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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19:16




파병 갔던 큰형이 몇 달만에 돌아온 후 전역을 했을 때 케니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네잇이 사병으로서든 장교로서든 군에 입대한 것 자체가 형제들에게 달가운 일이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총명하고 예민하고 고집이 있던 큰형은 생각했던 것은 뭐든 직접 겪어보고 판단했던 사람이었다. 장교학교에서부터 시작해서 입대, 파병까지 시간을 순식간에 지났고, 믿을 수 없게도 전보다 더 살이 빠진 상태지만 무사히 돌아왔을 때 케니는 진심으로 기뻤고 형이 전역을 결정했을 때 심지어 행복하기까지 했다. 그즈음 케니는 막 경찰로서의 삶을 시작했고, 집에 있을 시간도 거의 없었다.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느라 집을 떠난 랜스 때문에 집엔 다시 돌아온 큰형과 막내 버드만 남았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 케니는 갑작스럽게 새로운 가족을 맞이해야 했는데 그게 바로 브랫이었다. 브랫은 네잇보다도 컸고, 아니, 세상 누구보다도 컸고, 단단하고 냉소적인 군인이었다. 네잇의 밑에서 일하다가 본국으로 돌아오고 사귀기 시작했다는데 처음엔 그의 존재가 식구들에겐 당연히 미심쩍었다. 하지만 곧 그의 헌신이 네잇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라 자연스레 형제들에게까지 미치는 걸 느끼며 큰형이 얻어온 귀한 인연에 케니는 또다시 감사했다. 며칠간 잠복근무로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에도 케니는 불안할 일이 없었다. 집엔 이제 네잇과 버드를 전적으로 돌보는 브랫이 있었다. 

브랫은 원래 그랬는지는 몰라도 요리를 즐겼으며, 정리벽과 결벽증까지 있는지 청소하는 걸 좋아했다. 브랫이 이 집에 들어오면서 버드를 돌보던 나이 많은 유모도 더는 집에 올 이유가 없어졌다. 몇 달 동안 헤어져있던 큰형이 그리웠는지 버드는 그 어느 때보다 네잇의 껌딱지였는데 놀랍게도 브랫을 만난 순간 이젠 거의 브랫에게 안기고 업혀 다녔다. 아침 잠 없는 어린 아이가 새벽에 깨워도 브랫은 기꺼이 일어나 버드랑 즐겁게 놀아주면서도 네잇을 깨우지 않기 위해 주의했다. 브랫의 음식 솜씨도 케니를 놀라게 했다. 브랫은 네잇과 버드를 먹이는 데 열과 성을 들일 뿐만 아니라 식구들 중에서 유일하게 먹성이 좋은 케니를 먹이는 데엔 성취감까지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버드가 잘게 조각낸 브로콜리를 우수수 흘리면서 먹어도 브랫은 손등으로 버드가 턱에 묻힌 것들을 닦아내면서 칭찬해줬고, 다 큰 어른인 큰형이 잔뜩 찌푸린 눈으로 그만 먹고 싶다고 하면 브랫은 고개를 낮춰 다정하게 격려의 말을 속삭였다. 케니 눈엔 아무리 봐도 저 둘의 관계가 상사-부하로 시작됐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브랫이 집안에 들어오면서 네잇은 파병 때 하루 한 끼 먹던 것의 여파로 빠졌던 살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고, 버드는 장미빛 뺨이 통통한 유치원생이 되었다. 버드는 브랫이 하는 거면 뭐든 따라했다. 브랫이 익힌 당근을 먹으면 눈을 꾹 감고 따라먹었고, 브랫이 양치를 하면 졸린 눈을 해놓고도 그 옆에 와서 치카치카를 했다. 주말에 몇 번 랜스가 빨래감과 함께 집에 돌아올 때면 평소보다도 성대한 저녁식사를 했다. 랜스가 브랫 때문에 살찌는 건 순식간이겠다고 말하며 케니를 쳐다봤을 때 케니는 자기도 모르게 제 몸을 내려다봤고 브랫은 그런 케니를 보며 랜스를 비난했다. 

대학원을 다니는 네잇이 프로젝트로 유독 늦게 들어오는 날들이 있었다. 그럴 때면 브랫은 시간을 확인하다가 네잇을 픽업하러 갈 때도 있었고, 아니면 버드를 먼저 재우고 거실 소파에 앉아 네잇이 오기까지 기다릴 때도 있었다. 근무를 끝내고 저녁 늦게 돌아온 케니를 본 브랫이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향했다. 형 아직 안 왔어요? 네잇의 안부를 브랫에게 먼저 묻는 게 이젠 당연한 일이 됐다. 응, 오늘 스터디 모임 있대, 로스트 치킨 했는데 데워줄까? 브랫이 케니의 끼니를 챙기는 것도 익숙한 일이 됐다. 제가 데워먹을게요. 주방으로 다가오는 케니의 등을 떠밀며 브랫이 말했다. 아냐, 씻고 와. 

가운데 네잇이나 버드 없이 브랫과 나란히 있는 게 어색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둘이 소파에 나란히 앉아 말도 안 되는 영화나 뉴스를 보며 네잇을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됐다. 케니가 오늘 서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면 브랫이 진심으로 걱정을 담아 주말엔 사격훈련을 가자고 하기도 했다. 케니가 야식을 먹다가 문득 랜스가 했던 말이 생각나 접시를 내려놓으며 살 쪄서 이젠 안 되겠다고 했을 때 브랫이 티비에서 시선을 떼고 케니를 쳐다봤다. 판단을 위한 시선이 전혀 아니었는데 케니는 괜히 의식하게 됐다. 네잇도 케니 절반 정도만 잘 먹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브랫이 예의 그 어른의 웃음을 머금고 케니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형은 어렸을 때도 먹는 걸 귀찮아 해서 부모님 몰래 제 그릇에 자기 음식 덜어줬어요. 브랫이 소파 등받이에 머릴 기대며 웃었다. 크게 웃을 때 그는 눈을 감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게 큰형과 닮은 부분이었다. 그 웃음엔 전염성이 짙어 케니도 따라웃었고 하필 그 순간 큰형이 문을 열고 돌아왔다. 

