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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22:19
요드솔 카이미르솔로 뱀파이어au가 보고 싶다
애콜라이트 별전쟁 요드솔 카이미르솔





뱀파이어가 암암리에 존재하는 세계관이고, 뱀파이어라도 법을 준수하고 합법적으로 혈액을 구하면 별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음ㅇㅇ 하지만 산 사람을 먹고 싶은 욕구를 이기지 못하거나, 변환 과정에 문제가 생겨서 날뛰기 시작하면 개입하는 단체가 있는 거. 오래 전에 뱀파이어 사냥꾼들이 모여 만든 조직인데, 이제는 공권력과 매일매일 협업하면서 뱀파이어 사건들을 해결함. 

충동을 못 참고 사람을 먹을 때, 뱀파이어들은 보통 어린아이들을 선호함. 피가 깨끗하고 제압하기 편리하니까. 가끔씩은 어린아이 몇을 방에 가둬두고 돌아가며 먹는 경우도 있었음. 운이 좋으면 구출되는 거고, 운이 나쁘면 죽는 거고, 더 나쁘면 뱀파이어에게 납치되는 과정에서 가족이 다 죽는 거임. 요드는 첫 번째와 마지막이 섞인 케이스였음. 단체의 손에 구출되었을 당시 요드는 겨우 여덟 살이었는데, 당연하게도 뱀파이어에 대한 증오를 불태우며 헌터가 되겠다고 다짐함. 단체 내의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요드는, 조직의 헌터 육성 과정에 일찌감치 지원하여 뛰어난 두각을 드러내며 훌륭한 헌터로 성장함.

그리고 지금, 이십대 중반의 요드는 엄청 불만에 차 있었음.

불과 일주일 전, 요드의 상사는 요드를 불러 갑자기 본부 행을 명했음. 본부에 가라고 들었을 땐 기뻤는데, 자세한 내용이 좀 이상했음. 뱀파이어 사건을 해결하는 현장 요원이 아니라, 헌터 육성 시스템의 교관 역할을 하라는 거. 한창 현장에서 열일하는 우수 인력한테, 갑자기 꼬마들 보모 역할을 하라니 이해가 안 됐음. 그나마 조직 내의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 본부로 가라니 수긍했지, 안 그랬으면 끝까지 뻐팅겼을지도 모름. 불안정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십대 아이들을 솜씨 좋게 다룰 자신도 없었고, 뭣보다 내 능력을 왜 애들 교육에 낭비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조금이지만 들었음. 자기도 그런 지원을 받아 성장했으니 무의미한 일이라고 여기진 않았지만, 교관 일은 보통 일선에서 물러난 헌터들이 하는 한직이었음. 

하지만 본부에 도착해 보니, 이번에 자신처럼 교관으로 차출된 사람들이 생각보다 여럿이었음. 다들 현직에서 쌩쌩하게 뛰던 이들이라, 요드는 마음의 불안을 좀 내려놓음. 적어도 좌천된 건 아닌 것 같아서. 조금 있다 들어온 본부장 버네스트라도 그런 생각에 무게를 더해줌. 버네스트라는 십대 아이들에게 실무를 간접적으로나마 더 경험시켜주고 싶다는 의도와, 촉망받는 인재들에게 본부 생활을 미리 시켜주고 싶다는 의도가 함께했다고 설명함. 또한 본부는 단체에서 가장 오래된 곳인 만큼, 종종 뱀파이어들의 테러 대상이 되기도 하니 각별히 주의하고 신경 쓰라고도 함. 그럴 때 공을 세우면 엄청 특진이겠다 하는 신참다운 생각을 잠깐 했다가, 요드는 이내 속으로 절레절레함. 

처음엔 내키지 않았지만, 요드는 교관으로서의 역할에 빠르게 적응함. 요드는 원칙주의자에 애들을 빡세게 굴리는 선생이었음. 좀 엄하긴 하지만 실력 좋고 잘생기기까지 한 요드를 동경하는 애들도 많이 생김. 육성 시스템 카탈로그에 등장해도 될 만큼 번듯하게 성장한 유망 헌터였으니까. 요드는 조금 우쭐하면서도 성실하게 애들을 가르침. 하지만 개중 한 학생만은 요드를 우러르는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는데(가끔은 오히려 심드렁해 보이기도 함), 그러면서도 실력은 제일 좋고 겁이 없어서 요드의 기억에 뚜렷이 남음. 그게 제키였음.

