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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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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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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병원에선 그가 걱정하는 일은 없었다. 이미 천막 안팎으로 부상당한 각기 다른 소속들의 군인들이 즐비했기 때문이었다.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들이 겨누는 총은 이제 누굴 향하는지 알 수조차 없게 되었다. 이 전쟁의 승자는 오직 정치인들 뿐이었다.

그는 숲길을 내려가지 않겠다던 초반의 모습과는 달리 순순히 내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정확한 진료는 높으신 간호장교들에게 맡겨야했지만 간단한 처치나 상처를 봉합하고 마무리하는건 이곳 전쟁터에서 몇년을 구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의 왼쪽 옆구리에 박힌 총알을 뽑아내고 빠르게 봉합을 마쳤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피묻은 붕대들을 세탁하여 그의 복부에 둘렀다. 상처가 터지지 않게 단단히 고정시켜야했기에 그를 두 팔로 크게 껴안듯 붕대를 감아야했다.

그는 내가 상처를 치료할 때만 해도 몸을 떨지 않았는데 유독 내가 붕대를 감을 때만 커다란 몸을 움찔거렸다. 나는 그 행동을 영 이상하게 느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너무 세게 묶었나요? 아파요? 느슨하게 풀어드릴까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가 붉어진 목덜미와 귓바퀴를 벅벅 긁어내며 내 시선을 피했다. 난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하며 마저 그의 등을 끌어안으며 제대로 붕대의 매듭을 지었다.

그의 품에서 떨어져나가며 난 침상 위에 잠깐 걸터앉았다. 그의 우뚝 솟은 키높이에 맞춰 고개를 들어올리다보니 뻐근했는데 높은 침상 위에 잠시 걸터앉자마자 그 통증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난 의미없이 헛웃음을 흘리며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쪽 키가 참 크시네요. 뭘 먹었길래 이렇게 커요?"

그는 내 시덥지 않은 농담에도 웃지 않더니 흘긋 나를 보곤 엉뚱한 대답만 늘어뜨렸다.

"..내 이름 그쪽 아니고 조지 맥카이예요."
"..네?"

난 눈을 깜빡거리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심통난 어린애처럼 다시 한 번 제 이름을 똑바르게 발음했다.

"..조지 맥카이."
"..."
"..그게 제 이름이니까 앞으로 조지라고 불러달라고요.."

내 시선을 피하며 끝말을 얼버부리는 조지였다. 난 그런 조지의 모습에 입꼬리를 당겨웃으며 나도 모르게 조지의 머리카락을 톡톡 쓸어내렸다.

"알겠어요, 조지."
"..."

그가 다시 한 번 빨간 화로처럼 두 귀를 붉혔다.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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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병원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이곳 야전병원은 본국에서 연락이 끊긴지 오래되었다. 부상병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서 터를 세우고 또 이동하기를 여러번, 포가 터지고 지뢰가 사방팔방으로 폭발하면서 유일한 비상연락통신망이 망가지고 말았다.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다친 이들을 치료하면서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게 되었던 건.

사실 그 시점은 우연이었다. 다시금 천막을 치고 터를 잡은지 한시간이 안 되어 가까운 곳에서 지뢰가 터졌다. 누군가가 그 길목을 지나다가 당한 변이었는데 간호장교와 보조인력이었던 내가 그 폭발음과 비명소리가 난 근원지를 찾아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앳된 적군 한명이 다리를 잃고 울부짖고 있었다. 사람이 다치고 죽는걸 여러번 봤지만 볼때마다 그 끔찍한 고통은 적응되지 않았다. 간호장교는 몇번 치료하기를 머뭇거리다가 살려달라고 발악하는 처절한 목소리에 결국 내가 먼저 그 적군에게 다가갔다.

정신없이 지혈을 하고 소독약을 퍼부었다. 생살에 봉합이 시작되자 혼절할 정도로 고통에 시달리는 부상병이었다.

그 부상병을 시작으로 이제 인도적인 차원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천막친 이 야전병원에는 이제 각기 다른 군복을 입은 부상병들이 누워있었다. 고립된 최악의 상황 속에서 폭격음이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회복할 시간이 어느정도 마련되자 떨어진 살점에 하나둘 새살이 돋기 시작하였다. 고통에 얼룩진 얼굴들엔 어느새 안도와 평온이 깃들어있었다.

서로가 적이었는지도 모르는 살얼음판같은 상황 속에서 그나마 제 또래라는 공통점은 그들이 서로 말이 통하게 되었다.

언어가 다른 이들도 공통적으로 집과 가족에 대한 바디랭귀지가 통했는지 서로의 가족사진을 바꿔보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회복의 동기를 찾고 집으로 돌아갈 날만 희망을 곱씹고 있었는데,

유독 조지만이 침묵을 지키며 홀로 병상을 지켰다.

환부를 소독할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조지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조지는 인기척에 나를 올려다보았다. 조지는 익숙하게 제 군복을 올렸고, 난 소독약과 빨아 쓴 헌 붕대를 꺼내며 조지에게 말을 건넸다.

"왜 늘 혼자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랑 얘기도 하고 그래요."
"..얘기해봤자 뭐해요. 어차피 다 죽을 목숨인데."

조지는 내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난 핏물에 젖은 붕대를 감아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이렇게 치료해주는 것도 의미없잖아요."
"..."
"남겨진 가족들 생각해야죠. 사랑하는 사람 없어요?"

조지는 내게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난 그런 조지의 눈길을 받으며 나도 모르게 내 왼손 약지에 끼워진 결혼반지를 돌렸다. 조지가 말했다.

