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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19:46
 

'대화 없이 건강한 연애가 어떻게 가능합니까, 여러분?'


노잼ㅈㅇ





















"케니씨, 이거 봐요."


"우와-"




링컨이 파도에 실려온 불가사리를 주워 케니에게 보여주었다.

귀엽죠.
네, 링컨씨 손에 커서 그런가 더 조그매보여요.

그러나 링컨은 이내 불가사리를 원래 있던 위치에 내려놓았다. 링컨은 그런 사람이었다. 케니와 링컨은 제자리에 놓여진 불가사리를 한참 보다 다시 파도에 쓸려 사라진 마지막 모습을 끝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곳은 뉴욕에서 비행기로 6시간이 걸리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해변이었다.



"주중에 쉬니까 좋죠"

"그러네요,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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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은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한적한 해변 앞에서 카페를 운영했다.

그리고 케니는 그 카페의 알바생이었다. 처음 케니의 나이를 듣고 링컨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안 보여요, 케니. 나보다 8살, 아니 10살은 더 어린 줄 알았어요. 사장님도 그렇게 안 보이세요. 케니가 웃으며 말했다. 진심이었다. 조금은 목이 늘어난 반팔티셔츠를 입고, 캔버스화를 신은 채 가게 앞에서 천천히 사과 하나를 먹는 이 사람을 누가 30살로 볼까?



형이라고 부르라면서 정작 링컨은 늘 케니를 케니씨-, 케니씨- 

그래서 케니 또한 늘 사장님-, 사장님- 



통기타 소리가 조그만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카페는 늘 링컨이 내리는 커피 냄새로 가득했다. 가게 앞으로는 파란 파도가 잔잔히 모습을 드러내고, 체크무늬 앞치마를 허리에 맨 케니가 링컨의 부름에 네! 하고 달려간다. 파도를 보다보면 자연스레 그 잔인한 그 도시가 잊혀져서 케니는 드디어 웃음을 지었다.


"디카페인이에요."


돌이켜보니 아주 짧은 순간이었는데도, 몸에 밴 모양인지 이시간대면 케니는 커피가 고팠다. 도넛가게에서 파는 1달러짜리 싸구려 블랙커피를 호호- 하고 불어가며 마셨었지. 케니의 머릿속에 잠시 스쳐지나간 그 장면엔 누군가 마치 일부러 덧칠을 한 것처럼 아주 시커먼 인물이 있었다. 검은색 크레파스로 누군가를 쓱쓱 지워놓은 흔적. 


"마셔요, 케니."

"감사해요, 사장님."





링컨은 그런 사람이었다. 무조건 뉴욕 반대편. 무작정 끊어버린 샌프란시스코 행 티켓. 무작정 택시를 타고 오게된 가장 한적한 해변. 길 잃은 사람처럼 짐가방을 들고 해변 앞 벤치에 앉은 케니에게 말을 건 사람은 링컨이었다. 

나중에야 안건데 자기 같아 보였다고 했다.





세상에, 제가 직모인줄 아셨어요?
  

 





































의도적으로 피했던 연락에. 케니는 그래도 답문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케니 멕클레런은 그런 사람이었다. 한숨을 푹 쉬며 결국 답장을 하나만큼은 보내야하는 사람.


'형, 죽었을까봐 무서워서 그래....'


랜스가 울면서 핸드폰을 붙잡고 엉엉 우는 모습이 상상되서. 결국 케니는 짧은 답장을 하나 보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이 곳에서 조용히 있고싶은데. 케니가 아닌 가명의 이름 (가령 스타크?) 으로 살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건 좀 아니다 싶었다. 


'야. 나 안 죽었어.'



그리고 이어진 수많은 물음표를 케니는 무시했다. 그러나 형의 단 한마디에 결국 전화를 걸 수 밖에 없었다.

'실종신고하기 전에 전화해.'


망할 네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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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울면서 형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다.

