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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9 18:22
보고 싶다... 대충 뭔가 신적인 존재가 사이버트론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대신 넌 그것을 누리지 못해도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대장님이 두말않고 승락한 상황이었으면...

옵대장님이 제안을 수락한 뒤, 사이버트론은 전쟁은 물론이고 그 어떤 차별이나 적폐도 없는 평화로운 행성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토봇과 디셉티콘으로 나뉜 적도 없이 모두 다 함께 어울리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겠지. 단 한가지 뒤숭숭한 점이 있다면 아이아콘 전당의 지하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규칙이 있다는 거. 어린 메크들한텐 괴물이 있다는 식으로 겁을 주고 어느 정도 머리가 굵은 메크들에겐 그곳엔 사이버트론의 모든 죄악이 잠들어 있으니 깨워선 안 된다고 가르침. 그럼 다들 아 종교적인 상징이구나 하고 넘길 거임. 설마 거기 살아있는 메크가 갇혀있을 거라곤 아무도 생각 안 함. 심지어 그 말을 가르치는 메크조차도 그냥 그렇게 배웠으니 들은 그대로 읊을 뿐.



사웨의 일과는 출근과 동시에 전당 지하의 문 앞 제단에 에너존 큐브를 하나 두면서 시작함. 그 후엔 기록실로 올라가서 수집한 기록들을 하루종일 정리하다가 퇴근할 때 다시 제단 위에 에너존을 올려두면서 끝나지. 이 행위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음. 종교 행위에 무슨 큰 의미가 있겠어. 그래도 여기까지 내려올 수 있다는 건 꽤 신뢰받는단 뜻이니 사웨는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할 뿐이지.


그날도 평소와 같은 날이었음. 큐브를 두고 돌아나오던 사웨는 뭔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어. 하지만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다른 건 보이지 않았지. 다른 메크도 아닌 사웨가 잘못 들었을 리도 없음. 사웨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소리의 근원지를 찾으려 했지. 이곳은 출입금지 구역이라 누군가 있어선 안되니까. 


그리고 곧 사웨는 문을 뚫어지게 바라보게 될 거임. 이 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온다는 걸 깨달았거든.











"문 너머에 누가 있는 거 같다고?"


재즈는 사웨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웃어넘겼음. 사웨는 진지하게 말하고 있지만 그러거나 말았거나 보이스 톤은 늘 똑같음.


"난 그런 이야기에 겁먹지 않을 만큼 나이를 먹었는데."


재즈는 사웨가 정리해준 기록들을 바탕으로 다음 임무의 계획을 수정했음. 사웨는 미동도 없이 재즈만 보고 있겠지. 데이터패드를 보는 내내 강렬하게 와닿는 시선 때문에 결국 재즈가 먼저 손을 들고 패드를 내려놓았음.


"그래그래 알겠어. 부랑자라도 숨어들었다는 얘기야?"


사웨는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음. 문은 완벽하게 잠겨있으니 그럴 확률은 없음. 온갖 종류의 사이버트로니안의 침입에 대비하여 몇중으로 철저하게 잠겨있단 말이지.


"그런 게 아니라면 벌레나 쥐겠지."


재즈가 이 주제를 넘기려하자 사웨는 이번에도 반응하지 않고 재즈만 바라봄. 재즈는 한숨처럼 웃겠지. 그래 물론 그 사운드웨이브가 그런 거와 소리를 착각을 했을 리는 없음. 그렇다면 정말 문 너머에 누군가 있다고? 그것도 말이 안되잖아. 사이버트론이 세워지고 이 수없이 많은 세월동안 한번도 열린 적이 없던 문인데.


".... 네가 에너존 큐브를 거기다 두고 오면 그건 누가 치워?"


사웨는 생각 안 해봤다는 듯 바이저 빛이 깜빡이다가 고개를 저었음. 당연히 자신처럼 임무를 받은 누군가가 따로 치우는 거라고 생각했음. 재즈는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씨익 미소지었지.


