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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6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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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세러신 양은 제대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다시 얻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그녀는 자신이 브래들리 브래드쇼라는 별 볼 일 없는 장교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깔끔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세러신 양은 따로 형제자매가 없었다. 세러신 부인의 몸이 출산 이후 급격하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말인즉슨, 세러신 씨가 죽기 전에 세러신 양이 결혼을 하고 장남을 낳아야 세러신 가문의 토지가 뿔뿔히 흩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사실 그것과 상관 없이 세러신 부인의 유산은 모두 제인 세러신 양의 차지였기 때문에 결혼을 서두를 이유까지는 없었으나, 세러신 가문의 막대한 토지와 저택을 뺏긴다는 건 세러신 양의 세상에 있을 수 없었다. 무조건 그 땅을 세러신의 핏줄에게 주자는 게 세러신 씨와 세러신 양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빠른 시일 내에 적당한 가문의 멍청한 자제와 결혼을 했다가 자식을 낳고 금방 이혼을 할 생각이었다. 일단 후계자만 낳으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그렇지만 브래드쇼 씨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 모든 건 망가지게 되었다. 솔직히 세러신 씨가 격 떨어지는 결혼을 허락할지도 알 수 없었으며, 브래드쇼 씨와 결혼을 한다면 이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는데 또 다시 이혼을 한다는 게 그리 경제적인 선택도 아니었다. 그녀는 아침 식사를 하면서 머리를 굴렸다.

 "다른 사람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은 다음에 이혼하고 다시 결혼하면?"

 맞은편에 앉아 있던 플로이드 씨가 얼굴을 찡그리곤 대꾸했다.

 "넌 가끔 되게 요상한 소리를 하더라."
 "역시 사교계에서 평판이 안 좋아지겠지?"
 "그 모든 걸 하는 동안 브래드쇼 씨가 기다려준다는 보장도 없잖아."
 "브래드쇼 씨라고 말한 적 없는데."
 "미라마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 이름은 기억하기는 해?"

 세러신 양이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트레이스 양."
 "이름이 뭔데."
 "낸시."
 "고의로 이러는 거지?"
 "별명은 기억해. 브래드쇼 씨가 가끔 피닉스라고 부르잖아."

 플로이드 씨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러신 양은 그제야 로버트의 의도를 이해했고, 얌전히 수프를 마저 떠먹었다. 아침식사가 끝날 때즈음 세러신 양은 생각을 바꿨고, 브래드쇼 씨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돈이나 재산은 조금 부족해도 좋으니 명예라도 있다면 그녀의 아버지에게 할 말이 생기리라. 아니, 그게 아니라면 양아버지인 미첼 대령을 더 알아보면 뭔가 나올 수도 있었다. 물론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하지만 간절해질 만큼이나 세러신 양은 조급했다. 그녀는 이미 구할 방법 없이 사랑에 빠져 있으면서 제가 사랑에 빠진 납득이 갈 만한 이유를 찾으려 허우적대고 있었다.






 미라마가 좋은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마을 사람들끼리의 사이가 돈독하다는 점도 빠질 수 없었다. 그는 동네의 아주 조그마한 꼬마애의 세례식을 축하한다는 핑계로 이렇게 왁자지껄하게 모이는 사람들을 정말이지 처음 봤고 앞으로도 영원히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열 여섯이 겨우 된 소녀들은 키가 크고 어깨가 떡 벌어진 군인들에게 직접 말을 걸 용기는 없는지 그나마 가장 만만한 미첼 대령에게 쪼르르 달려가 무도회를 열어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붉은 머리에 주근깨가 콕콕 박힌 아이는 관심의 중심이 된 게 매우 신이 났는지 부모님의 품에 쏙 안긴 채 무언가를 열심히 조잘대고 있었다. 수줍은 소년이 이곳저곳을 흥미롭게 보다가 브래들리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최대한 몸을 낮춘 채 큰 손을 들어 간단하게 인사를 해주었다. 아이도 겨우 손을 마주 흔들었다. 브래들리가 씩 웃었다.

 "트레이스 양은 좋겠네요. 대부 맡길 사람이 어린 아이들을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이니까요."

