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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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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한숨이 나왔다. 새로운 의무병이 왔다. 그것도 남자가 아닌 여군이.

"왜, 여자라니까 아무래도, 좀 더 사근사근하고~"

그럴 줄 알았건만. 다들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비슷한 걸 기대하고 있었나 보다. 시커먼 고추들만 득실거리는 곳에 여군이라니, 누군가는 걱정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며칠 동안 그 여군은 사막의 비너스, 아니 나이팅게일이 되어줄 거라 믿었다.

그러나 막상 나타난 나이팅게일은, 사근사근은 커녕 웃는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고 꽉 다물린 입은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쉬이 열리지 않았다. 근질거리는 입을 못 참은 레이가 말을 붙였다 금방 돌아와선 시무룩해하자, 터지는 한숨 속에서 브랫은 "군인이 그렇지, 뭐." 하며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네이트 또한 한 번 웃고 말았다. 그는 생각보다 앳되어 보이는 얼굴에 조금 놀랐을 뿐이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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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스치는 생각에 네이트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사막의 나이팅게일이 될 뻔했던 그녀의 애칭은 곧 얼음공주가 되었다. 그래도 치료를 받으러 온 병사들한테까지 쌀쌀맞지는 않았는지, 공주님과 대화하려면 부상병이 되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간간히 들렸다. 이 모든 말에 네이트는 그저 '그렇군' 정도의 감상이었다. 자기 자신이 부상병이 되어 얼음성으로 가게 되기 전까지는.

단순한 사고였다. 크게 다친 부분은 없었지만 출혈이 좀 있었고, 어깨와 날개뼈쪽에 붕대를 감게 되었다. 처음엔 닥이 처치를 해 주었고 약간의 잔소리가 따라붙는 걸 가만히 듣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두 번째 처치를 바로 그 얼음마녀(어느새 별명도 바뀌었다.), 허니 비에게 받게 되자 네이트는 자신도 모르게 약간 긴장했다. 아무래도 익숙지 않은 일이니까.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막사에 들어가자, 허니비는 짤막하게 인사를 하고 간이의자에 앉으라 지시했다. 의자에 앉아 웃옷을 벗어 옆에 놔두는 동안 그녀가 필요한 것을 챙겨 다가왔다.

"어깨 쪽이 부었습니다. 열이 난다거나 아프지는 않으셨습니까?"
"응, 딱히... 많이 부었나?"
"네, 조금. 닥이 움직이는 거 조심하라고 말 안했습니까?"
"했지. 했는데..."
"압니다. 이런 상황에선 쉽지 않죠."

그녀가 타박하는게 아니라는 듯 다독이며 미소지었다. 들리던 말대로, 얼음공주는 자신을 찾아 온 이들에게 꽤 부드러운 태도였다. 아니, 애초에 일부러 날을 세우거나 한 적은 없었던 거 같은데.

"원래...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걸 싫어하나?"
"예? 아..."

잠깐의 텀이 지나고 허니비가 입을 뗐다. 질문을 한 이유를 대강 알겠다는 얼굴이었다.

"낯을 좀 가리는 편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이런 환경에선, 조금이라도 무른 티를 내면 얕잡아 보이기 쉽거든요. 당장 오늘 낮에도,"
"오늘 낮?"

네이트가 눈을 치켜뜨고 답지 않게 말꼬리까지 자르며 되물었다. 허니비는 말을 뱉어놓고 아차 하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네이트가 아무 말 없이 대답을 기다리자 다시 입을 열었다.

"생식기가 아프다며 바지를 벗고 들어오는 놈도 있었습니다."

그 말에 네이트가 얼굴을 구겼다. 허니비는 그저 작게 웃을 뿐이었다.

"괜찮습니다. 뭐, 처음 겪는 일도 아니고, 이런 거에 일일이 충격받을 시기도 지났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 만 하군."

남자라는 종족은 모이면, 머저리가 된다. 여자의 '여' 자만 나와도 온갖 더러운 말들을 쏟아내는 놈들 사이에서, 특히나 저 말갛고 앳된 얼굴은, 뭐랄까...

"......나도 똑같나."

이어진 생각에 그가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네?"
"아니야. 꿰맨 곳은?"
"그나마 괜찮습니다. 붕대 감겠습니다."

허니비가 붕대 뭉치를 돌돌 펼치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여태 상의를 탈의한 채였다. 상관의 질문에 답하느라 타이밍을 놓친 듯 보였다. 그러나 그녀가 생각보다 술술 털어놓는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그녀에겐 썩 유쾌한 내용이 아님에도, 네이트에게는 나쁘지 않게 다가왔다. 그래도 자신을 편하게 생각해줘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러니 꼭 필요하지도 않은 제 얘기를 한 거겠지. 아니, 아니면 원래 이 정도의 대화는 지금까지도 쭉 해 온 걸까?



다른 사람한테도?



이런 말투와 목소리로?



"팔 좀 잠시만 들어주시겠습니까?"

그의 뒤에 서있던 허니가 붕대를 감으며 앞으로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숙여진 고개가 꽤 가까웠다. 덕분에 속눈썹 위에 앉은 한 가닥의 실먼지, 양 볼과 귓볼에 보송하게 난 솜털, 하얗고 가느다란 목덜미에 난 작은 점까지 세세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은 정말, 뭐랄까,

이상한 부분을 자극한다.

"......?!!!!"

순간 네이트의 몸이 굳었다. 자세가 불편해졌다. 대체 왜, 지금? 어느 부분에서?

반쯤 선 것은 허니의 손길이 닿는 걸 의식하자, 한 번 더 힘을 받아 완전히 서버렸다.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웃옷을 덮어놔서 다행이었다. 얼른 진정시키면 들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어깨를 좀 고정해야 해서 꽉 묶었습니다. 너무 불편하거나 압박감이 심하면 찾아 오십시오. 그리고..."

네이트가 허니를 쳐다봤다. 허니는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 채 작게 말했다.

"조금... 있다가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거..."

허니의 말에 고개를 내리자, 누가 봐도 나 발기했습니다, 하는 모양새로 바지가 불룩 솟아있었다. 덮어놓은 줄 알았던 웃옷은 책상 위에 곱게 올라가 있었다.


네이트 픽은 딱 죽고 싶었다.




그날, 네이트 픽 중위는 처음으로 컴뱃잭을 했다. 막사를 나오기 직전,

"픽 중위님도 남자이긴 한가 봅니다."

라며 쿡쿡 웃는 그 얼굴을 떠올리면서.






젠킬 스탘너붕붕 네잇너붕붕 중위님너붕붕






네이트 픽은 허니비를 보자, 생각보다 앳된 얼굴에 조금 놀랐을 뿐이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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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네...'
2024.05.08 17: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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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마히따
[Code: 69ec]
2024.05.08 23: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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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하ㅠㅠㅠ
[Code: 82ea]
2024.05.14 19: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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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막의 비너스가 첫눈에 반하다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대바아아아아어아아아악ㅠㅠ 너무 재미있어요 센세ㅠㅠ
[Code: 9b2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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