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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9 16:25
내가 그랬는데... 나붕이 자식의 입장이라 더 자식의 시선에서 보게 되는 것 같은데, 객관적으로 에바의 상황이 더 끔찍하고 더 망가졌음에도 나는 이상하게도 영화보면서 내가 케빈 입장에서 과몰입해서(그렇다고 케빈의 범죄심리까지 과몰입한건 아님) 에바의 행동에 더 상처받게 되더라고.

자식의 입장에서는 나는 일단 영문도 모른채 태어났는데 내 창조주는 날 싫어하거나 무관심한게 느껴짐(네가 태어나기 전이 더 행복했어라고 말하거나 동생 눈 다친걸 증거도 없이 내가 했다고 확신하는 점) + 내 감정에는 1도 관심없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음(문제 행동을 해서 왜 그렇니?라고 물어도 이건 진짜 왜 그런지 알고싶다기 보단 책망하는 말일 뿐임) + 잘했다고는 칭찬해도 사랑한다는 감정 표현은 없음 + 공평하게 모든 사람에게 그러면 인정하겠는데 또 혈육한테는 안 그럼 << 이 모든 게 너무 서운하게 느껴지더라고.

게다가 더 싫은 건 그런 엄마가 미운데 엄마가 왜 날 싫어하는지 그 이유도 정당해서 더 싫더라고ㅠㅜ 뭐라고 해야하지... 뭔가 말로 해서 이상한데 엄마가 날 미워하는데 엄마입장에서는 날 미워하는 게 당연한 거라서 더 미웠을 것 같음.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상처 받은 건 에바가 거짓말로라도 케빈에게 나도 널 좋아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는 거였음. "익숙해지는 건 좋다는 게 아니야. 엄마도 날 익숙하게 여기기는 하잖아?" 라는 말에 에바는 침묵했다가 말을 돌려버리잖아. 근데 분명 에바도 케빈이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 알았을 거란 말이지. 하지만 거짓말로라도 "내가 왜 널 익숙하게만 생각해? 당연히 좋아하지" 라는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케빈을 싫어한다는 거니까ㅠㅜ

그게 케빈 입장에서는 제일 싫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뭔가 동등하지 않은 관계에는 억울함을 느끼게 되잖아. 나는 그냥 노력하지 않아도 엄마를 사랑하고 또 안 사랑할 수가 없는데, 엄마는 날 사랑할수도 사랑하지도 못 한다는 그 괴리감이 난 영원히 엄마와의 관계에서 을일수밖에 없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거 같아서..

거기다 둘째 실리아라는 비교대상까지 있으니까 더 반항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음. 약간 '엄마도 사랑이라는 걸 할 수 있는 사람이었네? 근데 왜 나는?' 같은 생각이랄까. 물론 그렇다고 갑분 활 들고 사람 쏘는 건 진짜 개 싸패같고 ㅈㄴ 급발진이라 이해가 1도 안됐지만 케빈이 왜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계속 반항적이고 괴롭힘을 담은 행동을 하는지는 이해가 되더라고.

애초에 나에 대해선 부정적인 평가만 내리는 사람의 비위를 맞춰주고 싶지 않은 느낌? 약간 외출만 해도 넌 또 공부 안하고 싸돌아다니냐는 말을 들으면 더 공부하기 싫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거기다 에바는 애초부터 엄마로서 준비도 안됐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게 만든 이유였기 때문에 태어났을때부터 케빈을 좋아하지 않았음. 단순히 문제행동을 반복해서였기 때문이 아니라 나의 탄생 자체가 엄마에겐 미움의 이유인데, 나의 탄생은 내가 바꿀 수 있는게 아니잖아... 내가 문제 행동을 멈춰도 엄마는 "키우기 편한 나"를 좋아할뿐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서, 그런데 문제행동을 하면 적어도 뒤처리를 하러 나한테 오기는 하니까 반복하게 되는 거라고 난 생각했음.

