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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7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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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아크는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가 불쌍한 일루를 닦달해 쉬지 않고 아와아틀루로 헤엄쳐 왔다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멧카이나 사람들의 질문을 피해 다시 삼형제 바위로 헤엄쳐 근처의 암초에 죽치고 앉은 지 벌써 만으로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먹고 마신 것이라고는 물 몇 모금 뿐인데도 별로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만 눈 앞이 핑 돌 뿐이었다. 저 밤하늘의 별들도 반짝거리며 흔들린다.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로아크는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곡조를 흥얼거리다가 얼굴을 굳혔다. 이 노래가 어디서 온 지 기억해낸 까닭이다. 자신이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였을 적. 아버지가 어디서 왔는지 듣고 싶어 아버지를 졸랐을 때. 네가 알아서 좋을 것이 없다고 난처한 얼굴을 하던 아버지가 자신이 울먹이기 시작하자 이걸로 봐달라고 웃으며 자신을 토닥이며 부르던 노래였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듣던 자장가. 스카이 피플들의, 노래. 아버지를 죽인 스카이 피플들의...

 

“지랄하네...”

 

아버지를 죽인 건 너잖아. 머릿속에서 또 다른 자신이 차갑게 속삭였다. 로아크는 딱히 거기에 반론하거나 하지 않았다. 지그시 눈을 감았을 뿐.

 

아버지를 직접 죽인 것들은, 그의 몸에 총알을 박아 넣은 것은 스카이 피플들이다. 나비의 몸으로 되살아나면서까지 아비를 쫓아온 악마의 집념이다. 하지만 그 악마에게 아버지를 가져다 바친 것은 누구인가?

 

파야칸과 스파이더를 구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할 수 없다. 하지만 살피지도 않은 채 무작정 밀고 들어간 것은. 좀 더 다른 방법이 분명 있었을 터였는데 무모한 반항심과 정의감에 몸을 맡긴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그러니 제가 아비를 죽인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데도. 아버지는 돌아와주었다. 그런데도.

 

아버지가 돌아왔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가족들 틈에 섞여 자신의 허물을 떠내려 보냈다. 없는 척을 했다. 아버지가 돌아왔으니 자신의 죄가 사라질 거라 믿었다. 이번에는 잃지 않을 거라고. 그러면 될 거라고. 그래서 아버지가 물에 빠져 허우적댈 때, 필요 이상으로 겁을 먹었다. 그래서 화를 냈다. 윽박질렀다. 그것이 죄를 거듭 쌓아올리는 것이라고도 모르면서.

 

그 결과가 이 모습이다.

 

아버지와 형이 언성을 높이는 것을 들었을 때- 아버지가, 기억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잊어버린 줄 알았던 죄의식이 로아크를 후려쳤다. 그가 돌아왔다고 하여 있던 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너무나 늦게 깨달아버려서. 그런 주제에 아버지를 직접 마주 볼 용기는 없어서. 그의 입에서 나올 책망을 듣기가 무서워서. 일루에 타서. 헤엄치고 헤엄치고 헤엄치고...

 

하지만 아무리 헤엄쳐도 그의 죄는 씻기지 않아서.

 

 





 

아와아틀루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만난 것은 해안가에서 그물을 던지고 있던 아오눙이었다. 그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집에 간다고 나간 녀석이 얼마 되지도 않아 아쿨라라도 만난 것처럼 혼비백산해서 다시 돌아왔으니까. 실제로 가장 먼저 한 말도 그것이었고. 제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가로로 젓자 아오눙은 자신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었더랬다.

 

‘너...제이크랑 무슨 일 있었냐?’

 

왜 이렇게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로아크? 야, 로아크!!

 

 

 

사실 그 뒤의 말은 잘 듣지 못했다. 다시 바다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삼형제 바위까지 헤엄쳐 와서, 지금까지 이 꼴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로아크는 혼곤한 정신으로 멍하니 생각했다.

 

파야칸- 자신의 영혼의 형제를 따라, 툴쿤을 따라 자신도 남쪽의 대해로 떠나 버릴까. 아니, 그건 안될 말이었다. 아직 스카이 피플과의 대치는 계속 되고 있었으니까. 만약 스카이 피플들을 내버려 두었다가 아버지가 다시, (떠올리기도 싫었다) 한다면 자신은 그때야말로 무너질 것이었다.