 브래들리가 고개를 들었다. 세러신 양이 서 있었다. 브래들리는 방구석에서 나타샤와 플로이드 씨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고 세러신 양이 왜 제 곁으로 왔는지 이해했다. 그나마 이 방에서 말을 나눌 만큼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곤 브래들리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타샤가 정말 결혼한다는 전제 하에, 대부 자리를 저한테 맡겨준다면 그만한 기쁨도 흔치 않겠죠. 자기 자식을 믿고 책임지라고 할 만큼 저를 좋아한다는 뜻이지 않습니까. 정말 나타샤가 그 정도로 저를 좋아하는지에는 약간의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두 분은 거의 남매 같이 허물 없는 사이 아니었나요? 서로를 향한 특별한 애칭도 있으시고 말이에요."
 "피닉스 말입니까? 사실 그건 애칭이 아니고 저희가 처음으로 선물로 받았던 말의 이름입니다. 승마 시합을 했다가 지는 사람이 닭이 되고 이기는 사람이 불사조가 되기로 약속했는데, 안타깝게도 제가 져버렸죠. 지금 와 생각하면 나타샤에겐 헨(hen)보다 피닉스가 더 어울리니 제가 진 게 다행입니다."
 "겸손하신 분. 저는 그리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한정적이라 이 곳 사람들이 무척이나 부럽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있는 것은 크나큰 축복일 거에요."

 브래들리는 세러신 양이 비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칭찬을 하고 있는 것인지 단정지어 말할 수 없었다. 세러신 양 본인도 인정했듯이 그녀는 말 중간중간 자신의 본심을 흘리는 성격이 결코 아니었다. 게다가 세러신 양의 태도에는 평생을 베푸는 자로서 살아왔던 약간의 고압적인 면이 섞여 있어서 진심으로 칭찬을 하고 있을 때도 자기도 모르게 위에서 하사하는 듯한 분위기가 풍겼다. 브래들리도 자신과 나타샤의 우정이 시골 촌뜨기라 가능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성별이 중요하지 않을 만큼 물려받을 재산이 보잘 것 없다는 의미와 같았다. 하지만 브래들리는 세러신 양의 시선이 모두의 축하를 받고 있는 세례식의 소년에게 닿아 있는 것을 보고, 또 미첼 대령과 나눈 이야기를 기억했기에 조금 더 성실하게 그녀를 대하기로 했다.

 "주위 사람들에 대한 마음의 벽을 조금만 낮춘다면 이 세상 어디를 가도 좋은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거지만 사람에 대한 평가는 오로지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더군요."
 "그건 분명 브래드쇼 씨의 마음이 넓어 그런 걸 거에요. 저는 좋게 생각한 사람이 둘, 셋만 되어도 마음의 방이 꽉 차서 더 다른 사람들에게 눈이 돌려지지 않더군요."
 "그야 물론 저도 특별히 더 아끼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른 사람들을 소홀히 대할 이유가 되진 못한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세러신 양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하마터면 브래드쇼 씨에게 편애받는 기분은 어떨지 궁금하다고 말해버릴 뻔 했던 것이다. 브래들리는 그 침묵의 이유를 곰곰히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세러신 양이 다른 사람을 소홀히 한다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어머,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걱정 마세요. 따로 설명도 해주시다니 상냥하시네요."
 "혹시 다른 친구들을 사귀길 원하신다면 소개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저 쪽에 있는 제 동료들은 어떠십니까?"
 "정말 괜찮아요. 얼마 후면 우연히라도 다시 마주칠 일 없는 사람의 얼굴을 외우는 건 우리 모두의 시간을 뺏기만 할 뿐 의미가 없겠죠."

 브래들리는 이제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어떻게- 음, 대체 어떻게 하면- 사람이 조금 다른 시각으로 자신을 볼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거만함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일까? 세러신 양은 자신이 방금 브래들리의 친구들을 또 모욕한 적 없다는 듯 자연스럽게 말을 마쳤다.

 "다만 항상 국가를 위해 싸워주시는 것에 대한 감사를 대신 전해드릴 수 있으실까요?"

 브래들리는 속으로 이게 세러신 양이 친구가 별로 없는 이유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물론 그러겠다고 대답한 후 먼저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는 방금 전에 했던 대화 중에 세러신 양이 진심으로 뱉은 말은 대체 몇 마디나 될지 의심하다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 세러신 양의 말처럼 우연히라도 다시 마주칠 일이 없을 그 날은 대체 언제 오는 건지!







