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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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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전에 아르투와 베니아미아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로 비유하는 글을 봤는데 그래서 그런지 영화 내내 그렇게 보이더라고
이야기 자체가 뒤를 돌아봐서 에우리디케를 잃어버린 후의 오르페우스의 이야기 같았음 + 중간에 이탈리아가 연습하는 노래 가사(신이시여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생각하면 더 그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생과 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아르투... 출발지와 도착지 사이에 있는 기차 승객들과 나눈 대화도 그렇고 종종 화면이 거꾸로 뒤집어지는 것도 그걸 표현한 것처럼 보임

아르투는 그렇게 죽은 연인인 베니아미아에게 엮여있을 뿐만 아니라 땅을 파내는 행위 자체에도 매여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영화 초반에 감옥 갔다와서 친구들에게 다시 도굴을 하지 않겠다고 한 뒤에도 & 결말부에서 그다지 믿음직해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하자고 했을 때에도 결국엔 승낙해버림 그걸 그만둘 수 없는거야
그게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죽음에 가까워지고 싶은 행위처럼 보였음

하지만 그런 아르투에게 종종 삶도 손을 건내고는 하는데
그건 바로 이탈리아를 통해서 나타남
이탈리아는 이름부터가 과거의 에트루리아와 대비되는 현재의 나라의 이름이고 삶이 힘들어도 앞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인물임 플로라 부인에게 내쳐져도 결국은 아이들을 데리고 살길을 찾아내잖아
그런 이탈리아에게 아르투는 끌리기도 하지만 결국 그를 잡아끄는건 베니아미아, 즉 죽음임 그래서 아르투는 마지막에 이탈리아가 주는 사랑과 집과 미래를 거부하고 땅 속으로 돌아간 거겠지

그렇게 돌아간 땅 속에서 마침내 사랑하는 베니아미아와 재회하고 닿을 수 있게 된 아르투가 자꾸 생각날 것 같음.... 오르페우스도 죽음을 맞이한 뒤 마침내 저승에서 에우리디케와 다시 한번 만났을테니까


챌린저스 보고 조쉬오코너한테 치여서 보기로 마음 먹었는데 좋더라 조쉬오코너 정말 연기 너무 잘함 챌린저스에서의 모습이 생각하나도 안남 여기서는 패트릭보다 거지꼴이 더 심하긴 한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래서 더? 아름다움 꼬질꼬질한 흰 수트가 정말 잘 어울려....

이탈리아 시골도 너무 아름다웠고 영화 내 남성 도굴꾼들과 여성 공동체의 대비도 좋았음 남자들에 비해 돈도 적게 받고 대우도 별로였던 파비아나도 이탈리아의 집에 들어간거 너무 좋았고ㅋㅋㅋㅋㅋ

신성한 과거의 유물이 현대 인간의 손으로 훼손되는 것의 불경함과 그 불경함을 거부하고 (즉 자본주의가 주는 이윤을 버리고) 신성함을 좇는 인간의 모습도 잘 표현했고 너무 취향이었음 그걸 좇음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어떤건 인간의 눈이 보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니까
2024.05.07 21: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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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탈리아라는 이름이 그런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구나.. 감상 너무 잘 보고 감
[Code: 2be9]
2024.05.07 22: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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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영화 보고 긴가민가 했는데 너붕 해석 보니까 생각이 또렷해짐 너무 좋다 오르페우스 이야기라 생각하니 한없이 슬프고 또 한편으론 헤어진 연인을 만났대서 좋고 ㅠㅠㅠ 양질의 감상글 ㅋㅁㅋㅁ 삭제하지 말아주라
[Code: 1a58]
2024.05.08 00: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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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좋은 감상글이다...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라니 진짜 머리 팍팍 치고 간다ㅠㅠ 삶과 죽음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고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게 말로 표현이 안됐는데 너붕 감상글 보고나니까 정리되는 기분이야 코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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