형, 나 잘있어. 그냥 혼자 좀 있고싶어서 그랬어. 어디냐고? 그건 말 안 할... 아 귀 따가워! 형 앞에서는 늘 움추려지는 케니였다. 그날 이후로 그 벤치는 온전히 케니의 것이었다. 잠깐 전화하고 오겠다는 케니를 카페에서 링컨이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그 벤치에 앉은 케니가 형에게 한번도 해본적 없는 말을 내뱉었다.



"형, 내 인생이야."

"이제 내가 결정하면서 살고싶어."







한참이나 정적이 이어졌고, 케니는 침을 꿀꺽 삼켰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형 앞에서 늘 조금 움추려지는 것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았다. 그치만 정말로 케니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제 인생을 살아나가고 싶었다. 샌프란시스코도 정말 잘한 선택 아니던가! 

[걱정되니까 일주일에 한번씩 생존신고만 해.]


형이 사랑하는거 알지?




케니는 정말로 알고있었다. 네이트는 자신을 사랑했고, 그래서 늘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곤 했으니까. 집안에서, 특히 아버지에게 케니가 얼마나 주눅들고 살았는지도 알았다. 정적 속에서 결정을 내렸겠지. 형이 고마워 케니가 대답했다.

나도, 형.

마음속에 하나 남은 걱정거리가 털어지니, 그제서야 미 서부의 따뜻한 햇살이 온전히 느껴졌다. 여긴 뉴욕이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 그제야 이곳 해변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케니는 벤치에서 일어나며 다시 검은 덧칠을 털어냈다.

저 멀리서 링컨이 부르고 있었다.







































링컨은 생각이 많아보였다. 출근한 케니와 함께 링컨은 다시 가게문을 닫았다.

* 임시휴업 * 

이라는 글이 적힌 종이를 꾹꾹 붙였다.

케니는 링컨과 함께 수요일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었다. 같이 불가사리를 들여다보고, 해변가에서 파는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오후가 되자 둘은 눈 앞에 보이는 아무 카페에 들어가 같이 커피를 마셨다. 케니는 링컨에게 묻지 않았고, 링컨은 케니에게 묻지 않았다.

몇달 전, 벤치에 앉아있었던 그날만 그랬던게 아니었던 것이다.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링컨은 케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되면 디카페인 카페를 건네주고, 같이 카페 뒷편의 작은 텃밭에 물을 주고. 자라나는 토마토를 톡 건드리며 따뜻함을 주고. 링컨은 정말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링컨이 자신과 비슷함을 겪었다는걸.

숨을 고르며 다시 해변을 걸어나가는 모습을 보며 알았다.

링컨에게 어떤 손님이 찾아왔던 며칠 전.

유달리 곱슬거리는 머리를 한 남자가 번번히 사장이 없는 틈을 타 케니에게 커피를 주문했다. 적성에는 맞지 않았지만 몸에 익혀진 감각 때문인지 케니는 손님이 유달리 눈치를 보고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이렇게 더운 곳에서 살갗 하나 내비치지않은 남자는 그런 모습이 더욱더 시선을 집중시키는지도 모르고, 빨리 사라지고싶어하는듯 했다. 그러나 케니가 얼핏 파란 멍을 발견한 찰나.

그러면서도 작은 카페의 내부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는 손님의 모습을 포착한 찰나였기에.

고민 끝에 케니는 링컨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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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곱슬머리의 남자 앞에서 링컨은 한참을 서 있었다.

케니가 앉았던 그 벤치에 앉아있는 두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케니는 테이블을 닦고 또 닦았다. 바닥을 쓸고, 또 쓸고. 일부러 분주하게 가게 안을 돌아다녔다. 돌아온 링컨이 그만하라며 웃을 때까지.

지친 두 쌍의 눈동자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서로가 서로의 위로였다.





















'잊혀지던가요?'


'우리 둘다 그 정답을 아주 잘 알고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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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햇살은 눈이 부실 정도로 너무나 밝은데 다시 검은 덧칠이 다가온다.

파도소리 뿐인데 차가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너랑 나 그냥 ...  괜찮아요, 케니?  착각한거야?  괜찮아요. 테리, 좋아해.. 괜찮아요, 링컨? 너는?  괜찮아요.   나? 



