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1263729
view 40504
2024.04.17 21:07
https://hygall.com/index.php?mid=hy&document_srl=591078051

소설체 ㅈㅇ


재생다운로드IMG_0228.gif

재생다운로드IMG_0227.gif



​바다에 떠오르는 몸을 정신없이 건져 올린다. 얼굴은 엉망이고, 몸도 마찬가지인지 이곳저곳 피가 묻어나고 있었다. 네이트는 그 중 가장 심해 보이는 상처를 지혈하며 고통에 신음하는 얼굴을 정신없이 두드렸다.

"스톤, 스톤! 정신 차려. 정신 놓으면 안돼, 응? 제발..."

파란 눈이 가물가물 떠올랐다. 스톤은 눈앞에 가득 차는 얼굴을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애기야, 미안해."

"뭐가 미안해. 말하지 마요. 이제 괜찮아. 나 왔잖아."

​필사적으로 괜찮은 척 하던 시도가 막혔다. 네이트는 어느새 얼굴 위로 올라온 스톤의 큰 손을 부여잡았다.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

"사랑해. 널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이 아닌 적이 없었어."

​갈라지는 목소리로 뱉어내는 것은 최후의 고백이다. 으흑, 잇새로 울음을 토해내는 어린 연인의 볼을 도닥인다. 품에 한참이나 끌어안고도 싶고 세상 가장 아름다운 녹음을 담은 눈을 한없이 바라보고도 싶었다. 그러나 남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너무 오래 아프지 마. 네가 아프면, 심장이 아려."

고개를 마구 휘저으며 떼를 쓰고 싶었다. 어렸을 때처럼, 바닥에 드러누워 울며 소리치고 싶었다. 단호한 척 굴다가도 그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을 못 견뎌 다시 안아 들고야 마는 남자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그러나 네이트 역시도,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빠르게 닳아가고 있음을 온 몸으로 느꼈다.

"사랑해, 사랑해요. 내 걱정 하지 말고, 잘 가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뺨을 도담던 손이 떨어졌다. 네이트는 품에 안긴 남편의 귓가에 끝없이 속삭였다. 스톤. 사랑해. 너무 사랑해. 잘 가. 내 걱정 하느라 떠돌지 말고, 어서 가서 내가 잘 사는지 지켜봐 줘요.

그러다 눈을 뜨면 사방이 어두웠다. 푹 젖은 몸이 땀 때문인지 바닷물 때문인지 혼란스러워하다 보면 그제서야 침대의 감촉이 느껴진다. 밤새 꿈에 시달린 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어서 일어나 시트를 정리해야 했다. 부모님이 보시면 또 악몽을 꿨느냐 걱정하실 게 눈에 선했으므로.

네이트는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시트를 걷어낸다. 커튼 새로 동이 터오고 있었다. 부모님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악몽이라는 말을 듣기 싫은 이유가 더 컸다.

​스톤 하퍼는 저와 인사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으니까. 그들에게는 마지막으로 사랑을 확인하고 작별 인사를 나눌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고, 스톤의 육신은 온전하게 네이트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니 악몽은 현실이요, 꿈속이 그가 좇는 이상이었다.





**





하도 오랜 시간을 군복만 입어 버릇했더니 넥타이를 매는 손길이 버벅댔다. 이게 이쪽 방향이었나.

'우리 애기 넥타이 매는 법 까먹었구나.'

​뒤에서 끼쳐오는 시원한 향에 숨이 막혔다. 어깨 위로 적당한 무게감이 얹어진다.

'나 부르지. 왜 혼자 끙끙대.'

​그러나 거울 속에는 비참한 남자 하나가 홀로 서 있을 뿐이고 크지만 섬세한 손가락에 얽혀 모양을 잡아야 하는 넥타이 역시 볼품없는 모양새로 그대로 늘어져 있었다. 미칠 거라면 차라리 온전하게 미치고 싶었다. 제가 만들어낸 세상에 갇혀 그의 얼굴을 실컷 볼 수만 있다면야.

작은 노크 소리가 상념을 끊어낸다.

"...네잇, 준비됐니?"

"네, 나갈게요."

