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11870972
view 4003
2022.12.06 02:54
당연하게도 피닉스는 하드덱에 모인 인원 중 밥을 제외하고는 모두를 알고 있다. 해사 동기 행맨, 복좌기 훈련에서 만난 페이백과 팬보이, 하버드와 예일, 오마하와 헤일로, 그리고 파병 동기 루스터, 같은 항공모함 코요테, 다른 미션에서 만났던 프리츠까지. 그래서 원은 피닉스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하드덱에서는 초면인 대위들 사이에서의 힘겨루기가 이루어진다지만 여기서는 글쎄, 피닉스 아래에서 다 같아 보인다.



신나게 슬로우 라이드를 즐기다 루스터가 빼버린 코드에 원망도 보내고 피아노 소리에 맞춰 불덩이 같은 사랑도 부르고 나면 그제야 2차전 시작인 대위들은 아직 미션에 대해 알지 못한다. 하지만 행맨이 말했듯 미션이 고작해야 미션이지, 에고이스트 오브 에고이스트는 암묵적으로 그 말에 동의한다. 2차전은 또다시 루스터의 피아노 연주로 시작한다. 루-스터! 루-스터! 3음절이라 앞의 루를 루우로 길게 늘리는 식으로 루스터를 루우스터로 연호하면 그 이름의 주인은 보란듯이 멋지게 허리를 숙여주고는 다시 피아노 의자에 착석한다 그게 뭐라고 행맨은 헹, 하고 콧방귀를 낀다. 그의 옆 코요테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쟤 또 사라지겠네.



은밀하게 사라질 거라면서 발이 걸려 우당탕탕 넘어지고 반쯤 기어 하드덱에서 쏟아지듯 나온 주제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손바닥을 탁탁 턴다. 밥에게 스텔스 파일럿이라고 꼽줄 땐 언제고 본인은 그것마저도 못한다며 피닉스가 끌끌 혀를 찼다. 밥은 피닉스 옆에서 루스터의 연주에 흠뻑 취해서 몸을 이리저리 흔든다.



여러 곡의 피아노 연주가 지나고 마지막 곡을 신청 받으면 피닉스가 번쩍 손을 들고 외친다.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 루스터가 좋아하는 컨트리 음악에 피닉스가 좋아하는 피아노 베이스의 음악이다. 펍에서도 자주 부르고 둘이서도 자주 불렀던 곡.



Sing us a song you're the piano man
Sing us a song tonight
Well, we're all in the mood for a melody
And you've got us feeling alright



전혀 식지 않은 열기지만 마지막 곡으로 받은 만큼 루스터는 깔끔하게 피아노 뚜껑을 닫는다. 페니가 멈춘 음악 소리에 루스터 쪽을 바라보면 왁자지껄하게 앵콜을 요청하는 대위들의 머리수가 어림 잡아 열이다. 그들의 교관이 될 올드 맨은 진작에 집으로 돌아갔으니 슬슬 이 어린 양들도 돌려보낼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라는 말은 페니의 단호한 손가락에 가려지고 대위들을 따라 나머지 손님들도 자리를 정리한다. 카키색과 모래색의 군복, 근무복이 사라지면서 남은 자리에는 버드와이저 술병이 라벨 각을 맞춰 정리되어 있다. 올드맨이 낸 뒤에 주문된 술병 아래엔 젖지 않은 쪽에 술값의 지폐가 끼워져 있다. 마지막으로 루스터가 나가며 페니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굿나잇 페니, 굿나잇 루스터. 루스터가 마지막 곡으로 피아노맨을 부르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는 피닉스마저 모르는 게 있다면 그걸 알려준 사람이 행맨이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루스터와 행맨 사이에 아주 진할 뻔 했던 무언가가 있었다는 사실도. 삼단 굿절인지 삼단 뇌절인지에 피닉스와 코요테는 앙숙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나 거기에는 아주 찐한 사랑이 가미되어 있었으니, 애증이 더 맞지 않을까?



도대체 둘이 어디서부터 어긋났나 다시 생각해보면 파병 말미부터다. 연하 행맨은 루스터가 좋았고, 그땐 루스터의 다정에 울고 웃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지금의 행맨은 아주 작정하고 울지 않으려고 노력한 사람의 결과물이자 사랑을 다시는 믿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사람이지만.



“날 가지고 놀았던 거야? 루스터, 대답해봐.” 어린 게 당돌하게도 냅다 콜사인을 불어제꼈지만 같은 소위라 계급으로는 깔 게 없어 루스터는 입을 다물었다. 대답도 없이 한동안 행맨을 바라보자 그는 긍정의 답으로 받아들였고 루스터는 이 어린 애가 어떻게 이해했는지 알아챘으나 굳이 변명하거나 잡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제이크 세러신은 자존감은 더럽게 높고 자존심은 끝도 없이 높았으므로 내일이면 완벽하게 제 모습 그대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프가니스탄에 갔을 때다. 같은 부대는 아니었지만 지원하는 항공모함이 같아 둘은 그때 처음으로 얼굴을 텄다. 아무래도 단좌기들이라 훈련 내용이나 과정, 지원나가는 위치들이 자주 겹쳐 알음알음 알게 된 수준으로 알았고, 확 가까워진 건 항공모함의 프렌차이즈 카페에서였다.