 미첼 대령은 소녀들의 아우성에 못 이겨 일주일 뒤에 꼭 제 집에서 무도회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미첼 대령이 무도회 따위를 좋아할 위인은 아니기 때문에, 그의 사촌인 트레이스 부인은 와서 미첼 대령을 도와주어야만 했다.

 "정말 제정신이니, 매브? 이런 커튼을 걸어놓고 무도회를 연다고?"
 "난 당최 뭐가 잘못인지 모르겠다, 브래들리."

 미첼 대령은 커튼 더미를 끌어안고 부루퉁하게 말했다.

 "다들 한 방에 모여서 손 잡고 빙글빙글 돌기만 하는데 커튼 디자인이 뭐가 중요하단 말이야?"

 트레이스 부인은 미첼 대령의 등을 살짝 때리며 불호령을 내렸다.

 "아무리 그래도 수도까지 갔다온 양반이 이런 것도 몰라?"
 "수도에 내가 놀러 갔다왔어? 캐롤 상태 봐줄 의사 데리러 간 거잖아."
 "너무 그러지 마세요, 삼촌. 세러신 양이 온다니까 더 스트레스 받아하시는 것 같은데요."

 브래들리가 어깨를 으쓱하며 피아노에 있는 먼지를 털어냈다. 미첼 대령은 그 이름에 뭔가가 생각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세러신 양이 너한테 관심이 많은 것 같던데, 브래들리."
 "정말요?"

 브래들리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는 세러신 양이 저를 좋아해주길 바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세러신 양과 미첼 대령이 저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의논했을 거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브래들리가 얼마나 교양이 부족하게 자라났는지 미첼 대령한테 말을 하거나 뭐 그랬으면 모를까.

 "그래, 지난번에 나한테 군사 재판에 다녀온 적 있냐고 물어봤었어. 안 친한 척 하더니 별 얘기를 다 했구나, 원."

 브래들리가 손을 멈췄다.

 "세러신 양이요?"
 "그래."
 "군사 재판이라면, 그 군사 재판 말씀하시는 거에요? 제-"

 브래들리가 침을 한 번 삼켰다. 이 말은 언제 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아버지 재판이요?"

 그제야 미첼 대령은 뭔가 이상한 것을 깨닫고 그를 돌아보았다.

 "네가 말해준 게 아니었니?"
 "그럴 리가 없잖아요, 삼촌."
 "그래? 이상하네. 그럼 대체 어떻게 알게 된 거지?"

 브래들리의 동공이 떨렸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왜 알게 됐느냐 였다. 세러신 양이 대관절 브래들리랑 무슨 관련이 있다고 그의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쳐보는가? 심지어 브래들리조차도 묻고 넘어간 것을? 브래들리는 찡그려진 제 표정을 들키게 하지 않기 위해서 피아노에 다시 얼굴을 박았다. 세러신 양의 머릿속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트레이스 부인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무슨 재판?"
 "그, 닉이 사고 났을 때."
 "그 때 재판 받았었어, 매브? 닉이 죽은 거랑 너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며."
 "그렇지."

 미첼 대령이 뭔가를 망설이는 듯 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삼촌, 이 피아노 이제 못 쓰겠어요."

 브래들리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는 미친듯이 쿵쿵대는 심장을 무시하며 응접실을 나갔다. 그런데, 뒤에 이어지는 말이 무엇이든 들을 자신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그랬다. 브래들리는 일주일 후가 영영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상태로라면 세러신 양에게 달려가 무엇을 더 알고 있냐고 물어보는 동시에 왜 내 아버지에 대해 캐묻고 다니냐고, 그게 당신이 말하는 교양이냐고 실망하여 소리칠 것 같았다.








 닉 브래드쇼 씨와 피트 미첼 대령이 막역한 친구 사이였다는 건 딱히 비밀이 아니다. 닉의 아들인 브래들리를 미첼 대령이 맡아 길렀다는 점이 그렇다. 피트 미첼 대령과 닉 브래드쇼 씨가 같은 전쟁에 나갔다는 것도 딱히 비밀이 아니다. 당장 닉 브래드쇼의 군번줄을 비참한 표정으로 캐롤과 갓난아기인 브래들리에게 전해준 것이 미첼 대령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 당시에는 대령이 아니고 미첼 씨였지만.) 

