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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03:31
결국 세러신이 세러신 하게 되는 거 bgsd...

세러신가는 정계에서 한 가닥하는 집안으로 정평이 나 있었음. 겉으로는 수려한 외모와 어마어마한 재력, 그리고 뛰어난 정치가 기질이나 수완 등으로 많은 사람들의 선망을 받는 집안이었지만 사실 그 속은 겉보기와는 많이 달랐지. 가장 대표적인 예시를 하나 들자면 어머니를 납치하고 감금하다시피 해서 결혼한 아버지 정도일까. 제이크 "행맨" 세러신은 그런 아버지가 지긋지긋했음. 또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탓인지, 혹은 세러신가에 그런 피가 흐르기라도 하는 건지는 몰라도 다른 형제들도 별반 다를 바 없었기에 더더욱 자신이 '세러신'이라는 것이 싫어졌겠지. 그래서 행맨은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지 않았음. 오히려 반항하는 마음에 해군사관학교로 진학했고, 군인이 되고 나서는 단 한 번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지. 난 절대 그 '세러신'이 아니라는 마음가짐 하나로.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 반항심 가득하던 행맨은 어느새 소령 진급을 앞둔 대위가 되었고, 탑건 미션의 후보생으로 노스 아일랜드에 도착했음. 성격이야 삐뚤었으나 태생이 부잣집 도련님이라 잘 빠진 외모와 함께 숨길 수 없는 부티와 귀티, 특유의 뺀질거림과 능글맞음으로 늘 금발의 글래머 핫걸들만 만나왔던 행맨은 한여름의 노스 아일랜드의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난생 처음으로 제가 '스텔스기 조종사'라고 부르며 빈정거렸던 밥과 햇볕 만큼이나 뜨거운 사랑에 빠졌고, 불같은 연애를 시작했겠지. 그리고 스스로 생각했음. 역시 난 아버지와 다르다. 내 몸에는 저런 피가 흐르지 않는다, 하면서. 밥을 가볍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음. 오히려 결혼을 하게 된다면 밥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정도로 행맨에게 밥은 행맨 자신보다도 소중한 사람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처럼 밥을 가두고 강제적으로 저만 바라보게 하고 싶지는 않았음. 밥은 하늘에서 눈을 반짝이며 미션을 수행할 때가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아름다운 사람이었으니까. 행맨이 그 모습에 반하기도 했고. 그래서 밥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오고 싶지는 않았음. 행복, 자유, 하늘. 로버트 플로이드가 사랑하는 그 세 가지를 전부 평생 안겨주고 싶었겠지. 밥이 부대원들에게 예쁨 받는 것도 나쁘지 않았어. 물론 좀 질투는 났지만, 그게 밥을 가두고 싶다는 뜻은 아니었거든. 내 눈에도 이렇게 예쁜데, 남들 눈에라고 안 예쁠까. 모두에게 사랑받는 막내 대위는 저와 단 둘이 있을 때 더욱 사랑스러웠으니, 행맨과 밥의 연애 전선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음. 싸움이라곤 해본 적도 없었겠지. 어떻게 청산한 업보인데 또 다시 차곡차곡 업보 쌓을 순 없으니 밥 한정으로 유들해지는 행맨에다가 행맨 한정으로 느슨해지는 밥이라 그저 꿀만 뚝뚝 떨어지는 연애였음.

