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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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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존은 그야말로 당황스러웠다. 

한참을 서럽게 울던 여자를 겨우겨우 의자에 앉혀놓는데 까지는 어떻게 성공을 했으나, 여자는 여전히 존의 소매를 꽉 잡은 채로 놓아주지 않았다.

그 탓에 어쩔 수 없이 존까지 여자의 옆에 의자를 끌고 와 앉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존과 여자의 맞은편에 앉은 게일이 해명을 바라는듯한 얼굴로 존을 바라보았다. 그런 게일의 얼굴에 존은 슬슬 억울해지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것은 자신도 남들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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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게일이 한숨을 쉬듯이 입을 열었다.


"이름, 소속, 군번."


조금은 딱딱한 게일의 말투에 존이 조금 미간에 힘을 주었다. 물론 군인이기에 딱딱한 말투는 평소에도 자주 사용했지만, 어쩐지 조금 마음에 걸렸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여자가 울어서 그런가? 그래, 어쩌면 그 탓일 수도 있었다. 존은 자신도 몰랐지만 사실 여자의 눈물에 약한 것일 수도 있었다.


"미합중국 공군 소속, 군번 479452."


하지만 대답을 하는 여자의 목소리 또한 게일 못지 않게 딱딱했다. 

조사실 안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여자는 게일의 질문에 애매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대답을 안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게일이 물었던 질문에 대한 모든 대답을 뱉어내는 것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게일 또한 알아채고 조금 짜증이 담긴 얼굴로 여자를 바라보며 다시 질문했다.


"이름. 소속."


두 단어를 강조하듯, 게일이 끊어서 말하자 여자는 작게 한숨을 푹 쉬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409폭격전대 소속 항법사."
"뭐야, 제9공군?"


게일의 말에 여자의 눈이 질끈 감겼다. 마치 별로 들키고 싶지 않은 정보를 들켰다는 듯이. 

반대로 여자의 옆에 앉아있던 존의 눈은 조금 커졌다. 항법사라고? 딱히 여자의 직업이 무엇일 것이라고 예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항법사라고 자신을 소개할 줄은 몰랐기에 존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게일에게 있어서는 여자가 항법사이든, 파일럿이든 크게 상관이 없는 모양이었다. 여자의 소속이 어디인지 듣자마자 그나마 쓸만한 정보를 얻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기 때문이다.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네. 드마르코, 가서 제9공군에 연락 넣어. 여기 어째서인지 그쪽 대원 중 하나가 있다고도 말 하고."
"네, 알겠습니다."


게일의 일처리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의 옆에 서 있던 드마르코에게 익숙한 듯, 다음 할 일을 정해주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런 게일의 모습을 보며 어쩐지 존은 마음이 불편했다. 왜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여전히 자신의 소매를 동앗줄이라도 된 것처럼 꼭 쥐고 있는 모양새, 불안에 떠는 듯한 목소리, 안 그래도 작은 체구를 잔뜩 구기는 듯 해서 더 작아진 덩치. 거기까지 생각하자 존은 어쩐지 자신들이 약자 하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이름."


하지만 게일의 생각은 다른 듯 했다. 드마르코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른 걸음으로 조사실 밖으로 나간 것을 확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고개를 돌려 여자에게 나머지 질문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여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빨로 제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내는 모양새만 봐도 여자가 별로 제 이름을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런 여자의 모습에 게일의 미간에는 아까보다 더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이미 그 전 질문들에 그가 가진 모든 인내심을 다 쓴 탓에 게일은 여자를 그리 오래 기다려주지 않았다.


"게일, 존 소령님!"


하지만 여자를 재촉하는 게일의 목소리는 결국 그의 입 밖으로 흘러나오지 못 했다.

분명 제9공군에 연락을 넣겠다며 나갔던 드마르코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급하게 존과 게일을 부르며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드마르코의 옆에는 브레이디 또한 함께 있었는데, 한참 숨을 몰아쉬는 드마르코 대신 브레이디가 먼저 입을 열었다.


"긴급 소집입니다."
"뭐?"
"임무가 내려왔습니다. 지금요."


브레이디의 말에 존과 게일의 인상이 동시에 찌푸려졌다.


***


임무가 갑작스럽게 내려오는 일은 잦았다고는 하지만, 이만큼 갑작스러운 적은 없었다. 적어도 존이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갑작스러운 호출에 대원들의 기분이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상명하복은 군대의 기본이었고 그것을 잘 아는 대원들은 임무에 대한 브리핑을 들으면서 최대한 불만을 삼켜냈다.

