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겠다

일단 이건 대놓고 나 보고 싶은거 쓴 날조임...
오샤 떠난 다음 솔이 어케 또 제자를 들였을까 궁금해서


오샤가 집나간 후에 마망솔 대놓고 빈집증후군 시달렸을거 같은 느낌이라...
물론 뭐 오샤가 죽거나 나쁘게 헤어진건 아니라서 기쁘게 앞길을 응원해주겠다, 예쁜 우리딸 어디있든 잘 살게 기도해줄거라 다짐했지만 첫정 준게 어디 그리 쉽게 떼지나.
일과 끝나고 멍한 상태로 걷다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오샤가 있었던 쿼터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어떤 날에는 주인 없어 온기가 사라진 방에서 하염없이 멍하니 앉아있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에는 너무 잘 살고 있는지 연락 한통 없는 것이 서러워져 눈물 한방울 흘리고. 그랬을거 같다.

물론 다른 이들에게는 전혀 티내지 않는다 꼭꼭 숨겨놓고 있었지만, 자신이 자부하는데 비해 감정을 숨기는 기술이 영 없는 솔이었기에 주위 사람들 모두가 솔이 휘청휘청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거다. 하지만 본인이 저렇게 숨기려고 애쓰니까 최대한 모른척하기로 했겠지만...

그러다 갑자기 평의회에서 한 파다완을 맡기기로 결정했다는 통보가 내려오겠다. 그게 제키였겠지.
솔은 아직 마음의 정리가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 제자를 받는건 당사자에게 대단히 실례되는 것이라고 거절하려고 했겠지만, 제키의 사정을 듣고 나선 입을 딱 다물었겠다.
제키는 다른 제다이의 파다완이었는데, 파다완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스터가 임무중 사망을 해버려서 갑자기 고아처럼 되어버린 경우였겠다.
이런 경우가 제일 애매한데, 일단 파다완이 되어 수련을 받는 중이었으니 다시 영링으로 내려보낼수도 없고, 그렇다고 나이트로 졸업시키자니 경력이 너무 짧아서 그것도 안되고.
그럼 다른 마스터의 파다완으로 다시 들이면 되지 않겠나 싶은데, 그 시점에서 웬만한 마스터들은 전부 파다완이 있기도 했고, 솔직히 짧은 기간이라지만 "다른 사람 손 탄" 제자를 받고 싶지 않아한 마스터도 있어서 그것도 난항을 겪는 중이었겠지.

그 시점에서 마침 솔이 파다완과 헤어졌다는 소식을 입수한 평의회가 어려운 부탁을 한 것이었겠다.
사실 솔만한 능력과 인품을 가진 마스터의 파다완 자리가 적당한 시기에 비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부모가 죽고 친척집 전전하는 아이처럼 두어번 내돌려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솔은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껴 눈을 질끈 감았겠다.
지금 내가 온전히 저 아이를 마음에 담아줄 자신이 없는데, 그래서 상처를 받는다면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짓는것 같은데, 그런데 내가 거절을 하면 저 아이의 미래는 어찌 되는거지, 그게 더 큰 상처를 남기는것이 아닐까.

마스터 버네스트라의 로브 뒤에서 쭈뼛거리며 눈치를 보는 제키를 보고 솔은 결국 마음을 돌렸을 것 같다.
그리고 천천히 자세를 낮춰 제키와 눈을 마주치면서 손을 뻗었겠다.
이리 오렴 아가, 이름이 제키라 했니. 내 이름은 솔이란다.
이제 나는 너의 마스터가 되고, 너는 나의 파다완이 되는거란다.
부족한 몸이지만, 부끄럽지 않은 스승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 하마. 잘 부탁한다.

부드러운 솔의 인사에 제키는 마스터 버네스트라의 눈치를 한번 더 보았고, 버네스트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제키의 등을 살짝 밀어 솔에게 인도했지.
제키는 약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제, 제 이름은 제키 론입니다. 마, 마스터 솔의 파다완이 된 것을 영광으로 여기고 열심히 수련해서 훌륭한 제다이가 되겠습니다.
그리고...제 마스터가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앞으로 진짜 잘할게요...어디 가지 마시고 오래오래 같이 있어주세요.

오샤를 처음 만났을때보다 더 작아보이는 아이가 손을 맞잡은 순간, 손바닥으로 전해 오늘 아이의 온기에 솔은 저도 모르게 살짝 울컥했을것 같다.
첫 아이인 오샤가 자신의 손을 처음 잡았던 추억도 생각나고, 이 조그마한 아이의 불안한 감정도 느껴지고, 무엇보다도 이 작은 손의 온기가 사랑스러워서.

저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똑 떨어지는 걸 보고 버네스트라는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지도. 저 인간은 아주 파다완을 새로 들일때마다 울기로 작정했나보구나. 저런 푼수떼기를 보았나.
솔의 눈물을 본 제키가 자기가 맘에 안들어 그러나 당황한 표정을 짓자 솔은 미안하구나, 너를 만난게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났어. 하고 사과를 했겠지. 제키는 얼떨떨하게 끄덕거리다 저도 모르게 고사리손으로 솔의 눈물을 닦아줬을지도.

제다이 답지 않은 스승-제자 상봉식을 마치고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평의회를 나섰을거다.
평의회는 저리도 감정적인 마스터와 고아 경력있는 파다완의 만남이라니 괜찮을까 이제 와서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함께 걸어나가는 뒷모습이 괜찮아보여서 두고 보기로 했을것 같다.
솔은 제키에게 옛 마스터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고, 오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기도 했을것 같다. 그러면서 옛 관계를 부정하거나 버리지 않고서도 새 관계를 맺어나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을듯.

그렇게 자식의 빈 자리가 생긴 어버이와, 졸지에 어버이를 잃은 자식이 만나 서로에게서 구원을 받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조금 감성적인 관계면 어때, 지금도 잘만 사는구만.


애콜라이트
2024.06.20 03:11
ㅇㅇ
모바일
아ㅠㅠ 이런 관계 좋다 ....
[Code: 746d]
2024.06.20 03:46
ㅇㅇ
어디 가지 마시고 오래오래 같이 있어주세요…ㅠㅠㅠㅠㅠ
[Code: 4fe0]
2024.06.20 06:50
ㅇㅇ
모바일
ㅜㅜㅜㅜㅠㅜㅜ
[Code: f0fd]
2024.06.20 07:56
ㅇㅇ
모바일
이게 공식 맞다 센세 어떻게 이런 천재적인 생각을 했어 하 제키랑 솔 둘 관계 너무 좋다ㅜㅜㅜㅜㅜㅜ
[Code: 4932]
2024.06.20 23:02
ㅇㅇ
모바일
쌍방구원 너무 좋아서 백번 읽는 중이에요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4b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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