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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2 19:13
대충 사귄 이후 패션쇼에 간 둘
둘을 있게 해준 고마운 브랜드이기도 해서 둘 다 이 브랜드 패션쇼는 꼭 참석하는 게 둘에게는 연례행사였어. 근데 얘네 데이트라도 나가면 둘이 어딜 갔니 둘이 뭘 먹었니 둘이 뭘 입었니 등 실시간으로 사진 올라와서 이렇게 공적인 자리는 자신은 운동선수라 상관없어도 오스틴 커리어를 위해서 각자 와서 사진도 따로 찍고 자리도 각자 앉았어.
꽤나 떨어진 건너편 자리에 앉아 쇼를 관람했어. 중간중간 둘이 눈이라도 마주치면 슬며시 웃기도 하면서 말이야. 쇼는 클라이맥스를 지나 이제 피날레만 남겨두고 있었지, 근데 하필 피날레 모델이 칼럼이 전 연인이겠다. 런웨이 끝에서부터 걸어오는데 칼럼이도 살짝 당황했어. 그리고 잠시 옛 생각도 났어. 둘 다 보잘 거 없던 어린 시절에 만나 서로의 옆을 몇 년이나 지켜줬던 사람이었어. 프로 데뷔를 하기 전부터 만났고, 큰 키에 킬힐을 신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쇼장 오디션 보던 시절 만난 둘이었지. 프로 데뷔, 첫 경기, 첫골, 첫 국제경기 발탁을 함께한 사람이었어. 헤어질 때도 지나간 추억에 둘이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그리고 지금 자신은 팀에 주장이 되었고, 상대방은 패션쇼에 피날레를 장식할 만큼 각자의 위치에서 멋지게 성장했지. 헤어지고 종종 전화 통화도 할 만큼 사이가 나쁘지 않았는데. 각자 파트너가 생기고 부턴 자연스럽게 연락을 끊었어. 그게 예의였으니깐. 그래서 이렇게 만난 게 오스틴과 만나고 처음이었어. 그렇게 잠시 옛 추억에 빠지곤 '여전히 멋지네' 생각을 마무하며 무심코 다시 시선을 돌리는데 자신을 바라보던 오스틴과 눈이 딱 마주쳤어. 순간 어린 시절 비밀일기장을 들킨 기분이었지.
피날레가 끝나고 다지이너가 나와 박수를 받으며 올해 첫 패션쇼도 끝이 났어. 쇼가 끝나고 당연한 수순으로 모두 하나둘 자리에 일어나 애프터파티가 진행되는 행사장으로 걸음을 옮겼어.
행사장에서 드디어 만난 오스틴과 구석에 자리를 잡고 큰 손으로 바라만 봐도 아까운 연인의 곱게 뻗은 긴 손가락을 만지작거렸어. 혹시 아까 일 때문에 기분 상했냐고 그렇다면 오해라고 사과를 해야 될까.. 그러기엔 이런 일에 늘 불같이 솔직한 제 연인이 그저 말없이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어. 한참을 말없이 저를 쳐다보던 오스틴이 슬쩍 주위 눈치를 보다 자신의 입술에 입을 맞췄어. 밖에서 그것도 맨정신에 이런 적이 없는 애가 갑자기 이러니깐 순간 자신도 당황했지. 아 그 순간 내가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한술 더 떠 단단한 팔로 허리를 휘어잡으며 입속으로 혀까지 살짝 집어넣었다 쪽! 소리 나게 입을 떼고는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얘기했어.
공주야 할 때 확실히 보여줘야지.
어두운 실내에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 또 귀 끝을 빨갛게 물 들이고 있을 오스틴이 고개를 끄덕였어.
기억나? 내가 여기서 밥 먹자고 데이트 신청한 거?
웅. 그때 준 약 진짜 다 집에 있던 거야?
아니 전부 새로 산 거지 아프지 않았으면 해서.
근데 왜 거짓말해.
첫 데이트 때 그럼 부담스러울까 봐.
매일 밥 먹자고 전화한 건 안 부담스럽고?
그럼 매일 보고싶은걸 어떡해
넓은 행사장 구석자리 둘이 마주보고 서서 몇 년 전 처음 봤던 그때 이야기하기 시작했어. 둘만 아는 추억 얘기에 둘 얼굴에 웃음이 멈추질 못하였지. 시끄럽고 여러사람으로 북적이는 장소에 둘만 걸맞지 않은 느낌이었어.
우리 이제 우리 집으로 갈까?
처음으로 같이 집으로 귀가하는 둘이었어. 이번에도 한겨울에 드러난 오스틴을 가슴팍이 추울까 칼럼이가 굳이 자기 코트를 벗어줬어. 보통 같음 오버하지 말라고 거절하는데 이번엔 무슨 일 인지 오스틴이 얌전히 받아 입더라고 차까지 가는 그 짧은 거리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되던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빛이 반짝였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도 오스틴이 다가와 제 품에 몸을 붙였어. 옆으로 돌아누워 눈을 감은 오스틴을 보며 자신이 오늘 이 작은 아이를 (안 작음) 혹시 상처 줬나 싶어 잠들기 전에 얼른 입을 열었어.
아까 오랜만에 봐서 순간 예전 기억이 난 거지. 다른 의미는 없었어 미안해.
오스틴이 눈을 감고 한참을 말없이 인상을 살짝 찡그리더니 천천히 눈을 떴어. 이번엔 둘만의 가장 사적인 장소에서 고요히 두눈을 맞추었지.
그런 거 아니야.
응?
'오늘 여기 온 사람들중에 제일 멋있어' '어쩜 저 얼굴에 저 키에 운동선수라니..' 누가 들어도 자신의 연인을 칭하는 말이였어. 쇼를 관람하기전 대기중인데 뒤에 앉은 앳된 목소리가 그 주인공이였지, 얼핏 보니 이제 막 뜨기 시작하는 어린 여배우였어. '나 조금있다가 파티가서 팬이라고 하고 말걸어볼까?' '조용히 좀 해 그러다 듣겠다' '뭐 어때 .. 내가 더 어려' 자기들끼리 웃으며 하는 이야기에 오스틴을 심기를 거슬렸던거야.
한마디 할까 하다가 진짜 어리길래. 어릴수록 시각적인거에 약하니깐.. 네 말대로 확실하게 보여줘야 또 그런 생각 안 할 거 아냐.
제 품에 안겨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 애인이 그저 앙큼하고 귀여워서 '그랬어? 그건 몰랐네' 씻고 나와서 부들부들한 금발머리를 그저 연신 쓰다듬어줬어. 오스틴은 자신을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며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듯싶더니 조용히 낮은 목소리로 다시 한번 더 입을 열었어.
그리고 그 사람한텐... 고맙지 어찌 됐든 너 놓쳐줘서.
제 연인을 입에서 나온 꽤나 성숙하고 사랑스러운 말에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생각하다 깜짝 놀라 상체를 반쯤 일으켜 누워있는 오스틴을 내려다보는데 자꾸 웃음이 세어 나왔고. 갑자기 사라진 온기에 오스틴은 인상을 마구 찡그리며 말했어.
뭐야 갑자기 춥잖아. 다시 안아.
얼른 다시 누워 요 귀여운 작은 머리통을 안고 쪽쪽쪽쪽 여러 번 입 맞췄어.
질투 많은 공주는 성장 중!
칼럼오틴버
칼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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