하지만 그러다 결국 사건이 터지겠지. 밥이 르무어를 떠난다는 소식이 들려왔음. 기지야 넓지만 이 판이 어지간히 좁아야 말이지. 다들 그럼 행맨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수근거렸음. 르무어 내에서 제이크 세러신과 로버트 플로이드가 핫한 연애를 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당장에라도 밥의 부대로 쳐들어가고싶은 걸 참은 행맨은 근무가 끝나기 무섭게 밥의 관사로 향했음. 부서질 듯이 문을 열어젖히고 성큼성큼 걸어들어가면 태연하게 카우치에 기대 책을 읽고 있는 밥이 보였음. 화내지 말자. 화내지 말자. 혼자 스스로 그렇게 다짐하면서 행맨은 밥의 어깨를 붙들었음. 얼마나 집중하고 있었기에 제가 온 것도 몰랐는지 그제서야 동그래지는 파란 눈이 보였음. 어, 행맨. 언제 왔어? 새로 빌린 책 읽는다고 온 지도 몰랐... 베이비, 다른 부대로 가는 게 사실이야? 느릿한 밥의 목소리를 끊어먹고서 행맨이 불쑥 질문했음. 행맨이 그렇게 묻자 당황한 듯 밥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리는 게 보였지. 그게, 음... 아직 확정은 아니야. 근데 어디서 들었어? 그 말에 실소가 터지려고 했음. 하, 어디서, 어디서 들었느냐고... 밥의 어깨를 붙든 행맨의 손에 힘이 들어갔음. 아파, 행맨! 미간을 찌푸리며 제 손을 탁 쳐내는 밥을 바라보는 행맨의 녹안이 짙게 물들어가고 있었음. 내가 이 얘기를 남한테 들어야 돼, 베이비? 답지않게 흥분한 행맨의 목소리가 으르렁거리며 울렸음. 여전히 어깨가 아픈 듯 제 어깨를 문지르며 밥이 대답했지. 다 정리되면 말하려고 했어. 결정난 건 아직 아무것도 없어. 꼭 저를 몰아붙이듯 말하는 행맨 탓에 밥도 조금 빈정이 상한 듯 보였음.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며 툴툴거리는 밥을 향해서 대체 부대를 옮기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 행맨이겠지. 군인이 제 부대를 떠난다는 건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야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니까. 새 미션에 차출됐어. 해보고 싶었던 미션이고, 끝나면 아마 거기서 꽤 오래 머물지도 몰라. 새로운 미션. 어떤 건지 말은 하지 않았지만 행맨도 얼핏 들은 적이 있겠지. 탑건에서 했던 미션과 비슷한,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자살과도 같은 그것. 그래서 현재 지원자를 받고는 있으나 경험이 없는 일부 부대원들은 기피하기까지 한다는 것. 미션이 진행되는 곳도 르무어에서는 한참 떨어진 곳이겠지. 그런데 밥이 거기에 지원했다니. 그것도 제게 말 한 마디 없이. 온 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다는 느낌을 행맨은 이 때 처음 느끼게 되었음. 하늘에 있는 밥이 아름다운 건 사실이지만, 행맨의 눈에 닿지 않는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미션에서 죽기라도 한다면? 그래서 밥이 날 영영 떠나게 된다면?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었음. 밥의 옆자리는 늘 나여야만 하니까. 넌 절대 나를 떠날 수 없어. 행맨이 이를 빠득 갈았음. 밥도 처음에 상의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사과하려 했지만 오히려 화를 내며 쏘아붙이는 행맨 탓에 사과하고픈 마음이 사라지겠지. 게다가 연애 시작 후 처음 하는 싸움이라 더더욱 서로 제어하지 못 했을테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말싸움에 밥이 결국 이마를 짚고서 고개를 저었음. 그만. 그만하자 제이크. 정신 좀 차리고 내일 다시... 그렇게 말하는 밥의 어깨를 행맨이 세게 붙들었음. 그대로 다시 카우치로 밀어붙여져 주저앉혀진 밥이 눈을 크게 떴음. 이게 지금 뭐하는...! 밥의 말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겠지. 행맨과 눈이 마주친 순간, 온몸이 오싹할 정도로 소름이 끼쳤으니까. 무서우리만치 어두워진 녹안이 번들거렸음. 그만하자고? 뭘? 로버트 플로이드. 다시 말해봐. 행맨이 다시 말해보라며 채근했지만 맹수 앞에 놓인 먹잇감 마냥 밥은 입을 꾹 다물고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음. 그런 밥을 노려보며 행맨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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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버지와 똑같은 사람이 되게 하지 마, 베이비."


저를 볼 떄마다 빛나던 안광은 사라진 지 오래인,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뱀의 그것과도 같은 행맨의 눈동자를 보면서 밥은 입술을 꾹 물었음.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뒤, 왜 본가에 한 번도 가지 않느냐고 묻는 밥의 질문에 대충 제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말한 적이 있기에 똑똑한 무기관제사는 그 말의 뜻을 정확히 알 수 있었음. 어쩐지 그 말에 부아가 치밀어 올라 밥은 더 강하게 밀고 나갔겠지. 행맨이 정말 자신을 가두기라도 한다면 그를 떠날 작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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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나본데, 이미 다를 바 하나 없어."