 

토노와리에게 부탁해 자신을 최전선으로 보내달라 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다른 부족에게 잠시 의탁하며 그들을 도와 같이 싸우는 게 나을까.

 

아니, 아니지. 그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아버지를 다시 찾아가는 것이었다. 가서 자신의 죄를 고하고 그가 자신을 꾸짖기를 기다리는 것. 분명 아버지는 이번에야말로 자신에게 실망하겠지만, 다시는 꼴도 보기 싫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오히려 받게 될 벌이 기꺼웠다. 좋은 생각이었다. 그래, 그래야겠다.




 

정말로?

 

또 다른 자신이, 다시 한 번 속삭였다. 이번의 목소리는 로아크를 비웃지 않았다. 여린 목소리였다. 여리고 어린 목소리.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사실은, 아버지에게 용서받고 싶은 게 아니라?

 

 

 

“아냐.”

 

그럼 왜 아버지에게 돌아가지 않는 거야?

 

여전히 조심스러운 목소리였지만 로아크는 벌레가 자기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 것처럼 머리를 거칠게 흔들었다. 미간이 일그러졌다. 차라리 벌레가 귀에 들어온 거였다면. 그래서 머릿속에서 끄집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쳤을 뿐이다. 며칠 사이에 아와아틀루와 집을 왕복하느라, 지치고 힘들어 잠깐 그럴 엄두를 못 낼 뿐이다. 조금 쉬고, 조금만 쉬고 나면 바로 다시 집으로 찾아가서. 아버지에게.




 

사실은, 아버지가 찾으러 오는 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아니야!!”

 

로아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시야가 핑 돌았지만 상관하지 않고 몸을 꼿꼿히 세웠다. 꼬리가 휙 위협적으로 흔들렸다. 빙빙 돌아가는 시야 속에 어린 자신이 보였다. 스파이더를 구하러 가겠다고 했을 때의 자신. 무모한 반항심과 정의감에 몸을 맡겼었던 자신. 싫어서싫어서 견딜 수 없는 나약한 나.

 

그것이 불안한 눈망울로 자신을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아빠가 나를 구하러 오셨으면 좋겠어.

 

 

 

훅, 숨이 막혔다.

 

“그런 거 아니, ....!”

 

로아크가 소리를 지르려 했을 때였다.





 

“--크!”

 

멀리서 소리가 들려왔다.

 

암초에 부딪히는 파도에 묻혀 대부분이 묻혀 들렸지만 로아크의 귀는 그 소리가- 목소리가 누구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크!!”

 

물결을 가르고 일루 한 마리가 이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 일루에 타기보다는 일루의 목에 매달려 있다는 편이 더 어울리는 어린 나비가 불안한 자세로, 하지만 입가에 한 손을 대고 있는 힘껏 외치고 있었다. 일루도 그에 맞춰 앞지느러미로 물을 첨벙첨벙 내리치며 울어댔다. 누구를 찾는지는 분명했다. 그가 누구인지도.

 

왜 여기 오신 거에요. 어떻게 오신 거에요. 여긴 위험해요. 다른 나비들도 없이 여길 오시다니, 위험해지면 어쩌시려고. 조금만 있으면 제가 갈 거였는데. 아버지에게 사과드리려고 했는데. 사과드리고 어떤 벌이든 받으려고. 소용돌이처럼 생각과 감정들이 뒤죽박죽 섞였다. 뭘 해야 될지 알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는 분명 어떻게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저도 모르게 몸이 한 발짝 물러났다. 물러난 뒤꿈치가 바위를 헛디뎠고, 몸이 순간 크게 휘청였다. 금방 중심을 잡았지만 그 큰 움직임과 소리는 제이크가 그를 찾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고개를 들어올리자 눈과 눈이 마주쳤다.



 

“로아크!!!”

 

아버지.





+) 제이크가 제이크 설리였다는 건 멧카이나에서는 토노와리네와 롯토만 알고 있는 사실임. 롯토는 토노와리에게만 이 사실을 알렸고 토노와리는 가족들을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는 함구하기로 했었다. 제이크 설리가 돌아왔다고 해도 제이크 설리로 살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를 위해. 

