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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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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고증x 








5.

자리를 옮겼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공원으로.

사실 왜 그랬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냥, 존을 집 안으로 들이기 싫었던 것 같다. 존이 내 집에 들어온 게 한, 두 번 있었던 일도 아니면서 말이다. 

나가서 이야기 하자는 내 말에도 존은 별로 반항하지 않았다. 그저 순순히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을 뿐이었다.


"내가 안을까?"
"...아니 괜찮아."


아직은 멀리까지는 걷기 힘들어하는 아이를 품에 안고 걸어가자 존이 내게 물었다. 아무래도 아이를 내가 안게 하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 같았다. 내가 거절한 이후에도 몇 번이나 나를 흘끔 쳐다보았으니까.

그 질문이 어쩐지 존이 이 아이에 대해 아는 것을 표현하는 것 같아 조금 마음에 걸렸다.

이제 와서 숨길 생각도 없고 숨길 마음도 없었다. 이제 와서 숨길까 고민을 했으면 편지에 임신 사실을 적어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고민은 임신 5개월차에 이미 끝낸 것이었다.

그냥 두려웠다. 존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지금까지 전화는 커녕 편지 한 줄 없다가 갑자기 종전 이후에 돌아와서 무슨 말을 할 지. 그래서 어떤 말을 꺼내야 할 지도 확실하지 않아 그냥 아무 말 없이 걸을 뿐이었다. 

결국 공원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 둘 사이에는 아이의 웅얼거림만이 작게 울릴 뿐이었다.



6.

"아이 이름은 뭐야?"


자리에 앉아 허니가 제 무릎에 아이를 앉히자 내가 먼저 질문했다. 

그리고 나는 말을 꺼내자마자 아차 싶었다. 자꾸만 길어지는 정적에 무슨 말이라도 거내야 할 것 같아 입을 연 것이었는데, 오히려 서론도 없이 본론으로 넘어간 것만 같았다. 하다 못 해 잘 지냈냐는 형식적인 말이라도 꺼낼걸, 하고 후회해도 이미 뱉어낸 말은 주워담을 수 없었다.

이렇게 된 거 그냥 허니에게 내가 오면서 내렸던 결론을 먼저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청혼을 먼저 하는 게 옳을지, 아이를 같이 키우자는 말을 하는 것이 옳을지, 그것도 아니면 혼자 두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것이 옳을지. 


"그... 존."
"응."


그리고 무릎에 앉혀뒀던 아이를 한 번 고쳐 안은 허니가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 허니의 모습에 나는 순간 긴장을 했다. 허니의 반응이 조금 두렵기도 했다. 화가 났을까? 그래, 화가 났을것이다. 1년 넘게 갑작스럽게 편지에 대해 답장을 하지 않고 있다가 나타났으니, 그러니 그것부터 설명을...


"신경 안 써도 돼."


이어지는 허니의 말에 나도 모르게 '어?' 하는 조금 멍청한 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런 내 말을 들은 허니가 담담한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었다.


"나 딱히 너한테 바라는 거 없어. 편지에 아이 이야기를 썼던 이유는... 일단 너도 아이 아빠니까 알아만 두라고 했던거야."
"..."
"그러니까 괜히 책임감 때문에 나랑 결혼같은 거 할 필요없다는 말이야."


그렇게 말을 하는 허니의 얼굴이 너무도 건조했다. 차라리 물기가 가득한 목소리나 잔뜩 눈물이라도 흘리면서 말을 하면 허니의 말이 거짓이라고 내멋대로 해석이라도 할 수 있을텐데.


"아이가 보고싶어지면 찾아가도 돼?"


반사적으로 흘러나온 질문이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끝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허니를 붙잡기 위해 무슨 말이라도 해야할 것만 같아 길게 생각을 거치지 못 하고 입 밖으로 흘러나온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효과가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아이를 품에 제대로 안으려던 허니의 움직임이 뚝 멈췄기 때문이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허니는 이내 아이를 품에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직 자리에 앉아있던 나를 마주보았다.


"...주중 낮에는 안 돼... 내가 일 가거든."
"그럼 저녁이나 주말에 갈게."


내 말에 허니가 혀로 한 번 입술을 축였다. 더 이상 거절의 말이 생각나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래."


결국 허니의 입에서 허락이 떨어졌다.



7.

'아이가 보고싶어질 때 오겠다'던 존의 말은 꽤나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매일 저녁마다 내 집으로 찾아와 아이가 보고싶었다는 말을 하는 모양새만 봐도 그렇다.

벌써 존이 내 집에 와서 아이와 놀아준 것이 일주일 연속 계속되고 있었다. 이게 맞아?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고 자꾸 올 때마다 손에 무언가를 사들고 오는 것 또한 부담스러워 거리를 둘려고 할 때마다 존은 나의 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아이가 보고싶었던 것 뿐인데 나를 부담스럽게 만들어 미안하다는 말까지 하면 나는 결국 그 날도 괜찮다는 말과 함께 문을 열어주었다.

망할... 내가 존 이건에게 약하다는 것을 이제 온 동네 사람은 물론이고 존 이건 본인도 알게 된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쟤가 저렇게 한껏 애교 아닌 애교를 부리며 나를 찾아올리가 없었다.

웃긴 사실은 존은 정말로 아이와 놀다만 간다는 것이다. 나에게 딱히 더 뭔가를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자신이 겪었던 일에 대해 한탄하지도 않았다. 

