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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4 01:26
그 이후로 나는 꽤 자주 남망기를 만날 수 있었다. 남망기는 이제 모일 모시만 서신으로 전한다. 우리는 항상 이릉 찻집에서만 만났기 때문이다. 남망기는 꽤 내게 만족하는 듯 보였다. 가끔은 위무선이 많이 그리운지 애달픈 손길을 할 때도 있었다. 남망기가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위무선을 떠올릴 수 없게 만들어주고 싶어, 나로 만족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나’는 누구일까? 나는 삼독성수인가? 강만음인가? 아니, 남망기의 앞에서 나는 위무선이었다. 위무선의 모습을 하고 위무선을 떠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니, 말도 안되는 것을 바라고 있었다.

남망기와 만날 때 꼭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내 얼굴을 가려줄 모자였다. 남망기가 별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이제는 제법 위무선을 흉내낼 줄 아는 것 같지만 여전히 얼굴만은 어떻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운 날에도 모자는 꼭 챙겼다.

바람이 부는 날은 곤란하다. 이릉 찻집의 문은 환히 열려있기 때문에 남망기와 마주앉아 있다보면 바람이 들어와 천을 건들이는 때가 있다. 나는 더웠기 때문에 불어오는 바람이 달가웠는데, 남망기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나는 시선을 남망기에게 고정하고는 눈만 깜빡였다. 무언가 빠진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는데 남망기가 내 얼굴을 쳐다본 이유도, 내 눈동자에 남망기가 가득 들어온 이유도 그 때 알게 되었다. 바람이 내 얼굴을 가리고 있던 천을 들썩여 ‘강만음’의 얼굴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황급히 천을 끌어왔다. 남망기는 내 얼굴로 손을 뻗는 듯 하더니 이내 거둬갔다. 아마 천을 내려 가리고 싶었던 것 같았다.

남망기는 무언가를 망설이는듯 입을 달싹이더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우리의 정해진 행동 반경에서 벗어나는 일이어서, 나는 당황해 남망기의 뒤를 따라나섰다. 우리는 항상 찻집에서 목을 축이고 객잔으로 올라가 건조한 색사를 했다. 사실 찻집에서 목을 축이는 건 남망기 뿐이었다. 위무선은 이런 미적지근한 차 같은거 몇 입 마시지도 않을 게 분명해서, 꽤 향이 좋은 것 같아 느긋하게 음미하고 싶었던 차도 몇 모금만 입에 머금어 보고는 내려놓곤 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남망기의 돌발 행동에 놀란 나는 잰걸음으로 남망기의 뒤를 따랐다. 남망기는 노점들을 몇개 지나치더니 장신구 가게 앞에서 발을 멈췄다. 옆눈짓으로 몇 개를 살피더니 붉은 보석이 박힌 금색 머리 장신구를 선물했다. 나는 가만히 그걸 받아들었다. 붉은 보석은 위무선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지. 남망기는 위무선에게 이런 걸 선물해주고 싶었나보다.

이럴 때 위무선이라면 어떻게 할까?

위무선이 생전 장신구 같은 걸 받은 걸 본적이 없다. 남망기가 보던 위무선이 어땠는지는 몰라도, 내가 아는 위무선은 길가는 처자들을 희롱하기 좋아하는 그냥 남자였기 때문이다. 나는 당황했지만 이내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남망기의 씨물 이후로 처음 무언갈 받아보는 것이어서, 내게도 조금 소중했기 때문이다.

장신구를 건넸던 날 이후로 남망기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거듭 나에게 위무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되물어야 했다. 가장 놀랐던 일은 색사 중에 남망기의 거친 신음 속에 강만음, 이라는 소리가 섞여 들었을때였다. 너무 놀라 나도 모르게 뒤에 힘이 들어가 내 안의 남망기를 가득 조여버릴 정도였다. 그렇지만 남망기는 힘을 빼라면서 내 머리칼을 쓰다듬었기 때문에 나는 다시 안심할 수 있었다. 내 머리에는 위무선의 붉은 머리끈이 묶여있었다. 남망기는 위무선의 머리끈을 만지고 싶었던 것이었을 거다. 이해가 안되는 건 내 이름을 불렀던 쪽이었다. 내가 너무 위무선 같지 않았던 것일까? 그렇지만 색사 중의 행동은 내게 항상 의문이었다. 위무선이 색사를 하는 건 본 적도 없고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대체 누가 형제의 색사를 상상한단 말인가?) 엎드려 얼굴을 가리고 최대한 소리를 죽이는 걸 택했었는데 틀렸던 걸까?

