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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안녕?"


운동화 끈을 묶던 아트는 귀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음. 파도같은 청색 의자들로 가득한 테니스 좌석사이에서 톡 튀는 하얀 점 마냥 흰 유니폼을 입은 아트에게 누군가 말을 걸고 있었지. 아트의 시선의 끝엔 다갈색 머리의 여자애가 동그란 눈을 접어 웃으며 서있었음.



"..나?"
"그럼 여기 너말고 누가 있는데?"


아트는 그 당돌한 여자애의 말에 음. 하면서 주변을 살폈음. 방과 후 자유시간이라 텅텅 빈 코트만 눈 앞에 보였지. 아트는 픽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음. 처음보는 여자애의 관심에 아트는 당황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능숙하게 받아들이지도 못했음. 아트가 말이 없자 여자애는 다시 한번 더 싱긋 웃으며 아트 옆자리에 앉았고, 자연스럽게 나온 잔머리를 왼쪽 귀 뒤로 꽂았음. 아트의 눈은 귀 옆에 꽂히는 여자애의 갈색 머리칼을 향하다가 자연스럽게 여자애의 얼굴로 향했지.


"아트 도날드슨 맞지? 저번주에 너 경기하는 거 봤어. 잘하더라."
"내가 경기하는 걸 봤다고?"


응. 그.. 뭐지 검은 머리 남자애랑. 테니스 반의 불과 얼음이라며. 네가 얼음 맞지? 여자애의 말에 아트는 아. 하는 소리를 내며 살짝 쓰게 웃었지만, 여자애는 아랑곳 않고 얘기를 이어나갔음. 자신을 발레부의 허니비라고 소개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트는 라켓을 드는 것도 잊고 얘기를 듣고 있었음. 테니스, 축구, 농구, 발레 등등 다양한 수업을 하는 기숙 학교에서 다른 부의 애들과 얘기를 나누는 건 처음이 아니었지만, 패트릭 말고 자신에게 뚜렷한 관심을 가지는 여자애는 몇 번 없어서, 아트는 여자애의 얘기를 말없이 듣고 있었지.


저번주 경기를 봤는데 멋졌다고, 오늘 친구를 만나러 왔는데 네가 보여서 말 걸어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허니에 어느새 아트는 자신도 모르게 웃으며 허니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음.




"뭐야, 왜 안 내려오나 했더니 여기서 이러고 있었네."

그러다 제 옆자리에 털썩 앉아 제 어깨에 턱- 팔을 두르는 패트릭의 목소리에 아트는 미묘하게 미간을 찌푸렸음.


"안녕?"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던가? 씨익 건들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제 옆자리의 허니에게 대충 손을 흔드는 패트릭에 아트는 날쎄게 허니의 눈치를 살폈음. 어.. 안녕? 어색하게 패트릭의 인사를 받은 허니가 패트릭을 위아래로 살펴보다가 다시금 아트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아트는 얼른 허니의 말을 받아 이었음.


"그럼 이번주 주말 경기 보러 올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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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어떻게 꼬신거야?"
"그런 거 아니야. 패트릭."


아트가 입꼬리를 올리고 볼멘소리로 대답하며 다가오는 패트릭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밀었음. 아니, 올 시간이 됐는데 영 안 내려와서 보니 뭐야, 여자애랑 같이 있잖아? 싶어서 이 형은 마음이 뿌듯하더라고. 패트릭이 부러 자랑스럽다는 얼굴로 아트의 어깨를 툭툭 쳤음. 그에 아트는 결국 패트릭을 밀어내기를 그만두고 쿡쿡 소리내어 웃으며 패트릭의 배에 머리를 기댔지. 아트의 얇은 금색 머리칼이 패트릭의 티셔츠 위를 간질였고 패트릭은 아트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감아왔음. 손가락 사이로 사락 소리를 내며 감기는 금발 머리칼은 금색 양털을 가진 새끼양을 간질이는 듯한 감상을 준다고 패트릭은 항상 생각했지.


그렇게 아트의 머리칼을 계속 어루만지던 패트릭은 아트가 편하도록 몸을 낮추었음. 싱글 침대 두 개를 붙여 카드 게임을 하던 둘은 어느새 아무렇게나 서로의 몸에 기대어 누워 있었음.


