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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2 23:53
시작이 쉬웠다고 그 이후까지 매번 핑크빛일수는 없는 것이었는데, 아마도 사랑을 만만하게 봤던 모양이었다. 흔해서, 그저 그렇게 해와서, 당연해서, 수 많은 이유를 들어도 결국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사랑이 식어버렸다는, 결국, 우리도 남들과 다를 바 없다는 딱 한문장의 진실.




-..... 이건 너 가질래?
-..........아니. 괜찮아.




커다란 박스를 앞에 두고 두 사람은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커플 시계로 샀던 침대옆 탁상시계를 들어보이며 매버릭이 물었고 아이스는 가볍게 대답했다. 지난 몇일간 닥쳤던 일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가볍고 쉬운 질문이었다. 버릴까? 어. 가질래? 아니. 놔두고갈까? 아니. 아이스의 대답은 평소보다 더 짧았다. 아무래도 좀 더 넓고 쾌적한 아이스의 관사에서 동거했던 시간이 벌써 6개월인데 1년치 짐이 늘어버린 기분이었다. 뭐 이런것까지 가지고왔지 싶은 물건들도 있고, 도리어 딱딱 쉽게 나눠지는 두개의 물건도 있었다. 문제는 두 사람이 애용하던 딱 하나의 물품이었다.
두 사람의 추억이 하나에 깃든 물건은 어떻게 처분해야할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아직 입을 채 열지 못했다. 칫솔걸이며, 물컵, 탁상시계 등 정말 쓸데없고 자잘한 물건들만 하나씩 들어보이며 의미없는 구분짓기 중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헤어지는 중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오늘, 매버릭은 자신의 관사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적어도 방까지는 직접 물건을 들어다줘야겠지. 차라도 줄까? 매버릭이 언제 마지막으로 자기 관사에 갔더라?
차라도 내어주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지. 정말 나랑 헤어지고 싶어? 그 말을 또 반복해야할까? 그걸, 원할까? 나는, 원하나?




-빨리 말해.
-.........어?





상념에 휩싸인 아이스의 머릿속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버릭이 또 물건 하나를 들어보이다 지쳐 흔들고 있었다. 
별것도 아닌 물건인줄 알고 쉽게 버려, 라고 말하려고 했던 아이스가 움찔했다. 예쁜 상자에 들어있는 건 매버릭이 그동안 아이스에게 써준 카드며 편지였다. 탑건 수업시간에 교관님 몰래 주고받은 쪽지도 있었으며, 개중 사랑해라고 속삭이며 주고받은 메모도 넘쳐났다. 무엇이 안에 들었는지도 모르면서 쉽게 버려 말아? 라고 물어보는 매버릭에게 이상하게 화가 났다. 




-버려.
-알겠어.





아이스는 저도 모르게 조금 세게 대답해버렸고, 매버릭은 그대로 박스 옆 쓰레기봉투로 던져버렸다. 둔탁한 소리와함께 쓰레기봉투 안 바닥으로 박스가 앓는 소리를 내며 나동그라졌다. 




-안에 뭐가 들었길래 이렇게 요란하게......




무의식적으로 쓰레기봉투 안을 쳐다보던 매버릭의 고개가 그만 멈춰버렸다. 아마도 그 편지 뭉텅이를 본 모양이었다. 아차 싶은 생각이 아이스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이렇게 과격하게 지난 감정을 버리려던 건 아니었는데. 이렇게 니 앞에서 예의없이 굴려고 했떤건 아니었는데.
아직 사랑하는데..




-.........실수했어, 맵. 홧김에-
-.......................
-..................미안. 사과할게. 매버릭. 정말 난-
-...........................
-.............맵?





등을 돌린 채로 여전히 쓰레기봉투 안을 향하고 있는 매버릭의 고개가 그대로 굳어진지 오래였다. 잠깐 매버릭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아이스가 순간 벌떡 일어나 매버릭에게 향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심장이 철렁이는 듯했다. 실수했구나.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과 함께 지금 뭘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아이스의 전신을 스쳐지나가는 기분이었다. 정말 뭘하고 있는거지? 너랑 헤어질 생각을 감히 하다니. 내가 미쳤었어.
예상대로 매버릭의 어깨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서둘러 어깨를 돌려 마주한 얼굴에 이미 울음기가 가득해서 심장이 미어질것만 같았다. 




-미안. 정말, 미안. 맵. 정말 내가 -
-......................





차라리 소리 내어 끅끅 울어주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입술만 꾹깨문채로 소리없이 울기 시작하는 매버릭을 서둘러 품에 안았다.
우리가 왜 싸웠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놈의 자존심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울지마맵, 제발. 사정하는 목소리로 애원하며 아이스가 매버릭을 끌어안았다. 사시나무처럼 바르르 떨리는 어깨를 부여잡고 정신없이 무어라 속삭였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 무슨 말을 내내 매버릭에게 했는지 뒤늦게 알아차려버렸다. 사랑해. 응? 사랑해 맵. 내가 바보였던게 분명해. 잘못했어, 맵. 





10월의 마지막 한주를 앞둔 어느 토요일 초저녁,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사랑을 고백하고 있었다. 
저기 바닥에 흩어진 쪽지 속 그 말을 반복하며. 





아이스매브 
 
2024.05.23 00:25
ㅇㅇ
모바일
ㅜㅜ에구 사랑만해라 얘들아
[Code: b2d6]
2024.05.23 00:31
ㅇㅇ
모바일
어름이 잘 주워담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263]
2024.05.23 00:35
ㅇㅇ
그래도 더 늦지 않게 깨달았네ㅠㅠㅠㅠ
[Code: 440e]
2024.05.23 00: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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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보들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분위기 미쳤어센세ㅠㅠㅠㅠㅠㅠㅠ
[Code: bd63]
2024.05.23 00: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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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센세 진짜 문학이다
[Code: 8cce]
2024.05.23 01: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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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버리라고 했어 ㅠㅠㅠㅠㅠㅠ이제 헤어지지 말고 영사하자 ㅠㅠㅠㅠㅠ
[Code: aa76]
2024.05.23 06: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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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청춘이어서 그렇지 ㅜㅜㅜㅜㅜ이젠 영사해라 ㅜㅜ
[Code: 77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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