솔직히 에바는 정말 엄청 노력하고 있음. 근데 그 노력은 케빈을 어떻게든 견뎌내기 위한 노력이지 케빈을 이해하거나 조금이라도 사랑하기 위한 노력이 아님ㅠㅜ 에바 입장에서는 저 감당할 수 없는 아이와 어떻게든 한 지붕 아래서 함께 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한거지. 하지만 한편으로 에바는 애초에 저 아이는 절대로 사랑할 수 없다는 걸 전제로 견디려고만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노력이 야속하게만 느껴짐. 너무나도 고되고 노력했던 에바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부모자식의 관계는 단순히 책임감으로 유지할 수 없고, 부모의 의무에는 정서적인 케어도 포함되어있음ㅠㅜ

에바와 케빈이 연인 사이라면 맞지 않는 사람이면 헤어지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지만 둘은 모자지간이잖아.. 그리고 부모자식 관계는 부모가 자식을 버릴 순 있어도 자식이 부모를 버리진 못함... 특히 자식이 미성년자라면. 나를 사랑해주지 않은 연인은 헤어지고 날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그만이지만 날 사랑해주지 않는 엄마를 버리고 새로운 엄마를 찾긴 힘들단 말이지. 엄마는 엄마의 사정이 있겠다지만 미성년자 자식 입장에서 솔직히 그게 알게 뭐냐는거임....ㅋㅋㅋㅋㅋㅠㅠ.. 나의 탄생에는 나의 의지가 1도 없었는데 네가 없었으면 자신이 더 행복했을 거라는 말과 태도를 배우자가 아닌 자식에게 할 이유가 뭐냐는 거지...

근데 왜 유독 더 엄마에게 집착하게 되는지는... 솔직히 나도 그렇지만 왜인지는 잘 모르겠음ㅋㅋㅋㅋ...ㅋㅋㅋㅋ 똑같은 가족의 배신이라도 엄마의 배신은 뭔가 더 뼈아픔...ㅠㅜ 이게 모성애라는 사회적 관념에 나도 물들어져 버린건지 아님 나를 창조한 사람에게 버림받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인지 어느 쪽이 더 큰지는 나도 모름. 하지만 어머니라는 존재는 다른 가족들이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인 것 같음. 영화속의 프랭클린은 제대로 양육자 노릇을 하지 못하는 허수애비지만 정말 프랭클린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였어도 엄마에 대한 결핍까지 채워주진 못했을 것 같음.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케빈이 한 행동이 옳다는 건 아님. 그리고 케빈이 다루기 힘든 아이라는 것도 에바가 그를 사랑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라는 것도 앎. 근데 그 불가능에 가깝다라는 사실이 그냥... 좀 슬프더라고... 에바의 입장에서도 에바는 절대 엄마가 되어선 안되는 사람이었지만 케빈 입장에서도 에바가 엄마여서는 안되는 거여서... 살인이라는 반사회적 행동을 택한건 1도 이해가 안되고 이해해서도 안되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극단적인 활동을 통해 엄마의 마음 속에 나라는 존재를 영원히 각인시켜두고 싶다는 심정, 내가 엄마로 인해 상처받은 것처럼 엄마도 나로 인해 상처받았으면 하는 그 마음이 난 이해가 되더라고