그리고 여지껏 아버지를 미워하다 못해 혐오스런 감정까지 느꼈던 행맨은 자신을 자극하려 그 말을 던지는 밥을 보며 당장에라도 그에게서 모든 걸 빼앗고 영원히 자신만을 바라보게 하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함과 동시에 평생 피해왔던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음.

그렇게 벗어나려 발버둥 쳐왔건만, 결국은 행맨 자신도 '세러신가'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결국 납감해서 로버트 플로이드를 기어코 로버트 세러신으로 만들고 마는 행맨 ㅂㄱㅅㄷ...

행맨밥
파월풀먼
탑건2
2023.02.06 04:11
ㅇㅇ
모바일
사냥감 노리는 뱀 같은 눈을 한 행맨 존맛.. 밥도 심지 굳어서 쉽게 꺾일 사람이 아니라 더 좋음 ㅌㅌㅌㅌㅌ
[Code: 2346]
2023.02.06 08:43
ㅇㅇ
모바일
진짜 존맛 ㅜㅠㅜㅠㅜㅠ맛도리다 ㅜㅠㅜㅠ
[Code: 4b61]
2023.02.06 10:16
ㅇㅇ
모바일
결국 세러신가의 본능에 굴복해서 로버트 플로이드를 로버트 플로이드-세러신도 아니고 로버트 세러신으로 만드는 행맨 집착 미쳤다....... 그런데 이제 밥도 호락호락하게 당할 사람이 아닐 것 같아서 좋음......
[Code: 93c2]
2023.02.06 10:23
ㅇㅇ
그렇게 벗어나려 발버둥 쳐왔건만, 결국은 행맨 자신도 '세러신가'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존나 미쳤다 세상에 ㅌㅌㅌㅌㅌㅌ
[Code: a9fc]
2023.02.06 10:23
ㅇㅇ
크아아아아 미친 밥이 결국 자기의 목숨을 담보로 행맨의 버튼을 누르고 마네.... ㅌㅌㅌㅌㅌㅌ
[Code: 65ab]
2023.02.06 10:23
ㅇㅇ
밥의 하늘과 행복과 자유도 행맨이 지켜볼 수 있는 곳에서 이루어져야하는 거였어 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65ab]
2023.02.06 10:44
ㅇㅇ
모바일
자살미션을 지원해놓고 기다리고있다가 확정되면 얘기하려했었다니ㅠㅠㅠ 이건 행맨도 버튼눌릴만 하다ㅠㅠㅠㅠ 피해왔던 세러신가의 본능을 밥이 깨우는게 존맛..기어코 세러신으로 만든것도 존맛
[Code: ac2d]
2023.02.06 10:56
ㅇㅇ
모바일
밥이 제 손으로 직접 세러신 핏줄의 본능을 일깨워줬네.... 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84ed]
2023.02.06 11:08
ㅇㅇ
모바일
크아아아아 너무너무 마히다..역시 세러신은 세러신 해야만 ㅌㅌㅌㅌ
[Code: 71e2]
2023.02.06 11:11
ㅇㅇ
ㅅㅂ 이건 밥이 먼저 세러신 본능을 일깨운거다.... ㅌㅌㅌㅌ 제이크는 억누르고 참으려고 했다고..... ㅠㅠㅠㅠㅠㅠ
[Code: 154d]
2023.02.06 11:41
ㅇㅇ
모바일
결국 언젠가는 세러신의 피를 피할수 없는날이 왔을테지만 아니 어쩌면 저 바닥아래 두고 꺼내지않았을수도 있었겠지만 그걸 꺼내서 앞당기고 제대로 인식시켜준게 행맨 스스로가 아니라 밥이라는게 개좋음ㅌㅌㅌㅌㅌ
[Code: e331]
2023.02.06 13:42
ㅇㅇ
행맨 자기는 '세러신'이랑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밥이 자기 옆에서 떠난다? 심지어 위험한 미션때문에 죽을수도 있다? <하늘에 있는 밥이 아름다운 건 사실이지만, 행맨의 눈에 닿지 않는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미션에서 죽기라도 한다면? 그래서 밥이 날 영영 떠나게 된다면?> 밥은 자기 절대 떠날수 없다고 세러신 본능 튀어나버리는게 정상이지 이건 밥이 트리거가 된거라 정상참작해야하지 않을까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4ac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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