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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2편

1편 살짝 수정함. 허니가 적십자가 아닌 군에 들어간거임. 굳이 안 봐도 됨.









21.

허니는 게일을 자신의 품에 안은 채로 어떻게 해야 할 지 확실하지 않았다. 

분명 게일의 덩치는 이제 허니보다 한참을 더 컸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그 덩치를 잔뜩 구기며 허니의 품에 안겨오는 것이 그 옛날 천둥이 무섭다며 허니의 방으로 들어온 게일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였는지도 모른다. 어정쩡한 손을 결국 게일의 등 위로 올리고 토닥인 것은.

자신들도 모르게 그 옛날로 되돌아간 게일과 허니였다.


22.

게일은 금세 기운을 차렸다.

아니, 기운을 차린 척을 했다. 존이 끌고 온 지프에 올라타 조사를 받는 곳으로 향하는 동안은 여전히 힘들어보였지만, 막상 도착을 하니 게일은 멀쩡해졌다.

피곤해보이는 듯한 얼굴이었지만 최대한 어깨를 펴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게일을 보며 허니는 게일이 그저 괜찮은 척을 하는 것임을 알아챘다.

나름 대대장이라고 책임감 때문에 저러는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허니는 입 밖으로 그 말을 뱉지는 않았다.


"좀 이따 봐."


대신 그 말을 뱉을 뿐이었다. 좀 이따 봐. 나는 조금 이후에도 이곳에 남아있을거야. 그대로.


"응."


게일의 담백한 말을 듣고서야 허니는 이내 의무실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23.

"저 일부러 데려간거죠?"


존의 옆에 앉아 의무실로 되돌아가던 허니가 존에게 질문했다.

그 질문에 존이 허니를 흘끔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시선을 앞에 고정시키며 말했다.


"눈치챘어?"
"못 알아채는 게 더 이상해요."


허니의 말에 존이 어색하게 하하, 하고 웃었다.


"상황이 생각보다 많이 심각한가봐요."
"...전쟁이잖아."


존이 입술을 씹었다. 그러다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허니 너는 익숙한가봐?"
"익숙하지는 않고, 그냥 대충 상황 돌아가는 걸 아는거죠. 여기 오기 전에도 이곳 저곳 많이 돌아다녔고 그만큼 많은 환자도 치료했으니까요."


그리고 허니의 말이 끝날 때 쯤, 지프가 의무실 앞에서 멈췄다.


"이건 소령님도 필요하면 의무실 오세요."
"난 임무도 안 나가서 안 다쳤는데?"
"마음의 상처도 상처예요."
"..."
"전문가는 아니지만 대화 상대 정도는 해 줄 수 있어요."


덤덤하게 그런 말을 하며 지프에서 내린 허니가 존에게 이제 가도 좋다는 뜻으로 손을 휘휘 저었다.

하지만 존은 바로 지프를 출발시키지 않았다. 눈을 크게 뜨고 허니의 말에 놀란 듯한 반응을 보이던 존은 이내 허니의 말을 잠시 곱씹었다. 그리고 이내 마음이 놓이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허니에게 말했다.


"역시 널 데리고 가길 잘했다."
"예?"
"게일이 네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존의 말에 허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존은 이내 더 말을 하지 않고 지프를 출발시켰다.

걱정이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억지로 괜찮은 척 하는 게일도, 어쩐지 힘이 없어보이는 듯한 존도.

에휴, 허니의 입에서 작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전쟁은 역시 거지같다. 멀쩡한 인간의 머릿속을 좀먹고 마음을 병들게 하니까.

멀쩡한 게 더 이상하지. 그런 생각을 하며 허니는 일단은 제 앞에 있는 환자들을 치료했다.


24.

"나 대대장으로 강등 당했어!"
"...예?"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술 냄새를 잔뜩 풍기며 게일과 함께 의무실에 오자마자 폭탄같은 소식을 전하는 존의 모습에 허니가 당황했다.