"확인을 한번 해볼까."


재즈는 시간을 확인한 뒤 자리에서 일어서며 사웨에게 손짓을 했음. 사웨는 불안함에 스파크 박동이 일그러지겠지. 이렇게 될 게 뻔했는데 괜히 재즈에게 상담을 했나 싶다. 하지만 이런 모험이 아니라면 영원히 진실은 알 수 없겠지. 사웨는 재즈의 뒤를 따라나섰음.











재즈와 함께 지하로 가는 내내 사웨는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위를 살폈음. 지하에 내려갈 수 있도록 허가를 받은 메크는 몇 되지 않음. 일단 재즈는 아니고. 규칙을 어긴 걸 들켰다간 얼마나 귀찮아질지 모름. 징계라도 받았다간 일정에 차질이 심하다. 이번 주엔 카세트들도 만나야 하고 메가트론도...


그런 사웨의 불안을 달래주려는 듯 여느 때처럼 쿨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재즈를 데리고 사웨는 제단 위에 큐브를 올려둔 뒤 일부러 발걸음 소리를 내며 자리를 떴음. 당연히 재즈는 떠나지 않았지. 문 옆에 서서 조용히 대기하고 있을 거임. 혹시 다른 누군가가 에너존을 치우러 오면 당장 몸을 숨길 준비를 하고.


사웨가 지하를 떠난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아무런 낌새도 보이지 않았음. 재즈는 팔짱을 끼고 지루하게 벽에 기대어 있다가 아주 작은 소리를 들을 거임. 아주 작긴 하지만 사웨 만큼이나 청각이 예민하지 않아도 집중하면 들을 수 있는 그런 소리. 이윽고 재즈는 문에 있는 장식이라고만 생각했던 작은 무늬가 열리는 걸 보겠지. 안쪽은 온통 어두웠고 열린 문이 너무 작아서 뭐가 있는지 보이지 않았음. 재즈는 온몸의 동작을 정지한 채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볼 거임.


이윽고 작은 틈에서 뻗어나온 파란 손이 제단을 잠깐 더듬다가 에너존 큐브를 집는 걸 보았을 때, 재즈는 자신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했는지 지금도 알 수 없었음. 답지않게 너무나도 충동적으로 그 손을 덥썩 잡아버린 거야.


"당신은 누구지?"


재즈는 손을 꽉 잡은 채 문 안쪽을 향해 물었음. 손이 잡히자 빼내려 당황하던 메크가 갑자기 굳는 게 느껴졌지. 재즈는 그 낡은 파란색 손과 상처입은 빨간색 도색을 똑똑히 보았음. 손의 크기로 봤을 때 분명 덩치가 큰 메크일 텐데도 손에 힘이 전혀 없었음.


"어디 아픈 거야? 거기서 뭐해?"


질문할 게 산더미 같았는데 잠깐 방심한 사이 그가 재즈를 뿌리치고 문 안쪽으로 사라졌음. 안을 들여다볼 새도 없이 문이 닫힘. 재즈는 제단 위로 엎질러진 에너존을 봤음. 아 이런... 재즈는 혀를 찼지. 이곳에 왔었다는 흔적을 지워야 한다는 것보단 자신 때문에 오늘 이 메크가 굶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 거임.






암튼 이렇게 시작하는 뭔가가 보고 싶다... 대체 누구길래 이 안에 갇혀있는지 조사하기 시작하는 재즈와 사웨... 재즈는 분명 처음 보는 메크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자꾸 쓰여서 계속 찾아가서 말 걸고 에너존 큐브 옆에 책이나 간식 같은 거 같이 놔주겠지. 하지만 한번도 대답이 돌아온 적은 없을 거임.


근데 사실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을 듯. 옵대장은 여기 갇힐 때부터 시력과 목소리를 잃고 동체가 쇠약해졌기 때문에... 어차피 대답할 생각이 없기는 하지만... 옵대장님 처음에 재즈 목소리 듣고 놀라서 반사적으로 이름을 불렀다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쇳소리만 나와서 재즈를 알고 있단 걸 들키지 않았겠지.