아바타
2023.02.07 23:38
ㅇㅇ
모바일
끄아아아아악 센세가 오셔ㅛ다ㅠㅠㅠㅠㅠ
[Code: 6650]
2023.02.08 00:41
ㅇㅇ
사실은, 아버지에게 용서받고 싶은 게 아니라? 그럼 왜 아버지에게 돌아가지 않는 거야? 사실은, 아버지가 찾으러 오는 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아빠가 나를 구하러 오셨으면 좋겠어.

센세 진짜 가슴이 먹먹해서 터져버릴 것 같아요ㅠㅠㅠㅠㅠㅠ로아크 자책의 깊이가.....내가 다 빠져죽을 것 같아ㅠㅠㅠㅠ 어서 제이크와 대화를 해 로아크ㅠㅠㅠㅠㅠ 제이크도 죄책감 그만 걷어내길 ㅠㅠ
[Code: 481b]
2023.02.08 00:14
ㅇㅇ
모바일
크아아아아아아악~!!!!!!!!!!미쳣다ㅠㅠㅠㅠㅠㅠ
[Code: 8dcb]
2023.02.08 00:31
ㅇㅇ
모바일
아빠가 나를 구하러 오셨으면 좋겠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제이크 찾아온거 미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모습이 작아져도 아들 구하러 오는 제이크 눈물난다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780]
2023.02.08 00:33
ㅇㅇ
모바일
센세 오밤중에 눈물훌리고 있다 내 센세가 돌아왔다니!!!
[Code: b5a1]
2023.02.08 00: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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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아크 혼날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용서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게 찌통이다ㅜㅜㅜㅜ 그리고 제이크가 찾으러 와서 분명히 기뻤을듯ㅜㅜㅠㅠ
[Code: 128f]
2023.02.08 01: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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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아크ㅠㅠㅠㅠㅠㅠㅠㅠ아니 진짜 감정의 소용돌이에 파묻힌 로아크 너무 짠한데 그 사이를 뚫고 힘겹게 바다를 건너온 제이크가ㅠㅠㅠㅠㅠ진짜 센세는 최고야 센세 헐리우드 가자ㅠㅠㅠㅠㅠㅠ
[Code: 93d0]
2023.02.08 01: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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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아이씨유........ㅠㅠㅠㅠㅠㅠㅠ 이 부자를 어떡하면좋아
[Code: c7b1]
2023.02.08 01: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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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아이씨유센세ㅠㅠㅠㅠㅠㅠㅜㅜㅜ미칠것같아요
[Code: 5b6c]
2023.02.08 01: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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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아크 마음이 너무나 잘 전달되어서 가슴 먹먹하게 읽어내려가는데 '아직 일루에 타기보다는 일루의 목에 매달려 있다는 편이 더 어울리는 어린 나비가 불안한 자세로' 여기서 터짐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린 몸으로 힘껏 외치며 찾더니 아들 구하러오는거ㅠㅠㅠㅠㅠㅠㅠ 센세 아이씨유.... 내 센세를 봅니다
[Code: 1c21]
2023.02.08 01: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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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설리가 돌아왔다고 해도 제이크 설리로 살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를 위해.' 이것도 미쳤다 토노와리ㅠㅠㅠㅠㅠ 센세 무순에서 나비들 왜 나름의 생각도 깊고 멋있고 그러냐... 하 진짜 너무 좋다
[Code: 1c21]
2023.02.08 01: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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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 돌아오셔따ㅜㅠㅠㅠㅠㅠ아이씨유ㅅㅔㄴ세ㅠㅠㅠ
[Code: fa3b]
2023.02.09 02: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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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가 돌아왔다ㅜㅜㅜ하 제이크랑 로아크가 만나서 얘기하는 거 너무 기대돼요 센세 어떻게 풀어나갈지 네테이얌처럼 서로 상처만 드러내고 집착만 심해진채 끝나는 건 아닐지 다 좋아 사랑해
[Code: 40a0]
2024.01.03 02: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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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 센세를 기다리고 있어..
[Code: d8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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