여자에 대한 심문은 어쩔 수 없이 중단되었다. 아직 신원이 확실하지 않는 여자를 부대 내에 활개치게 둘 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또 아직 적군인지 확실하지도 않는 여자를 수용소로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존과 게일이 임무를 다녀오는 동안은 지상대원들에게 여자를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이상한 하루구만.

존은 그런 생각을 차마 지워낼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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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령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폭격기까지 지프를 타고 온 존의 발이 땅에 닿기 무섭게 기장인 블레이클리가 말했다.


"버블스가, 아파요. 엄청."
"뭐?"


존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아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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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뒤지겠구만, 뭘 해."


그 와중에 비행을 할 수 있다는 버블스의 말에 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블레이클리의 말에는 과장이 없었다. 엄청 아프다던 버블스는 대충 봐도 비행을 할 상태가 아니었다. 지상에서도 병든 닭마냥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비행기가 이륙하고 상공을 올라가면 영하 45도일 온도를 도저히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갑자기 터진 문제에 존의 머리가 아파오는 기분이었다. 존은 미간을 제 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고민했다. 

항법사는 필수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길잡이인데, 길잡이도 없이 비행을 하는 것은 그냥 죽겠다는 말이나 다름 없었다. 심지어 존이 바로 비행단의 지휘기였으니 전 대대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항법사는 더더욱 필요했다. 


"누구 없나? 그, 그, 버블스 네 친구 있잖아."


존이 고민을 하며 버블스에게 질문했다. 버블스의 친구, 그래 존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친구도 항법사였다.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 탓에 존이 손가락을 튕기며 기억을 되살려보려 노력했다.


"크로스비요?"
"어, 맞아. 그 친구 불러오자."


그리고 존의 말을 어렵지 않게 알아들은 버블스가 대답했다.

하지만 존이 크로스비를 데려오자는 말을 하자 버블스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친구가 지금 저보다 더 아픕니다, 소령님."
"뭐?"
"어제 둘이 뭘 잘못 먹은 것 같아요. 그 친구 아침부터 토하느라 화장실에서 못 나오고 있어요."


하, 버블스의 대답에 존의 입에서 한숨이 길게 터져나왔다. 망할, 이러다가는 진짜 지휘기를 다른 대대에 맡겨야 할 수도 있었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당장 지휘기를 바꿨다가는 제 대대를 포함한 모든 전대까지도 위험해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버블스라도 데리고 갈까요?"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는 블레이클리의 목소리에 존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내 뒤를 돌아 제가 타고 왔던 지프 운전수에게 명했다.


"지금 당장 심문실로 가서 레먼스에게 전해. 그 여자, 이번 비행에 우리가 필요하다고."
"예?"
"시간 없다. 우리 항법사 필요하니까 빨리 데려와."


조금은 해탈한 듯한 존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존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딱히 설명을 더하지는 않았다.

갑작스럽게 왜 그 여자가 자신을 항법사라고 설명했던 것이 떠올랐는지, 존은 자신도 모를 일이었다. 그저 이 결정이 틀리지 않기만을 빌 뿐이었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블레이클리와 존이 이륙 전 체크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비행기에 올라타는 소리가 들렸다. 

웬만한 남자도 힘겹게 올라타는 폭격기 앞문으로 꽤나 능숙하게 올라탄 사람에게 존이 건조하게 인사를 했다. 


"탑승을 환영한다."


콕핏에서 작은 구멍으로 내려다 본 사람은 다름 아닌 얼마 전까지 심문실에서 심문을 받던 이름 모를 여자였다. 존을 '여보'라는 이상한 호칭으로 부른 여자. 그리고 자신을 항법사라고 소개한 여자.


"그나저나, 이름이 뭐지?"
"..."
"무전 칠 때 이름은 알아야 부를 거 아니야."


존의 말에 여자가 아무런 대답도 없자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이듯이 말했다. 


"...중위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정확하게 존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었지만 존은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아예 부를 호칭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마저 이륙 전 체크를 이어가던 존에게 여자가 이내 질문했다.


"저, 소령님."
"왜."
"이거... 자신 있으십니까?"


'이거' 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존은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항법사 자리를 맡기는 것. 그것도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아마 존의 이런 행동을 게일이 알아챘다면 게일이 존을 죽이려들지도 몰랐다. 아니, 분명 존을 죽일 것이다. 게일을 하루 이틀 본 것이 아닌 존은 그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리고 존은 이 모든 것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책임을 져야 했다. 조금은 무책임하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존은 어쩐지 알 수 없는 확신이 마음 속에서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자신이 있든 없든 해내야 하지 않겠어?"
"..."
"잘 부탁한다, 중위."