요드가 교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요드의 수업 시간에 제키가 덩치 큰 또래와 싸움이 붙음. 나이프로 대련하는 수업이었는데, 재빠르고 호전적인 제키한테 거푸 지니까 감정을 못 이기고 이미 돌아서던 제키를 공격한 거. 하지만 제키도 그냥 맞아줄 성격이 아니라 둘이 치고박고 하다가 요드에게 엄청 혼이 남. 싸움을 시작한 아이는 사색이 되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는데, 제키는 그냥 입을 꾹 다물고 요드의 말을 듣다가 홱 돌아섰음. 

그날 저녁에, 요드는 좀 고민하다가 몰래 제키를 찾아감. 다음 수업 시간 때문에 제키를 그냥 보내긴 했지만, 아무래도 그 태도가 마음에 걸려서. 네가 억울한 건 알겠지만, 그래도 교관에게 불손한 행동은 안 된다고 타일러야겠다 싶었음. 지금쯤이면 머리의 열기도 다 빠졌을 테고.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가 제키의 방문을 두드리려는데, 안에서 제키의 말소리가 톡 들려옴.

"요드 별로예요."
"제키."
"요드 선생님 별로예요."

허...? 요드가 눈을 껌벅껌벅하며 잠시 얼어붙음. 제키가 누구랑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별로라는 얘기를 이렇게 직접적으로 들을 줄은 몰랐음. 선생님이라는 말을 뒤늦게 붙여줘도 별 의미는 없었고. 낮고 부드러운 남자 목소리가 제키를 타이름.

"널 야단친 일 때문이라면 그러지 마라. 그 자리에 내가 있었어도 네게 한 마디 했을 거야."
"그것 때문만이 아니에요. 요드는 너무...잘난 척해요."

제키가 꿍얼꿍얼함. 내가...? 요드의 입이 멍하게 벌어짐. 내가 잘난 척을 했던가? 기억을 되짚던 요드의 뺨이 조금 벌게짐. 어린애들 앞에서 멋진 현장직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고, 어린애들이 자길 우러러보는 시선을 하나도 안 즐긴 건 아니니까. 그게 그렇게 티가 났나? 요드가 내심 괴로워하는 사이, 낯선 남자 목소리가 이어짐.

"요드는 뛰어난 헌터야. 기록을 보니 아주 인상적이던데."
"안 뛰어나다고 하는 게 아니에요. 실력이 좋은 건 당연히 알죠. 그냥, 애들 앞에서 시범 보여주고 속으로 으쓱하는 게 가끔 보기 괴로울 뿐이에요. 나이프든 뭐든, 선생님이 훨씬 나은데...선생님은 14세까지만 가르치시잖아요. 이제는 반 좀 바꾸셨으면 좋겠어요."

제키가 시무룩하게 투덜거림. 요드는 제키의 말에 좀 내상을 입었지만, 그 말을 듣는 상대방이 누군지 궁금하다고 생각함. 요드는 자기가 객관적으로 정말 실력이 괜찮다는 사실을 잘 알았음. 나이프든 뭐든 나보다 나은 사람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내근직이라고? 요드가 회의적으로 생각함. 제키의 말투를 보니 상대는 교관 직을 맡은 지 오래된 모양인데, 정말 실력이 뛰어난 인재라면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을 터였음. 하지만 요드가 파악한 제키는 친분만으로 상대를 띄워줄 아이가 아니었음. 

그 물음표를 이기지 못하고, 요드는 허공을 방황하던 손을 움직여 문을 똑똑 두드림. 안에서 들리던 말소리가 뚝 멎더니, 문이 벌컥 열렸음.

"요드...선생님. 무슨 일이시죠?"