"그래서, 걔가 누구라고? 어느 부?"
"발레부래. 오늘 우리 부에 있는 친구 만나러 왔다가 나 보고 말 건 것 뿐이랬어. 저번주에 너랑 하는 내 경길 봤대."
"발레부? 그거 우리 체육관이랑 완전 반대에 있는 동이잖아?"

개도 웃기네. 패트릭이 좀 한다는 식으로 아트의 배를 치자 아트가 윽. 소리를 내며 배를 안쪽으로 굽혔음. 곧이어 아트가 복수를 하듯 패트릭의 배를 주먹으로 쳤고, 패트릭의 킬킬 거리는 웃음에 아트도 마주 보고 웃다 곧이어 손에서 돌리고 있는 카드 끝으로 시선을 옮겼지.



"귀엽게 생겼던데. 네 취향이야?"
"몰라. 그냥 말 걸길래 대답해준 것 뿐이야. 제대로 못 봤어."
"거짓말. 그런 놈이 그렇게 날쎄게 다음 경기 보러 오라고 말을 해?"


패트릭의 다 안단 말투에 아트도 결국 어깨를 으쓱이다 결국 큰 웃음을 터뜨렸음. 패트릭은 제 배를 베고 누운 아트를 쳐다보다가 아트의 고슬거리는 금발 머리카락을 엄지와 검지로 비비며 말을 이었음.

이러다 나 버리고 떠나는 거 아냐? 넌 우정보단 사랑이지?

패트릭의 말에 아트는 어깨를 으쓱였음. 몰라. 해봤어야 알지. 아무렇게나 대답한 뒤 옆으로 자세를 고쳐눕는 아트였고 패트릭은 그런 아트를 보며 미소지었음.

나 잘래. 라는 말을 끝으로 아트는 패트릭의 배 위에서 눈을 감았고 기분이 좋은지 아트의 입꼬리는 슬그머니 올라가 있는 상태였음. 곧이어 색색거리는 아트의 고른 숨소리가 방안을 채우자 그런 아트를 보며 미소 짓던 패트릭은 조용히 입꼬리를 내렸음.


패트릭은 그런 아트의 금발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다 아트의 옆모습을 말없이 바라 보았음. 패트릭의 얼굴엔 방금 전 웃음과는 달리 꽤나 가라앉은 기운이 역력했음.



-




"미안, 자꾸 친구한테 문자가 와서."
"아냐. 괜찮아. 계속 해도 돼."
"으. 아냐. 이제 끝났어. 그래서 그.. 패트릭이랑 어떻게 친해졌다고?"



주말 경기에서 보자고 말을 걸었지만, 얼마 안 가 또다시 식당에서 마주친 허니에 이번엔 아트가 먼저 허니에게 말을 걸었음. 안녕. 갑작스럽게 마주친 저를 보고 큰 눈을 동그랗게 뜨던 허니에 이번에 먼저 웃음을 터뜨린 건 아트였음,

매점에서 사온 츄러스를 앞에 둔채로 계속 울리는 폰을 들고 있던 허니가 드디어 츄러스를 집어들었음. 아트는 창문밖으로 줄지어 러닝을 하는 육상부 애들을 보며 얘기를 시작했지.


12살 때부터. 걔랑 나랑 룸메였는데 걔가 날 보자마자 너 테니스 치지? 이러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알지 했는데 바닥에 놔둔 내 테니스 가방이랑 자기 가방을 번갈아 가리키면서 자기도 테니스 친다고 그러는 거야. 그제야 우리 둘 다 사물함에 가방을 두는 걸 까먹고 그 비좁은 기숙사 방까지 들고 왔다는 걸 깨달았어. 그 다음날 아침에 우린 사이좋게 테니스 가방에 걸려 넘어졌고-허니는 이때 웃음을 터뜨렸고 아트도 입꼬리를 올려 웃었음-그렇게 우린 첫날부터 보건실에 나란히 누워 있었어. 뭐 그러다 친해졌지. 아트의 말에 허니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음. 그거 귀엽다. 허니의 웃음에 같이 빙그레 웃음을 짓던 아트였으나, '너네 둘 정말 서로 좋아하는구나?' 이어지는 허니의 말에 아트의 입꼬리는 멈칫했음.