네이트는 서둘러 넥타이를 다시 매만졌다. 서둘러야 했다.

오늘은 스톤의 장례식이 있는 날이었다.



네이트는 의연한 태도로 상주로써 자리를 지켰다. 공항에서 그대로 까무러쳐 쓰러져있는 동안 어른들끼리는 어쩔 수 없게도 현실적인 이야기가 오고 갔다. 슬픔이 사무쳐도 해야 하는 일은 있는 법이었다. 하퍼가문에서는 당연하게도, 네이트를 놓아주고 싶어 했다. 서류는 장례식 후 천천히 정리한다 해도, 둘의 결혼은 아직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실도 아니었으니 상주는 알렉스가 맡을 예정이었다. 픽 가문에서는 뭐라 말을 얹을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도 스톤은 아들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아직 어린 네이트를 평생 혼자로 묶어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깨어난 네이트가 사실을 알고 서슬 퍼렇게 날뛰는 통에 그 모든 계획이 날아갔다. 저희 결혼시키기로 한 건 어른들 선택이었잖아요. 이제 못 물러요. 평생 물러줄 생각 없어요. 제가 스톤 부인이고, 스톤이 제 남편이에요. 다시 뒤로 넘어가기라도 할 듯 울며 소리치니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항복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다니엘 하퍼로써 자리에 선 네이트는 장례를 준비하는 1주일간 모든 눈물을 털어낸 양 조문객들을 맞이하며 상주 노릇을 해냈다. 그의 부모님이나 스톤 본인이나 인망이 두터웠으므로, 조문객은 아주 많았다. 네이트를 놀라게 한 건 브라보 소대원들이었다. 사실 진작 마이크에게 연락이 왔었지만 네이트는 그들을 부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결혼 사실도 몰랐던 상관을 위해 그들이 먼 걸음 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총알도, 비명도, 지뢰도 없는 안온한 일상에 어서 녹아들었으면 했다. 또 다른 비통함에 함께 물들지 않았으면 했다.

이런 일에 가보지 않을 수 없다고, 혼자 감당하게 두고 싶지 않다는 마이크의 단호함에는 끝내 두 손을 들어야 했지만. 그럼 아무 말 말고 혼자만 오라 전했더니 기어코 전 소대원을 끌고 왔다. 네이트가 감사를 전하는 동시에 마이크를 노려보니 어쩔 수 없었다며 어깨를 으쓱인다.

"이놈들이 돌아가며 전화로 닦아대는데 어쩝니까. 몰래 오려다 묻힐 뻔 했습니다."

네이트가 마이크의 뒤로 선 소대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기꺼이 소대장의, 전우의 슬픔을 나눠 들기 위해 이곳까지 망설임 없이 달려온 것이다. 무거운 울음이 목젖을 짓눌렀다. 그것을 겨우 가라앉히며 한 명씩 인사하니 보답으로 따스한 포옹이 돌아왔다.

​힘내십시오, 언제든 연락하세요, 연락만 주시면 달려오겠슴다, 기운 내셔야 합니다, 밥 잘 챙겨 드셔야 합니다. 다양한 걱정들이 제각기 온기를 품고 안겨 왔다. 눈물에 먹혀 걸음을 망설이게 될 때마다, 등 뒤를 밀어주는 손길이 느껴졌다.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사람이 울었지만 네이트는 울지 않았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떠난 사람과의 추억을 회상하고 털어내며 그를 배웅했다. 네이트는 그 시간을 제 슬픔에 잠식되어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최대한 많은 사람의 사랑과, 애도와 배웅을 품고 떠났으면 했다.

관에는 그를 추억할 수 있는 물품 몇 가지가 묻혔다. 네이트는 문득 그 관에 자기를 넣어달라고 하고픈 충동까지도 잘 참아냈다. 스톤 하퍼의 인생에 가장 많은 추억과 지분을 차지하는 건 다른 무엇도 아닌 나다니엘 하퍼였으므로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흙이 덮이고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되었다. 네이트는 반질거리는 비석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이제 사람들은 저 관 위로 제 슬픔을 잘 던져두었을 것이다. 이제야말로 네이트가 실컷 슬퍼해도 되었다. 비틀대는 걸음으로 다가가 주저앉은 채로 비석을 끌어안았다.