"이건 소령님, 지금 숙취 때문에 이러시는거냐?"
"아직 술에서 깨지도 못했을걸."


당황스러운 마음에 허니가 게일에게 질문하자, 게일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벅은 위로 안 해주니까 위로해줘, 허니."
"개소리 말고 술이나 깨세요, 소령님."


허니가 인상을 팍 찌푸리며 말했다. 어쩐지 어제 했던 걱정이 다 쓸모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악! 위로해줘!"


그리고 마트에서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지 않아 떼를 쓰는 아이처럼 소리를 빽 지르는 존을 보며 허니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 걱정 돌려내. 당장 환불해줘.


25.

"근데 너 왜 버키는 소령님이고 나는 '게일'이냐?"
"네 이름이 게일이잖아."


안 그래도 바닥에 주저 앉아 제 큰 덩치를 생각않고 짜증을 내는 존을 보며 머리가 아파오는 허니에게 게일이 질문했다.

허니가 인상을 팍 찡그렸다. 이건 또 무슨 질문이란 말인가. 어이가 없다는 듯 게일을 쳐다보자, 게일은 차분하게 다시 질문했다.


"아니, 나도 소령인데 왜 난 소령님이 아니야."
"넌 지금 그게 문제냐...?"
"응."


꽤나 진지하게 대답을 하는 게일을 보며 허니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100전대 꼬라지 잘 돌아간다 아주..."


존과 게일이 왜 친구인지 뼈저리게 느끼는 허니였다.


26.

그래, 다 쓸모없는 걱정이었다. 며칠 후 저녁, 다같이 부대 주변 술집으로 나온 허니는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허니는 술집까지 따라 나올 생각이 없었다. 귀찮기도 했고, 부대 내에도 장교 클럽이 있는데 굳이 바깥까지 나가서 술을 마실 필요가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허니의 마음을 알아 챈 커트가 허니에게 거의 조르다시피 해 그를 끌고 나온 것이었다.

커트랑 친해진 것은 큰 이유가 없었다. 일단 커트가 존이랑 친했기 때문이고, 또 커트의 부기장인 디키의 담당의가 바로 허니였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의무실을 찾아와 디키와 말동무가 되어주던 커트는 허니와도 어렵지 않게 친해졌다.

그리고 오늘, 커트의 손에 거의 질질 끌려오다시피 술집까지 와서 그와 게일의 사이에 앉아 술이나 홀짝이고 있었다.


"너 이 나이 먹고 술도 못 마시냐?"
"넌 술 좀 그만 마셔. 도대체 몇 잔 째야?"
"네가 마시면 죽을 정도."


그 말과 함께 허니가 혀를 베 내밀고 게일을 약올렸다.

하여튼 여전히 게일은 14살에 머물러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즐겨마시던 진저비어를 홀짝이는 것을 보며 허니가 생각했다.

허니의 행동에 게일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이내 손을 뻗어 허니의 손에서 술잔을 낚아채고 허니의 손이 닿지 않을 테이블 위에 술잔을 밀어두었다.

안 그래도 거슬리던 참이었다. 허니가 술을 마시던 속도는 게일이 아는 주당인 존과 커트와 비슷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을 능가했다. 그럼에도 멀쩡해보이는 허니의 모습에 슬슬 걱정이 되고 있었는데 이 참에 잘 됐다 싶었다.


"야!"


허니의 호통이 들려왔지만, 그것이 게일을 막지는 못 했다.


27.

"미국인들이 가끔은 존경스러워요, 대낮에 비행하잖아요. 불리한 것도 모르고."


허니와 게일의 투닥거림이 맞은편에 앉은 영국 군인의 말에 뚝 멈췄다.

무슨 소리야? 허니를 포함한 주변에 앉은 대원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조금은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기분 좋게 술이나 마시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비행 이야기를 하다니. 술 마시는데 일 이야기를 하는 건 반칙인데. 일 얘기 만큼 술 맛을 떨어트리는 것도 없다고 허니는 생각했다.