"남자애들은 어떨 땐 여자애들끼리보다 은근 더 친할 때가 있는 것 같아서 부러워."


어떻게 그렇게 친하게 지낸담? 허니가 태연히 츄러스를 베어 물며 말을 잇자 아트는 허니의 말에 내려간 입꼬리를 올리며 머리를 긁적였음. 그런가? 그럼. 여자애들끼리도 친한데 음. 남자애들 사이의 친함은 또.. 너무 벽이 없는 것 같달까. 좀 다른 것 같아. 허니가 쿡쿡 웃으며 말하자 아트도 그 말에 동의를 표하며 츄러스를 베어 물었음


그리고 아트와 허니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지. 허니는 얼마전에 기숙학교에 들어왔으며, 아직 적응중이지만 하루하루가 너무 재밌다고 말했음-근데 여기 학비 되게 비싸더라. 허니의 말에 아트는 눈을 굴리다 고개를 끄덕였음-부모님의 권유로 발레를 택했지만 테니스에도 관심이 있다고 했지. 그에 아트는 발레부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머리칼 틈새로 힐긋 힐긋 보이는 곡선을 닮은 허니의 얇은 뒷덜미를 신기하게 바라보았음.


아. 내가 너무 내 말만 했나? 허니가 멋쩍은 얼굴을 하고 머리를 습관처럼 머리를 넘기자 아트는 아니라며 허니를 보고 싱긋 웃었음.



"그럼 이번 주말에 갈게. 오후에 하는 경기 맞지?"
"응."
"그럼 그때 보자. 아트."


환하게 웃으며 기숙사로 들어가던 허니에게 손인사를 하던 아트는 호선을 그리며 웃었음. 기숙사로 돌아가는 아트의 발걸음은 그 전보다 들뜨고 훨씬 가벼워진 채였지.



며칠 후 아트의 경기에 허니가 찾아왔고, 그날 아트는 멋지게 승리를 거머 쥐었음. 시합이 끝난 후 아트를 반기는 허니에 아트는 환하게 웃으면서 허니에게 다가갔지. 이윽고 둘은 전보다 더 가까워진 사이가 되기 시작했음.


-





​"안녕."


복도에서 말을 거는 패트릭에 움찔 놀란 건 허니였음. 자신을 기다린건지 우연인 건지 벽에 기대어 있던 패트릭이 허니를 보며 웃어 보였음. ​어.. 안녕? 허니가 한 손에 교과서를 들고 패트릭을 보며 어색하게 인사하자 패트릭은 씨익 웃으며 허니에게 성큼성큼 다가갔음. 아트는? 허니가 주변을 살피며 묻자 패트릭은 오히려 반문했음. 허니, 네가 알지 않아? 그 말을 하며 자연스럽게 허니의 교과서를 가져간 패트릭에 허니는 얼떨떨한 얼굴을 하다 얼른 패트릭을 쫓아갔음.



"나한테 줘. 괜찮아."
"별로 무겁지도 않은데. 것보다 아트는?"


패트릭의 말에 허니는 입술을 말았음. 예체능 기숙 학교였지만, 어느 정도의 학업​ 커리큘럼은 있어 오전 수업은 기본 학교와 똑같이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라 아트는 이번에 허니와 겹치는 수업을 신청했음. (그 말은 아트가 패트릭과 떨어졌다는 말이기도 했지) 그래서 몇 가지 수업을 아트와 같이 듣는 허니였는데, 쉬는 시간에 자길 위해 자판기 음료를 뽑으러 나간 아트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때였음. 패트릭의 말에 허니가 아마 본관에 갔을걸. 거기에 자판기 있으니까.. 하며 말하자 흠. 하는 말대꾸를 하며 패트릭은 자신이 든 허니의 교과서를 촤르륵 훑었음. 세계사라. 아트 이거 진짜 싫어했는데 이걸 또 듣는다고. 패트릭이 혼잣말인지 모를 말을 하며 킬킬 웃으며 말하자 허니는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다 다시 한번 더 손을 내밀었음.