브랫은 옷입는 걸 신경 써서 입는 사람이었고 감각도 좋았다. 그에 반해 네잇과 케니는 무던한 편으로 집에 있는 옷 아무거나 별 생각없이 걸치는 타입이었다. 대학생 때도 세탁 후 주인을 잘못 찾아 들어간 옷장 속 옷들을 둘은 아무런 감상 없이 입었다. 그랬던 게 버릇이 되어 한번은 케니가 브랫의 티셔츠를 입고 하루종일 알아차리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근무하고 돌아온 케니가 샤워하고 방으로 돌아와 서랍 안에 있던 티셔츠를 꺼내 입었는데 평소 입었던 것보다 품이 좀 크고 길이가 긴가 생각했던 게 다였다. 어차피 평소 집에서 입는 티셔츠들이 거기서 거기였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입고 잠든 그 티셔츠 아래 파자마 바지만 걸치고 주방에 내려갔을 때, 평소엔 둔한 큰형이 케니가 입고 있는 브랫의 티셔츠를 알아봤다. 네잇의 말에 팬케익 반죽 위로 버드가 제일 좋아하는 초코칩을 뿌리고 있던 브랫이 케니를 돌아봤다. 케니는 두 눈을 깜빡이며 밝은 아침 햇살에 자기가 입고 있는 티셔츠를 처음으로 내려다봤다. 창피함에 열기가 귀끝에서 뺨으로 번졌다. 고개를 들었을 땐 다시 시무룩한 얼굴로 아침을 먹는 큰형과 그 옆에서 식탁 위로 블루베리를 쏟아 손가락으로 굴리고 있는 버드가 보였다. 하지만 브랫은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로 케니를 쳐다보고 있었다.


브랫네잇 브랫케니 슼탘 

 
2024.04.27 19: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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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랫이 저렇게 다정하고 세심한데 ㅠㅠㅠㅠ 케니가 어떻게 반하지 않겠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브랫이 유죄다 유죄야ㅠㅠㅠㅠㅠㅠㅠ 아 너무 재밌다ㅜㅜㅜㅜㅜ 나 이 집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센세... 억나더ㅜㅜㅜ
[Code: e972]
2024.04.27 19: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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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버드 너무 귀엽고ㅜㅜㅜㅜㅜ 중위님 틈틈이 ㄱㅇㅇ 랜스는 뭔가 브랫 첨 보고 경계하지만 호기심 충만한 푸들같았을 듯ㅋㅋㅋㅋ
[Code: e972]
2024.04.27 20: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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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야 ㅠㅠㅠㅠㅠㅠ 브랫 유죄다 저렇게 잘해주는데 어떻게 안 넘어가 ㅠㅠㅠㅠㅠㅠ
[Code: 4236]
2024.04.27 20: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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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 시점에서 바라보는 브랫 너무 다정해... 덤덤하게 말하는데 그 안에 넘치는 애정 들어 있는 것 같고 케니가 훅 브며드는게 보이는데 이건 브랫이 너무 유죄라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 가족같다가도 가끔씩 케니 아무말 없이 빤히 바라보는데 나까지 심장 두근거리고... 무심한 중위님이 브랫 옷이라는거 알아채는 것도 안온한 일상 속에서 텐션 은은하게 흐르는게 미치겠다 이건 대작의 시작이에요 억나더로 함께하셔야만 ㅠㅠㅠㅠㅠㅠ
[Code: 4fe1]
2024.04.27 21:05
ㅇㅇ
유죄브랫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9c0]
2024.04.27 21: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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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랫 왜 자기옷 입은 케니 계속 보고있는건데??????? 설명해!!!!!!!!!! 💦💦💦💦💦💦💦💦💦💦💦💦💦💦
[Code: 0be0]
2024.04.27 22:42
ㅇㅇ
케니도 책임져라 부랫...
[Code: a078]
2024.04.27 23: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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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브랫이다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bedb]
2024.04.27 23: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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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는 죄가 없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edb]
2024.04.27 23: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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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따뜻한 분위기인데 브랫과 케니 아슬아슬한 느낌이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bedb]
2024.04.27 23: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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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쳐... 브랫 들어온 픽가 왜 평화로운데 긴장감 느껴지는거에요 이건 다 브랫 유죄 콜버트 때문이다 ㅠㅠㅠㅠㅠㅠㅠ 아가 버드 브랫이 하는거 다 따라하려는거 너무 커엽고 중위님도 아가 버드 못지 않게 브랫 손 타는거 너무 커여워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부랫 케니 말에 맞장구 쳐주고 걱정해주는거 다정한데... 그렇게 챙겨주면 토끼 홀라당 넘어간다고요 ㅠㅠㅠㅠㅠㅠ 케니 책임져...ㅠㅠㅠㅠㅠㅠ
[Code: 6fb1]
2024.04.28 04:14
ㅇㅇ
뭐야 이 미친 텐션 어나더 줘요
[Code: c3d4]
2024.04.28 05:06
ㅇㅇ
지옥불 따뜻하네.....
[Code: efce]
2024.04.28 11:48
ㅇㅇ
훈훈한데 또 배덕한거 뭐야ㅠㅠ 중위님은 왜 알아보고 케니는 왜 부끄러워하는거냐고
[Code: 79f1]
2024.05.02 03: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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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기가 지옥이구나
[Code: 5a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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