없을 단어라 생각했을 뿐이지. 그리고 그 썸 상대는, 아마... 채팅의... 거기까지 생각한 규혁이 머릿속은 너무 시끄럽고 복잡해 그날 강의는 하나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을거임.
2021.09.19 00: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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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해주려고 애쓰는 도윤이 너무 커엽고 사랑스럽고...ㅠㅠ도윤이한테 걱정받는 이규혁 부럽다...
[Code: fca7]
2021.09.19 00: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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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저 읽지 마요자꾸 저 읽지 마요자꾸 저 읽지 마요자꾸 저 읽지 마요자꾸 저 읽지 마요자꾸 저 읽지 마요자꾸 저 읽지 마요자꾸 저 읽지 마요자꾸 저 읽지 마요자꾸 저 읽지 마요
[Code: 16de]
2021.09.19 00: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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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간질간질 하다
[Code: 0b12]
2021.09.1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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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인데도 이렇게 커퀴스러울수가... ㅠㅜㅜ 개귀여워
[Code: 9825]
2021.09.1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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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으 이규혁 알바화이팅 채팅 받은거 내가 다 뿌듯흐뭇하잔아 아 너무 재밋고 귀엽고 좋아요
[Code: 6952]
2021.09.19 00: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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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채팅 너무 커여워ㅠㅠㅠㅠ
[Code: 5c18]
2021.09.19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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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혁이가 채팅끝나고 흐뭇하게 채팅로그 다시 보고또 봤던게 이런 기분일까 너무귀여워여 너무좋아여센세 ㅠㅠㅠㅠㅠㅠㅠ
[Code: cc6a]
2021.09.1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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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것덜....
[Code: 8fc9]
2021.09.1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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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워!!!!!!!!!
[Code: 4169]
2021.09.1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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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이런거구나 센세 사랑해 미치겠어 규혁이 도윤이 결임육하는 그날까지 센세 어나더야 어니더없으면 윗붕들 다 죽어 으아아ㅏ아악
[Code: 61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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