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 날조ㅈㅇ



투투가좍 얹어서 3호차에 낑겨탄 막내 비 일병은 계급으로도 나이로도 막내임.


파병 직전 좁아터진 험비에 한 명 더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긴 들었지만 그게 5피트 간신히 넘는 아시안 그것도 여자일 줄은 몰라서 다들 당황하는 투투가좍. 루디랑 파피는 부모의 마음으로 저 애가 전쟁터에서 어떻게... 하고 있고 장남마이어랑 샤핀 매니멀 개딸 둘은 현실부정하느라 공포의 주둥아리 시동 걸 타이밍 놓쳤을듯.

군복을 입은 아시안 여자애가 픽 중위랑 같이 막사에 들어왔고 그 여자가 우리 막내라는 건 머리로 이해했는데 순간 쟤 그냥 길 잃어버린 민간인 아닐까? 하는 병신같은 생각이 들었던 거.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다가 루디가 호다닥 가서 프루티하게 인사해주니까 금방 방긋방긋 웃는 저거랑 파병 내내 같이 지내야 된다니 아찔해지는 거. 다른 험비는 골칫덩어리 안 맡게 돼서 사막 건너 존나 큰 불구경 중이고.




처음엔 다 걱정에 차서든 편견에 차서든 저게 자기 앞가림은 할까 싶었는데 막상 같이 지내보니까 비는 남들 훈련할 때 훈련하고 남들 먹을 때 먹고 남들 자는 잘 때 자는 평범한 군인이었음. 루디가 따라주는 nj를 생명수처럼 홀짝이는 비 일병. 어깨너머로 허슬러를 들여다보고 적어도 허리 라인은 포토샵을 한 게 분명하다고 확신에 차서 말하는 비 일병. 1호차 아워싸이코 트럼블리랑 뭔가 수군대다가 킥킥거렸다더라 하는 얘기가 돈 것치고 대가리도 멀쩡한 비 일병. 고양이보다 개를 더 좋아하고 고국 부모님 집에서 큰 개를 키운다는 비 일병. 잘 때 깨우면 미간을 잔뜩 구기고 징징대는 비 일병.

샤핀이 처음으로 비 일병에게 차이니즈 운운하는 시비를 걸었을 때 비는 샤핀에게 드디어 예쁜 애완민간인 취급은 관두기로 하신 건지 웃으며 되물었음. 샤핀은 물론이고 그 자리에 있던 파피, 루디, 매니멀, 브룬마이어와 비를 편들어주러 튀어온 에스페라 병장도 그 질문을 듣고 저 애는 우리가 인정하든 아니든 진작에 마린의 일원이었구나 생각할 듯.




시간이 흘러 브라보는 무사히 미국 땅을 다시 밟았고 머지않아 리유니온 데이가 정해졌음. 비가 펍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루디가 썬샤인한 미소와 함께 다가오며 양 팔을 벌렸음. 비는 곧장 루디의 품에 쏙 안겼지. 파병 첫날 자신을 반겨준 루디와 포옹한 이후에 비는 그 옆에 있던 팹도 꼬오옥 안아줬음. 파피는 팔이 꽈아악 눌려서 비를 마주 안아주지도 못하고 웨옹웨옹 울다가 풀려남. 그리고 비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꼭 안아줬음. 결국 마지막으로 껴안음당한 닥이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하라고 비를 자리에 강제로 앉히고서야 비의 프리허그 이벤트가 끝났음.


비는 파병 동안 씹담도 술도 허슬러도 즐기지 않았었음. 그래서 어쩐지 투투가좍들은 비가 술을 한 방울도 못 마시는 체질일 줄로 알았음. 그런데 웬일인지 비가 고향의 즉석 칵테일을 보여주겠다면서 초록색 술병을 가방에서 막 꺼내기 시작함. 비는 맥주병을 조금 비우고 투명한 술을 부어넣자 거품이 끓어오른 병을 잔에 따라 테이블에 돌렸음. 처음 마셔보는 맛에 눈이 번쩍 뜨인 브라보 게이들은 연거푸 비에게 더 달라며 맥주잔을 내밀었음. 비가 줄지어 놓은 작은 맥주잔 위에 젓가락을 올리고 더 작은, 한 모금 겨우 될까말까한 잔을 올린 다음 맥주와 소주를 따르고 테이블을 쾅 내리치자 아름다운 퐁퐁퐁 소리와 함께 소주잔이 맥주잔 안으로 떨어졌음. 환호성을 지르는 브라보 게이들 앞에서 비는 봐라 양놈들아 이것이 K-Ssomek이라고 으스댔음. 매니멀은 열심히 핸드폰에 제조법을 메모했는데 비는 한국인 손맛이 아니면 맛없을 거라고 놀렸음.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서 뭔가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샤핀밖에 없었음. 사실 아까부터, 정확히는 비가 루디와 파피에 이어 레이, 월트, 매니멀, 게이브, 버드와이저, 닥을 껴안아주고 자신에게 시선을 돌려야 할 순간 닥이 허니를 의자에 앉혔을 때부터 기분이 묘했음. 자기도 모르게 고개가 앞으로 나가있고 팔을 벌리려고 준비했다는 걸 깨달은 샤핀은 급히 자세를 바로하고 자리에 도로 앉았지. 비의 옆자리였는데 그냥 가장 가까운 빈자리가 거기였다고 생각하면서. 술잔이 돌아가는 내내 시끄럽게 구는 비가 신경쓰여서 술을 퍼마심. 그러다가 비가 샤핀을 불렀음.

