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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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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연예인이다!'

모처럼 온 해외여행에서 나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보았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유럽의 작은 시골에서 만난 게 신기해 휴대폰을 슬그머니 꺼냈다.

내가 카메라를 켜서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그가 카메라를 정확하게 응시하고 입꼬리를 올렸다.

"몰래 안 찍어도 돼요."

"죄송해요...!"

"뭐가 그렇게 미안해요, 여기저기 널려있는 얼굴인데."

그는 내가 앉은 테이블에 합석해도 되겠냐고 물어봤고, 나는 기꺼이 승낙했다.

"나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데 어떻게 알아봤어요?"

"안 유명하긴요! 내가 알아 볼 정도면 진짜 대스타인 거예요."

"빈말이라도 고맙네요."

우리는 통성명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가 출연한 영화들, 영국의 관광지, 이 곳에는 왜 왔는지... 이야깃거리가 다 떨어져 침묵이 계속되자 나는 늘 궁금하던 질문을 꺼냈다.

"왜 배우가 됐어요?"

그는 바닥을 내려다보며 턱을 만지다가 살짝 웃었다.

"어렸을 때 햄릿을 보고 벼락을 맞은 것 같았어요. 과연 내가 저 역을 맡는다면 잘 해낼 수 있을까? 서서히 광기에 물드는 피폐함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욕심이 났어요."

나도 그의 인터뷰에서 본 적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는 뭔가 더 있다는 듯 뜸을 들이다 다시 말했다.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하죠. 근데 다 지어낸 거예요. 진실을 말하긴 너무 부끄러우니까. 사실은... 사랑받고 싶어서 배우가 되었어요. 사람들은 아무 대가 없이 연예인을 사랑해주잖아요. 내가 행복하길 기도해주고, 새로운 영화가 형편없어도 여러 번 봐주고.... 그게 부러웠어요. 사랑 받고 싶어서 배우가 됐는데 오히려 더 외롭네요.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가 혼자 남게 되었을 때, 끝이 보이지 않는 외로움에 갇혀요."

내가 좋아하던 배우의 진짜 모습을 본 나는 당황해 쉽게 말을 하지 못했고, 그는 나에게 물었다.

"허니 씨가 날 도와줄래요?"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끼는 연예인이 내 사랑을 갈구하는데 누가 거절하겠는가? 그 때 난 그의 빈 곳을 채워줄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아니라 자만이었던 것 같다.


그는 대체로 차분하고, 똑 부러지고, 때때로 재미있는 연인이다. 그리고 항상 나의 애정을 갈구한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프레디의 애정결핍은 뿌리가 깊어 아무리 사랑을 줘도 채울 수 없었고, 무한히 솟을 줄 알았던 내 사랑은 이제 말라버리고 말았다.



"허니!"

그가 거실 바닥에 웅크려 갈라진 목소리로 나를 찾는다. 나는 그의 머리를 내 무릎에 누이고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닦아준다.

"허니, 나 너무 외로워..."


엉엉 우는 프레디를 안아주기는 하지만 마음은 이미 그를 거부하고 있다. 타인의 구원자를 자처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프레디폭스너붕붕 프레디여우너붕붕
2024.05.04 00: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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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미친다.. 너무 맛있네. 글이 맛있고 필력도 맛있고 여기가 내 묫자리다
[Code: 669e]
2024.05.04 00: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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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Code: 4766]
2024.05.04 00: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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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찢ㅠㅠ
[Code: 60f1]
2024.05.04 01: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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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맘이 아프다
[Code: 8f2c]
2024.05.04 01: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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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찢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프레디도 허니도 안쓰러워ㅠㅠㅠㅠㅠㅠ
[Code: 28ce]
2024.05.05 03: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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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서 슬퍼요 선생님 ㅜㅜㅜㅜ 억나더ㅜㅜㅜㅠㅜ
[Code: cd13]
2024.05.05 15: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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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석함이 여기까지 느껴진다ㅠㅠㅠ 센세 억나더요ㅜㅡㅜㅠㅠ
[Code: 2e62]
2024.05.08 06: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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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랏 ㅜㅜㅜ 억나더
[Code: 4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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