케빈에 대하여는 누구 입장에 더 과몰입해서 보냐에 따라서도 감상이 달라질것 같은데 내가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정체성을 더 강하게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케빈이 대량학살 일으키기 전까지는 나도 모르게 무심한 엄마로서의 에바에게 더 화가 나더라고ㅠㅜㅜ 케빈 입장이 공감이 간다고 하면 대량학살범을 옹호하는 식이 될까봐 조심스럽긴 한데 끝내 자식이라는 건 기생충처럼 부모의 모든 애정과 관심을 갈구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것 같아서 착잡해지기도 함
2024.05.19 16: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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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여성의 입장에선 에바에게 이입해서 공포스러운데 자식의 입장에선 케빈이 이해가 가서 마음이 아픔....
[Code: 5ba7]
2024.05.19 16: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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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Code: e541]
2024.05.19 16: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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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여성으로서는 에바에 더 이입되는 거 같음
[Code: 3b0d]
2024.05.19 16: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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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가 케빈에게 좋은 보호자는 절대 아님 오히려 나쁜쪽이지
[Code: cbd7]
2024.05.19 16: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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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런 감상조차도 나는 우리가 여성/딸로서 이입할 가치가 없는 존재마저도 개인적인 시선으로 이입하고 이해해주려는 높은 EQ 때문에 우러나온 감상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감상을 느낀 것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런 점에서 이걸 보는 관객들이 케빈에 이입하게 만들면서 에바를 욕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그리는 영화 자체가 정말 가증스러웠음..
[Code: 3ad9]
2024.05.19 17: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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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ㅆ 음... 일단 난 이게 영화에 대한 불호평은 아니라서... 일단 케빈은 실존 인물이 아닌 캐릭터이고 어느 캐릭터도 이입할 수 없는 건 있어도 가치가 없는 건 없다고 생각해. 한 캐릭터에도 다양한 특성이 있고 어느 인물에 이입하냐는 것뿐만 아니라 한 캐릭터의 어떤 특성에 이입하냐에 따라 감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 그 중 나는 케빈이 가진 특성 중 반사회적 사패 백인 남자아이라는 특성 외에 사랑 받지 않는 자식이라는 특성에 특히 주목하여 이런 감상을 느꼈고... 영화가 에바를 욕하도록 몰아간다는 것도 타당한 감상이지만 그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피양육자인 '자식'의 시선으로 바라본 에바는 비록 원치도 않은 양육의 부담을 짊어진 망가진 여성이기는 하나 자식에게 상처를 무심한 양육자로서의 모습도 보이기에 자식의 입장에선 그것에 더 큰 상처를 받게 되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
[Code: 61e2]
2024.05.19 21: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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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de: 06f5]
2024.05.29 15: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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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ㄱㅆ 의견이 더 이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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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9 16: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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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Code: 1447]
2024.05.19 16: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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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취좆아님?
[Code: b546]
2024.05.19 17: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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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하고 따로 글팔게
[Code: 447a]
2024.05.19 17: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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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함 그래서 이 영화를 볼 때 화가 난다기보다는 착잡하고 슬퍼짐ㅋㅋㅋ 에바도 케빈이 아들이어서는 안 됐고 케빈도 에바가 엄마여서는 안 됐는데 그렇게 되어버렸고.. 본문에 나온 것처럼 애인이 아니고 부모자식이라 상황을 해결할 방법도 없어서 그냥 서로가 서로의 영원한 지옥같음
[Code: ae94]
2024.05.19 17: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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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에바도 노력했지만 학대한거도 분명함 그 모든 이유들이 얽힌건데 오로지 케빈이 싸패여서 걔가 원래 그런애라 <<이거는 그냥 모든 문제 덮는 느낌임
[Code: 78b5]
2024.05.19 17: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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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드는것도 학대지 심지어 다른자식에게는 사랑을 줄수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안된다는게
[Code: 4861]
2024.05.19 17: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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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원제부터도 그렇고 보는 내내 케빈이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문제인 영화가 아니라고 느꼈음
케빈이 덜 예민한 아이였다면, 에바가 케빈을 사랑했다면, 케빈이 에바의 아이가 아니였다면, 케빈에게 비교대상인 동생이 없었다면, 프랭클린이 더 가정적인 사람이었다면, 에바와 프랭클린의 사이가 좋았다면, 케빈에게 다른 정서적 지지체계가 있었다면 같이 만약에-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음
케빈의 범죄는 오롯히 케빈 몫의 죄지만 과연 그케빈이 탄생하기까지 누군가 멈출수는 없었는지 그걸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였음ㅠㅜ어떤것들이 얼마나 작용을 했는 아무도 모르지만 결국 그 수많은 요소들이 결국 케빈이라는 존재를 만들어냈다는게 비극인거지..
[Code: 0544]
2024.05.19 20: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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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걍 초반에 애 낳는거에 회의감 느끼는거부터 아니그럼 걍 낳지마 왜낳아..? 생각들었음 나도 자식입장으로 봐서그런가ㅋㅋㅋㅋ
[Code: 711f]
2024.05.19 21: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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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부모가 될일이 없어서 그런가 자식입장에 더 이입이됨ㅋㅋㅋ
[Code: 539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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