프렌차이즈 카페(실명 언급이 어려운 점은 양해 부탁한다)에서도 둘의 차림은 비슷했는데 훈련->개인 운동->카페의 루트였기 때문이다. 루스터는 얼음 가득 넣은 드립 커피, 행맨은 디카페인 아이스 라떼에 저지방 우유. 그때 둘은 참 자기 같은 것도 마신다고 생각했다. 우유처럼 말랑하게 생겨서, 눈 시커먼 것처럼 까만 커피나 마시네. 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둘은 모든 취향이 비슷해서 어딘가에서 자꾸만 마주쳤다. 항모에 있는 DVD 방에서 만났을 땐 민망한 표정을, 체육관에서는 독하다는 표정을, 하다못해 항공모함 식당에서 마주쳤을 땐 돌아버리겠다는 표정으로 루스터가 말을 걸었다.



‘하, 너 나 스토킹 하냐?’ 하지만 제이크 행맨 세러신이 누구던가? 상대에게 짜증난 표정을 짓더니 새침하게 받아쳤다. ‘아닌데? 엄연하게 이 식당은 내가 먼저 왔다고, 수탉씨. 순서가 반대지 않아? 내가 스토킹 당하는 거지.‘ 그는 나에 강조하듯 손가락을 두번 구부리고는 어디서 났는지 모를 고급 냅킨에 입을 닦고 그대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루스터는 그대로 행맨 스토커가 되었고.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될 만큼의 노골적인 시선으로 행맨을 좇던 루스터는 그제야 인정했다. 자기가 더럽게 어린 애를 스토킹 중인 게 맞다는 사실과 원래 자신은 이런 사람이 아닌데 어쩌다 저 오만방자한 애새끼한테 걸렸는지. 그리고 루스터는 오랜 친구 피닉스에게 전화해 그 어린 애가 거슬린다고 솔직히 털어놓았고, 행맨이나 제이크 세러신의 이름은 쏙 빼먹었다. 피닉스는 동료의 웃기는 짝사랑인지 입덕부정기인지를 놓칠 수 없었고, 꿀잼 콘텐츠에 장작을 냅다 부었다. 그럼 진짜 좋아하는 것처럼 헷갈리게 해보던가. 맹세코 말하건데 피닉스는 먹고 버리라거나, 쓰레기처럼 어장을 치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렇게 행동하다가 좋아하는 걸 깨달으라는 의도였다. 안타깝게도 루스터는 반만 알아들었지만.




루스터행맨 루행 탑건 텔러파월
ㄴㅈㅁㅇ
2022.12.06 03:15
ㅇㅇ
모바일
피닉스 말을 반만 알아들으면 어떡함ㅠㅠㅠㅜ센세 어나더 그래서 둘이 어떻게 썸타게 되었는지도 너무 궁금하고 하드덱에서 재회한 이후도 너무 보고싶어요ㅠㅠㅠㅠㅜ루스터 행맨 좋아해서 그랬다는거 깨닫고 후회했길...
[Code: 15e2]
2022.12.06 05:41
ㅇㅇ
모바일
루스터 연주 안 듣고 도망가는 행맨ㅠㅠ 마지막엔 행맨이 알려준 노래 부르는 루스터ㅠㅠ 진짜 맛있다ㅠㅠㅠㅠ
[Code: c57d]
2022.12.06 06:28
ㅇㅇ
모바일
헐 센세 글이 중간에 잘린 거 같은데요!! 루스터가 제 맘도 다 못 깨닫고 친구 말도 다 이해 못하는 느림보 중의 느림보라니... 언제 후회해서 언제 행맨 해감하는지 어나더!!!!
[Code: 48ab]
2022.12.06 07:56
ㅇㅇ
모바일
좋다……
[Code: f244]
2022.12.06 09:49
ㅇㅇ
모바일
아니 시발 센세 n행시 장인이야 미친... 설마설마했는데 문단 앞글자가 제목이잖아요ㅅㅂ....돌았다 와시벌ㄷㄷ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피아노맨 행맨이 알려줬는데 그걸 하드덱에서 부른다고? 시발ㅠㅠㅠㅠㅠㅠ피닉스의 말 반만 알아들은 거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d7d]
2022.12.06 11:37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N행시인줄 몰랐네ㅠㅠㅠㅠㅠㅠ더 마음 아파ㅠㅠ
[Code: 09d6]
2022.12.06 22:35
ㅇㅇ
모바일
시발.... 덕분에 우리센세 천재인거 알음.....
[Code: 3ba5]
2022.12.08 20:48
ㅇㅇ
모바일
와 미쳤네.... 글 개잘쓰네ㅠㅠ알아본 너붕도 대단
[Code: db72]
2022.12.06 20:26
ㅇㅇ
모바일
아니미친 n행시로 갓글을 쓰시네
[Code: 2556]
2022.12.06 22:36
ㅇㅇ
모바일
센세는...천재야......
[Code: 3ba5]
2022.12.07 00:55
ㅇㅇ
모바일
와… n행시 미쳤어 허버허버 마히따 하고있았는데 캐
[Code: 5301]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