-샤핀 상병님?

-어, 어어?

-토할 것 같으십니까?

-어, 아니, 아니.

-표정이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은데요.

-아니, 괜찮은데. 그러는 넌 방금 토하고 온 표정 같다.

-전 괜찮습니다. 아까 루디가 미리 먹는 숙취해소제 줘서요.

-언제? 내 건?

-토해서 드릴까요? 아니다, 해리도 먹었으니까 걔 토하면 나눠드십쇼!

-해리가 누군데?

-트럼블리 일병요. 해럴드 트럼블리.

-해리?

-전 허니 비입니다. 샤핀 상병님 취하셨어요?

-왜 걔는 해리고 난 샤핀이야?

-예?


비는 당황해서 눈을 깜빡깜빡했음. 샤핀을 샤핀이라고 부르지 뭐라고 부르겠음. 이 새끼 취한 건가 파피 불러야 하나? 하는데 샤핀이 중얼댔음.



-들어보니까 루디도... 루디고... 파피도 파피.. 가르자도 게이브... 브래드 콜버트도 브랫... 조쉬 레이 퍼슨도 레이... 로벨 병장도 스티븐... 매니멀이랑 버드와이저도 별명인데 왜 나만 샤핀, 아 내가 허니라고 안 불러줘서 그래?

-예?? 아니,

-허니, 나도 이름으로 불러줘.


비는 어어- 소리만 하고 대답을 못 함. 왜냐하면


-......너 내 이름 뭔지 모르냐?

-............

-너 진짜 내 이름 뭔지 몰라?

-.............................예.


샤핀은 술이 존나 확 깼음. 이 미친년이 내 이름을 몰라? 술이 깨고 보니 자기가 무슨 미친 소리를 한 건가 싶은데 허니 비가 자기 이름을 모른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라 그게 중요한 게 아님. 다른 분대장 이름도 브랫이니 스티븐이니 잘만 불렀으면서 같은 험비에 탄 내 이름은 모른다는 게 갑자기 존나게 억울해졌음.


-......

-.....

-...

-...샤ㅍ

-제임스.

-아 그게 샤핀 상병님 이름이십니까?

-아니 제임스라고 부르라고.

-그치만 샤핀 상병님은,

-제임스.

-(울컥) 아니 술 잘 마시다가 왜 갑자기 이름 갖고 지랄이십니까??

-제임스.

-샤핀!

-제임스!

-샤핀!!

-명령 불복종이냐?

-저 전역했는데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알아! 그냥 씨발 제임스라고 불러주는 게 그렇게 어려워?

-예! 좆같이 어렵습니다 상병님!


지르자마자 비는 싸해진 분위기를 감지함. 어 씨발 진짜 좆됐다... 싶어서 슬쩍 주변을 둘러보는데 조용해진 브라보 놈들이 시선을 자기 쪽으로 고정해놓고 있다가 후다닥 돌리겠지. 어, 하하, 제가 좀 취했나봅니다. 하하하하핳핳ㅎㅎ하 하면서 슬쩍 넘어가려고 하니까 레이레이가 미친개처럼 소리지르기 시작함.



-미친 부랫 봤어요??? 우리의 작은 프리허그 전도사 꿀벌친구랑 제임스 샤핀 상병이 사귀나 봅니다!!!!!

-아니야. 아니니까 제발 닥쳐 레이...

-레이. 세상은 퍼스트 네임도 모르는 사이를 사귄다고 하지 않는다. 차라리 너와 내가 키스하는 게 더 가능성 있겠군.

-(경악) 브랫!

-봐라. 누가 남자친구 이름보다 타 분대장 이름을 더 많이-


브래드 콜버트가 말을 끝내기 전에 샤핀이 벌떡 일어났음. 그리고 술기운이 훅 올라서 한 번 비틀거린 거 말고는 그대로 펍을 나가버렸음. 비는 진짜진짜 개좆됐으며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될까 싶어 고개를 툭 떨궜음.


근데 허니 비는 샤핀이 그렇게 나가버린 것보다 (허니 입장에서는 샤핀이 혼자 지랄하다가 화내고 나간 거니까) 자기 때문에 리유니온 자리를 망쳐버렸다는 죄책감이 커서 어찌저찌 좋게 리유니온 해산하고도 샤핀한테 연락 한 번 안 할 듯.


-1고백 (자기도 자기가 허니를 좋아하는지 몰랐음) 1실연 (허니는 자기 이름도 모름) 당한 샤핀쉒 다 울자마자 루디한테 허니 번호 물어봐서 무작정 전화하는 거 보고싶다. 자기 눈에 눈물냈으니 허니 눈에도 눈물 내 줘야 함. 지고는 못 사는 샤와와니까.







젠킬
샤핀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