그저 정직하게 아이와 놀아주다가 어느 정도 어두워지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솔직히 말을 하면 편했다. 혼자서 아이를 계속 보면서 집안일이나 다른 일을 하려다가 이제는 내가 다른 일만 온전히 집중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 편함의 차이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하, 이렇게 편한 게 익숙해지면 안 되는데. 이러다 언제 또 존이 마음을 바꿔먹고는 이 집에 오던 발걸음을 끊어버릴지 아무도 모르는 일인데. 그리고 그렇게 돼 버리면 그때 가서 내가 존을 탓 할 수도 없었다. 아버지의 노릇을 바라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한 것도 나였으니까.


"아가, 곰돌이 여기 있네~"


그리고 순간 아이를 부르는 존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아가, 존은 아직도 아이를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아이의 이름이 궁금한데 차마 내게 물어 볼 용기가 나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무의식에 입을 열어 존에게 말했다.


"칼럼."
"응?"
"아이 이름 말이야, 칼럼이야. 칼럼 비."


거리를 둬야지, 하던 생각은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일이었다. 이름 정도는... 알려줘도 되겠지.

그리고 아이의 이름을 들은 존의 눈이 커졌다.

그래, 너도 아는 이름일 것이었다. 그야 다름 아닌 네가 어릴 때부터 아들을 낳으면 짓고 싶다고 말을 한 이름이었으니까.



8.

싱글맘으로 사는 건 여간 좆같은 게 아니다.

'맘'이라는 부분이 문제라기 보다는 '싱글'이라는 부분이 문제다. 그래, 혼자서 애를 키운다는 것이 문제였다. 특히 오늘같은 날에 말이다.

내가 일을 나가면 대신 칼럼을 봐주던 베이비시터가 오늘 아침은 평소와 다르게 늦었다. 거기서부터 이상한 것을 눈치를 챘어야 했다. 베이비시터는 절대 늦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

곧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내 원래 출근 시간보다 15분이나 늦어지고 나서야 나는 인정해야했다. 오늘 베이비시터는 안 온다. 아프거나 그 이유야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 전화기라도 하나 둘 걸 그랬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 탓에 굳이 필요 없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사는 게 아니었다. 이미 잔뜩 늦어버린 후회를 목구멍 뒤로 삼키며 일단 칼럼을 안아들었다.

막상 칼럼을 안고 대문 밖을 나섰지만 사실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누구에게 부탁해야할지 확실하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오늘 카페 로스터를 그려보았다. 오늘 일 하는 바리스타는 나 뿐이었다. 일을 빼먹는 건 옵션에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때는 싱글맘이라는 게 조금 서러웠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정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다는 것도. 망할. 자꾸만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아서 입술을 세게 씹었다.


"허니?"


그리고 그 순간, 이 시간대에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 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고개를 들어 확인한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존이었다. 존은 아침 운동이라도 다녀왔는지 편한 운동복 차림에 앞머리는 조금 땀에 젖어있었다. 그리고 내 품에 한 번 안긴 칼럼을 한 번, 그리고 조금 일그러진 내 얼굴을 한 번 보더니 걱정스러운 얼굴로 질문했다.

순간적으로 충동이 일었다. 존한테 부탁할까? 어쨌든 존도 이 아이의 아빠인데? 내가 책임지겠다고 큰소리 치며 낳은 아이였지만 괜히 존에게 그 책임을 조금 떠넘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출근 해야하는 거 아니야?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그렇게 질문을 해오는 존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그냥 대답했다.


"...베이비시터가 안 와. 지금 출근 늦었는데..."
"뭐?"
"...누구한테 맡겨야 할 지 모르겠어서 일단 데리고 나왔는데,"


머릿속에서 그만 말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만 입은 멈추지 않았다. 그냥 누구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었다. 내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거기까지 들은 존이 조심스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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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볼게."
"..."
"내가 보고있을테니까 걱정말고 다녀와."


그렇게 말을 하던 존이 한 번 숨을 쉬더니 다시 얘기했다. 마치 강조를 하듯이.


"내가 아빠잖아. 걱정말고 다녀와."







아니 애 이름을 칼럼으로 하니까 쓰면서 내가 헷갈리네;;

평소에 허허실실 다니는 사람이 책임감 하나는 기깔나는 거 너무 좋음

마옵에너붕붕 존너붕붕 칼럼너붕붕
2024.05.26 17: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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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책임 질 준비가 된 존에게 맡겨
[Code: 512b]
2024.05.26 17: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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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갈빡빡치는중....센세 너무 좋아요..
[Code: 9263]
2024.05.26 17: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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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 엇갈린 거 빨리 풀자 아니 아직 풀지마 아냐 풀어ㅠㅠ
[Code: 2ea8]
2024.05.26 17: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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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쳣다. 아...아!!!
[Code: 6350]
2024.05.26 17: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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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ㅜㅜㅜㅜㅜ 대박 좋아아아 센세 어어어나더
[Code: fe43]
2024.05.26 18: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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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ㅠㅠㅠㅠ하 너무 좋네 우리 억나더로 애아빠봅시다
[Code: 53e7]
2024.05.26 18: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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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렇게 스며드는거야!!!!!!
[Code: fdf8]
2024.05.26 18: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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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죠아 빨리 어나더 써줘요 센세 ㅠㅠ 아 스며들어서 촉촏하다
[Code: 72c5]
2024.05.26 20: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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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나 걱정 안하고 기다릴게 억나더 주실 거라고 믿으니까
[Code: 0134]
2024.05.26 20: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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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둘이 아이 두고 내외하냐고요~
[Code: 81f7]
2024.05.26 21: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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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09d6]
2024.05.26 23: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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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좋아진짜센세사랑해
[Code: b210]
2024.05.27 02:00
ㅇㅇ
모바일
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9ca4]
2024.05.27 02:16
ㅇㅇ
모바일
너무좋아
[Code: 92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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