제키가 무감한 얼굴로 물었지만, 요드는 바로 대답하는 대신 그 너머를 봤음. 깨끗하게 정리된 방 안에서는 옅은 차 냄새가 풍겼음. 제키와 차를 마시던 남자가 막 자리에서 일어나던 참이었음. 길고 어두운 겉옷을 걸친 남자였는데, 장갑을 낀 오른손으로 역시 길고 검은 지팡이를 짚고 있었음. 교관들의 모임에서 스치듯이 본 적이 있는 모습이었음. 부상을 입고 은퇴한 헌터인가 보구나. 그런데 왜 제키는 나보다 이 퇴직자가 더 낫다고 했을까? 요드의 눈으로 의아한 호기심이 어렸음. 딱히 상대를 깎아내릴 마음은 없었지만, 남자는 별로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음. 요드가 깍듯이 건넴.

"손님이 계셨군요."
"아, 이만 가보려던 참입니다. 아이와 이야기하시지요."
"오랜만에 뵈었는데 벌써 가시려고요?"

제키가 아쉬움이 묻어나는 얼굴로 종알거림. 그 아이다운 표정에, 요드는 아니 이 똑부러지는 녀석이 이런 태도를 취할 줄도 아는구나+지금 나한테 사라지라는 말을 에둘러 하는 건가?? 하는 생각으로 둘을 번갈아 봄. 남자가 빙그레 웃었는데, 역시 현장직과는 어울리지 않도록 다감한 미소였음.

"시간이 늦었잖니, 곧 다시 얘기하자.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말은 꼭 해야 한다."

남자가 요드를 살짝 보며 소곤거리듯이 건넨 말에, 제키는 영 불만스러운 얼굴이었지만 알겠다고 대답함. 남자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방을 나서자, 잠깐 어색하게 섰던 제키가 등을 꼿꼿이 펴고는 예의바르게 말함.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무례하게 굴었어요."
"알면 됐어. 네가 억울했던 부분도 이해하지만, 내게 그런 태도를 취하면 수업에 악영향이 갈 수밖에 없어. 앞으로 그 녀석과는 다른 조에 편성해줄 테니, 앞으로 수상한 낌새가 보이면 상대를 패기 전에 내게 말을 해."

요드의 차분한 말에, 제키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음. 생각보다 세심한 대처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이었음. 속으로 조금 으쓱한 요드가 물음.

"방금 나간 분은 누구야?"
"솔을 모르세요?"

제키가 반문한 말에, 요드의 눈썹이 살짝 올라감. 솔?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금방 떠오르질 않았음. 제키가 조금 어두운 얼굴로 한숨을 쉬었음. "하긴,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되셨으니까요. 솔이 언론에 노출되는 걸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모르실 수도 있죠." 제키는 이해한다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그 눈은 왠지 무식한 인간을 꾸짖는 것처럼 빛나고 있었음. 괜히 헛기침을 한 요드가 물었음.

"사적으로 친분이 있어 보이던데."
"은퇴하기 직전에 절 구해주셨거든요."

제키의 말에, 요드는 조금 놀랐지만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음. 죽음의 위기에서 구출된 아이들이 자길 구해준 사람을 잘 따르는 거야 당연했음. 

다음날, 요드는 조직 내의 정보망에서 솔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고 조금 놀람. 딱히 뒤를 캐보려는 건 아니었고, 그냥 문득 떠오른 호기심에서였음. 솔도 뱀파이어에게 가족을 잃고 이곳에서 키워진 고아였는데, 성적이 우수했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 근무할 때의 실적도 굉장했음. 요드가 십대 시절에 들었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이름이 올라간 적도 여러 번이었고. 아주 빠르게 승진해서 높은 직급을 달고 활동하던 사람이었음. 어찌 보면 요드가 가장 이상적으로 바라던 코스였음. 그런 사람이 부상으로 현직에서 내려와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니, 퍽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런데 지팡이를 상비해야 할 만큼 한쪽 다리의 기능이 떨어졌다면, 아이들 수업은 어떻게 하는 거지? 요드가 고개를 갸웃함. 아무리 어린애들이라 해도, 몸으로 하는 수업을 진행하려면 시범을 보이거나 대련을 할 수밖에 없었음. 보조해주는 사람이 있는 건가, 워낙 세운 공이 많으니 본부에서 편의를 봐준 건가...속으로 좀 궁금했지만, 요드는 곧 고개를 저어서 그 의문을 날림. 당장 자기 수업 준비가 더 바쁘다 싶어서.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 뒤에, 요드는 솔이 자신보다 낫다던 제키의 말을 절절히 실감하게 됨.