존의 말이 끝나자, 하늘에는 초록색 신호탄이 쏘아올려졌다.


***


생각보다 여자, 그러니까 중위는 침착했다. 

항법사라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블레이클리나 존이 새로운 방위를 물어볼 때마다 빠른 속도로 계산을 끝내고 대답을 내놓았다.

지휘기의 항법사라는 사실도 딱히 중위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방위에 따라 모든 대원들의 길이 정해지는 것임에도 중위는 침착하게 답을 내놓을 뿐이었다.


[페이서 리드, 여기는 레드미트 리드. 레드미트 3의 엔진 2개가 멈췄고 하나 더 멈출 것 같다. 이 속도를 따라올 수 없다.]


폭격을 마치고 복귀하는 도중, 게일의 무선이 존의 귀에 들려왔다.

그래, 일이 어쩐지 쉽게 끝난다 싶었다. 존은 속으로 욕을 씹었다. 물론 출발 전에 항법사를 교체하는 일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 오늘의 임무가 끝날 줄만 알았는데, 그야말로 오산이었다.

존은 잠시 고민했다. 지휘기로서 결정을 내릴 때였다. 그러다가 이내 존이 무선의 주파수를 바꾸고 질문했다.


"중위, 우리가 시속 200으로 복귀할 방법이 있을까?"


질문을 하는 존도 사실 자신이 없었다. 지금 위치를 정확하게 알지 못 한 탓에 나오는 반응이었다. 얼마나 적군의 땅과 가까운지, 아군의 땅까지는 또 얼마나 남았는지.


[네, 가능합니다.]


그런 존의 불안한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했는지, 무전을 통해 들려오는 중위의 목소리는 침착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중위의 목소리가 오히려 존의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한 번 더 존에게 확신을 심어주듯, 중위가 말했다.


[244, 셰틀랜드 제도 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노르웨이를 벗어나서 1400m 아래로 하강해서 구름 속에 은폐하고, 스코틀랜드에 닿으면 남쪽으로 가면 됩니다. 필요하면 불시착도 할 수 있어요.]


쉼 없이 이어지는 설명 속에는 확신이 있었다. 이대로 따르면 분명 된다. 직접 해보지 않아도 그런 확신을 주는 말투였다. 


***


중위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순탄했다고만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결국 중위의 말대로 커트는 안전하게 스코틀랜드에 착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전대원 복귀.

꿈에서나 가능할 줄 알았던 결과를 이뤄냈다는 사실에 존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수고했어 중위. 마음 같아서는 제9공군에서 뺏어오고 싶은 인재구만."


부대에 도착하고, 비행기에서 막 내린 중위를 마주한 존이 말했다.


"비행도 같이 했는데, 이제는 이름 좀 알려줘도 되지 않나?"


존의 말에 중위가 입을 한 번 혀로 축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남들은 허니 비라고 부릅니다만."
"..."
"사실 제 이름은 허니 비 이건입니다."


응? 여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조금은 익숙한 성에 존의 눈이 잔뜩 커졌다.

하지만 중위는 이내 혹시라도 제대로 못 들었을까 싶었는지 다시 입을 열어 강조하듯이 말했다.


"허니 비 이건."
"...뭐?"
"제 이름입니다. 허니 비 이건 중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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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을 제 남편 부르듯이 불렀던 중위는 제 성 마저도 존과 같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소령님께만 알려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을 하는 그의 눈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마옵에너붕붕 존너붕붕 칼럼너붕붕
2024.05.08 23: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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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내 센세 왔다!!!!!!!!!!!!
[Code: cd62]
2024.05.08 23: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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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이 알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Code: 0f12]
2024.05.09 00: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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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세상에 와이프 눈앞에 있다고요!!!!
[Code: 5722]
2024.05.09 06: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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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개존잼ㅠㅠㅠㅠ 센세 크아아아아아 억나더 가보자고
[Code: f8c8]
2024.05.09 08: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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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건부부라니 존잼....
[Code: 28c2]
2024.05.09 09: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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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쀼 너무 좋아
[Code: afa9]
2024.05.09 20:33
ㅇㅇ
모바일
아ㅏ아아아 너무좋아 어떡해 광광 너무재밌어 센세...
[Code: e2fc]
2024.05.09 21: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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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이거 영화아니냐 존잼 ㅠㅠㅠㅠ
[Code: de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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