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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8 02:57


소설체 ㅈㅇ
"3개월 남았습니다."
밥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두통이 어느새 시도때도 없이 찾아와 진통제를 주머니에 들고 다니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늦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바보같은 로버트 플로이드. 그러게 옆에서 잔소리하는 누구 말 좀 잘 듣지 그랬어.
밥은 텅 빈 눈으로 제 목숨을 조금이나마 늘려줄 의사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진료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진료실 밖에 대기하고 있던 간호사에게 처방전을 받고, 처방전대로 약을 타고 병원을 빠져나오는 순간 밥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밥은 누군가의 기다림을 가만히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밥에게는 영겁같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화면 위로 부재중 전화 표시가 떠올랐다.
제이크 (1)
그에게 뭐라고 전해야할까. 나의 애인, 나의 예비 신랑.. 한동안 소리없이 눈물을 삼키던 밥은 그에게 이별을 전하기로 결정했다.
*
"베이비, 지금 내가 보낸 사진 좀 봐봐. 하객들한테 줄 선물인데. 첫 번째는 좀 올드하고, 두번째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데 역시 전에 베이비가 말한... 베이비? 지금 듣고 있어?"
"...아, 응. 미안. 좀 피곤해서 뭐라고 했어?"
"많이 피곤해? 피곤하면 내일 만나서 정할까?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정해도 상관없는데"
그로부터 일주일이 흘렀다. 밥이 병원에 갔던 날, 행맨은 출장을 갔지만 여느 예비부부처럼 바쁜 하루 중에도 틈틈히 밥에게 연락하며 결혼준비를 이어나갔고, 밥은 그런 행맨에게 여전히 이별을 전하지 못했다.
이제는 미루면 안된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순 없다. 시간은 많다는 행맨의 말과는 다르게 이제 자신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밥은 행맨이 이런 자신과 엮이지 않고 자유롭게 새 출발을 하기를 원했다.
"제이크"
"응?"
"우리... 헤어지자."
"... 베이ㅂ- 아니 롭, 너 그게 지금 무슨... 하... 혹시 내가 뭐 잘못했어? 아니다. 그냥 집에서 얼굴 보고 얘기해. 그렇게 말한 이유가 꼭 있어야 할거야. 오늘 피곤해보이니까 아무생각말고 자. 내가 내일 아침 일찍 갈테니까."
까맣게 꺼져버린 밥의 핸드폰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밥은 행맨과 헤어져야 한다고 굳게 다짐했으나 이와중에도 자신을 챙기는 행맨이 오늘따라 더 보고싶었다.
꿀떨어지는 결혼준비중에 갑자기 시한부
행맨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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