"저기, 이제 진짜 줘도 돼. 그러니까-"
"그럼 잠깐 시간 좀 내줄래?"


어? 패트릭의 말에 허니의 눈이 커졌음. 그런 허니를 보며 씨익 웃은 패트릭은 꼬불거리는 검은 머리칼에 돋보이는 매력넘치는 웃음을 띄며 저를 바라보고 있었지. 잠깐 시간 좀 내달라고. 얘기 좀 하자.




-




결국 허니는 패트릭을 따라 나왔음.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음 교시는 특강이라 그닥 출석이 중요하지도 않은 수업이었지. 다만, 아트가 저를 열심히 찾고 있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 옆에서 들리는 패트릭의 말에 허니는 고개를 들어 올렸음. 패트릭은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던 참이었음.



"담배 펴?"
"..나 발레부야"
"알아. 그래서 담배 피냐고?"


허니는 그 말에 한숨을 내셨음. 패트릭이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건네자, 허니는 고민을 하다 하나를 건네받았음. 그런 허니에 피식 웃은 패트릭은 곧이어 불을 붙여 담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고, 라이터가 다가오는 손길에 허니도 결국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음. 체육관 옆 으슥한 공간은 수업 시간이라 그런지 조용하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몇 없었음. 오랜만의 흡연에 허니는 한 모금 빨고 후. 하고 숨을 내쉬자 재밌다는 듯 웃는 패트릭에 살짝 무언가 치고 올라오기도 했음.




"그래서, 왜 보자고 한건데?"


방금과 달리 성격이 보이는 듯한 허니의 앙칼진 목소리에 패트릭은 한쪽 입꼬리를 올렸음. 그냥. 그래도 내가 아트 친구인데 한번 인사는 해야 되지 않나 싶어서. 그런 패트릭의 말에 어이가 터진 건 허니였음. 누가 친구의 여자친구를 이런 으슥한 곳에서 만나? 그런 생각을 했지만, 허니는 생각을 고쳐먹었음. 애네 둘은 정상적인 친구사이가 아니니까. 누가 보면 밀회라도 가지는 듯한 모습일 법한데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패트릭을 그저 재밌어하는 눈치였지.


그렇게 말없이 담배를 태우고 있을 때, 패트릭이 뜬금없이 먼저 입을 열었음.




"이 학교 운동장은 맘에 드는데, 이 체육관은 맘에 안 들어. 너무 요란하게 크기만 하잖아? 무슨 성 마냥 지어뒀어."


그런 패트릭의 말에 허니는 코웃음을 쳤음.


"천하의 즈바이크 가문 별장 하나가 이거보다 2배는 더 크지않아?"


제 말에 패트릭의 눈이 제게로 향하는 걸 느낀 허니는 살짝 긴장하며 대답했음.


"..아트가 말해줬어. 너네 집 되게 부자라며?"



huh. 패트릭이 대충 대답하자 허니는 심장이 벌렁벌렁 뛰는 걸 느꼈음. 좋지 않아. 이건 정말 좋지 않아. 허니는 얼른 담배를 흙바닥에 비벼끄곤 손을 털었음. 나 갈래. 제 말에 패트릭은 씨익 웃었음. 그래. 또보자. 남은 담배를 꼬나물며 인사하는 패트릭의 얼굴엔 악마같은 웃음이 서려있었음.





-


그 후로 패트릭과 허니는 자주 마주쳤음. 다행히 아트가 있을 때에. 천연덕스럽게 제대로 인사는 처음 한다며 말을 거는 패트릭에 실소가 터진 허니였지만, 아트의 의문어린 눈길에 허니도 결국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패트릭과 인사했지. 그 이후로도 가끔 셋이서 밥을 먹기도 하고, 놀러가기도 하면서 셋은 점차 익숙해졌음.



아트는 정말 그 얼굴마냥 한결같이 다정하고 착했음. 그치만 패트릭은- 걔는 진짜 왜 그러는 거야?- 언제나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허니를 대했지. 허니는 그 번지르르한 웃음만 떠올리면 마음속에서 울컥 화인지 뭔지 무언가가 치밀어 올라 손바람으로 얼굴을 식히기 바빴음.



