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선동거 선섹 후연애에 돌입하면서 알콩달콩할 일만 남을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나 봄. 배리가 이상해진 건 얼마 전 다녀올 데가 있다며 크리스에게 대충 둘러대고 긴 외출을 감행한 다음의 일이지. 크리스가 무얼 말해도 대충 듣는 시늉이고 밥은 먹는둥 마는둥 해. 언제는 좋다고 크리스와 붙어먹더니 지금은 침대에서도 집중을 못하지.


딴 새끼가 생긴 게 아닐까?


이 요망한 돼쥐는 잡은 물고기엔 밥 안 주는 재주가 있는 게 분명해. 크리스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 걸 느꼈지. 그런다고 내가 놓아줄 줄 알고. 크리스는 여전히 배리를 사랑해. 오랜 갈등 끝에 마음을 열었고, 그를 사랑하는 만큼 쉽게 떠나보낼 수도 없지.



크리스, 자기야. 할 말이 있어.



마침내 때가 왔어. 크리스는 굳은 얼굴로 배리를 응시했지.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보고 앉았어. 배리는 망설였고, 크리스는 배리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지. 마침내 배리가 말을 꺼냈어.


자기야. 진짜 오랫동안 고민해봤는데…. 그래. 우선 충동적으로 내린 결정은 아니야. 우선 그것부터 알아줬으면 해.
어떤 놈이야.
뭐?
어떤 놈이냐고.
…자기, 알고 있었어?
씨발, 네가 매일같이 딴생각만 하는데 어떻게 몰라.
….
언제부터야? 지난 외출? 그때부터야?
응….


예상했던 게 현실이 되었어. 크리스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지. 배리는 잔뜩 화난 크리스의 얼굴을 보고 눈치만 살피고 있었어. 크리스는 화를 누르고 말했어.


그래서, 헤어지자고?
뭐? 자기야! 아니야!
아니면, 씨발! 어떤 새끼인지 몰라도 난 그 새끼랑 널 공유할 생각 없어!
잠깐. 자기야? 이게 대체….
앞장 서! 배리. 그 새끼 대가리에 총알 박으러 갈거니까.
다섯 살짜리 애야. 크리스.


문득 크리스의 표정이 굳었어. 크리스는 잠깐 생각이 멎은 채로 배리를 돌아보았지. 이 돼쥐가 소아…성애… 일 리는 없지! 배리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어.


먼 친척이 남긴 아이고, 보육원에서 지내고 있어.그 앨 데려오고 싶어, 이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거야.
배리, 나는….
자긴 내가 바람 피웠다고 생각했어?


배리의 녹색 눈동자에 작은 불꽃 같은 것이 일었어. 크리스는 작아졌어. 기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지. 내가 그렇게 자기에게 믿음이 없는 사람인 줄은 몰랐네. 진짜, 우리 생각 좀 해. 배리는 짐짓 화를 내며 방 안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궜어. 화난 배리는… 솔직히 말하면 고집이 아주 세지는 편이야. 크리스는 배리의 문앞에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 했어.



그 애가 온 건 그로부터 한 달 뒤의 일이지.
배리와 꼭 닮은 작은 고집쟁이. 겁에 질려 있는 소심한 아이가 제 인생을 뒤집어 놓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다는 걸 크리스가 알게 되는 건 좀 더 미래의 일일거야 ㅋㅋㅋㅋ



금슬이 좋지만 한 번 이런 오해로 해프닝을 빚은 적이 있던 크리스배리가 ㅂㄱㅅㄷ ㅋㅋㅋ



#아이스매브 크오 크리스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