"여보, 봤지? 오늘 난 많이 울지도 않았고, 장례식도 잘 마쳤어. 당신 부인으로써 할 일 다 했어."

​흐흑, 스톤의 부모님이 참지 못하고 다시금 울음을 터뜨렸다. 아들은 너무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아들과도 같은 며느리는 젊다 못해 어린 아이였다. 어린 것이 짊어지기엔 너무 큰 슬픔이었다. 새가 지저귀고, 작게 이어지는 흐느낌 사이로 오직 네이트의 목소리만이 넓은 공원을 채우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 정말 가요. 여기서 외롭지 말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가. 나 잘살게. 여보 걱정하지 않게 밥도 잘 먹고. 아버지 어머니들이랑 알렉스랑 서로 기댈 곳이 되어주면서 지낼게. 사랑해.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 잘 가요."

비석에 입 맞추며, 네이트는 마침내 병원에서 눈 뜬 이후로 내내 뒤를 맴돌던 익숙한 향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 태어난 이래로 가장 가까이 하던 향이었다. 시원하고 청량하던 향기. 두려울 것이 없는 존재로 만들어주던 단단한 남편의 품. 이제 정말로 작별이었다. 네이트는 목놓아 울었다. 다시는 그 품에 안길 수 없었으므로. 두려운 것 천지인 세상에 내쫓겼으므로.





슼탘 하퍼네잇
2024.04.17 21:14
ㅇㅇ
미친 내센세가 어나더를!!!!!!!!!!!!!!!!
[Code: 7486]
2024.04.17 21:23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6240]
2024.04.17 21:23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네잇 굳건하면서도 너무 찌통
[Code: 6240]
2024.04.17 21:37
ㅇㅇ
모바일
시신 못 찾았잖아 ㅠㅠㅠㅠㅠ 안돼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94be]
2024.04.17 22:30
ㅇㅇ
모바일
오열한다 ㅠㅠㅠㅠㅠㅠ
[Code: 911e]
2024.04.17 22:48
ㅇㅇ
모바일
어 너무 슬퍼ㅠㅠㅠㅠㅠㅠ
[Code: e82a]
2024.04.17 23:39
ㅇㅇ
모바일
중위님 어릴때부터 자기 세상의 전부였던 중령님을 보내주는데 의연하게 끝까지 나다니엘 하퍼로 조문객들 맞이한거 중위님답고 그래서 더 마음 아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아슬아슬하기도 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브라보 애들 각자의 방식으로 중위님한테 한마디씩 말 건네는것도 ㅠㅠㅠㅠㅠㅠㅠㅠ 마음이 천갈래 만갈래 ㅠㅠㅠㅠㅠ
[Code: d806]
2024.04.17 23:42
ㅇㅇ
모바일
이별의 말도 떠나보낼 시간도 차마 누리지 못하고 떠나보내야해서 꿈속에서나마 작별인사 건네는 중위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중령님 부활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806]
2024.04.18 00:45
ㅇㅇ
안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44c]
2024.04.18 05:15
ㅇㅇ
모바일
아 눈뭉나요ㅠㅠㅜ센세ㅠㅜㅜㅜㅜㅜㅜ하퍼 탈춫해서 오고있다고 말해줘요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
[Code: 0032]
2024.04.18 09:11
ㅇㅇ
모바일
나....진짜 울어 ㅠㅠㅠㅠㅠㅠㅠ 하퍼 돌아올줄 알았는데ㅠㅠㅠㅠㅠㅠㅠ 익숙한 향 사라지는 문단에서 심장 쥐어뜯음 ㅠㅠㅠㅠㅠㅠㅠㅠ 가지마 하퍼 돌아와 네잇 두고 어디가 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142]
2024.04.18 10:52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중령님 부활하라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유능하시니까 그 정도는 껌이잖아요ㅠㅠㅠㅠㅠ
[Code: f114]
2024.04.18 10:52
ㅇㅇ
모바일
네이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f114]
2024.04.18 10:52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f114]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