옵대장은 이곳에 갇히기 전에 그 알 수 없는 존재가 평화로워진 사이버트론을 보여줘서 사이버트론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알고 있음. 그래서 이 수많은 세월 동안 기쁘게 갇혔을 거야. 옵대장이 이곳에서 나오는 순간 평화는 깨진다는 거래였던 터라 나갈 생각은 단 한번도 한 적 없음. 그래도 오토봇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재즈가 찾아와서 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길 들어보면 다들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아서 문 너머에서 아주 오랜만에 미소짓는 옵대장님이겠지.


하지만 나갈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제발 한마디만 해달라고 간청하는 재즈에게 괜찮으니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말해줄 수 없는 건 마음이 아파서 씁쓸하게 고개를 떨구실 듯.



사웨도 재즈와 마찬가지로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가 의외로 문학에 능통한 메가카한테 전당 지하에 얽힌 이야기에 대해 물어봤으면 좋겠다. 근데 그런 건 왜 물어보냐고 요즘 네 상태가 안 좋아보이는 걸 알고 있냐고 되려 역질문 폭탄 당하고 사웨는 결국 메가카에게 지하에 누가 갇혀있는 거 같다고 털어놓겠지. 세상이 평화롭든 말든 반골기질 뚜렷하신 메가카가 옵틱을 찌푸리며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고 말해서 사웨 존나 당황하고... 



암튼 이런 거 보고 싶다... 


옵대장텀
2024.05.19 18: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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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친 존나 천재적 오멜라스 사이버트론ver이라니 입틀막
[Code: 5907]
2024.05.19 18: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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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역사개변하고 옵대장만 모든걸 기억하네 ㅅㅂ 입틀막 센세 이건 억나더 필요
[Code: 5907]
2024.05.19 20: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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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처럼 부조리를 견디지 못하고 떠날 메크는 누구일 것이며 한 명의 희생을 통해 얻은 평화를 유지하려 함구하고 외면할 이는 누구일지, 이 무고한 희생양을 구하기 위해 정말 티없이 맑지만 아래에는 오탁이 가라앉아있는 체제를 다시 뒤섞으려드는 자가 누구일지 너무 심장이 떨려요 센세
[Code: 238b]
2024.05.19 20: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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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에 시작에서 브이 (•̀ᴗ•́)v
[Code: 238b]
2024.05.19 20: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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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멜라스 외치면서 들어왔는데 몇 번을 다시 읽어도 그저 입틀어막고 스크롤만 내리게 된다.
[Code: 238b]
2024.05.19 20: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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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장 생각남

[옵티머스가 받아들인 제안은 스스로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방식의 죽음을, 또 그 과정에서 겪는 고통을 수반한다.]
[Code: 238b]
2024.05.19 23: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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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왜 현실 눈물 흘리고있냐 흡흐흡 옵대장님 씨바 이건 누가 강제로 처넣은 것도 아니고 옵대장님 선택이라 더 뭐라고 못하겠어 시바아ㅣㄴ아알
[Code: a135]
2024.05.19 23: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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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중에 가카 평화로운 시기에도 반골 기질인거 메잘알...ㅋㅋㅋㅋㅋㅋ 가카가 원래 순수하던 디셉 이념 다시 한번 들고 일어서서 옵대장님 구출해주려나 억나더 억나더 억나더
[Code: a135]
2024.05.19 23: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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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앞도 못보고 말도 못하고 낡아빠진 동체로 소량의 에너존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대장님 하 신 다 뒤졌다 기립하시오 인터내쇼냘
[Code: a135]
2024.05.22 16: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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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잼..센세 어나더!
[Code: 77be]
2024.05.29 01: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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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요 센세ㅠㅠㅠ 북맠해놓고 몇 번 씩이나 정주행하는 중이에요 센세 사랑해...
[Code: 11b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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