친구의 여자친구에게 누가 그런 웃음을 짓냐고? 허니는 그 생각을 하다 얼른 고개를 저었음. 진정해. 어차피 걔네 둘은 '특별한 사이'니까. 난 내 할일만 하면 된다고. 허니는 처음의 목적과 같이 아트에게만 집중하기로 했음. 하지만-




"또 보네. 담배 빌려줘?"


패트릭과의 첫 만남이 있었던 체육관 옆 으슥한 곳에서 패트릭을 자꾸 마주치자 허니는 흔들릴 수 밖에 없었지. 아니, 사실 허니도 알고 있었음. 사실 그럴 수 밖에 없었지.

그도 그럴게 그 곳은 패트릭이 드나드는 테니스 연습장과 무척 멀었고, 하필 허니가 끊기전 피던 담배 브랜드가 패트릭이 피던 담배랑 같았으며, 사실 가벼운 산책으로 가긴 힘든 곳이었거든. 허니는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곳을 정말이지 무시하고 싶었음.





-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아트의 경기가 있던 주말 오후, 아트는 무려 연속으로 4 포인트를 따내며 파죽지세로 달려갔고, 곧이어 아트의 승리와 함께 1세트의 끝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음. 경기 중 흘긋 테니스 객석을 살펴보는 아트에 폰을 보던 허니는 고개를 올려 아트에게 손을 흔들기도 했지. 그러자 아트가 살짝 웃었음. 그러다 휴식 시간에 접어들자 또다시 폰을 들어 어딘가로 메세지를 보내려는 허니의 옆에 나타난 건 패트릭이었음. 갑작스러운 패트릭의 등장에 허니는 깜짝 놀라 폰을 떨어뜨렸지.




"여기."
"아, 고맙-"


언제부터 있었지. 내가 문자 보내는 거 본 건 아니겠지? 떨어진 폰을 주워들어 건네는 패트릭에 허니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지만, 흠.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뒤로 빠진 폰에 허니는 헛손질을 했음. 그에 당황한 얼굴을 하는 허니에 패트릭은 피식 웃으며 다시 허니에게 폰을 건네주었지. 훔치듯 얼른 폰을 건네받은 허니의 귀는 새빨갛게 익어 있었고, 패트릭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음.



“밑에 음료라도 사러갈래?"​



-



읍. 잠깐, 패트릭의 입술이 허니의 입술을 가로막자 허니는 패트릭의 어깨를 밀어냈음. 그덕에 방금 산 콜라 스무디가 바닥에 철퍽 소리를 내며 떨어졌지. 다리에 살짝 튄 차가운 음료 방울에 놀라기도 잠시 더운 날씨에 맞춰 열이 오른 얼굴에 다시금 패트릭이 가볍게 입술에 쪽 입 맞춰오자 결국 허니는 머뭇거리다 눈을 감고 패트릭의 키스를 받아 들였음.


허니는 가쁜 숨을 내쉬며 주먹을 쥔 손에 꼭 힘을 주었음. 죄를 짓는 기분이었지만, 그래. 사실 기분 좋았음. 패트릭은 더럽게 키스를 잘했고, 친절한 아트와 다른 적극적인 움직임에 허니는 설레기도 했음. 패트릭의 입술에 먹혀 들어감과 동시에 허니가 조심스럽게 패트릭 몸에 손을 올리며 다가갔고, 패트릭은 더욱 열정적으로 혀를 얽어왔지. 어쩌다 이렇게 됐지. 허니는 그런 생각을 잠시 하다 이게 더 좋은 쪽일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며 패트릭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음. 패트릭이 쪽쪽 거리며 입술을 핥아오자 허니의 얼굴에는 열이 몰려 화끈거렸음. 허니가 조심스럽게 혀를 내밀어오자 그런 허니를 보며 웃는지 바람 빠지는 패트릭의 웃음소리에 허니의 귀는 더 붉어져왔음.

그러다 갑자기 지잉-하고 울리는 주머니속 폰에 크게 몸을 움찔 떤 것은 허니였음.


