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 플라잉 스쿨에서 룸메이트로 처음 만나고 별명까지 붙여준 후로 존에게 있어서 게일 클레븐은 둘도 없는 친구이자 아끼는 동생이었겠지. 주변에서 고만 좀 끼고 다니라며 농담 섞인 타박을 해도 내가 아니면 누가 벅을 챙기냐고 받아쳤을거고. 그런 자신의 태도가 게일의 마음을 천국으로 올렸다가 땅 밑으로 처박아 버린다는 것도 모를거야. 멋대로 사람 마음 뒤흔들어 놓고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굴겠지.

그런 존을 좋아하는 탓에 게일은 늘 가슴이 너덜너덜한데, 그런 게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브레이디였을거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속수무책으로 빠져버렸겠지. 게일의 짝사랑을 알고는 고백도 못하고 먼발치서 지켜보기만 할듯. 게일한테 저렇게 사랑받으면서 그것도 모르고 친구라는 말로 상처주는 존이 밉고 질투나서 자꾸 불퉁하게 대할거임.

그러다 브레이디와 게일이 가까운 사이가 되었겠지. 브레이디가 게일의 짝사랑을 알고 있는걸 게일한테 들켜버렸고, 지친 게일을 위로하고 게일이 저도 모르게 브레이디에게 의지하게 되면서 급속하게 가까워졌을거야. 브레이디와 게일의 사이가 100전대의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을 무렵,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고 브레이디와 대화하는 게일을 보며 존이 위화감을 느꼈겠지. 자신을 먼저 찾지 않는 게일은 상상해 본 적도, 실제로 그랬던 적도 없었는데, 장교클럽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하다는듯 브레이디를 부르는 게일의 모습에 위기감까지 들었겠지. 그러다 마침내 자신의 감정을 깨달았고.

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서, 브레이디와 게일의 사이에는 비집고 틀어갈 틈이 없어 보였을거야. 이제는 존이 이전에 브레이디가 그러했듯이 두 사람을 지켜봐야만 했을거고. 그러다 전쟁이 끝나 모두 귀국했고 브레이디와 게일이 결혼을 했겠지. 존이 게일의 베스트맨을 자처했을거고. 자기가 안하면 누가 하겠냐면서. 퇴근 후나 주말에 만나 결혼 준비를 돕는데 문득 존의 입에서

"내가 너랑 결혼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말이 튀어나왔고, 돌아오는 게일의 말은

"...그렇지만 이미 늦어버렸어. 알잖아."

여서 존이 겨우

"...알지."

대답하고 속으로 울음 삼키는거 보고싶다.

브레이디는 게일과 부부가 됐지만 게일이 존을 좋아했다는걸 잘 알고 지금은 존이 게일을 사랑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불안할거임. 혹시라도 게일이 저를 떠나 존에게 갈까봐. 게일과 존이 같은 기지에 근무하는 것도 브레이디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겠지. 그래서 게일한테 엄청 집착했으면 좋겠다. 게일을 안고 미친듯이 허릿짓 하다가 게일이 존 하고 신음하면, 자기 이름도 존이면서 혹시나 자신이 아니라 '존 이건'을 부른 걸까봐 지금 누굴 부르는 거냐고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똑똑히 보라면서 숨이 막히도록 끌어안는거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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