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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18:33
"첩은 무슨 첩이야."
아직은 어리숙하고 예민한 청소년 시기의 소공작 칼럼 터너의 첩이 도착하는 날이건만 여전히 칼럼은 툴툴거리기만 했겠지. 대를 이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명령도 어머니의 당부도 신하들의 조언도 다 귀찮기만 했으니까. 게다가 칼럼은 이 첩과 정부 제도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이 없을 수가 없는 게 칼럼의 어머니 또한 정실부인이 되지 못한 첩이었으니까. 레이디 터너가 되지 못한 그녀는 훗날 죽어서도 터너 가 묘지에 남편과 아들 곁에 묻힐 수 없었지. 그런 칼럼이 어떻게 베네게세리트에서 보내오는 대를 잇기 위한 씨받이용 첩을 좋은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겠어. 어쨌든 칼럼의 첩이 될 베네게세리트가 탄 마차는 성에 무사히 도착했고, 공식혼인이 아니니 혼인식 대신 초야식으로 바로 이어졌겠지. 칼럼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베네게세리트를 오늘 밤 안아야 한다는 사실에 잔뜩 스트레스를 받아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는데 그런 그를 달래는 건 어머니의 몫이었겠지.
“긴장하지 말고, 아기집 안에 씨만 뿌리면 된다. 그거면 네 몫은 끝나는 거야.”
그게 칼럼의 심기를 더 거슬리는 줄도 모르고. 결국 초야식은 이루어졌어. 사랑도 감정도 없는 아이를 만들기 위한 정사가 상대방에게도 좋을 리는 없었기에 칼럼은 최대한 빨리 초야식을 끝내고 싶었어. 사랑방의 문이 굳게 닫히고 방안에 칼럼의 첩과 칼럼이 남았지만 둘 사이에 대화는 없었지. 칼럼이 먼저 입을 열기 전 첩은 먼저 말을 걸 수 없었으니까. 칼럼은 천천히 침대에 앉아있는 베네게세리트에게 다가갔어. 혼인이 아닌 장례를 치르는 듯한 검은 베일을 머리 위에 뒤집어쓴 베네게세리트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조용히 칼럼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지. 칼럼이 서늘한 기운에 약간 몸서리치며 조심스럽게 베일을 위로 올렸어. 마침내 앞으로 평생을 함께 해야 할 첩이 그 모습을 드러냈지.
신이 있다면 칼럼에게 이럴 수가 있을까. 칼럼은 말을 잃었어. 물론 오늘 초야식에서 대화를 시작할 생각은 없었지. 그러나 혀가 굳은 듯 입을 열어도 말이 나오질 않았어. 잠시 굳어있던 칼럼은 겨우 띄엄띄엄 몇 단어를 내뱉었지.
“그대의 이름은.”
베네게세리트가 정체를 밝혔어.
“오스틴입니다, 마이 로드.”
칼럼은 지난날의 신념을 저버리는 짓을 하기로 마음먹었어. 자신의 첩을 평생 몸과 마음을 바쳐 사랑하겠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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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작하는 둘의 이야기가 보고 싶다...
칼럼오틴버 칼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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