하아... 떨어진 패트릭이 그런 허니의 얼굴을 바라보며 히죽 웃자 허니는 입술을 꾹 깨물며 붉어진 얼굴을 살필 수 없었지. 폰을 쥐고 뭐라 아무말 못하는 상태로 있던 허니를 바라보던 패트릭사이로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 소리가 지나갔음. 그 소리를 듣고 경기장을 바라본 패트릭이 휙 몸을 돌려 경기장으로 향하자 허니는 그에 당황해하며 다급하게 말을 붙였음.



"그, 그럼 우린 어떻게 되는거야?"


제 말에 패트릭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음. 재밌다는 얼굴을 하고 허니를 쳐다보는 패트릭이었지. 사귀는건가? 어차피 아트랑 사귄지도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괜찮을지도. 사실 사귀지 않더라도 괜찮아. 몰래 만나는 것이더라도 그 '목표'는 달성했으니까. 그러니까- 급하게 돌아가는 허니의 머리통속에선 빠르게 문장들이 뒤섞였음. 그리고 곧이어 긍정의 대답이 나올 줄 알았던 방금전 맞닿은 패트릭의 입술에서는,



"음. 글쎄?"
"뭐?"


패트릭의 말에 허니의 당황한 목소리가 바로 터져나갔음. 패트릭은 벽에 기대 허니의 얼빠진 얼굴을 바라보다 곧이어 웃음을 머금고 뚜벅뚜벅 걸어와 허니의 앞에 섰음. 방금전까지 열정적으로 키스하던 상대의 입에서 들을거라곤 생각 못했던 애매모호한 대답에 당황한 허니의 손에서 폰을 빼간 패트릭이 허니의 폰을 켜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음.




"나는 우리 학교 애랑은 안 사귀거든."


그리고 그게 우리 아빠가 보낸 여자애라면 더더욱. 이어지는 패트릭의 말에 방금전까지 붉게 달아올라있던 허니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건 한 순간이었음.


어, 언제부터..? 허니가 손가락을 꼼질거리며 긴장하자 패트릭은 폰의 자판을 계속해서 두드리며 입을 열었음. 애초에 그날 아트랑 경기한 건 난데. 너 나밖에 안 봤잖아.


패트릭은 허니를 흘긋 바라보았음. 허니의 얼굴엔 쪽팔림에서 비롯한 열이 오르고 있었지. 아트와 하던 패트릭의 경기를 보고 감탄한 걸 간파당한 허니였음. 아트에게 말한 그 경기에서 이긴 건 사실 아트가 아니라 패트릭이었거든.


주니어 경기는 이제 질려서 애들도 보러 안와. 하물며 갑자기 발레부 여자애가 와서 앉아있는데. 눈에 안 띌거라 생각했어?


그리고 학교 온 지 얼마 안됐다면서 테니스 부에 친구라니, 친구 이름도 못 대면서 무슨. 그리고 이 학교 오는 애들은 학비 걱정 안 해. 패트릭이 바람 빠지는 웃음 소리를 내며 허니를 바라보자 말하자 허니는 방금전보다 더 화끈거리는 얼굴에 고개를 들 수 없었음. 미션을 핑계로 꿈에 그리던 학교에 오고부터 둘을 관찰하며 고용주에게 메세지로 그 내용을 전했고, 아들이 게이인가 의심하는 고용주에게 받은 미션으로 그 둘 중 한 명이라도 사로잡아야 해서, 그나마 편할 것 같은 아트를 택한건데. 한낱 끌림에 낭패에 처한 허니를 보며 웃은 패트릭은 허니에게 폰을 돌려주며 대답했지.




"아들의 성적 정체성에 고민이 많으신가 본데 본 거 그대로 말해."



패트릭 즈바이크는 아트 도날드슨에 대해선 이렇게 ​두손 두발 다 드는 놈이니까. 건들지 말라고. 이때까지 본 능글거리는 패트릭이 거짓말 같을 정도로 냉소적으로 가라앉은 목소리에 허니는 빠르게 패트릭의 손에서 신경질적으로 폰을 뺏어 들었음.