그게 거짓말이라는건 두사람 모두 충분히 알고있다.



상처받은 두 사람은 수요일의 햇살을 느끼며 서로를 위로했다. 텅 비어있는 케니의 얼굴은 마치 제 표정과 같아서 링컨은 그런 그를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다.

샌프란시스코로 무작정 왔던 날.  링컨  바비를 잃은 날.  환상을 현실이라 믿었던거야.  바비가 자신을 떠난 날.  이제 여기 찾아올 일 없을거야.  그런 바비를 잡지 못한 날.  다가오지마.  자리에 서 그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바랐던 날.  오지마, 제발.  할 수 있는거라곤 상처를 입는 일뿐.

상처와 무기력이 저 파도처럼 쓸려나가면 좋겠다고.



파도에 휩쓸려온 불가사리가 다시 파도에 의해 사라졌듯이.






















잊  혀
           질

   
                 없잖아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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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이야.

















슼탘 테리케니 (링컨바비)
2024.04.18 19:54
ㅇㅇ
내센세가 어나더를 ㅠㅠㅠㅠㅠㅠㅠ
[Code: 15cf]
2024.04.18 20:04
ㅇㅇ
모바일
센세ㅜㅜㅜㅜㅜㅜ
[Code: 24f7]
2024.04.18 20:49
ㅇㅇ
모바일
링컨ㅠㅠㅠㅠㅠㅠㅠㅠㅠ케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둘다 너무 안쓰럽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547d]
2024.04.18 20:50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순둥이 둘이 서로 위로해주지만 그래도 잊혀지지않는 상처는 아프다ㅠㅠㅠㅠㅠㅠㅠ
[Code: 547d]
2024.04.18 20:50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날씨 좋은 곳인데 넘 쓸쓸해ㅠㅠㅠㅠㅠㅠ
[Code: 547d]
2024.04.18 21:12
ㅇㅇ
모바일
링컨도 케니도 다시 바비랑 테리 만났음 좋겠다ㅜㅠ
[Code: 172d]
2024.04.18 21:17
ㅇㅇ
어떡해 링컨 ㅠㅠㅠㅠㅠㅠㅠ
[Code: a9e6]
2024.04.18 21:21
ㅇㅇ
모바일
그래도 케니 옆에 누가 있어서 다행인데 링컨도 바비도 왜 아파 ㅠㅠㅠㅠㅠㅠ
[Code: ddbf]
2024.04.18 21:39
ㅇㅇ
모바일
나는 이런 사랑 이야기에 속절없이 오열한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de4]
2024.04.18 23:23
ㅇㅇ
모바일
링컨이 자기 같아 보인다고 했던 이유가 ㅠㅠㅠㅠㅠㅠㅠㅠ 케니한테서 자신이 겪었던것과 비슷한 상처을 발견해내고 케니를 바라봐주고 섬세하게 보살펴주고 링컨 진짜 따뜻한 사람이다 ㅠㅠㅠㅠㅠ 네잇이랑 랜스도 케니 자기만의 방식으로 챙겨주고 케니의 선택을 존중해주는거 보니까 눈물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링컨이랑 케니 서로 옆에 있는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라는게 따수워 ㅠㅠㅠㅠㅠ 바비랑 링컨은 어떡해 ㅠㅠㅠㅠㅠ 테리랑 케니는 어떡해 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먹먹해 ㅠㅠㅠㅠㅠㅠ
[Code: 2766]
2024.04.18 23:50
ㅇㅇ
모바일
(ᵕ̣̣̣̣̣̣﹏ᵕ̣̣̣̣̣̣) 순문학이야
[Code: b1a3]
2024.04.20 06:53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링컨 케니한테 잘해준 이유도 슬퍼ㅠㅠㅠㅠㅠ
[Code: 13f1]
2024.04.20 06:53
ㅇㅇ
모바일
테리도 못잊고있는거지ㅠㅠㅠㅠㅠㅠ빨리 케니찾아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3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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