 그러나 세상에는 비밀은 아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미첼 씨와 브래드쇼 씨가 같은 부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점점 의견 차가 벌어졌다는 것이 그 중 하나다. 두 사람은 원래 말을 타고 가장 먼저 앞으로 나가 상대를 창으로 찔러버리는 용감한 전사들이었다.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미첼 씨가 먼저 말을 타고 달려나가면 브래드쇼 씨가 뒤에서 장총을 겨냥하고 호위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브래드쇼 씨에게 아이가 생기고 모든 게 변했다. 그는 더 이상 공훈을 늘리는 것보다 명줄을 늘리고 싶어 했다. 당시 같은 막사를 쓰던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브래드쇼 씨는 미첼 씨에게 몸을 조금 사려도 될 것 같다며 그를 설득하려고 했다고 한다. 기나긴 토의의 끝에 미첼 씨는 브래드쇼 씨에게 동의했다. 무엇보다도, 브래드쇼 씨가 미첼 씨에게 "내 아들에게 아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한 게 큰 인상을 남긴 탓이었다. 미첼 씨도 전형적으로 전쟁으로 아버지를 여읜 사내였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틀 후 브래드쇼 씨가 죽었다. 어이 없게도 오발 사고였다. 그러나 그 총을 마지막으로 건네준 게 미첼 씨였다는 점, 상기했듯 브래드쇼 씨와 미첼 씨가 마지막 몇 주 동안 입씨름을 벌인 것을 모두가 들은 점 등을 들어, 평소에도 상관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출동해 개인적으로 부대 전체의 사기를 고무시키는 등 상관들의 골칫거리였던 미첼 씨가 브래드쇼 씨의 죽음에 '책임이 있을 지도 모른다' 는 의문이 제기했다. 하지만 이어진 군사 재판에서 미첼 씨는 무죄로 밝혀졌다. 속죄라도 하듯 어린 브래들리를 도맡아서 키우기까지 했다. 브래들리는 열 다섯 살 때 일련의 이야기들을 미첼 대령에게 직접 들었다. 미첼 대령이 그에게 직접 재판 당시의 서류들을 건네주기까지 했다.

 "네가 어느 정도 크면 얘기해주자고 캐롤과 약속했어."

 미첼 대령은 슬픈 눈을 하고 말했다. 침대에 혼자 남은 브래들리는 그 서류를 빤히 보다가 첫 장을 넘겼다. '브래드쇼 씨는 매우 성실한 군인으로, 특히 총을 잘 썼는데 그 날따라 총을 따로 검사하지 않은 점이 무척이나 의심스러우며...' 첫 문장을 채 끝내지 못하고 그는 덮었다. 브래들리는 그 서류를 서재더미 아래, 아주 깊은 곳에 넣고 묻었다.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았다. 브래들리에게는 소중한 사람이 몇 없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미첼 대령의 집도 자신의 진짜 집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브래들리는 굳이 재판의 내용을 하나하나 읽고 미첼 대령을 볼 때마다 혹시하는 의심을 품고 싶지 않았다. 미첼 대령마저 없다면, 브래들리는 이 세상에서 맹목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었다.

 브래들리는 이윽고 미첼 대령의 곁을, 그리고 미라마를 떠나 입대를 결정했다. 그는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며 그 결정엔 어느 정도 도피하고픈 마음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머릿속이 말할 수 없이 복잡했다. 세러신 양의 부주의한 한 마디가 감당하기 어려운 그 자신의 결점을 마주하게 했다. 그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의 결핍을 지금 와서 다시 읊는 것은 하등 도움이 될 게 없었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운 행위를 하도록 결정했다. 그것은 세러신 양이 대체 왜 이십 년은 훌쩍 지난 일을 들쑤셨는지에 관한 생각이었다. 브래들리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다음 주 무도회에서 직접 물어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루스터행맨ts
다른 사람들을 위한 마음의 방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마음에 둬본 적 없다는 말. 다르게는, 그만큼이나 결핍이 크고 넓다는 말
2022.12.11 23:19
ㅇㅇ
모바일
아니 행맨 일단 루스터가 자기랑 바로 결혼한다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자신감이 커여운데ㅠㅠㅠㅠㅠ루스터의 오해가 ㅠㅠㅠㅠㅠ얼마나...ㅠㅠㅠㅠㅠ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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