우리의 관계 초반에는 남망기가 객잔을 나서면 나도 황급히 따라 나섰다. 가는 방향이 다름을 알면서도 혹시 옷깃이라도 스칠 수 있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내 나는 관두었다. 아프기만한 관계 후에 서둘러 몸을 움직이는 건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열상을 입어 연고를 발라야하기도 했고 남망기가 남기고 간 씨물이 도저히 혼자서는 빠지지 않아 끙끙대야 했던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그 밤들을 사랑했다. 남망기가 없는 객잔에 들어오는 달빛을 보며 밤공기를 느끼며 조용히 사색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사색 주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남망기였다. 내게 남망기와의 관계는 마치 설탕 같았다. 달고 달아서 한입만 먹어도 죄책감이 느껴지는, 불을 써서 애써 굳혀 놓아도 누군가의 잘못된 손짓 한번이면 부서지고 마는 그런 설탕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분명 남망기와 색사를 하던 중이었는데 어느새 창에서는 밝은 달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잠깐 기절했었던 것 같다. 색사 중에 잠깐 정신을 놓은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길었던 적은 없어 놀라 상체를 일으켰다. 내 얼굴을 덮고 있던 모자도, 윤기가 흐르는 아름다운 검은 비단 옷도 잘 개어져 바닥에 놓여 있었다. 옷을 주워 입기 위해 몸을 세웠더니 허벅지로 남망기의 씨물이 흘렀다. 옷은 갤 줄 알면서 뒤처리는 할 줄 모르는게 너무도 남망기다웠다. 나는 옅은 한숨 같은 웃음을 흘리며 협탁에 놓여있던 영견으로 허벅지부터 차근차근 닦아냈다. 상체를 숙여 협탁을 짚고 안쪽으로 손가락을 집어 넣으니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나왔다. 협탁을 쥐고 있던 손이 미끄러지면서 협탁 위에 있던 물건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지금은 뒤를 닦아내는 것이 먼저였음으로 고개를 떨구고 손가락을 굽혀 긁어내던 중이었다.

그때 침대에서 인기척이 들려 왔다. 나는 남망기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너무 놀라 굳어 버렸다. 내 뇌는 상황파악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가장 먼저 생각이 미친건 모자였다. 모자를 집는 데만 온 신경이 쏠린 나머지 불안정한 자세였던 나는 볼썽사납게 엎어지고 말았다. 뒤에서는 남망기의 한숨이 들려왔다. 남망기의 앞에서 쇼를 했지만 나는 여전히 모자를 손에 넣지 못했다. 고개를 땅에 쳐박으면 적이 간 줄 안다는 닭처럼 나는 고개를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파묻었다. 남망기는 내 손에서 영견을 뺏더니 엉덩이 사이로 가져가 부드럽게 닦기 시작했다.

심장이 저릿해져옴과 동시에 수치심이 밀려들었다. 남망기가 왜... 아직... 내 뇌는 아직 이걸 처리하지 못했다. 꿈인걸까? 그렇지만 내 하반신에 느껴지는 남망기의 손길은 꿈이 아니었다. 그렇게 속으로 수십번을 되뇌이고 있었는데 남망기가 입을 뗐다.

“이런 걸.. 해야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미안하다, 강만음.”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았을 걸. 남망기는 말은 내게 이별을 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붕은 후회공 자낮수가 너무 좋다......
망기강징망징
2020.07.04 01: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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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ㅠㅠㅠㅠㅠㅠ 망기야 뭐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강징 혼자 저렇게 두면 내가 너 때린다ㅠㅠㅠㅠㅠㅠ 함광군 맞기 전에 빨리 종주님 해감시켜줘요ㅠㅠㅠㅠ
[Code: e828]
2020.07.04 01:44
ㅇㅇ
모바일
내 센세가 성실수인이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삽질하는 강징이랑 후회하는 망기 존좋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6271]
2020.07.04 02: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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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망기ㅠㅠㅠ강징이 오해하고 있는거라고 알려줘라ㅠㅠㅠ말을 해라 말을
[Code: 89dd]
2020.07.04 02:58
ㅇㅇ
성실한 센세를 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 서로 자꾸 빗겨가지 말고 말을 해ㅠㅠㅠㅠㅠㅠ 망기 슬슬 변하는 거 같은데 표현을 해라ㅠㅠㅠ
[Code: 70ae]
2020.07.04 03: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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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센세 여기잇었네
[Code: 9d7a]
2020.07.04 06: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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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기 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징징이 어째 ㅠㅠㅠㅠㅠㅠ
[Code: b8e2]
2020.07.04 08: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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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강징 ㅠㅠㅠㅠㅠㅠㅠㅠㅠ남망기 너ㅠㅠㅜㅜㅜㅜㅅ뷰ㅠㅠㅠㅠㅠㅠ표현을 좀 제대로 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f421]
2020.07.04 10: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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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 존맛
[Code: db8e]
2020.07.04 17: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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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징 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
[Code: 7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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