"그러는 선생님은요?"
"..네?"
"그 결혼반지 주인.. 남편이죠?"

조지가 고개를 숙이며 가만히 내 결혼반지를 바라보았다. 난 왼손을 느리게 움켜쥐며 야니스를 떠올렸다. 그때의 행복했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네."
"..남편도 군인이에요?"
"..네, 맞아요."
"..."
"..사실 저 남편 찾으러 여기 왔어요."
"..."
"되게 무모하죠?"

난 억지로 입꼬리를 당겨웃으며 씁쓸하게 말했다.

"처음엔 살아있을거라고 확신했는데.."
"..."
"..하도 죽고 다치는 분들을 자주 마주하다보니.. 이제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
"..이제 그의 얼굴이 어렴풋하게만 떠올라요.."

난 슬픈 눈으로 내 결혼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때 조지가 내 왼손을 강하게 부여잡으며 내게 말했다.

".괜찮아요."
"..."
"..괜찮을거예요."

그가 살아있을거라는 확정도, 모든 일이 다 잘 풀리리라는 단언도 아니었지만 난 조지의 담백한 그 두 마디 위로에 어쩐일인지 기운을 낼 수 있었다.










54.

드넓은 전쟁터 곳곳을 누빈지도 대략 5~6년이 흐른 것 같다.










55.

역시나 기대하지 않았으나 최악은 더 가까이에 있었다.













56.

또다른 곳으로 야전병원을 옮긴지 고작 삼십칠일 째,
우리는 완전히 포위되었다.









57.

부상당했던 군인들이 호전되어 다시금 총을 들고 돌아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를 여러번. 조지도 마찬가지로 내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그 깊은 숲길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58.

소속을 잃고 인도적인 차원으로 다친 사람들을 여러명 치료하고 살렸지만 적이라는 누명을 지울 수가 없었다.










59.

내가 누군지 증명하는 일은 이곳에서 하등 쓸모가 없었다.










60.

뺨을 맞고, 군화로 짓밟히고, 억세게 머리카락을 휘어잡는 손길이 이어졌다. 그들의 딱딱한 발음이 내 귓가에 꽂혔다.

- 소속을 밝혀라.
- 어디에서 온 누구냐.









61.

이제 나도 잘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운명의 주사위에 걸려있었다.










62.

내가 감금된 방으로 매번 다른 군인들이 찾아온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게 진실을 요구했고, 난 세상에 부끄러움 하나없이 진실을 밝혔다.










63.

"..내 이름은 허니 비고, 난 남편 찾으러 여기까지 왔어요.."









64.

스파이니 뭐니 그런건 다 모르겠고, 단 한 가지.

야니스가 보고 싶었다.










65.

..이제 군인들은 진절머리나게 싫었다.

죽어가는 군인도, 윽박지르는 군인도, 매서운 발길질을 휘두르는 군인도..










66.

퉁퉁 부은 눈을 힘겹게 떴다. 누군가가 또다시 내 이름을 호명했다.

무슨일인지 소속을 밝히라고 소리지르지도 않는다.










67.

..이제 좀 믿어주려나..

이 감옥같은 방에서 썩은지 1년이 지나서야 믿어주다니.. 이 사람들의 믿음은 정말 어디서부터 오는지 원망스러워졌다.










68.

"..허니 비.. 허니.. 허니 비.. 허니.."









69.

..그만 좀 부르지. 내 이름 닳겠네.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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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제발 정신 좀 차려.. 나야.. 야니스.. 허니.. 제발.."

..내가 또 꿈이라도 꾸는가보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그 얼굴을 말도 안되게 여기서나 보고 말이다.

그것도 내가 모르는 낯선 군복을 입은 야니스를 말이다.





야니스너붕붕
맥카이너붕붕
2023.02.06 02:36
ㅇㅇ
모바일
미쳤다 드디어 만났네ㅜ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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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02:41
ㅇㅇ
모바일
ㅜㅜㅜㅠㅜㅜㅠㅜㅜㅜ살아있었어ㅜㅠㅠ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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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02:51
ㅇㅇ
모바일
ㅁㅊ드디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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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08: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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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ㅏ 근데 왜 낯선 군복이야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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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08:47
ㅇㅇ
헉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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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09: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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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었어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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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10: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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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드디어 만났네ㅠㅠㅠㅠㅠ왜 낯선 군복인데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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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11: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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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 둘이 만났는데 왜 더 찌통이 되는거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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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15:29
ㅇㅇ
내센세가 성실수인이라니ㅠㅠㅠ사랑해 센세
[Code: 4bd6]
2023.02.06 16: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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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ㅠㅜㅜㅜㅠ왜 원래 군복이 아닌건데ㅠㅜ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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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16: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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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ㅏ아ㅏ 둘이 만났어!!!! 가슴 쫙쫙 찢기는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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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20: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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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군복이라는 거에서 심장이 철렁했어요 센세 ㅠㅠㅠ 둘이 만나서 너무 좋은데 불안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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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22: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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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내센세ㅜㅜㅜㅜㅜㅜ아니 몇년씩 진창에서 구르다가 겨우 만났는데 왜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거야ㅜㅜ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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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23: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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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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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7 01: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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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낯선 군복이야ㅠㅠㅠㅠㅠ드디어 만났ㄴ는데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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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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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쉬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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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2 01: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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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니스 대체 머선일이고ㅜㅜㅜㅜ
[Code: 805d]
2023.02.12 22: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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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분위기 쩔어...
[Code: 228b]
2024.04.22 03: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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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이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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