"뭐, 낮에 폭격을 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 없으니까. 수많은 희생을 겪고 나면 미국도 조만간 전략을 수정하겠죠."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허니는 제 앞에 앉은 영국 군인이 일 얘기를 꺼낸 것이 그저 간단하게 술 맛을 떨어뜨리기 위함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28.

속을 박박 긁어놓는 영국 군인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허니는 슬슬 주변에 앉은 대원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나마 허니는 직접 비행을 하는 파일럿이 아닌 의무관이었으니 조금 타격이 덜 했다. 하지만 나머지 대원들은 아니었다. 특히나 오늘 술집에 나온 사람들은 모두 직접 비행기를 타고 나가 임무를 하는 대원들이었다. 지상대원들이 아니었단 말이다.

그나마 커트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갑작스럽게 이어진 커트의 '무엔진 클레븐' 이야기를 들으며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허니는 제 소꿉친구의 허세 가득한 이야기를 들으며 킥킥 웃었다.


"멋진 척 뭐야."
"뭐?"
"너 설마 그러고 허세 부리고 다녔어? 이것도 멋져보이려고?"


'이거'라는 말을 하며 허니가 게일의 입에 물려진 이쑤시개를 툭툭 쳤다. 얼굴에 미소를 한가득 머금은 허니의 표정은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찾은 6살 아이처럼 빛났다.

아, 이걸로 또 엄청 놀리겠네. 게일은 그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허니의 미소에서 벌써부터 장난끼가 잔뜩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하하호호 저녁이 마무리 되는 줄 알았다.


29.

"벅이랑 버키라니, 100전대에는 별명이 부족한가보군요."
"아뇨, 그냥 병력만 부족하죠."
"불쌍하네요."
"뭐가요?"
"...밤에 비행을 했으면 대원들이 더 많았을텐데요."


존과 대화를 나누던 영국 군인이 갑작스럽게 그런 개소리나 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30.

"우리끼리 스포츠를 즐겨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분위기는 있는대로 죽여놓고 갑작스럽게 스포츠나 제안하는 영국 군인의 얼굴이 허니는 조금 짜증스럽게 느껴졌다.

동시에 걱정도 밀려왔다. 물론 지금은 존이나 커트같은 다른 대원들도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허니는 게일을 알았다. 물론 중간에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허니의 기억 속의 게일은 이런 일이 있으면 제대로 화도 내지 못 하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대충 상황을 보다가 대원들이 피해를 보기 전에 허니가 중재를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 쯤이었다.


"아주 좋은 생각이군."


그리고 그 말을 하는 목소리는 허니가 예상하지 못 했던 인물이었다.

어어? 허니가 의문을 가질 때 쯤, 목소리의 주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도 그냥 일어난 것이 아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존의 어깨를 내리누르며 화를 눌러 참는 듯이 일어난 게일의 뒷모습을 보며 허니는 오히려 당황했다.

허니의 기억 속의 14살짜리 옆 집 꼬맹이라고만 생각했던 게일이 순간 낯설게 느껴졌다.








마옵에너붕붕 게일너붕붕 오틴버너붕붕
2024.05.07 23:34
ㅇㅇ
모바일
아 존 땡깡피우는 거 왜케 웃기냨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195e]
2024.05.08 03:51
ㅇㅇ
모바일
으아아아아악 센세 어나더ㅠㅠㅠㅠㅠㅠ아니 존 땡깡을 왜 거기서 부리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게일의 낯선 모습들을 보고 한번 빠져보도록 하자....
[Code: de1b]
2024.05.09 01:27
ㅇㅇ
모바일
게일 남자다잉
[Code: 9ad5]
2024.05.14 03:16
ㅇㅇ
모바일
나 언제 100전대 입대했지? 센세의 필력에 마치 마옵에속에 빙의한것 같아요..
[Code: e0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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