생각지 못한 상황에 울그락 불그락하는 허니의 얼굴을 바라보다 픽 웃으니 퍼뜩 힘을 몸을 돌려 짐을 챙기는 허니였지. 이미 모든 게 다 드러난 마당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음. 화라도 내듯 짐들을 가방에 우겨넣고 있자 그런 허니를 바라보다 발걸음을 떼는 패트릭은 평소의 능청스런 얼굴로 돌아와 입을 열었음.



"아트 몰래 만나는 건 괜찮아. 다른 학교 가서 연락하던가."


내 번호 저장해 놨어. 라는 말에 허니는 미친놈.. 이란 말을 중얼거리며 얼른 반대편으로 발을 옮겼음. 그런 허니를 희죽 웃으며 바라보던 패트릭은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음. 철재 계단 사이로 벌써 시작된 아트의 경기에 패트릭은 혀를 차다 웃으며 얼른 계단으로 발을 옮겼음.






"..뭐야?"


경기를 하다 저도 모르게 흘긋 좌석을 쳐다본 아트가 말을 뱉었음. 어느새 허니의 자리는 비어 있었고 그 빈자리에는 언제 왔는지 모를 패트릭이 웃으며 아트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지. 아트는 짐짓 미간을 구기며 그 곳을 바라보다 서브 타임을 넘길 뻔 했음. 그렇지만 아트의 다음 서브에는 전보다 힘이 실려 있었음.




-





"친구, 인연은 곧 나타날 거야."
"꺼져..."


아트가 어깨에 올린 패트릭의 손을 신경질적으로 내쳤음. 무슨 이유에선지 아트를 피하다 며칠 만에 이별을 고하고 학교에서 증발하듯 사라져 버린 허니에 아트는 요즘 좀 우울해 하는 것 같았지. 전화번호도 다 지운 채 사라져버린 허니에 아트는 밤중에 몇 번 눈시울이 붉히기도 한 것 같았음.


그렇지만, 뭐. 곧 있음 잊고 해맑게 웃는 아트로 돌아올 것 이었음. 시간은 결국 그렇게 만들어주니까. 그리고 네 곁엔 항상 내가 있을거니까. 패트릭은 그런 생각을 하다 침대에 걸터 앉아있는 아트의 어깨에 머리를 올렸음. 오랜만이었음. 그간 아트는 허니랑 같이 다니기 바쁘다며 기숙사 방에도 잘 들어오지 않았거든.


아트는 이제 내치기도 포기했는지 그저 그런 패트릭을 한번 눈으로 예민한 눈빛으로 훔치고는 한숨을 쉰후에 테니스 채의 오버그립을 감아왔음. 패트릭은 차근히 테니스 그립을 갑고 있는 아트의 손과 고슬고슬한 금발 머릿통을 바라보다 그저 기대다 닿은 척 아트의 목덜미에 입술을 부볐지.

그러자 아트의 체향이 가볍게 패트릭의 코 끝을 간질였음. 저에게서도 나는 바디워시 향이었지만, 저와 달리 더 달달하고 뽀송한 것 같은 그런 아트를 닮은 향. 패트릭은 곧이어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아트를 바라보았음.


아. 정말 아트 너랑 평생 함께 하고 싶어. 패트릭은 그런 생각을 하며 아트의 등에 기대 눈을 감았음. 패트릭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한 채였음.








-

그렇게 누가 아트 곁에 나타났어도, 하물며 그게 자기 아빠가 부른 애라고 해도, 뒤로 은근슬쩍 공작쳐서 자기가 뺏고 아트는 끝까지 지 옆에 두고 다녔던 패트릭.. 보고싶다




패트릭아트
2024.05.22 21: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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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맛이에요 센세
[Code: a2fa]
2024.05.22 21:54
ㅇㅇ
존맛
[Code: 0ed8]
2024.05.22 23:01
ㅇㅇ
모바일
와하하하하ㅏㅏㅎ 패트릭쉑 미쳤다... 센세 최고된다...
[Code: 6692]
2024.05.23 03:54
ㅇㅇ
모바일
와 대박.. 문학이다
[Code: 73d1]
2024.05.24 11:51
ㅇㅇ
모바일
아트는 암것도 모르구..
[Code: 13f4]
2024.05.25 09:27
ㅇㅇ
모바일
도랏
ㅜㅜㅜㅜㅜㅜㅜ 최고
[Code: 7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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